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Dan Brown)의 로버트 랭든 시리즈 네 번째 소설 '인페르노(Inferno)'가 얼마 전에 미국서 출간됐다. 그런데 '앤젤스 앤 디몬스(Angels & Demons)', '다 빈치 코드'까지는 그런대로 흥미있었으나 무대를 미국의 워싱턴 D.C로 옮긴 '로스트 심볼(Lost Symbol)'에서 큰 실망을 한 기억이 있어 금년 5월 중순에 새로 나온 '인페르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소설에선 랭든이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갔다니 '로스트 심볼'보단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지난 '로스트 심볼'만 해도 발매하자 마자 서점에 가서 하드커버로 사왔었는데, 이번 '인페르노'는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댄 브라운의 신작이 곧 나온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흥미는 끌렸어도 나오자 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하드커버를 집어 들 정도까진 되지 않았다. 종이책으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어지간한 책들은 아마존 킨들로 해결하는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난 '로스트 심볼'을 읽은 뒤 '로스트 인터레스트(Lost Interest)'라는 후유증이 생겼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서 이번 '인페르노'는 무겁고 짐이 되는 하드커버 대신 킨들 버전으로 읽었다.
과연 이번 '인페르노'는 지난 '로스트 심볼'보다 나은 소설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스트 심볼'보단 읽을 만했다. 빤히 들여다 보이는 스토리, 다소 엉성하거나 그리 놀랍지 않은 반전 등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로스트 심볼'보단 나았다. 지난 '로스트 심볼'을 읽을 때처럼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느낌이 수시로 불끈불끈 솟구치진 않았다.
'인페르노'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제임스 본드 + 제이슨 본 +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라 할 수 있다. 007 시리즈에나 나올 법한 바이오 테러 플롯(소설에 007 영화 '문레이커(Moonraker)'의 로케이션에 대한 설명이 나온 게 우연일까?),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에 빠진 채 정체 모를 조직에 쫓겨 도망다니는 로버트 랭든, 그리고 '셔터 아일랜드' 스타일의 뒤통수 치기 등이 한데 뭉친 소설로 보였다. 어떻게 보면 이전 작품보다 스케일이 더 커지고 보다 더 헐리우드화 된 것 같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크게 새로울 게 없어 보이는 소설이었다.
제목이 '인페르노'이고 겉표지에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Dante Alighieri)의 그림이 인쇄된 만큼 단테의 유명한 '디바인 코메디(Devine Comedy)'와 얽힌 중세 미스테리를 푸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단테의 '디바인 코메디'와는 거의 무관한 내용이었다. 단테의 '디바인 코메디'는 랭든이 사건 해결을 위해 풀어야만 하는 퍼즐과 얽혀있는 게 전부였을 뿐 메인 줄거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평범한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에 '중세 퍼즐 풀기'라는 로버트 랭든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을 억지로 끼워넣기 위해 '디바인 코메디'를 끌어와 붙여놓은 게 아니냔 의심도 들었다.
머리를 다치며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로버트 랭든이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아 어렴풋이 남아있는 단편적인 기억들과 흩어져있는 단서들을 주섬주섬 짜맞추며 미스테리를 풀어간다는 설정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어도 과히 나쁘진 않았다. 댄 브라운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 '인페르노'도 스타트는 익사이팅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스토리가 약간 이상한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바이오 테러를 계획하는 과학자 조브리스트의 모티브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느닷없이 트랜스휴머니즘 문제까지 튀어나오면서 너무 뒤죽박죽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쓸데 없이 이것저것을 집어넣어 요란하게 보이도록 꾸민 것으로 보였을 뿐 약간 지나치고 불필요해 보였다.
