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2일 일요일

007 시리즈 최고 흥행작 '썬더볼'을 극장에서 보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제임스 본드 영화는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다. 하지만 티켓 가격 인플레이션을 따져 계산해보면 1위가 1965년작 '썬더볼(Thunderball)'로 바뀐다.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의하면, 인플레이션 조정을 하기 전 '썬더볼'의 티켓 판매 총액은 $63,595,658(959위)이지만 조정 이후엔 $599,896,000(28위)가 된다. 조정 이후 총액인 $599,896,000는 2008년 블록버스터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의 $595,742,300보다도 많은 액수다.

이쯤 되면 60년대 중반 제임스 본드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직접 체험해보지 못하고 이렇게 숫자 계산으로밖에 느낄 수 없다는 게 유감이긴 하지만, 6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007 시리즈의 인기가 실로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골치아프게 돈 계산 할 필요 없이 60년대의 제임스 본드 인기를 극장에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미국 워싱턴 D.C 근교의 메릴랜드 주 실버스프링에 위치한 AFI Silver가 지난 7월부터 클래식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상영하고 있는 덕분이다. 60년대에 나이가 너무 어렸거나 아예 태어나지도 않았던 바람에 6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들을 극장에서 볼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이번 주엔 007 시리즈 4탄 '썬더볼'의 차례.

올림픽도 재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미국과 프랑스의 런던 올림픽 여자 농구 결승전을 보다가 녹화 버튼을 누르고 극장으로 출동!


사실 '썬더볼'은 영화보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욱 드라마틱하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다.

'썬더볼'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영화화하길 바랬던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50년대 말 영화 프로듀서 케빈 맥클로리(Kevin McClory)와 스크린라이터 잭 위팅햄(Jack Whittingham)과 함께 스크린플레이를 만들면서 시작했다. 플레밍은 자신이 쓴 소설을 영화로 옮기길 바랐으나 맥클로리가 영화 제작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오리지날 스토리를 요구하는 바람에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스쿠바 다이빙, 해저에서의 전투, 핵무기 하이재크, 범죄조직 스펙터(SPECTRE) 등의 아이디어가 모두 이 때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007 영화 프로젝트는 돈문제와 젊은 케빈 맥클로리의 경험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흐지부지되었다.

문제는 60년대 초에 플레밍이 영화 제작을 위해 맥클로리, 위팅햄과 함께 준비한 스토리를 토대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 '썬더볼'을 쓰면서 비롯됐다. 맥클로리와 위팅햄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영화 제작을 위해 준비했던 아이디어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자 맥클로리와 위팅햄은 플레밍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결국 '썬더볼' 영화 판권과 스토리, 캐릭터 등에 대한 소유권을 갖게 됐다.

이 때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가 제임스 본드 소설 팬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국에서 007 소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자 캐나다의 영화 프로듀서 해리 살츠맨(Harry Salzman)이 플레밍의 제임스 본드 영화 판권을 사들였고, 미국의 영화 프로듀서 알버트 R. 브로콜리(Albert R. Broccoli)와 함께 플레밍의 소설을 기초로 한 007 영화 시리즈를 제작하게 됐다. 살츠맨과 브로콜리는 이미 준비가 많이 돼 있었던 '썬더볼'을 이어 받아 그들의 첫 번째 007 영화로 만들려 했으나 플레밍과 맥클로리 간의 법정싸움 때문에 포기하고 '닥터 노(Dr. No)'를 선택했다. 이렇게 해서 007 시리즈 1탄이 '닥터 노'가 된 것이다.

살츠맨과 브로콜리가 제작한 007 시리즈가 연속으로 흥행성공하자 맥클로리는 살츠맨, 브로콜리와 함께 공동으로 '썬더볼'을 제작하기로 합의한다. '썬더볼'의 영화 제작권을 쥐고 있었던 맥클로리와 007 시리즈의 흥행성공으로 돈 걱정을 하지 않게 된 EON 프로덕션(살츠맨, 브로콜리)이 서로 손을 잡은 것이다.

(자세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다음 기회로 미루자...)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게 바로 007 시리즈 4탄 '썬더볼'이다.

법정싸움으로 얼룩진 프로젝트인 데다 새로운 영화 프로듀서까지 추가된 만큼 제작진 사이에 어색하고 껄끄러운 감이 없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에선 이러한 어색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007 시리즈 1탄 '닥터 노'와 2탄 '위기일발/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를 연출했던 007 베테랑 영화감독 테렌스 영(Terence Young)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것이 아마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또한 바하마의 멋지고 화려한 트로피컬 경치부터 시작해 섹시한 본드걸과 유머, 액션, 가젯 등 007 시리즈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들이 모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해저에서 벌어지는 배틀 씬 등 영화의 스케일도 이전보다 커졌다.

제임스 본드의 인기가 치솟기 시작했을 때 더욱 커진 스케일로 돌아온 007 시리즈 4탄 '썬더볼'은 007 시리즈의 인기를 최고의 절정에 올려놓았다.

'썬더볼'이 개봉했던 60년대 중반은 제임스 본드가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시기로 꼽힌다. 장난감부터 시작해 수많은 제임스 본드 관련 제품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액션피겨, 모델 자동차 등 완구부터 시작해 향수, 학생용 도시락통에 이르기까지 007이 싹 쓸어버렸던 것.

아래 이미지는 미국 완구회사 길버트(Gilbert)가 60년대 중반에 선보였던 제임스 본드 플라스틱 피겨린 세트.


그러므로 60년대 중반에 청소년이었던 사람들은 당시 제임스 본드의 인기를 또렷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릴 적을 추억하는 중년 관객들이 극장에 많이 왔을 것 같다고?

AFI Silver는 '썬더볼'을 가장 규모가 큰 1관에서 상영했다. 이번 주엔 지난 주 '골드핑거' 만큼 관객들이 많이 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절반 정도는 찬 것 같았다. 항상 그랬듯이 이번에도 관람객 대부분은 60년대 당시를 기억할 만한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었으며, 영화가 끝나자 박수까지 터져나왔다. 60년대 클래식 영화를 아주 오랜만에 극장에서 다시 보니 감회가 무척 새로웠던 듯 했다. 어렸을 적에, 그것도 거진 50년 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봤을 때 그 느낌이 어떠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런 맛에 클래식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보는 것 아니겠수? 이미 여러 차례 본 영화를 극장에서 11달러 50센트를 주고 또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다음 주는 '두 번 산다(You Only Live Twice)'의 차례다!

댓글 2개 :

  1. 본문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에도 제임스 본드 컬렉션이
    발매된다고 합니다. 개별판으로도 발매된다고 하는군요.

    폭풍 지름신이 강림하셨습니다. 으헗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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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국서도 출시할 것 같았습니다. 비슷비슷한 시기에 전세계에서 다 출시되더군요.
    그러고 보니까 이제 한달밖에 안 남았군요. 1월달에 예약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저는 혹시 나올 수도 있는 한정판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매장별로 한정판이 각각 따로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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