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4일 월요일

만약 미국 서부에 일본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다면...?

미국 남동부에 사는 사람들은 매년마다 북상하는 허리케인과 씨름을 해야 한다. 여름부터 겨울이 올 때까지 남쪽에서 줄기차게 올라오는 게 허리케인이다. 때로는 허리케인이 미국 북동부까지 올라오기도 하지만 플로리다(Florida) 주를 비롯한 남동부 지역 만큼 큰 피해를 당하는 경우는 없다.

이러한 까닭에 미국 남동부 지역 주민들은 허리케인이라고 하면 지겹다면서 고개를 흔든다. 몇몇은 이사를 하고 싶다고도 한다.

하지만 "그럼 미국 서부로 이사하지 그러느냐"고 물어하면 펄쩍 뛴다. 거기로는 절대 안 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지진 때문이다.

노스 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주에 사는 한 미국인은 "캘리포이나(California) 주에 사는 사람들은 매우 용감하거나 미쳤거나(nuts)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허리케인은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지진은 그렇지 않은 데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지진 다발 지역에서 생활하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매우 위험해 보인다는 얘기였다.

아마도 캘리포니아 주에 사는 사람들은 이에 대해 "그렇게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폭스 뉴스(Fox News)는 미국 서부에 규모 8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는 건 '만약'이 아니라 '언제냐'의 문제라고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에는 규모 8 이상의 강진이 250년마다 한 번 꼴로 발생하곤 했는데, 그러한 강진이 마지막으로 발생한 게 1700년도였던 것으로 추정되므로 새로운 강진이 발생할 때가 충분히 되도고 남았다고 한다.

물론 캘리포니아 주는 지진이 잦은 곳인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3월11일 강진과 쓰나미에 일본이 당하는 것을 본 미국 언론들은 "일본 만큼 지진과 쓰나미에 준비가 잘 되어있는 나라는 이 세상에 없다"면서, 만약 미국에 8.9(또는 9.0) 지진이 발생한다면 지금의 일본보다 피해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오레곤(Oregon), 워싱턴(Washington) 주 등 지진 다발 지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일본인들 만큼 지진, 쓰나미에 대한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라고 한다. 지진이야 종종 발생하는 만큼 대피 요령 등 어느 정도는 준비가 되어있겠지만, 쓰나미에 대해선 속수무책일 게 뻔하다. 쓰나미 워닝과 친숙한 하와이에 살면서도 쓰나미를 가장 큰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과연 캘리포니아, 오레곤, 워싱턴 주민들이 쓰나미에 대한 경각심을 어느 정도나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1985년 제임스 본드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에 인공지진을 일으켜 샌 프란시스코 베이(San Francisco Bay) 인근에 위치한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를 수장시켜 파괴한다는 플롯이 나온 적이 있다. 그 지역 일대가 지진 다발지역이라는 점에서 고안해낸 플롯이었다.



물론, 영화에서의 얘기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그 근처 해안에서 지난 3월11일 일본 북동부를 강타한 9.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엔 원자력 발전소도 2곳 있다. 하나는 L.A 북쪽 모레노 베이(Moreno Bay) 근처에 있는 Diablo Canyon Power Plant이고, 다른 하나는 L.A 남쪽에 위치한 San Onofre Nuclear Generating Station이다. 두 곳 모두 현재 멜트다운 위기에 처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과 마찬가지로 바닷가에 위치해 있다. 만약 캘리포니아 앞바다 해저에서 8.0 규모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면 후쿠시마 원전과 마찬가지로 지진-쓰나미 원투 펀치를 맞을 수도 있다.

물론 원전을 짓기 전에 여러 가지 조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전 주위에서 지진-쓰나미가 발생할 확률이 낮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얼마나 강한 지진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느냐'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뉴욕 타임즈에 의하면 모레노 베이 근처에 있는 Diablo Canyon 원전은 7.5 규모의 지진까지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을 강타한 지진이 8.9 또는 9.0이었는데 7.5까지가 전부라면 8.0 이상의 강진 발생 시 이상이 생길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아마도 쓰나미보다는 산불 걱정을 더 하고 있을 것이다. 캘리포니아에 매년마다 상당한 인명, 재산피해를 안기는 메이저 급 자연재해가 바로 산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The Great California Shake Out, Pacific Tsunami Warning Center 같은 데에도 관심을 조금 더 갖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천재지변 걱정을 가장 덜 하면서 살 수 있는 곳은 미국 동부의 워싱턴 D.C 근처인 듯 하다. 이곳도 여름엔 허리케인이 올라오고 겨울엔 눈이 오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면 마일드한 수준이다. 강풍, 폭우, 폭설 모두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가 못 된다.

물론 낭만적인 곳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리 친절하지도 않다. 워싱턴 D.C는 Travel + Leisure가 선정한 '방문자들이 뽑은 가장 친절한 도시' 35 곳 중에서 31위를 차지했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에서 가장 불친절한 도시 5위인 셈이다.

그렇다면 가장 불친절한 도시는 어디일까?

바로 로스 앤젤레스(Los Angeles)다.


California Love, eh?



댓글 6개 :

  1. 정말 캘리포니아에 대지진이 나면 일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런 캘리포니아에 미국에서 엄청난 거의 제일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건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보군요.^^

    吳공본드님은 DC 사시나 봅니다.
    거기도 치안이 상당히 불안하다던데요.ㅜㅜ

    오랜만에 듣는 투팩샤커의 캘리포니아 럽 참 좋군요~^^
    한때 제 셀폰 벨소리 였습니다.ㅋㅋㅋ

    아 참 오늘 찰리 힉슨의 silverfin 그래픽 노블 구입했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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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자연재해에는 피해갈 수 있는 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피해거 최소한으로 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도 지진 크게 나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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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치안...은 그렇게 불안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안 좋은 동네도 있지만 그런 데만 살짝 벗어나면 그리 위험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L.A 같은 경우엔 공해와 범죄도 신경쓰이더라구요.
    여기도 공기가 안 좋은 편이지만 L.A에 비하면 양반인 것 같습니다.
    범죄야 L.A 다운타운 언저리에서 벗어나면 덜하다지만,
    지진과 산불이라는 재연재해에선 벗어날 수 없죠.
    캘리포니아는 매력은 있지만 살기엔 그리 좋지 않은 곳 같더라구요.

    아, 실버스핀...^^
    전 요새 다른 책들을 읽느라 본드 쪽과는 살짝 멀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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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제 생각에도 한국에 대지진 나면 난리가 날 것 같습니다.
    서울이라고 하면 아파트가 제일 먼저 생각나는데요,
    그 많은 아파트들이 강진을 버틸 수 있겠는지 생각해 보면...
    아파트란 게 사람들을 차곡차곡 쌓아서 올려놓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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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서부든 동부든, 일단 시작되면 대재앙일 것 같아요...
    뭔가 큰 조짐이 보이는 듯...
    이사를 위해 박스를 구매해서,
    꽤 먼거리를 낑낑거리며 들고 왔더니 타자치기도 쉽지 않네요. ㅎㅎㅎ
    팔이 후들거리는 게 아주 죽겠습니다. ㅎㅎㅎ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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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일단은 Ring of Fire에서 벗어나야 지진/쓰나미 위협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 칠레, 인도네시아, 뉴질랜드 등지에서 계속 터지는 게 분위기가 안 좋아 보입니다.

    아이고, 이사를 하시나요?
    저도 이사라면 이골이 나서...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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