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28일 월요일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 과거가 현재를 이겼다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실화를 그린 영화 2편의 대결이었다. 영국 왕 조지 6세의 이야기를 그린 '킹 스피치(King's Speech)'와 소셜 네트웍 서비스 페이스북(Facebook)을 창설한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에 대한 영화 '소셜 네트웍(The Social Network)'이 작품상, 감독상 등을 놓고 맞대결을 벌였다.

그렇다. 하나는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고, 다른 하나는 불과 몇 년에 벌어졌던 일을 그린 현대극이다. '킹 스피치'는 젊은층이 그리 좋아하지 않는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이고, '소셜 네트웍'은 요새 인기를 끌고 있는 인터넷 소셜 네트웍 서비스, 페이스북에 대한 영화다. 그러므로 '소셜 네트웍'이 젊은층의 관심을 더 많이 받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 진행도 젊은 배우들이 맡았다. 제임스 프랭코(James Franco)와 앤 해더웨이(Anne Hathaway)가 바로 그들이다. 프랭코는 30대 초반이고 헤더웨이는 20대 후반이다. 해더웨이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대 최연소 진행자가 됐다.

시상식 진행을 젊은 배우들에게 맡긴 이유는 간단하다: 젊은층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프랭코와 해더웨이도 이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무대에 서자 마자 프랭코는 해더웨이에게 "Beautiful and hip"이라고 했고, 헤더웨이는 프랭코에게 "You look very appealing to younger demographic as well"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상식 결과도 '킹 스피치'보다 '소셜 네트웍' 쪽에 우호적이었을까? 진행도 새파란 배우들이 맡았으니 1020대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은 '소셜 네트웍'이 작품상 등 주요 부문을 수상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은 '킹 스피치'의 차지였다. 비록 4개 부문 수상에 그쳤지만 알짜는 다 빼갔다. '킹 스피치'가 음악상까지 받았더라면 '인셉션(Inception)'을 제치고 최다 수상작이 될 수 있었으나, 음악상이 '소셜 네트웍'에 돌아가면서 4, 4, 3으로 끝났다.

예상했던 대로 '소셜 네트웍'은 들러리였다. 주요 부문은 '킹 스피치'가 다 가져가고 '소셜 네트웍'은 젊은층을 의식해서 끼워넣은 영화라고 봤는데,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콜린 퍼스(Colin Firth)는 예상했던 대로 그의 첫 번째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영화감독 톰 후퍼(Tom Hooper)도 감독상을 받았다. 페이스북 팬들을 생각해서 감독상 정도는 '소셜 네트웍'의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에 줄 수도 있을 듯 했지만, 아카데미는 과감하게 '언프렌드'를 택했다. 브라보~!




혹시 감독상을 '킹 스피치'에 주고 작품상을 '소셜 네트웍'에 주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역시 이변은 없었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10편의 영화를 모은 영상이 시작하는 순간 어느 영화가 작품상을 받게 될 것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작품상 후보작 10편을 모은 영상은 한마디로 '킹 스피치 믹스' 였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킹 스피치'가 작품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이변은 없었다. 여우주연상은 예상했던 대로 '블랙 스완(Black Swan)'의 나탈리 포트맨(Natalie Portman)이 받았고, 남우조연상과 여우조연상은 '파이터(The Fighter)'의 크리스챤 베일(Christian Bale)과 멜리사 리오(Melissa Leo)에게 돌아갔다. 남우조연상은 몰라도 여우조연상은 '킹 스피치'의 헬레나 본햄 카터(Helena Bonham Carter)가 받아도 좋을 뻔 했으나, 2개의 조연상은 모두 '파이터'에게 갔다.

하지만 연기상에서도 이변은 없었으며, 전부 받을 만한 배우들에게 상이 돌아갔다.


그런데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진행을 맡은 앤 해더웨이와 제임스 프랭코는 말빨이 딸렸으며, 농담도 술술 늘어놓지 못했고, 시종일관 어딘가 어색해 보였다.

해더웨이는 깜찍한 척, 푼수인 척 하며 웃음을 자아내려 노력했지만 노래 실력을 뽐낸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썰렁했다. 제임스 프랭코는 여장을 하고 나와서 "챨리 쉰(Charlie Sheen)으로부터 텍스트 메시지를 받았다"는 농담을 했으나 골든 글로브 어워즈(Golden Globe Awards)의 진행을 맡았던 영국 코메디언 리키 저베이스(Ricky Gervais)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물론 저베이스가 지난 골든 글로브 어워즈에서 조금 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카데미가 시상식 시청률을 높이고자 한다면 그와 같이 한계선을 위험스럽게 넘나드는 인물에게 진행을 맡기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것 같다. 젊은층 시청자들을 의식해 젊은 배우들에게 진행을 맡기는 사탕발림 쇼로는 별 효과가 없어 보여서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무슨 중학교 학예회처럼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다음부턴 조금 아슬아슬해도 베테랑에게 진행을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과거 vs 현재, OLD vs NEW 대결에서 진 건 단지 '소셜 네트웍' 하나가 전부가 아닌 듯 하다.

댓글 6개 :

  1. 아직 소셜 네트웍 밖에 보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 들리는 얘기를 보면 킹스피치가 작품상 수상한건 당연하다 보여지네요.
    꼭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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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10개 영화 중에서 가장 상 받을 만한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네트웍은 좀 힘들었죠.
    완성도 같은 건 제쳐두더라도 그런 영화로는 작품상 힘들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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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킹스 스피치가 완벽하게 이겼군요... ㅎㅎㅎ
    낯익은 얼굴들도 많이 보이네요. Goo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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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오스카 트로피가 대부분 제 주인 찾아간 것 같더라구요.
    소셜 네트웍이 음악상을 받았다는 건 살짝 의외였지만,
    그 정도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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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킹스 스피치..국내에도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
    초반에 상 못받다가 감독상 받을 때 콜린의 얼굴..
    굳어있다가 활짝 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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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어디선가 3월 개봉이라고 본 것 같은데 아직 개봉 안 했군요.
    하기야 3월 된 지 며칠 되지도 않았으니...ㅋ
    전 '킹스 스피치' 프로듀서가 작품상 받고 보이프렌드에 감사 메시지 전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듀서 세 명 모두 남자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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