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로 끝나는 해엔 11일을 조심해야...

2011년 9월11일이 되면 9/11 테러 사건이 10주년을 맞는다. 2001년 9월11일 아침 하이재크된 항공기들이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 D.C의 건물에 충돌하는 테러 사건이 벌어진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뉴욕시의 상징이었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무너지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라이브로 지켜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2011년 3월11일, 믿어지지 않는 광경을 또다시 목격하게 됐다.

이번엔 테러가 아닌 쓰나미였다. 강력한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일본 북동부 해안가를 덮치는 헐리우드 영화에나 나옴 직한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몇 년전에도 해안가로 밀려오는 쓰나미 비디오를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거대한 파도가 해안가를 덮치면서 집, 자동차 등을 닥치는대로 휩쓰는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본 건 처음이었다.

태평양에 떠있는 섬에서 10년간 생활했기 때문에 쓰나미 워닝에 익숙한 편이었는데, 2004년 동남아 지역에서 발생한 쓰나미 사태에 이어 금년 3월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사태를 보면서 쓰나미 만큼 무서운 자연 재앙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살았던 곳에 쓰나미가 들이닥쳤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해 보니 일본 북동부의 상황이 남의 얘기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일본을 덮친 빌어먹을 쓰나미가 나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하와이로 밀려간다는 것이었다. 이 바람에 밤을 새면서 TV로 뉴스를 지켜봤다.

여기서 한가지 눈길을 끈 것은 일본 쓰나미 사태가 발생한 날이다. 2001년 9월11일엔 미국에 대규모 테러 사건이 터지더니 2011년 3월11일엔 일본에 대규모 지진/쓰나미/원전 방사능 유출이라는 어마어마한 사태가 발생했다. 9/11 테러와 마찬가지로, 일본 쓰나미 사태도 1로 끝나는 해(2011년)의 11일(3월11일)에 터졌다.

그렇다면 1로 끝나는 해의 11일엔 항상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일까?

20세기엔 어땠는지 모르겠어도 적어도 21세기에 들어선 1로 끝나는 해의 11일마다 대형 사건이 터지고 있는 듯 하다. 9/11 테러 테러 이전에만 해도 '나인 일레븐'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숫자에 불과했으나 테러 이후엔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이번 대형 쓰나미 사태가 발생한 3월11일, 즉 '쓰리 일레븐'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나인 일레븐'이 있다면 일본엔 '쓰리 일레븐'이 생긴 셈이다.

뿐만 아니라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지만 복구는 사실상 시간문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후유증이다. 일본인들이 아무리 지진과 쓰나미에 익숙하다고 해도 이렇게 고약한 사태를 겪은 이후에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과거처럼 살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거진 넌센스에 가까운 피해를 직접 당한 피해지역 주민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감내해야 할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9/11 테러 이후 미국도 많이 달라졌다. 출발 시간 직전에 공항에 도착해도 별 문제 없이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던 시절은 과거 얘기가 됐다. 못해도 세 시간 전부터 공항에 도착해 줄잡이를 하며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했다. 이전엔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만 꺼내놓으면 그만이었으나 테러 사건 이후엔 허리띠를 풀고, 신발까지 벗어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검사를 받아야 했다. 한 번은 검사대 직원에게 "나중엔 빤스까지 벗으라고 하겠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요샌 투시가 가능한 바디 스캐너까지 등장했다. 이 모두 9/11 테러 이전엔 구경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다.

또한 미국 국민들이 이전까지 별로 걱정하지 않았던 테러의 공포에 시달리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9/11 테러는 '저들이 무슨 방법으로 언제 또 테러를 기도할 지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라는 치유하기 매우 힘든 후유증을 미국인들에게 남겼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미국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이게 다 1로 끝나는 해의 11일에 벌어진 빌어먹을 사건들 때문이다.

하지만 도울 수 있는 길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고?

있다. 내가 2001년 9/11 테러, 2004년 동남아 쓰나미,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때 이용했던 방법이다. 나도 돈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이런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잊을만 하면 꼭 누가 사고를 치더라고...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