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12일 화요일

미국 우체국엔 'DO NOT BEND' 뜻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일하나?

누군가가 나더러 "눈부시게 서비스 퀄리티가 떨어진 업종을 하나 꼽아보라"고 하면 "미국 우체국"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처구니 없는 분실 사고, 매우 의심스러운 'We Missed You' 소포 배달 뿐만 아니라 이젠 우체국 직원들의 영어 독해 능력까지 걱정해야 하는 판이 됐으니 말이다. 물론 대다수의 우체국 직원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하지만, 나처럼 '임자'에 걸린 재수가 없는 경우엔 우체국 로고만 봐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살면서 우체국의 엉망 서비스 때문에 이렇게 열이 받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해프닝은 내가 서류 봉투에 담긴 우편물을 받으면서 발생했다. 겉봉투에 'DO NOT BEND'라고 분명히 써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체통에 봉투가 꺾어진 채 쑤셔박혀 있었던 것!

봉투를 구겨서 우체통에 우겨넣어도 무방할 때가 많지만 내용물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렇게 하면 곤란할 때도 있다. 이러한 경우엔 대개 봉투에 'DO NOT BEND'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다.보내는 이가 직접 손으로 봉투에 쓸 수도 있고, 별도로 판매되는 'DO NOT BEND' 스티커를 구입해 붙일 수도 있으며, 스탬프로 찍을 수도 있는 등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다.

보내는 이가 겉봉투에 'DO NOT BEND' 경고문을 붙이는 이유는 우체국 직원이 봉투를 접거나 구기지 말고 빳빳한 상태 그대로 배달하라는 것이다. 유리 등 깨지기 쉬운 물건을 소포로 보낼 때 'FRAGILE'이라는 경고문을 박스에 붙여 '조심해서 다루라'고 당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봉투에 'DO NOT BEND'라고 적혀있으면 우체국 직원들이 봉투를 접거나 꺾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영어를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생겼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겉봉투에 'DO NOT BEND'라고 써 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서류 봉투는 우체통에 꺾인 채 쳐박혀 있었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보낸 이가 봉투가 꺾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넣은 카드보드 패드의 가운데가 접힌 것이 보인다.



물론 보낸 이가 조금 더 두꺼운 카드보드 패드를 사용했더라면 우체부가 서류 봉투를 쉽게 우체통에 쑤셔넣지 못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저것보다 훨씬 두꺼운 패드도 많다.

하지만 겉봉투에 'DO NOT BEND'라고 써있으면 카드보드가 얇아서 봉투가 접히더라도 빳빳한 상태로 배달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

그런데도 이들은 서류 봉투를 우체통에 쑤셔넣었다.

그렇다면 미국 우체국엔 'DO NOT EBND'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근무한단 말인가?

물론 봉투에 적혀있는 'DO NOT BEND'를 읽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의 부주의다. 봉투에 뚜렷하게 적혀있는 데도 보지 못했다면 그들이 일을 똑바로 하지 않았다는 소리밖에 안 된다.

어쩌다 한 번 실수한 것 가지고 너무 불평하는 것 아니냐고?

어쩌다 한 번이면 그냥 넘어간다. 문제는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봉투에 'DO NOT BEND'라고 써있는데도 우체통에 우왁스럽게 쑤셔박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몇 번 당했다.

물론 모든 미국 우체국의 서비스가 전부 이렇진 않을 것이다. 내가 재수가 없다 보니 '임자'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게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왠지 갈수록 더욱 엉망이 돼가는 것 같을 뿐이다. 우체국에 정내미가 떨어진 지 오래라 되도록이면 UPS나 FedEx 등 민영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려 필사적인 노력을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이 미국 우체국의 배달 서비스를 받아야만 하는 경우엔 우편물이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한다.

오죽 우체국 서비스가 미덥지 않으면 인터넷으로 장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구겨지면 안 되는 서류 봉투를 자주 보내는 것도 아닌데도 두툼한 카드보드 패드를 집에 사다놨겠수? 아무리 하찮은 우편물이더라도 성심성의껏 포장해서 보내지 않으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걸레가 된다는 생각이 들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소포의 경우에도 보낸 이가 안전을 고려해 수신 확인 서명을 하도록 해 놓으면 우체부가 배달을 아예 시도하지 않고 우체국으로 바로 가져가는 것 같았다. 일반 소포의 경우엔 문앞에 내팽개치고 가면 그만이지만 수신 확인 서명을 받으려면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게 귀찮아서인 듯 하다. 집에 사람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Sorry we missed you' 카드를 받은 경우를 몇 차례 유심히 확인해봤더니 (그렇다. 한 두 번이 아니라 상습적이다) 수신인 서명이 필요한 소포인 경우가 100%였다.

10여년 전만 해도 우체부와 선물까지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냈는데, 요샌 영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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