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28일 목요일

'매든 NFL 12' 커버보이는 페이튼 힐리스...?

EA 스포츠의 풋볼 비디오게임 '매든 NFL 12(Madden NFL 12)'의 표지를 장식할 커버보이가 확정됐다. ESPN의 스포츠네이션(Sportsnation)에서 팬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된 금년의 '매든 커버보이'는 페이튼 힐리스(Peyton Hillis).

잠깐! 페이튼... 누구라고?

많은 NFL 팬들은 '페이튼' 하면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의 수퍼보울 우승 쿼터백 페이튼 매닝(Peyton Manning)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매든 NFL 12' 표지를 장식할 선수는 페이튼 매닝이 아닌 페이튼 힐리스(Peyton Hillis)다.

페이튼 힐리스는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쿼터백 마이클 빅(Michael Vick), 아틀란타 팰컨스(Atlanta Falcons) 쿼터백 맷 라이언(Matt Ryan),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의 수퍼보울 우승 쿼터백 애런 로저스(Aaron Rodgers), 미네소타 바이킹스(Minnesota Vikings)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Adrian Peterson) 등 수퍼스타 후보들을 모조리 제치고 '매든 NFL 12' 커버보이로 선정되었다.

힐리스는 팬 투표 결선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 쿼터백 마이클 빅을 66% 대 34%로 제쳤다.



도대체 페이튼 힐리스가 누구냐고?

힐리스는 2008년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에 의해 7라운드에 지명되었다가 2010년 시즌 클리블랜드 브라운스(Cleveland Browns)로 팀을 옮긴 러닝백이다.

1라운드가 아니라 7라운드 픽이라고 했다.

쿼터백, 러닝백, 와이드리씨버 등 스킬(Skill) 포지션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탑 드래프트 픽 선수들이다. 뉴 잉글랜드 패트리어츠(New England Patriots) 쿼터백 톰 브래디(Tom Brady)는 6라운드 픽이었고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는 아예 드래프트되지도 못했던 루키 프리 에이전트 선수였으므로 예외도 있지만,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 쿼터백 드류 브리스(Drew Brees), 그린 베이 패커스 쿼터백 애런 로저스, 인디아나폴리스 콜츠 쿼터백 페이튼 매닝, 필라델피아 이글스 쿼터백 마이클 빅, 미네소타 바이킹스 러닝백 에이드리언 피터슨, 아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 와이드리씨버 래리 피츠제럴드(Larry Fitzgerald) 등 NFL 수퍼스타로 꼽히는 대다수의 선수들이 NFL 드래프트 1라운드 픽 출신들이다.

그런데 2010년 시즌 페이튼 힐리스가 눈에 띄었다. 수퍼스타 NFL 러닝백이 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선수였는데도 인상적인 플레이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힐리스의 플레이는 작년에 내가 뽑은 하이라이트에도 등장한다. 말이 나온 김에 힐리스의 하이라이트만 다시 한 번 보기로 하자.




그렇다. 페이튼 힐리스는 매우 익사이팅한 파워 러닝백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다.

하지만 그가 '매든 NFL 12' 커보보이가 될 만한 선수인지는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힐리스를 절대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보다 인지도가 훨씬 높은 선수들을 제치고 커버보이가 되었다는 사실은 뜻밖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힐리스가 커버보이로 선정될 수 있었을까?

팬 투표에 의해 힐리스가 선정되었으므로 일단 EA 스포츠가 그를 택한 것으로 볼 순 없다.

그렇다면 팬들은 왜 힐리스를 택했을까? 그가 작년 시즌 멋진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진실은 그게 아닐 것이다.

그럼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매든의 저주(Madden Curse)'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대부분의 NFL 팬들은 '매든의 저주'를 잘 알고 있다. NFL 팬이 아닌 비디오게이머들도 북미지역 게이머들이 '매든의 저주' 타령을 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시 아직 못 들어본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매든의 저주'란 EA 스포츠의 '매든 NFL '비디오게임 시리즈 표지모델로 선정된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 또는 부진으로 그 해 시즌을 말아먹는다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전통을 일컫는 말이다.

EA 스포츠는 90년대엔 '매든 NFL' 비디오게임 시리즈에 풋볼 선수를 표지모델로 사용하지 않았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퍼스타 선수들을 커버보이로 세우기 시작했다. 그 첫 타자가 당시 테네시 타이탄스(Tennessee Titans) 러닝백 에디 조지(Eddie George)였다.

