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9일 화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다음 헤드코치는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Wade Phillips)가 결국 해고됐다. 수퍼보울 콘텐더로 불리던 팀을 1승7패로 추락시킨 책임으로 해고된 것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너 겸 GM, 제리 존스(Jerry Jones)는 좀처럼 시즌 도중에 헤드코치를 해고하지 않지만, 이번엔 더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

웨이드 필립스가 해고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팀을 1승7패로 이끈 책임 뿐만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부진한 카우보이스의 수비에 대한 책임도 있었다. 필립스가 헤드코치 겸 디펜시브 코디데이터였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디펜시브 코디네이터 중에선 손에 꼽힐 정도로 유능한 수비 전문 코치였으며, 카우보이스 수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이건 작년 시즌까지의 얘기에 불과하다. 2010년 시즌 카우보이스 수비는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가 부상으로 빠진 카우보이스 오펜스를 조금도 도와주지 않았다. 제대로 된 팀이라면, 오펜스가 헤매면 디펜스가 나서서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제대로 태클도 하지 않는 등 경기를 포기한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수비 전담 코치가 헤드코치로 있는 팀인데, 디펜스의 정신 상태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는 실력이 아닌 정신력의 문제다.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오펜스의 부진을 메꿔줄 수 있을 만큼 제법 솔리드한 그룹이다. 못해도 NFL 탑10에 들 만한 유닛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계속 싸우겠다는 의욕이 없기 때문에 나사가 완전히 풀어져버린 탓이다.

이는 전적으로 웨이드 필립스의 책임이다. 축 늘어진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다시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펜스는 그렇다 쳐도 디펜스의 붕괴는 변명할 여지가 전혀 없다. 그는 카우보이스 선수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물론 2009년 시즌엔 달라스 카우보이스로 무려 13년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승리를 이루기도 했다. 그의 전임이었던 빌 파셀스(Bill Parcells)도 하지 못했던 플레이오프 승리를 이뤘던 게 바로 웨이드 필립스 였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무조건 웨이드 필립스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그가 2009년 시즌 카우보이스로 플레이오프 승리를 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전임인 빌 파셀스가 만들어 놓은 팀 덕분이었다고 해야 옳다. 파셀스가 만들어 놓은 팀이 시간이 지나면서 강팀으로 성장한 것으로 봐야지, 웨이드 필립스의 역할이 컸다고 하기는 힘들다. 물론 필립스에도 일정의 크레딧을 줘야 옳겠지만, 빌 파셀스가 만들어 놓은 팀을 물려받지 않았다면 필립스 혼자서는 매우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파셀스의 흔적이 아직도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 지 살짝 훑어보자. 주전 쿼터백 토니 로모를 발굴한 것도 빌 파셀스 였고, 프로보울 선수로 선정되기까지 했던 카우보이스의 넘버1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도 파셀스가 찾아낸 물건이다. 오펜스 뿐만 아니라 디펜스에서도 마찬가지다. NFL 베스트 라인배커 중 하나로 꼽히는 디마커스 웨어(DeMarcus Ware)를 드래프트한 것도 파셀스 였으며, 두 차례 프로보울 플레이어로 뽑혔던 카우보이스의 주전 코너백 테렌스 뉴맨(Terence Newman)을 드래프트한 것 역시 파셀스 였다. 현재 카우보이스의 미들 라인배커 브래디 제임스(Bradie James)도 파셀스가 드래프트한 선수다.

그렇다. 지금 현재 달라스 카우보이스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주요 선수들 다수가 빌 파셀스가 발굴한 스타들이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의 카우보이스를 빌 파셀스가 완성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셀스는 3년 연속으로 5승11패를 하던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헤드코치 직을 맡은 첫 해인 2003년 시즌에 10승을 달성하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았다.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로 두 차례 수퍼보울 우승을 하고, 바닥을 기던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와 뉴욕 제츠(New York Jets)를 강팀으로 변신시키더니 3시즌 내리 5승11패를 하던 달라스 카우보이스까지 첫 해에 플레이오프 팀으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파셀스의 뒤를 이어 2007년 시즌부터 카우보이스 헤드코치가 된 웨이드 필립스는 파셀스가 만들어 놓은 팀을 물려받았다. 그저 물려받은 게 전부였다고 하면 조금 박한 평가일 수도 있겠지만,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필립스가 파셀스의 팀을 물려받아 3년반동안 이끌어 오다가 한계에 도달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90년대에도 있었다. 1989년 헤드코치가 된 지미 존슨(Jimmy Johnson)이 카우보이스를 수퍼보울 팀으로 만들어 놓고 1993년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자 그 뒤를 배리 스윗져(Barry Switzer)가 물려 받았다. 스윗져도 1995년 카우보이스를 수퍼보울 챔피언으로 이끌었으나 1997년 시즌 6승10패로 추락하면서 해고되었다. 지미 존슨이 만들어 놓은 강팀을 물려받아 또 한 차례 수퍼보울 우승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으나, 계속해서 팀을 매니지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배리 스윗져도 좋은 풋볼 헤드코치였으나 90년대의 카우보이스는 그의 팀이 아니었다.