물론 댄 브라운의 로버트 랭든 소설은 짜임새 있는 구성보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암호와 심볼을 해독하며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재미에 읽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페르노'에선 이 부분에서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앤젤스 앤 디몬스'와 '다 빈치 코드'에선 스토리가 어떻든 간에 이곳 저곳을 휘젓고 다니면서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으나, '인페르노'에선 마치 이탈리아 관광 가이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테의 '디바인 코메디'부터 시작해서 이탈리아의 여러 곳을 돌며 암호, 심볼을 해독하는 파트가 로버트 랭든 시리즈의 포뮬라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미스테리 자체보다 디테일하게 묘사된 이탈리아 관광지들만 기억에 남았을 뿐 이곳 저곳을 오가며 미스테리를 푸는 데서 오는 익사이팅함이 이전 소설들보다 덜했다. 왠지 이번 '인페르노'는 전혀 다른 소설이 로버트 랭든 시리즈로 둔갑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 '인페르노'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난 '로스트 심볼'보다 많이 나아진 것만은 분명했다. 크고 작은 문제가 여전히 눈에 띄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로스트 심볼'처럼 고개를 젓게 될 정도로 유치하거나 한심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꺼내놓으면서 플롯을 쓸데 없이 복잡하게 만든 점, '반전을 통해 읽는 이의 뒤통수를 치려 한다'는 작가의 속셈을 이미 다 알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읽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서프라이즈'를 줄 것만을 찾는다는 점 등이 여전히 신경에 거슬렸지만 지난 '로스트 심볼'처럼 터무니 없이 허무할 정도로 실망스럽진 않았다. 스피디한 전개와 함께 지루할 틈 없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가볍게 읽고 내려놓기에 나쁘지 않은 소설이었다. 지난 '로스트 심볼'에 큰 실망을 했기 때문에 이번 '인페르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해야 하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번 소설은 아주 대단하지도 않았지만 아주 험악하지도 않은, '로스트 심볼'보단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결론적으로 평균 이상 정도는 되는 소설이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도 곧 영화화 될까?
댄 브라운의 소설은 스토리가 좋다/나쁘다를 떠나 영화보단 TV 미니시리즈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운의 소설이 길진 않지만 2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랭든이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좀 더 여유있게 지켜보면서 충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2시간짜리 영화보단 에피소드 10개 안팎의 미니시리즈로 옮기는 게 더 나을 듯 하다. 또한, 소니 픽쳐스의 로버트 랭든 시리즈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로 자리 잡은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 만큼 굳이 극화를 한다면 영화보단 TV 시리즈가 낫지 않겠나 싶다.
지난 '로스트 심볼'만 해도 발매하자 마자 서점에 가서 하드커버로 사왔었는데, 이번 '인페르노'는 그렇게 하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댄 브라운의 신작이 곧 나온다는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 흥미는 끌렸어도 나오자 마자 서점으로 달려가 하드커버를 집어 들 정도까진 되지 않았다. 종이책으로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 한 어지간한 책들은 아마존 킨들로 해결하는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지난 '로스트 심볼'을 읽은 뒤 '로스트 인터레스트(Lost Interest)'라는 후유증이 생겼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래서 이번 '인페르노'는 무겁고 짐이 되는 하드커버 대신 킨들 버전으로 읽었다.
과연 이번 '인페르노'는 지난 '로스트 심볼'보다 나은 소설이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스트 심볼'보단 읽을 만했다. 빤히 들여다 보이는 스토리, 다소 엉성하거나 그리 놀랍지 않은 반전 등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로스트 심볼'보단 나았다. 지난 '로스트 심볼'을 읽을 때처럼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느낌이 수시로 불끈불끈 솟구치진 않았다.
'인페르노'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제임스 본드 + 제이슨 본 +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라 할 수 있다. 007 시리즈에나 나올 법한 바이오 테러 플롯(소설에 007 영화 '문레이커(Moonraker)'의 로케이션에 대한 설명이 나온 게 우연일까?),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에 빠진 채 정체 모를 조직에 쫓겨 도망다니는 로버트 랭든, 그리고 '셔터 아일랜드' 스타일의 뒤통수 치기 등이 한데 뭉친 소설로 보였다. 어떻게 보면 이전 작품보다 스케일이 더 커지고 보다 더 헐리우드화 된 것 같았지만, 다른 한편으론 크게 새로울 게 없어 보이는 소설이었다.
