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0일 월요일

요새 내가 즐겨 듣는 하우스 뮤직 2013 (5)

요새 유행하는 EDM(Electronic Dance Music)을 들어 보면 하우스 뮤직인지 트랜스 뮤직인지 헷갈리는 곡들이 많다. 멜로디 파트는 트랜스처럼 들리는데 나머지는 테크 또는 일렉트로 하우스처럼 들리는 곡도 많고, 사운드는 트랜스처럼 들리는데 멜로디나 분위기가 트랜스처럼 들리지 않는 곡들도 많다. 쟝르 상으론 '트랜스'로 돼있어도 듣기엔 트랜스가 아닌 것 같거나 정체가 불확실하게 들리는 곡들도 많다. 그래서 인지, 완전히 똑같은 곡이 트랜스와 하우스 쟝르 스토어에서 모두 판매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런 스타일의 곡들을 '트라우스(Trouse)'라 부른다. 트라우스는 '트랜스 + 하우스'라는 의미로, 하우스 뮤직과 트랜스 뮤직의 스타일이 모두 들어간 곡이 여기에 해당한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곡 하나로 하우스 뮤직 팬과 트랜스 뮤직 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체가 애매모호하다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You say house, I say trance" 논란이 90년대부터 이어져온 것이므로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닌 데다, 대부분의 캐쥬얼 뮤직팬들은 까다롭게 쟝르와 스타일을 따지고 들지 않으므로 정체가 모호해도 듣기에만 좋으면 그것으로 오케이다.

실제로, 금년 초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ltra Music Festival)의 마이애미 뮤직 위크(Miami Music Week) 웹사이트에 'The Future is Trouse'라는 기사가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기사는 트라우스 스타일을 "mix of uplifting trance, stomping progressive house beats and electro synths"라고 정의하면서, 트랜스다운 트랜스 뮤직을 선호하는 트랜스 뮤직 팬 등은 트라우스에 부정적일지 몰라도 트라우스는 미국에서 댄스뮤직의 인기를 이끄는 추진력 중 하나라고 썼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일렉트로 하우스의 인기에 트랜스 뮤지션들이 합승하면서 나오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 트라우스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지금도 변함없이 좋아하지 않고 있지만, 트라우스가 미국에서 댄스뮤직의 인기를 이끄는 추진력 중 하나라는 데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유러피언 트랜스 뮤지션들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하우스 뮤직에 트랜스 스타일을 곁들인 트라우스를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었으므로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자 그렇다면 이번 포스팅에선 트랜스 같으면서 하우스처럼 들리고, 하우스 같으면서도 트랜스 뮤직처럼 들리는 곡들을 한 번 들어보기로 하자.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할 곡들은 오피셜 쟝르로 '트랜스' 또는 '하우스'로 구별되었더라도 듣기엔 구분하기 애매한 곡들이며, 하우스라고 해도 맞고 트랜스라고 해도 맞는다는 생각이 드는 곡, 트랜스 뮤지션들이 발표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스타일의 곡들을 모아봤다.

첫 번째 곡은 Beat Service의 'On the Edge'.

리드 멜로디 파트는 트랜스에 가깝지만 자꾸 일렉트로 사운드가 묻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기어이 미니멀한 테크-일렉트로 하우스 쪽으로 이동한다. 그럼에도 이 곡의 쟝르는 공식적으로 '트랜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트랜스 곡이라 하기 어려우며, 논스탑 믹스를 하더라도 트랜스보다 하우스 곡들과 잘 어울리는 곡이다.


다음은 Andrew Stets의 'Asteroid'.

이전 하우스 뮤직 포스팅에 Omnia, Eximinds의 몇몇 트랜스 스타일 곡들을 하우스 뮤직(또는 트라우스)으로 분류한 적이 있는데, Andrew Stets의 'Asteroid'도 마찬가지다. 이 곡 역시 사운드는 트랜스 뮤직처럼 들리지만 멜로디와 분위기 등은 일렉트로 하우스에 가깝다. 위에 소개한 Beat Service의 'On the Edge'의 리드 멜로디는 트랜스 스타일에 가까운 반면 Andrew Stets의 'Asteroid'는 멜로디부터 트랜스 뮤직답지 않다. 몇몇 Omnia와 Exmiminds의 곡들도 바로 이러한 똑같은 이유에서 트랜스 뮤직보다 하우스 뮤직 쪽에 더 가깝게 들렸던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이 곡 또한 오피셜 쟝르는 '트랜스'가 되겠지만, 트랜스 뮤직을 오래 듣던 사람들의 귀엔 정상적인 트랜스로 들리지 않을 만한 곡이다. 이 곡이 트랜스 쟝르로 들어간다는 건 놀라울 게 없지만, 내 귀엔 트랜스보다 일렉트로 하우스 변종에 더 가깝게 들린다. 좀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트라우스...


이런 풍의 트라우스 곡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일렉트로 하우스 곡을 하나 소개하자면...

Omnia, Eximinds의 몇몇 곡들과 위에 소개한 Andrew Stets의 'Asteroid'와 바로 연결해 논스탑 믹스 들어가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듯 한 일렉트로 하우스 곡이다.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다음 곡은 Orjan Nilsen의 'No Saint Out of Me'.

'No Saint Out of Me'는 2010년에 발표한 'So Long Radio' 만큼 디스코인지 하우스인지 트랜스인지 헷갈리는 곡은 아니지만, Orjan Nilsen의 스타일이 약간 헷갈릴 때가 자주 있다. Nilsen도 트랜스 색체가 뚜렷한 곡을 발표할 때도 있지만 'No Saint out of Me'는 하우스 색이 짙은 곡이다.