결국 웨이드 필립스도 배리 스윗져의 전철을 밟았다. 2010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그의 팀이 아니었다. 카우보이스 선수들이 코너에 몰린 헤드코치를 위해 뛸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는 것만 보더라도 이를 잘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헤드코치가 전부가 아니다. 팀 오너 제리 존스에도 문제가 있다. 헤드코치를 고를 때 그가 콘트롤하기 쉬운 말랑말랑한 인물을 선택하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능한 헤드코치에게 팀을 맡겼을 때엔 좋은 결과가 나왔으나, 그가 다루기 쉬운 만만한 인물을 헤드코치 자리에 앉혔을 때엔 항상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 9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당장 빌 파셀스와 웨이드 필립스만 비교해 봐도 바로 발견되는 문제다. 빌 파셀스는 제리 존스가 어려워했던 헤드코치였고, 파셀스는 그의 스타일로 밀어부쳐 5승11패 팀을 10승6패 위닝팀으로 단번에 바꿔놓았다. 그러나 그의 후임인 웨이드 필립스는 제리 존스의 '예스맨'이었고, 그 결과 1승7패로 떨어지면서 시즌 도중에 해고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쯤 되었으면 제리 존스도 바보가 아닐 테므로 현재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알고있을 것이다. 만약 그가 또다시 웨이드 필립스와 같은 말랑말랑한 헤드코치를 후임으로 선택한다면 존스는 또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지미 존슨과 빌 파셀스 시대에 했던 것처럼 제리 존스는 카리스마 넘치는 터프한 헤드코치를 선택한 뒤 그에게 모든 권한을 맡겨야 한다. 제리 존스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손가락에 꼽히는 탑 클래스 헤드코치를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카우보이스에 필요한 건 빌 카우어(Bill Cowher)처럼 팀을 휘어잡을 수 있는 강한 헤드코치다. 이런 헤드코치만이 정신적으로 나태해진 카우보이스를 다시 바로 세울 수 있다. 소리를 버럭버럭지르고, 헬멧을 손으로 후려치고, 페이스매스크를 잡아당기는 등 기합을 단단히 넣을 줄 아는 엄한 헤드코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빌 카우어와 같은 탑 클래스 헤드코치는 제리 존스가 많은 양보를 하지 않는 이상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직을 맡지 않을 것이다. 제리 존스도 이번엔 그가 양보를 할 차례라는 것을 잘 알고있을 것이다.

이번엔 제리 존스가 현명한 선택을 하길 기대해 본다.

댓글 7개 :

  1. 역시 풋볼에 관해서는 디테일하게 꾀고 계시군요...
    오공님은 대단하십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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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제가 20년간 관심있게 지켜본 팀이거든요.
    현재 오너 제리 존스가 팀을 인수한 시기와 타이밍이 맞아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 팀의 성공과 쇠락, 재도약과 실패 과정을 좀 알고있을 뿐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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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제리 존스가 양키스의 스타인브레너 같은 스타일을 추구했었나봐요.. 자기 뜻대로 팀을 좌지우지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네요.
    제 생각엔 아마도 선수 구성에서 돈을 양키스처럼 쏟아붓지 못하는 NFL 샐러리캡 시스템 때문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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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토토로/ 올해 성적이 안 좋긴 하지만 제리 존스가 실패했다고 보는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아요. 카우보이스는 2000년대 초반과 올해를 제외하고는 항상 강팀이었거든요. 샐러리캡 문제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선수들도 충분히 훌륭하거든요.

    카우보이스의 가장 큰 문제는 역설적으로 이미 완성된 팀이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1승 7패 팀이지만 어이없게도 어디 하나 부족한 부분이 없어요. 선수들 면면만 보면 7승 1패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오공님과 같은 맥락에서 다음 헤드코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모티베이션일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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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제리 존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가 20년간 이뤄놓은 것을 보면 실패했다곤 하기 힘듭니다.
    카우보이스가 지금까지 모두 5번 수퍼보울 우승을 했는데요,
    이 중 3번이 제리 존스 시대였습니다.

    존스가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봐야겠지만, 변화가 있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설마 제이슨 개렛으로 계속 갈 생각은 하지 않겠죠...ㅋㅋ
    만약 카우보이스가 지금부터 승승장구하면 머리를 좀 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이슨 개렛은... 제리 존스에게 아들같은 존재죠.
    90년대에 카우보이스에서 백업 쿼터백으로 뛰었던 선수죠.
    근데 전 이 친구가 별로 미덥지 않습니다.
    뭐 두고봐야겠죠...
    저는 빌 카우어 같은 호랑이에 올인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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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ㅎㅎ 전 풋볼은 잘 모르지만...
    에밋 스미스와 트로이 에익먼 있던 시절의 댈러스 카우보이스 게임을 가끔 한국에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짐 맥마흔, 조 몬태나 등도 기억 나네요.^^
    풋볼도 참 재밌어보이는데, 한국에서는 시청이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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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오, 80년대 이름들까지...^^
    90년대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기억하시는군요.
    근데 AFKN에서 풋볼 안 해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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