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8일 월요일

NFL의 '헬멧 태클' 단속 너무 지나쳤다

2010년 시즌 들어 NFL이 '헬멧 태클'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헬멧 태클'이란 수비 선수의 헬멧이 공격 선수의 헬멧과 부딪치는 것을 의미한다.

NFL이 '헬멧 태클'을 단속하는 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부상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시즌 들어 여러 명의 선수들이 '헬멧 태클'로 인해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있어야만 했다.

2010년 시즌 9째 주에도 '헬멧 태클'이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와이드리씨버, 어스틴 칼리(Austin Collie)가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의 세이프티 커트 콜맨(Kurt Coleman)의 '헬멧 태클'에 넉다운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주심은 바로 퍼스널 파울을 선언했고, 필드에 쓰러져 있던 칼리는 들것에 실려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콜맨의 태클이 퍼스널 파울 감이었냐는 데 있다. 콜맨의 헬멧과 칼리의 헬멧이 서로 충돌한 것만은 사실이지만, 콜맨이 헬멧을 무기로 삼아 고의적으로 '박치기 태클'을 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기 때문이다. 콜맨은 그의 어깨를 이용해 태클하려고 했을 뿐 헬멧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헬멧이 충돌하게 됐고, 칼리는 부상으로 쓰러졌고, 콜맨은 퍼스널 파울 판정을 받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두 선수가 충돌하던 순간 오스틴 칼리가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Defenseless)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칼리는 패스를 받고 달리는 상태였지 패스를 받기 위해 자기 방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콜맨과 충돌하는 순간 칼리는 'Defenseless Receiver'가 아니라 'Runner'인 상태였다는 것이다.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의 패스를 받은 칼리는 몸을 숙이며 태클을 피해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세를 취했고, 바로 이 때 2명의 이글스 선수로부터 샌드위치 태클을 당했다. 칼리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몸을 숙였는데, 어깨로 태클을 하려던 콜맨의 헬멧과 운이 나쁘게 부딪친 게 전부였다.

그리곤 공을 놓쳤다. '박치기 태클'의 충격으로 쓰러지면서 공을 흘린 것이다.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판정하자면 어스틴 칼리는 펌블을 했고, 이를 이글스가 리커버한 게 맞다.

그러나 주심은 어스틴 칼리가 패스를 받지 못했다면서 펌블/턴오버를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콜맨에게 퍼스널 파울을 선언했다.

물론 칼리가 필드에 쓰러져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헬멧끼리 서로 부딪쳤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리플레이를 아무리 봐도 문제의 '헬멧 태클'은 리셉션→태클→펌블→턴오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운한 사건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파울 감으로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심은 마치 NFL의 '헬멧 파울' 단속에 앞장서겠다는 듯이 파울을 선언했다. 주심이 오버를 한 것이다.

주심의 도움(?)으로 공격권을 빼앗기지 않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 오펜스는 맥이 빠진 이글스 디펜스를 상대로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여기서 문제의 태클 장면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물론 어스틴 칼리가 머리 부상으로 실려나간 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대 선수에 부상을 입힌 선수에게 무조건 퍼스널 파울을 준다는 룰은 없다. 반칙을 했을 때에만 파울을 선언하는 것이지 상대 선수를 다치게 했다고 파울을 받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콜맨의 태클은 파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실려나간 어스틴 칼리는 얼마나 심하게 다쳤을까?

단순한 뇌진탕으로 밝혀졌다. 라커룸으로 실려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에 걸터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그래도 물론 뇌진탕은 뇌진탕이다. 하지만 미식축구가 워낙 격렬한 스포츠라서 굳이 '헬멧 태클'을 당하지 않더라도 많은 선수들이 뇌진탕에 시달리곤 한다. 물론 생각보다 위험한 부상이기도 하지만, 미식축구에선 뇌진탕은 흔한 부상이다.

