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5일 목요일

'본드24'에서 고쳐야 할 점 (2) - 제임스 본드

지난 2005년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를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치게 과장된 코믹북 수퍼히어로 스타일이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보다 리얼한 쪽으로 바꾸려던 것이었다. 로저 무어(Roger Moore) 이후에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으로 교체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이후에 다니엘 크레이그로 교체하면서 007 시리즈의 스타일과 분위기도 함께 바꾸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크레이그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까지는 만족스러웠다. 007 제작진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새로운 007 시리즈와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 것인지 비젼이 뚜렷해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부터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세 번째 영화 '스카이폴(Skyfall)'에선 요새 유행하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를 모방했다.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임스 본드로 선택한 이유가 007 시리즈에서 우스꽝스러움을 걷어내고 보다 리얼하고 묵직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 너무 오버를 하면서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 캐릭터 만들기가 삐걱이자 세 번째 영화 '스카이폴'에선 크레이그의 본드 캐릭터를 코믹북 수퍼히어로처럼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보다 진지하고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라고 데려온 다니엘 크레이그에게 똥폼 잡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시늉을 내도록 만든 것이다.

보다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제임스 본드를 기대했던 본드팬들에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크레이그는 액션 히어로나 코믹북 수퍼히어로 타잎이 아니기 때문에 굳은 얼굴로 똥폼 잡고 터프가이 시늉을 내는 게 코믹하다 못해 약간 어리버리해 보였다. 어린 아이가 수퍼맨 커스튬을 입고 뒷뜰에서 뛰노는 것처럼 보였다고 할까? 다니엘 크레이그는 강한 포스와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히어로 타잎이 아니라서 억지로 이상한 시늉을 하는 크레이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솟구치는 웃음을 삼켜야 했다. 그나마 제임스 본드라는 유명한 캐릭터 덕분에 썰렁함이 어느 정도 커버되었지만, '도대체 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정도는 되지 않았다.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는 찰리 허냄(Charlie Hunnam)이나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 등과 같은 젊고 건장한 배우들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다. 수퍼히어로 스타일의 제임스 본드 역엔 크레이그보다 허냄이나 헴스워스와 같은 키가 크고 체격이 좋은 젊은 배우들에게 더욱 잘 어울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젊지도 않고 건장하지도 않다. 크레이그가 아무리 근육을 키운다 해도 찰리 허냄이나 크리스 헴스워스처럼 건장한 근육질의 몸이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크레이그는 그런 스타일의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만든 티가 바로 난다. 게다가 이미 나이도 4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달리고 있다. 웃통 벗고 "I'm too sexy" 타령할 때가 지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레이그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어쌔신", "수퍼히어로"라고 칭하곤 했다. 제임스 본드가 언제부터 '어쌔신', '수퍼히어로'가 되었나? 비디오게임, 수퍼히어로물 등과 친숙한 요즘 청소년들과 눈높이를 맞춰보려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자꾸 그러면 덜 떨어져 보인다.

그렇다면 크레이그는 어떠한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릴까?

로저 무어(Roger Moore)는 부유하고 유머러스한 플레이보이 젠틀맨 에이전트라는 그와 잘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진지한 드라마에 잘 어울리던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 역시 그와 잘 어울리는 차갑고 진지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선보였다. 여성용 멜로영화 주인공으로 더욱 잘 어울려 보였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은 제임스 본드로써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으나 전형적인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을 알아볼 수 있었다.

문제는 크레이그다. 이상하게도 007 제작진은 크레이그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아주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듯 하다.

'카지노 로얄'에선 "젊고 투박하고 원작소설의 캐릭터에 가까워진 제임스 본드"라는 설명이 통했다. 왜냐, '카지노 로얄'이 이언 플레밍의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을 기초로 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번째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바로 이어지는 영화였기 때문에 제임스 본드 캐릭터도 '카지노 로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계속해서 "젊고 투박한 제임스 본드"로 밀고 가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콴텀 오브 솔래스'가 신통치 않은 반응을 얻자 007 제작진은 겁을 먹었는지 허겁지겁 또 다른 캐릭터를 찾아나섰다. 그것이 바로 '스카이폴'의 코믹북 수퍼히어로 워너비 캐릭터다. '스카이폴'의 제임스 본드는 거칠게 몸으로 때우는 이전의 본드 캐릭터에 똥폼 잡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이미지를 입혔다. 제임스 본드를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처럼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코믹북 수퍼히어로 워너비?

