그런데... 극장이 좀 이상했다.
박스오피스에서 표를 살 때 까지만 해도 일반 극장과 다를 게 없어 보였는데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뭐가 어떻게 달랐길래 그러냐고?
극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양주병들이 진열된 바(Bar)가 나오더라니까...ㅡㅡ;
TV에선 풋볼경기 중계방송이 한창이었고, 바 뒷쪽으론 온갖 양주가 진열되어 있었으며, 바 앞쪽에는 테이블까지 몇 개 놓여 있었다.
팝콘과 음료수를 파는 코너 대신에 바를 만들어 놓다니!!
완전히 한잔 하는 분위기였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내가 지금 극장에 온 건지 아니면 스포츠바에 온 건지 헷갈릴 수밖에...
영화관 내부의 풍경도 달랐다. 일반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좌석을 들어내고 원형 테이블과 함께 푹신한 암체어를 놓은 것!
이렇게 보면 레스토랑, 저렇게 보면 거실처럼 느껴지더라.
이러한 환경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었기에 머뭇거렸더니 '웨이터'가 "앉고 싶은 데 마음대로 가서 앉으라"고 하더라.
그렇다. 웨이터까지 있었다. 팝콘, 음료수부터 간단한 식사까지 웨이터가 주문을 받아 테이블로 직접 가져왔다. 이제서야 팝콘, 음료수를 파는 코너를 없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키친에서 곧바로 가지고 나오면 되기 때문이다.
계산은 어떻게 하나 물어봤더니 영화가 끝나고 나갈 때 내면 된다고 했다. 간단하게 '레스토랑에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라.
분위기가 괜찮아 보인다고?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오래 가지 않더라.
뭐가 문제였냐고?
영화가 시작했는데도 웨이터들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몹시 산만했다. 하는 수 없이 콜라를 한잔 시켜 마셨는데 웨이터가 계속 통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더 시킬 것 없냐'고 묻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몇 차례 거절하고 나니까 더이상 묻지 않았지만 웨이터가 왔다갔다 한다는 것 자체가 몹시 신경에 거슬렸다. 팔을 조금만 움찔해도 웨이터를 부르는 것으로 알고 다가오기 때문에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다.
게다가 한 웨이터가 시키지도 않은 팝콘을 내 테이블에 놓고 가는 바람에 웨이터를 불러 내가 시킨 게 아니라고 설명까지 해야 했다.
계산도 영화가 끝나고 나가면서 하는 게 아니었다. 영화를 한참 보고있는데 웨이터가 와서 계산서를 테이블에 놓고 가더니 조금 있다가 다시 와서는 계산을 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영화를 보다 말고 돈을 꺼내주고 어두운 데서 거스름 돈 까지 세어야 했다.
이 와중에 팁을 놔야 하는 건지 까지 생각했다니까...ㅡㅡ;
이쯤되니까 슬슬 열이 받더라.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그날 내가 본 영화가 이미 여러 차례 본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였다는 것이다. 한번 이상 본 영화다 보니 방해를 받아도 참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 보는 영화는 이런 분위기에서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디어는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아 보였지만 영화가 시작한 뒤에는 웨이터가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지 않는 이상 산만해서 영화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자주 가게 될 것 같지 않은 극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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