NFL이 바꾸려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헬멧 태클'을 단속해 뇌진탕 빈도를 낮추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바꿀 수 있을까? NFL이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수비수들이 태클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룰을 까다롭게 바꾸는 것으로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NBC에서 스튜디오 애널리스트로 활동중인 로드니 해리슨(Rodney Harrison)은 수비수가 태클을 하기위해 달려들 때 좀 더 아래쪽을 겨냥하면 헬멧 충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 또한 해결 방법이 아니다. 헬멧끼리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해 수비수가 머리를 숙이고 달려들어도, 공격수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몸을 웅크리면서 머리를 숙이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콜맨와 칼리의 충돌이 좋은 예다. 콜맨은 헬멧으로 태클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칼리가 머리를 숙이면서 달려드는 바람에 우연히 부딪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욱 낮게 태클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머리만 생각하고 무릎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풋볼선수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부상은 무릎 등 다리 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수비수가 그 스피드로 낮게 태클을 하면서 공격수의 다리를 들이받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오래 생각해볼 필요도 없다.

수비수들이 몸을 날리는 태클을 할 수 없도록 하더라도 '헬멧 태클'을 근절시킬 수 없다. 공격수와 수비수 모두가 서로 달리다가 부딪치는 것인데 연인들끼리 다정하게 포옹하듯 껴안을 수 있겠는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거진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태클이라는 것 자체를 없애는 수밖에 없다. 풋볼 선수가 아닌 일반인들이 하는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처럼 NFL 룰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플래그 풋볼이란, 실제 경기처럼 태클을 하지 않는 대신 상대 선수의 허리춤에 있는 깃발을 뽑는 것으로 대신하는 풋볼 경기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헬멧 태클'을 완전히 근절시키지 못한다. 서로 스치기만 해도 파울을 선언할 테니 말이다.

농담이 아니다.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 종료를 3분36초 남겨놓고 26대17로 뒤져 있던 인디아나폴리스 콜츠 오펜스는 궁지에 몰렸다. 짧은 시간내에 터치다운과 필드골을 성공시켜야만 역전이 가능한데 4th and 18의 아주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페이튼 매닝이 이글스 수비수에 쌕을 당하며 공을 놓쳐 턴오버를 당했다. 득점을 두 번 해야 하는 상황에 이렇게 턴오버를 당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경기가 이렇게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또 주심이 끼어들었다. 매닝을 덮친 이글스 선수가 매닝의 머리를 가격했다며 퍼스널 파울을 준 것이다. 매닝의 머리를 때린 이글스 선수는 라인배커 트렌트 콜(Trent Cole)이었다.

그렇다면 콜이 진짜로 매닝의 머리를 가격한 것일까?

매닝의 뒤로 다가간 콜이 매닝의 손에서 공을 쳐내기 위해 마치 도끼를 휘두르듯 오른팔을 휘두른 것은 사실이다. 이 때 실수로 콜의 손이 매닝의 뒷통수에 스친 것도 사실이다.

주심이 문제삼은 건 바로 이것이었다. 콜의 손이 매닝의 헬멧에 닿은 것을 'BLOW TO THE HEAD'로 판단한 것이다.






지금 농담하는 게 아니다. 주심은 저렇게 살짝 스친 것을 가지고 '쿼터백의 머리를 가격했다'며 15야드 퍼스널 파울과 함께 자동 퍼스트 다운을 선언했다.

그렇다. 네 번째 다운에 18야드를 전진해야만 하는 아주 힘든 상황에 처해있던 콜츠 오펜스가 바로 저 엉뚱한 퍼스널 파울 덕분에 간단하게 퍼스트 다운을 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콜츠가 이번에도 주심 덕분에 터치다운에 성공했냐고?

그렇다. 주심의 어처구니 없는 퍼스널 파울 선언 덕분에 공격을 지속할 수 있었던 콜츠는 터치다운을 성공하면서 26대24로 따라붙었다.


이 어처구니 없었던 순간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도대체 저게 파울이냐고?

물론 수비수가 쿼터백의 헬멧을 건드리는 건 파울이 맞다. 하지만 이는 패스를 하기 위해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상태의 쿼터백을 수비수들이 가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만든 룰이지, 살짝 스쳐도 안 된다는 건 아니다. 고의적으로 머리를 가격하려 한 것도 아니고, 공을 쳐내려다 우연히 헬멧을 살짝 건드린 것에도 퍼스널 파울을 선언하라고 만든 룰이 아니다.