다음은 Tritonal의 'Bullet That Saved Me' Ilan Bluestone 리믹스.

주로 드림, 업리프팅 스타일의 트랜스 뮤직을 하던 Tritonal이 이번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곡을 선보였다.


다음은 Mark Eteson & Luke Bond의 '4 Days Out'.

주로 업리프팅 트랜스를 하던 영국 트랜스 뮤지션 Mark Eteson과 Luke Bond도 이번엔 하우스 냄새가 나는 곡을 선보였다. 아래의 오리지날 믹스는 업리프팅 스타일의 미드템포 트랜스 곡으로 볼 수 있지만 하우스 뮤직 냄새도 풍긴다. 물론 '쟝르 상'으론 트랜스에 속하는 게 옳을지 모르지만, 듣기엔 트랜스보다 하우스 쪽에 더 가깝게 들리는 곡이다.


보너스로, 리믹스 버전도 들어보기로 하자.

같은 '4 Days Out'을 Tom Fall이 보다 더 하우스 풍으로 리믹스한 곡이다. 이 버전은 위의 오리지날보다 좀 더 하우스 쪽에 가깝게 들리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큰 차이가 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음은 Cosmic Gate의 'Storm Chaser' KhoMha 리믹스.

독일의 유명한 트랜스 듀오 Cosmic Gate도 트라우스 스타일의 곡을 선보였다. 멜로디 파트는 트랜스 뮤직에 가깝게 들리지만 그 나머지는 테크 하우스나 일렉트로 하우스로 들린다. 그래도 여전히 '쟝르 상'으론 트랜스로 분류될 수 있지만, 이런 곡도 정상적인 트랜스로 보기 어렵다.


다음 곡은 Armin van Buuren & NERVO의 'Turn This Love Around'.

90년대부터 트랜스 곡을 발표한 유명한 네덜란드 트랜스 뮤지션 Armin van Buuren이 호주의 NERVO와 함께 하우스 풍의 곡을 선보였다. 이 곡은 트랜스로 오해받을 일이 거의 없어 보이지만, Armin van Buuren이 워낙 유명한 트랜스 뮤지션이다 보니...^^


다음은 Tiesto, Quintino & Alvaro의 'United'.

90년대부터 트랜스 뮤직을 발표했던 네덜란드 트랜스 뮤지션 Tiesto와 하우스 뮤지션 Quintino와 Alvaro가 함께 한 곡이므로 트라우스 스타일에 속하는 곡이다. 사실 '트라우스'라는 표현을 제일 먼저 사용한 게 Tiesto인 것으로 알려져있으므로, Tiesto가 내놓는 대부분의 곡에서 트라우스 냄새가 나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다음 곡은 Paul van Dyk의 'Symmetries' Maarten de Jong 리믹스.

90년대부터 트랜스 뮤직을 발표한 독일의 유명한 트랜스 뮤지션 Paul van Dyk도 트라우스 스타일의 곡을 선보였다. 이런 곡도 '쟝르 상'으론 트랜스로 분류될 수 있지만, 듣기엔 멜로디 파트부터 거의 모든 부분이 하우스 쪽에 더 가깝게 들린다.


이번 포스팅 마지막 곡은 Gina Star의 'Bliss'.

미국의 하우스 뮤지션 Gina Star의 'Bliss'를 비롯해 요새 유행하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스타일 곡들을 들어보면, 멜로디가 전통적인 하우스 뮤직 수준을 넘어 업리프팅 트랜스처럼 들리는 곡들도 제법 많다. 트랜스가 하우스를 닮아가는 사이 하우스도 멜로디를 보강하면서 트랜스에 가까워지고 있는 듯 하다.


"Dance music has grown and evolved to the point where it’s hard to categorize tracks" - Miami Music Week

EDM을 즐겨 들어온 사람들에겐 새삼스러운 말이 아니겠지만, 클럽뮤직은 칼로 두부를 자르듯 깔끔하고 명백하게 쟝르를 구별하는 것이 힘들다. 쟝르는 고사하고 요샌 서브 스타일도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요새 유행하는 트라우스와 비슷한 퓨젼, 하이브리드 스타일은 과거 클럽뮤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90년대 유행했던 유로댄스가 하우스와 Hi-NRG 등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스타일이었고, 2000년대 유행했던 핸스업 또는 하드댄스 또는 유로트랜스로 불리는 스타일도 트랜스와 Hi-NRG 등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스타일이었다. 그러므로 2010년대엔 트랜스와 하우스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스타일, 즉 트라우스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스타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따라서 쟝르와 스타일을 분간하기 어려운 댄스곡들이 앞으로 계속 나올 수도 있다. 마이애미 뮤직 위크의 기사처럼 싫든 좋든 그것이 미래인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가지 생각해 보자 - 이런 마당에 프로그레시브 트랜스와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굳이 구별할 필요가 있을까? 드림, 에픽, 테크, 발리어릭, 업리프팅, 싸이키델릭 등 트랜스 뮤직의 다양한 서브 스타일을 따지는 것은 문제될 게 없어도 템포, 멜로디, 사운드 등이 서로 엇비슷해진 트랜스와 하우스 곡을 놓고 이것이 트랜스냐 하우스냐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

내가 볼 땐 시간낭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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