아마도 지난 '스카이폴'이 돈을 제법 벌어들였으니 그쪽으로 굳히려 할 게 분명해 보인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자신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역에 잘 어울리는 것으로 착각하는 듯 하고, 대단히 한심스럽게 '스카이폴'을 만든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이 메시아 대접을 받으며 '본드24'로 돌아왔으니 '본드24'도 13세 소년들을 위한 영화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수퍼히어로물과 어울리지 않는 영화배우와 영화감독이 유행을 따라간다며 또 괴상한 잡탕을 내놓지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 따위의 유치한 코믹북 수퍼히어로 흉내내기 영화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다. 크레이그는 평범한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이지 똥폼잡는 터프가이 수퍼히어로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다. 유니버설의 SF영화 '카우보이 앤 에일리언(Cowboys & Aliens)'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터프가이 히어로 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레이그에게 그러한 역, 그것도 웨스턴 터프가이 역을 맡겼기 때문이다.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개성이 없다. 제임스 본드 영화를 세 편씩이나 찍었으면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이것이다'라는 게 바로 떠올라야 정상인데, 아직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 "크레이그의 본드는 과거와 이렇게 다르고 저렇게 다르다"며 차이점을 꼽을 순 있겠지만, 그런 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다르다'는 차이점 하나 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본드들과 차이점이 있다고 해서 크레이그만의 독특하고 개성있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가 완성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과거의 본드들과 차별화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임스 본드 이미지 자체를 벗어던지려 하고 있다. 크레이그 이전에 이미 다섯 명의 영화배우가 그들만의 개성이 돋보이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선보였기 때문에 그들과 차별화를 하려다 보니 제임스 본드 캐릭터 자체와도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크레이그에게 어울리는 개성있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개발할 생각은 않고 무조건 과거의 본드들과 다르게 보일 생각만 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식으로 해서 정상적인 캐릭터가 나올 수 있겠는가?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가장 제임스 본드처럼 보이지 않는 제임스 본드"로 기억될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제 더이상 제임스 본드로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 코스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 '제임스 본드'로 보이지 않는다. 왜냐, 크레이그만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 즉 'PERSONALITY'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정사정 없어 보이다가도 한순간에 살살 녹아내리는 두얼굴을 가진 숀 코네리(Sean Connery), 여유만만한 플레이보이 탐정 스타일의 로저 무어, 지적(知的)이고 진지한 티모시 달튼 등 정체와 특징이 뚜렷했던 이전의 본드들과 비교해 보면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는 꼭두각시 인형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영화상에선 그래도 여전히 쿨해 보일 수 있지만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정확하게 어떤 캐릭터인지 아직도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크레이그의 본드는 '똥폼 잡으며 몸으로 때는 터프가이 액션 히어로'라고 대충 종합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는 헐리우드에 쌔고 쌨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크레이그는 그런 캐릭터에 어울리는 배우도 아니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는 어떤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잘 어울릴까?

다니엘 크레이그는 평범한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배우다. 그러므로 그에게는, 당연하겠지만, 평범한 제임스 본드가 가장 잘 어울린다. 007 제작진은 크레이그의 본드를 평범한 캐릭터로 묘사하기 위해 다치고, 실패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이는 평범하고 리얼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묘사하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정도는 신선하게 보일 수 있지만 계속해서 그런 것만 붙들고 늘어지면 보여줄 게 그것밖에 없는 것처럼 비쳐진다.

그 대신 담배를 많이 피우고 술을 많이 마시는 캐릭터로 설정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깔끔하게 완벽한 캐릭터가 아닌 점을 보여주는 쪽이 훨씬 자연스럽다. 최근 들어 007 제작진이 제임스 본드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캐릭터로 묘사하는 바람에 점점 우스꽝스러워지고 있는데, 제임스 본드는 절대 완벽한 캐릭터가 아니다. 제임스 본드는 술, 담배를 심하게 하고 인종차별을 하는 등 여러 하자가 있는 캐릭터다. 항상 선하고 올바른 행동만 하는 롤모델 타잎 히어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엎어지고 얻어터지는 씬만으로 완벽하지 않은 제임스 본드를 표현하려 하지 말고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제임스 본드의 이면엔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다크 사이드'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게 좋을 듯 하다.