그러나 주심은 이글스 선수에 파울을 선언했고, 이 덕분에 콜츠는 퍼스트다운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어서 터치다운까지 성공했다.

축구에선 선수가 여자 주심의 가슴을 손으로 덜렁 건드려도 웃고 넘어갔다. 하지만 NFL에선 즉결심판 감이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콜츠는 머리/헬멧과 관련있는 파울 2개 덕분에 2개의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며 이글스를 추격할 수 있었다.

혹시 그 덕분에 콜츠가 이겼냐고?

다행히도(?) 그렇게 되진 않았다. 이글스 26, 콜츠 24가 파이널 스코어 였다. 콜츠가 경기 종료 직전에 마지막 공격기회를 잡았으나, 매닝의 인터셉션으로 경기가 끝났다. 만약 콜츠가 경기까지 이겼더라면 주심의 의심스러운 퍼스널 파울 판정 2개가 후라이팬에 올라갔겠지만, 이글스가 승리하는 바람에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NFL의 룰 중에 비합리적인 것이 없는 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새로운 룰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미식축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매우 격렬한 스포츠라는 점 까지 바꿀 수는 없는데, 혹시 말이 안 되는 룰이 없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안전이 제일이라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풋볼은 'CONTACT SPORT'가 아니라 'COLLISION SPORT'인 만큼 선수들간의 태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하는 건 솔직히 어쩔 수 없다. 그 누구도 선수들이 부상당하는 광경을 보고싶지 않지만, '부상도 경기의 일부'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맹꽁한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지금 현재 NFL의 룰은 저런 맹꽁한 사람들만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룰들이 일반적인 팬들과 선수들 모두 경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만드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다.

과연 이 넌센스같은 태클 논란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4개 :

  1. 헬맷 태클 무지 위험해보여요
    부딪히더니, 꼼짝 못하고 누워있네요. ㅠㅠ
    아무래도 온 몸을 쓰다보니, 부상자들이 속출하겠어요..
    불쌍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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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험하긴 한데요, 할 수 없죠.
    원래 풋볼이 격렬한 종목이라서 손 쓰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부러 헬멧으로 들이받은 경우를 잡아내는 건 문제될 게 없어 보이지만,
    그게 말처럼 되는 게 아니라서 룰에 문제가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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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한국에 있는지라, 토렌트로 경기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주 경기 한참 기다렸는데 오늘 아침에야 올라와서
    방금 봤는데요

    햐, 이 경기 보면서 어찌나 속이 부글부글하던지..
    이날 패널티로만 90야드 넘게 내줬을겁니다.

    솔직히 저 헬멧 패널티는 아무리봐도 말도 안 되더라구요.
    아니, 리플레이를 몇번이나 봐도 공 잡고 투스탭까지 밟았는데...게다가 고의로 머리를 들이받은 것도 아니고..
    그래도 못 일어나고 실려가니까 참, 뭐라고 말은 못하겠고..

    어쨌든 경기는 똥줄타게 봤습니다 ㅋ
    예상외로 마이클 빅이 나왔드라구요. 케빈 캅은 벤치에 있는 모습이 좀 불쌍해보이드라는..
    해설자들은 괜히 둘이 베스트 프렌드니 어쩌니 하고 ㅋㅋ
    빅은 레드존에서의 공격력 좀 어떻게 해야겠다, 란 생각이 들었구요.

    자이언츠가 지길 바랬건만, 그러진 못하고 결국 1위수성은 못했네요 ㅎ

    그래도 본드님 예상을 깨고 이글스가 이겼어요! ㅋㅋ 고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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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흠? 전 '해 볼만 하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ㅋ
    헬멧 태클은 주심이 너무 성급하게 휘슬을 불었습니다.
    콜맨은 NFL로부터 벌금 징계도 받지 않았습니다.
    파울이 아니었으니 당연한 결과죠.
    뉴욕G-시애틀전은 인디-필리전과 동시에 했는데,
    거의 일방적이었습니다. 35대0인가 되는 거 보고 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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