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3일 토요일

'잭 리처',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그리고 톰 크루즈

톰 크루즈(Tom Cruise) 주연의 새로운 액션 스릴러 영화가 금년 12월 개봉한다. 제목은 '잭 리처(Jack Reacher)'.

잭 리처는 영국 소설가 리 차일드(Lee Child)의 스릴러 소설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다. 오는 12월에 개봉하는 영화는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소설 시리즈 중 하나인 '원샷(One Shot)'을 기초로 했으며, 한 때는 영화 제목도 소설과 같은 '원 샷'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후에 제작진은 영화 제목을 '원샷'에서 '잭 리처'로 바꿨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톰 크루즈가 잭 리처 역에 어울릴까?

리 차일드의 소설 시리즈를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잭 리처는 미 육군 헌병 출신의 키가 큰 거한의 사나이다.

이것 하나만 놓고 본다면 톰 크루즈는 잭 리처와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원작 캐릭터에 맞춘다고 체격이 좋은 배우에게 무작정 주연을 맡길 수도 없다. 무작정 때려부수는 단순무식한 액션영화로 비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원작의 캐릭터와 약간 어긋나는 데가 있더라도 연기 경험이 풍부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인 톰 크루즈에게 맡기는 게 안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톰 크루즈가 추적이 불가능할 만큼 매우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범죄 해결사' 역할에 어울릴까?

원작에서의 잭 리처는 체격이 좋을 뿐만 아니라 경찰의 추적을 쉽게 따돌릴 정도로 매우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미스테리한 사나이다.

잠깐!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본 것 같다고?


그렇다. 잭 리처는 미국 CBS의 인기 TV 시리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의 주인공 존 리스(짐 카비젤)와 비슷한 데가 많다. 경찰의 눈에도 띄지 않게 사건을 해결하고 귀신처럼 사라지는 존 리스는 리 차일드의 잭 리처와 매우 비슷한 캐릭터다. 존 리스와 잭 리처 모두 군 출신이란 점도 여러 공통점 중 하나다.

CBS의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시리즈를 보는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듯, 짐 카비젤(Jim Caviezel)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어둡고 진지한 '범죄 해결사' 존 리스 역에 아주 잘 어울린다. 카비젤은 때로는 귀신처럼 때로는 그림자처럼 움직이면서도 멋없이 딱딱하지도 않고 유머 감각도 대단히 풍부한 존 리스를 훌륭하게 연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의 존 리스는 제임스 본드의 위트넘치는 유머와 배트맨의 범죄 해결사 능력을 모두 갖춘 대단히 쿨한 캐릭터다.

그러나 파라마운드의 액션 영화 '잭 리처'에서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는 짐 카비젤처럼 어둡고 미스테리한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타잎이 아니다. 잭 리처는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의 존 리스와 상당히 비슷한 캐릭터인데 톰 크루즈는 이런 타잎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다. 크루즈는 외모부터 어둡고 미스테리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으며, 목소리 톤도 높아서 터프가이 역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키와 체격 뿐만 아니라 총체적으로 톰 크루즈는 잭 리처 역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다.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시리즈를 통해 액션 스타의 이미지가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007 시리즈의 동생뻘 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액션물이지 어둡고 무거운 톤의 미스테리한 터프가이 범죄 해결사 영화 쪽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톰 크루즈가 억지로 터프가이 연기를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영화를 크루즈에 맞추는 게 낫지 크루즈를 영화에 맞추려 하면 어색하고 이상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톰 크루즈의 '잭 리처'의 흥행 성공은 영화를 얼마 만큼 톰 크루즈에 알맞게 재단했느냐에 달렸다.

그러나 '잭 리처'의 스틸과 트레일러만 봐도 무언가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게 문제다. 영화를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스틸 몇 장과 트레일러만 보고서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톰 크루즈가 잭 리처 역에 어울리느냐는 캐릭터 문제를 떠나서 영화의 성격 자체에서부터 크루즈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만약 다른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면 영화를 아무리 톰 크루즈 맞춤형으로 만들었다 해도 흥행 성공하기 힘들 수도 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외면할 수 있어서다. 물론 크루즈의 스타 파워가 해결사 노릇을 할 수도 있어 보이지만...

과연 톰 크루즈의 영화 '잭 리처'에서도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의 존 리스와 같은 멋진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보기로 하자.

댓글 4개 :

  1. 톰 크루즈가 어둡고 미스테리한 캐릭터의 역한게

    마이클 만감독의 콜렉트럴이 있죠.


    그 영화를 보고 히야 탐크루즈가 이런 연기도 깔끔하게 잘하네 라는 생각을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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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콜래터럴은 스타일리쉬한 킬러 영화였지 어두운 범죄영화는 아니었죠.
    톰 크루즈가 맡았던 캐릭터도 잘 차려입은 세련되고 깔금한 프로페셔널 킬러였죠.
    악역이란 점을 제외하곤 MI 시리즈의 이든 헌트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터뷰 위드 뱀파이어와도 연결돼 보이는 캐릭터였죠.
    반면 리 차일드의 잭 리처는 그쪽과는 좀 다른 성격의 캐릭터입니다.
    잭 리처는 싸구려 옷을 아무렇게나 걸치고 다니는 우직한 캐릭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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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글과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서의 짐 카비젤의 연기는 참 멋지더군요.
    어두운 분위기와 톡톡 내뱉는 유머가 공존하는 정말 멋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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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진지한 톤에 적절한 수준의 유머까지 갖춘 쿨한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유머 파트는 잘 모르겠어도, 리 차일드의 잭 리처와 비슷한 데도 좀 있죠.
    근데 영화에선 리처 역을 톰 크루즈가 맡았으니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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