이와 함께 정보 수집을 하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평범하고 사실적인 제임스 본드를 보여주려면 실제 CIA나 MI6의 케이스 오피서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물론 제임스 본드의 세계는 아무리 사실적으로 변화를 준다 해도 존 르 카레(John Le Carre)의 소설처럼 바뀔 순 없다. 하지만 크레이그에겐 존 르 카레 스타일의 리얼하고 그리티(Gritty)한 세계에 보다 잘 어울린다. 그러므로 007 시리즈 범위 내에서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약간 더 사실적인 실제 MI6 오피서처럼 묘사하면 다니엘 크레이그에 보다 잘 어울릴 듯 하다. 본드가 정보 수집을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겁을 주기도 하고 때론 달래기도 하는 씬이 나오면 분위기가 제법 살 듯 하다. 적에게 살해당할 위협에 초조해하는 정보원(에이전트)에게 "안전하게 보호해 주겠다"는 약속을 해주며 안심시킨 뒤 정보를 뽑아내고, 때로는 거짓말도 태연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머리를 짧게 하고 근육을 키울 필요가 없다. 머리를 짧게 한다고 젊어 보이지도 터프해 보이지도 않으며, 블론드라는 사실을 감추는 효과도 없다. 그러므로 제임스 본드에 잘 어울리는 월스트리트 비즈니스맨 스타일의 헤어스타일을 해야 보다 자연스럽게 보인다. 근육 역시 마찬가지다. 제임스 본드는 '스파르타쿠스(Spartacus)'에서 튀어나온 듯한 근육질의 워리어가 아니다. 제임스 본드는 보통 체격에 고급 수트를 즐겨 입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캐릭터지 툭하면 웃통을 벗는 앤토니 위너(Anthony Weiner) 타잎의 노출광이 아니다. 전세계의 성인 남성들이 제임스 본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경치 좋은 휴양지에 고급 자동차를 타고 나타나 미녀를 옆에 끼고 고급 술과 음식을 즐기는 제임스 본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남성 매거진 '플레이보이' 스타일의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는 남성들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는 긴장을 풀고 삶을 즐기는 타잎과는 거리가 멀다. 긴장을 풀 겨를이 없는 어둡고 고단한 삶을 사는 게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다. 지난 '콴텀 오브 솔래스' 때엔 이 점을 지적한 미국 영화 평론가들이 여럿 있었다.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영화를 볼 땐 이전과 달리 '제임스 본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급스럽고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제임스 본드를 볼 땐 '나도 한 번 저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밤낮 두들겨 맞고 징징거리며 개고생만 하는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는 '노땡큐'라는 것이다. 하지만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가 원래 그런 쪽이므로 이제 와서 또 변화를 준다는 건 무리인 듯 하다. 싫든 좋든 거기까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1%에 속하는 헐리우드가 영화에선 99% 시늉을 내기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므로 제임스 본드도 그 빌어먹을 '유행'을 따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격렬한 운동을 한 듯한 제임스 본드의 몸까지 등장하면 한마디로 '오버킬(Overkill)'이다. 본드팬들은 역기 들고, 뛰어다니고, 얻어터지고, 굴러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톤까진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제임스 본드를 보기만 해도 어딘가 쑤시는 듯한 통증이 느껴지게 만들 필요는 없다. 크레이그가 역대 제임스 본드 중에서 가장 단신이라는 점을 몸 불리기로 커버하려는 것처럼 보일 뿐 쓸모없어 보인다.

또한 무의식 중에 인상을 찡그리며 쓴웃음을 짓게 만들 정도로 유치한 똥폼 잡기를 그만둘 필요가 있다.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SWAGGER'를 보태려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부자연스러운 정도가 아니라 우스꽝스럽게 보일 정도로 유치한 대사와 똥폼 잡기는 올바른 해법이 아니다.

가장 유치했던 '스카이폴'의 씬 중 하나는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실바(하비에르 바뎀)에게 "Resurrection"이라고 말하는 씬이다. 피식 웃음이 나온 정도가 아니라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유치하고 바보스러웠던 씬 중 하나다.