제목이 '인페르노'이고 겉표지에 13세기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Dante Alighieri)의 그림이 인쇄된 만큼 단테의 유명한 '디바인 코메디(Devine Comedy)'와 얽힌 중세 미스테리를 푸는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읽어보니 단테의 '디바인 코메디'와는 거의 무관한 내용이었다. 단테의 '디바인 코메디'는 랭든이 사건 해결을 위해 풀어야만 하는 퍼즐과 얽혀있는 게 전부였을 뿐 메인 줄거리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었다. 이렇다 보니 평범한 미스테리 스릴러 소설에 '중세 퍼즐 풀기'라는 로버트 랭든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을 억지로 끼워넣기 위해 '디바인 코메디'를 끌어와 붙여놓은 게 아니냔 의심도 들었다.
머리를 다치며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로버트 랭든이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아 어렴풋이 남아있는 단편적인 기억들과 흩어져있는 단서들을 주섬주섬 짜맞추며 미스테리를 풀어간다는 설정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했어도 과히 나쁘진 않았다. 댄 브라운의 소설이 언제나 그렇듯 '인페르노'도 스타트는 익사이팅했다. 그러나 머지 않아 스토리가 약간 이상한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바이오 테러를 계획하는 과학자 조브리스트의 모티브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느닷없이 트랜스휴머니즘 문제까지 튀어나오면서 너무 뒤죽박죽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쓸데 없이 이것저것을 집어넣어 요란하게 보이도록 꾸민 것으로 보였을 뿐 약간 지나치고 불필요해 보였다.
물론 댄 브라운의 로버트 랭든 소설은 짜임새 있는 구성보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암호와 심볼을 해독하며 미스테리를 해결하는 재미에 읽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페르노'에선 이 부분에서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앤젤스 앤 디몬스'와 '다 빈치 코드'에선 스토리가 어떻든 간에 이곳 저곳을 휘젓고 다니면서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으나, '인페르노'에선 마치 이탈리아 관광 가이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단테의 '디바인 코메디'부터 시작해서 이탈리아의 여러 곳을 돌며 암호, 심볼을 해독하는 파트가 로버트 랭든 시리즈의 포뮬라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으며, 미스테리 자체보다 디테일하게 묘사된 이탈리아 관광지들만 기억에 남았을 뿐 이곳 저곳을 오가며 미스테리를 푸는 데서 오는 익사이팅함이 이전 소설들보다 덜했다. 왠지 이번 '인페르노'는 전혀 다른 소설이 로버트 랭든 시리즈로 둔갑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 '인페르노'도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난 '로스트 심볼'보다 많이 나아진 것만은 분명했다. 크고 작은 문제가 여전히 눈에 띄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로스트 심볼'처럼 고개를 젓게 될 정도로 유치하거나 한심하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것을 꺼내놓으면서 플롯을 쓸데 없이 복잡하게 만든 점, '반전을 통해 읽는 이의 뒤통수를 치려 한다'는 작가의 속셈을 이미 다 알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읽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서프라이즈'를 줄 것만을 찾는다는 점 등이 여전히 신경에 거슬렸지만 지난 '로스트 심볼'처럼 터무니 없이 허무할 정도로 실망스럽진 않았다. 스피디한 전개와 함께 지루할 틈 없이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가볍게 읽고 내려놓기에 나쁘지 않은 소설이었다. 지난 '로스트 심볼'에 큰 실망을 했기 때문에 이번 '인페르노'에 어느 정도 기대를 해야 하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번 소설은 아주 대단하지도 않았지만 아주 험악하지도 않은, '로스트 심볼'보단 나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결론적으로 평균 이상 정도는 되는 소설이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도 곧 영화화 될까?
댄 브라운의 소설은 스토리가 좋다/나쁘다를 떠나 영화보단 TV 미니시리즈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브라운의 소설이 길진 않지만 2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기엔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랭든이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좀 더 여유있게 지켜보면서 충분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려면 2시간짜리 영화보단 에피소드 10개 안팎의 미니시리즈로 옮기는 게 더 나을 듯 하다. 또한, 소니 픽쳐스의 로버트 랭든 시리즈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로 자리 잡은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 만큼 굳이 극화를 한다면 영화보단 TV 시리즈가 낫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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