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3일 월요일

"심판도 도왔건만..." 워싱턴 레드스킨스, 이렇게 지는 수도 있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가 홈타운을 또다시 좀비타운으로 만들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레드스킨스가 홈에서 벌어진 탬파 베이 버캐니어스(Tampa Bay Buccaneers)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를 앞두고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어이없이 날리며 또 '데드스킨化' 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그러냐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겨울비를 맞으며 양팀 모두 샤프하지 못한 경기를 펼친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경기 종료를 앞두고 발생한 어이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17대10으로 뒤져있던 레드스킨스는 경기 종료를 1분여 남겨놓고 동점 터치다운을 할 기회를 만들고 있었다. 오펜스가 순조롭게 전진하는 것을 보니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키고 오버타임까지 갈 듯한 분위기였다.

문제는 경기종료 49초를 남겨놓고 버캐니어스의 12야드라인에서 퍼스트 다운(First Down)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작했다.

여기서 잠시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미식축구 규칙을 설명해야 할 듯 하다.

미식축구는 4차례의 공격기회 안에 10야드씩 전진해 나아가게 되어있다. 4차례의 공격기회는 1st 다운, 2nd 다운, 3rd 다운, 4th 다운이라 부른다. 이 네 차례 공격시도 내에 10야드를 전진하면 다시 퍼스트 다운부터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네 차례 공격시도 안에 10야드를 가면 다시 네 차례의 공격기회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간단하게 '퍼스트 다운을 했다'고 부른다.

이것은 미식축구의 가장 기초적인 규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NFL 경기에서 이 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버캐니어스 12야드라인에서 퍼스트 다운 공격을 시작한 레드스킨스 주전 쿼터백 도노반 맥냅(Donovan McNabb)은 와이드리씨버 앤토니 암스트롱(Anthony Armstrong)에 9야드 패스를 성공시켰다. 10야드를 전진해야 퍼스트 다운이었으므로 암스트롱은 버캐니어스 2야드라인까지 전진했어야 했으나, 그는 3야드라인에서 태클을 당하고 말았다.




아래 이미지에서 심판이 발로 짚고있는 곳(붉은 원 안)이 앤토니 암스트롱이 태클당한 지점, 즉 레드스킨스가 다음 차례 공격을 시작하게 되는 지점이다. 노란색 선은 어디까지 가야 퍼스트 다운인지 방송사가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퍼스트 다운 라인이다.

그런데 아래 이미지 우측 상단에 빨간색 박스 안을 자세히 보기 바란다. 방송사가 그려 넣은 노란색 퍼스트다운 라인은 2야드라인에 있는데 사이드라인에 있는 주황색 퍼스트 다운 체인은 3야드라인에 있다. 경기 운영진과 중계방송사의 퍼스트 다운 지점이 서로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옳은 것일까?

그럼 한 번 세어보기로 하자.

퍼스트 다운을 하려면 10야드를 전진해야 하니까 공격을 12야드에서 시작했으면 2야드라인까지 가야 한다. 그래서 세어봤더니 방송사의 노란색 라인이 정확했고 경기 운영진의 퍼스트 다운 체인 위치가 잘못돼있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방송사의 노란색 퍼스트 다운 라인은 10에 있지만, 사이드라인에 있는 주황색 퍼스트 다운 체인은 9에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경기 운영진이 레드스킨스에 9야드만 가도 퍼스트다운을 할 수 있도록 1야드를 디스카운트(?) 해준 것이다!

이 바람에 여기서 결정적인 오심이 발생했다. 암스트롱이 3야드라인에서 태클당했으므로 정확하겐 세컨드 다운 앤 1야드(2nd and 1)이었지만, 퍼스트 다운 체인이 2야드라인이 아닌 3야드라인에 있자 심판들은 암스트롱이 퍼스트 다운을 한 것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방송사와 경기장 전광판은 심판과 경기 운영진이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범한 것을 모른 채 세컨드 다운 앤 1야드로 정확하게 표기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방송사가 '2nd & 1'으로 표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드라인엔 퍼스트 다운으로 되어있었다. 2야드라인까지 가야할 것을 3야드까지밖에 못 갔는데도 심판과 경기 운영진은 레드스킨스가 퍼스트 다운을 한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아래 이미지(붉은 원 안)를 보면 '2'가 아닌 '1'로 되어있다. 세컨드 다운이 아니라 퍼스트 다운이라는 의미다.



세 번째 다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송에선 서드(3) 다운이라고 했으나 사이드라인엔 세컨드(2)로 되어있었다.




네 번째 다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방송화면엔 포스(4) 다운이라고 나왔으나 사이드라인엔 서드(3) 다운으로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네 번째 다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맥냅의 패스가 실패로 끝났다. 터치다운을 노렸으나 패스를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다.



사실상 경기는 여기서 끝났어야 했다.

그러나 다운 횟수가 하나씩 밀린 것을 모르고 있던 심판들은 레드스킨스에 또 한 번의 공격기회를 줬다. 네 차례 공격기회를 이미 다 사용했는데 다섯 번째를 마지막 네 번째인 것으로 착각하고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이다.

이 상황을 야구에 비유하자면, 분명히 3아웃인데 2아웃인 줄 알고 공수교대를 하지 않은 채 다음 타자가 그대로 타석에 들어섰는데도 이를 아무도 제지하지 않은 셈이다.

2006년 월드컵에서 벌어졌던 '세 장의 옐로카드' 사건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을 듯.