아래 이미지 왼쪽은 1999년 플레이스테이션 용으로 발매된 '매든 NFL 2000' 커버. 오른쪽은 2000년 발매된 '매든 NFL 2001' 커버. 왼쪽의 '매든 NFL 2000'엔 전직 NFL 헤드코치이자 유명한 풋볼 중계방송 해설가인 존 매든(John Madden)이 표지모델인 반면, 오른쪽의 '매든 NFL 2001'엔 테네시 타이탄스 러닝백 에디 조지다.



아래 이미지는 지난 2000년 가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2(PlayStation 2)의 북미지역 발매에 맞춰 EA가 동시발매 타이틀로 선보였던 PS2 버전 '매든 NFL 2001'. 역시 에디 조지가 커버보이다.



풋볼게임 표지모델을 풋볼선수로 바꾼 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첫 번째 표지모델 에디 조지부터 시작해서 게임의 표지모델로 선정된 선수들이 줄줄이 그 해 시즌을 조지기 시작했다는 것.

에디 조지가 이름값(?)을 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금년에 페이튼 힐리스와 마지막까지 '매든 NFL 12' 표지모델 후보로 대결을 펼쳤던 마이클 빅은 지난 2003년 발매된 '매든 NFL 2004' 표지를 장식한 바 있다.

2004년 시즌 마이클 빅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하는 사람?

정규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발목 골절상을 입어 그 해 시즌을 그대로 날렸다. 당시 빅은 "매든의 저주는 진짜다. 내 뒤를 이어 게임의 표지모델이 될 선수에 행운이 따르길 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래 이미지는 당시 아틀란타 팰컨스 소속이었던 마이클 빅이 표지를 장식한 '매든 NFL 2004'.



물론 '매든의 저주'는 그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저주 따위를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매든 NFL' 비디오게임 시리즈의 커버보이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면 찜찜한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저주라는 걸 믿지 않는다 해도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매든 NFL 12' 표지모델 투표에 참여한 풋볼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무관한 선수를 뽑은 게 아닌가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수퍼스타 선수가 괜시리 표지모델로 선정되어 시즌을 조지게 되는 걸 원치 않은 풋볼 팬들이 자신이 아끼는 선수들이 표지모델로 선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로 인기가 없는 팀의 인지도가 낮은 선수에게 커버보이를 넘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힐리스에겐 좀 미안한 얘기지만, 그가표지모델 후보에 오른 선수들 중에서 가장 인기가 적은 팀의 선수라서 선정된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 투표에서 페이튼 힐리스와 마이클 빅이 맞붙었을 때 필라델피아 이글스 팬들은 100이면 100 모두 페이튼 힐리스을 택하지 않았을까 싶다. 마이클 빅이 '매든의 저주'의 희생양이 되는 걸 막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마이클 빅도 마지막까지 올라갔다는 게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를 좋아하는 팬들의 성원 때문이 아니라 그를 싫어하는 안티들 덕분에 거기까지 올라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빅은 불법 투견/개싸움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생활을 한 바 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안티들이 많은 편이다.

자, 그렇다면 EA의 입장에선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NFL 허가를 받은 PC, 콘솔용 풋볼게임은 '매든 NFL' 시리즈가 유일하므로 표지 모델이 누구든 간에 팔리게 되어있긴 하지만, 표지모델은 게임 판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EA 입장에선 인지도 높은 수퍼스타 선수가 표지모델로 선정되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년엔 그들이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은 듯 하다.

EA 스포츠는 팬 투표를 통해 '매든 NFL' 표지모델을 뽑는 방식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페이튼 힐리스를 깎아내릴 생각은 전혀 없지만 팬 투표 결과가 아무래도 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페이튼 힐리스야 말로 10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매든의 저주'를 걷어낼 임자인 지도 모른다. '매든의 저주' 덕에 표지모델이 되었다면 그 저주를 까부숴버리면 된다.

댓글 3개 :

  1. 두번째 영상은 질주네요... ㅎㅎㅎ
    마지막에 막히지만 않았어도,
    매든의 저주 읽어도 잘 모르겠지만, ㅋㅋㅋ
    맞습니다. 까부숴버리면 되죠 어떤 저주이건...

    답글삭제
  2. 매든의 저주가 사라져야 팬 투표를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부러 엉뚱한 선수에게 투표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거든요....^^

    답글삭제
  3. 감사히 보고 가요. 행복한 시간 되세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