얼떨결에 보너스 공격기회를 하나 더 얻게 된 레드스킨스는 다섯 번째 다운에 드디어 극적인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그렇다. 보너스 다운에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것이다. 경기는 이미 바로 이전 인컴플릿 패스로 사실상 끝났어야 했지만 심판의 오심으로 레드스킨스에 보너스 공격기회가 한 번 더 돌아갔고, 레드스킨스는 이 기회를 살려 터치다운을 성공한 것이다.

레드스킨스 입장에서야 실수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을 수도 있다지만 탬파 베이 버캐니어스는 다운 횟수가 잘못된 것에 대해 왜 항의를 하지 않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여지껏 수많은 홈필드 어드밴티지를 봐왔지만 이런 건 또 처음'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터치다운을 했다고 동점이 된 건 아니다. 터치다운을 하면 터치다운 6점 + 엑스트라 포인트 1점을 합해 7점이 된다. 즉, 터치다운만으로 7점을 얻는 게 아니라 엑스트라 포인트까지 제대로 차 넣어야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스코어는 버캐니어스 17, 레드스킨스 16. 레드스킨스가 엑스트라 포인트까지 차 넣어야 비로소 17대17 동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레드스킨스의 '홈필드 어드밴티지'의 약발이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아이그마니나, 엑스트라 포인트를 실축한 것이다! 엑스트라 포인트는 어지간해선 백발백중인데, 킥 홀더가 공을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한 것!!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버캐니어스 17, 데드스킨스 16.

이 어처구니 없었던 순간을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하지만 레드스킨스 입장에선 그리 아쉬울 게 없을 것이다. 원래는 17대10으로 지는 것인데 심판의 오심 덕에 17대16으로 패한 게 전부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왕 운좋게 얻은 기회를 살려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까지 갔더라면 더욱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레드스킨스가 엑스트라 포인트를 성공시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 이겼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탬파 베이 버캐니어스가 모두 장님이 아닌 이상 경기 진행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금세 잡아냈을 테니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 이상하게 되었어도 버캐니어스의 승리로 끝났으니 망정이지 다섯 번째 다운 덕에 레드스킨스가 이기기라도 했으면 지금처럼 웃어넘길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 상황에 엑스트라 포인트를...?

아마도 킥 홀더/펀터 헌터 스미스(Hunter Smith)가 '이 경기는 레드스킨스가 이길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놓친 게 아니겠나 슬쩍 의심해 본다.

이것이 레드스킨스의 양심(?)적인 플레이였든 아니든 간에, 예술적(?)으로 경기에 진 것만은 사실이므로 마지막은 이 노래로...



댓글 6개 :

  1. 예전에 풋볼 가끔 볼때는 레드 스킨스가 정말 강했었는데요.^^
    88년 수퍼보울 결승에서 덕 윌리엄스의 워싱턴에 조 엘웨이의 덴버에게 1쿼터에 10대0으로 지다가 42대10으로 역전승했던게 기억납니다.
    92년인가 93년에도 한번 더 우승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ㅎㅎ
    버팔로 빌스 이겼던가... 확실히 기억은 안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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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심판이 오심으로 도와줬는데... ㅎㅎㅎ
    오심은 증말. 팬의 입장에선 엄청 짜증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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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덕 윌리암스가 아직도 수퍼보울을 우승한 유일한 흑인 쿼터백이죠.
    레드스킨스는 91년 시즌에 또 수퍼보울 우승했습니다.
    사실 90년대는 NFC East의 시대였죠.
    90년 시즌 수퍼보울은 뉴욕 자이언츠, 91년은 레드스킨스,
    그리고 92, 93, 95년 시즌은 달라스 카우보이스...ㅋ
    버팔로 빌스는 90년부터 93년 시즌까지 네 시즌 연달아 수퍼보울 패배...ㅋ
    근데 빌스를 수퍼보울에서 꺾은 팀들이 모두 NFC East 팀이었죠.
    레드스킨스와 빌스의 수퍼보울 경기는 라디오로 들었던 기억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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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맞습니다. 이제 기억나네요.
    빌스가 연달아 4번 연속 졌던게...ㅎㅎ
    쿼터백 이름이 무슨무슨 켈리 였던가 그랬는데요.

    그나저나 吳공본드님은 어떤 팀이 페이버릿 팀 인가요?
    야구는 별로 안좋아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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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만약 저 실수 덕에 레드스킨스가 이겼더라면 어찌됐을까 생각해 보면...ㅋㅋ
    오심이라는 게 짜증나긴 해도, 기억에 오래 남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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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당시 빌스 쿼터백이 짐 켈리였죠.
    4번 내리 패하긴 했어도 4 연속으로 수퍼보울에 올랐다는 건 대단하죠...^^
    빌스는 켈리가 은퇴한 뒤 아직도 쓸만한 주전 쿼터백을 못찾고 있습니다.
    넘버1 드래프트픽을 쿼터백에 쓰기도 했지만 아직 운이...ㅋ
    쓸만한 쿼터백 발굴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더라구요.
    지금 샌프란시스코도 과거엔 조 몬타나, 스티브 영이 있었지만...
    이들도 영 은퇴 이후 쿼터백을 못찾고 있죠.

    저는 NFL 팀은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제일 좋아하구요...ㅋ
    야구는 한국에 있을 때 프로야구 잠깐 좋아했던 게 전부입니다.
    OB 베어스, MBC 청룡 시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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