또 다른 씬은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M(주디 덴치)이 안개 낀 스코틀랜드에서 본드의 어릴 적 이야기를 나누는 씬이다. 본드팬이라면 '스카이폴' 제작진이 굳이 왜 저 장소를 택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며, 뜬금없이 본드의 가족사 얘기를 왜 집어넣었는지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설득력 떨어지는 플롯은 다음 기회에 논하기로 하자) 그러나 본드가 낮은 목소리로 "You know the whole story...", "Storm is coming..."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지나치게 과장돼 보였다.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똥폼잡는 건 크레이그에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다. 패션모델처럼 폼만 그럴싸하게 잡던 피어스 브로스난에 지쳐있었는데 그런 쪽에 어울리지도 않는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그런 걸 흉내내면 한심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아래 이미지를 보면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크레이그의 모습이 굉장히 경직되고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좀 멍한 친구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불X을 긁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와 같이 쿨하고 멋지게 보이기 위해 억지로 폼을 잡는 건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제임스 본드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을 베끼는 데 혈안이 되어있으므로 보다 사실적인 '스파이' 캐릭터를 만들 생각보다 청소년들이나 넘어가 줄까말까 한 겉으로만 뻔지르하고 속은 비어 있는 캐릭터를 만들 생각을 하고 있을 듯 하다. 박스오피스-프렌들리 스타일로 만든 거품 천지의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 '스카이폴'이 계획했던 대로 흥행에 성공하니까 그게 흥행 포뮬라라고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하다. 유명한 영화감독, 똥폼잡는 영화배우, 속은 비었어도 겉으론 요란거창해 보이는 세팅 등등으로 한 번 더 울궈먹을 생각을 하고 있을 듯 하다. 그러므로 '본드24'도 얄팍한 애들 장난 수준 영화가 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2013년 여름 완성도와 스토리는 뒤로 한 채 유행만 쫓으며 화려한 VFX로 승부하려던 비슷비슷한 빅버젯 영화들이 줄줄이 흥행에 참패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헐리우드 유명 배우가 출연했어도 흥행참패를 막지 못했다. 물론 '본드 24'는 유명한 캐릭터 제임스 본드가 버티고 있으므로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이 한 것처럼 흥행참패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런 식으로 쉽게 쉽게 돈벌이하는 것도 언제까지 가능할 지 모르는 일이다.

그것이 안 통할 때가 되면 아마도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보도가 또 나오겠지...

댓글 9개 :

  1. 제발 그만좀 하세요..
    항상 다니엘크레이그와 스카이폴 제작진에 큰 원수라도 진 듯이 집요하게 1년째 물어뜯으시네요
    스카이폴이 007 역사상 최고의작품이란건 비평 흥행 양쪽에서 모두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본드 소식 다루는 블로그라 RSS 구독하고 있었는데 제목 볼때마다 현기증이 나네요 이젠..
    이젠 구독 해제해서 다신 오지 않겠지만
    스카이폴은 한낱 싸구려 액션이던 007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역대 최고의 본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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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맘에 들지 않는 것을 맘에 안 든다고 하는 것입니다.
      비평과 흥행 양쪽 결과가 어찌 나왔든 절대적으로 그걸 따를 순 없죠.
      그건 그거고 제 생각은 제 생각이죠.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고 거기에 맞출 순 없습니다.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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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본드 무비는 항상 무언가를 새로 창조하기보단 트렌드를 쫓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고 그게 잘 안 되었을때는 옥토퍼시나 문레이커 퀀텀오브솔러스 같은 작품이 나왔죠
    스카이폴 역시 007 시리즈 내내 이어지던 유행하는 캐릭터 따라잡기를 피해갈순 없었지만 그 성취는 다크나이트보다 위대했다고 봅니다
    007이 애초에 독창적인 무언가를 창조해내던 건 숀 코네리 시절 스파이 오락 영화의 트렌드를 만든 이후로 없었으니까요
    거기다 마초느낌 가득한 게이마저 싫어할 상 마초 본드가 나오면 007은 흥행상 망해버리고 말것입니다 역대 최고 월드와이드 수입을 기록중인 다니엘의 작품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고요
    로저무어 피어스브로스넌의 비루한 몸은 007의 흑역사이지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오히려 다니엘의 몸은 숀코네리의 보디빌더 몸의 화려한 귀환이라 할수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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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07 시리즈는 트렌드를 쫓는 방향으로 간 게 아니라 자기네들이 하던 방식을 계속 반복했죠.
      007 시리즈가 트렌드를 쫓은 사례가 몇 편 있지만 그것도 007 포뮬라 내에서의 얘기죠.
      시대의 흐름에 맞춘 것과 남의 영화를 모방한 것은 다른 얘기로 보고 있습니다.
      트렌드를 쫓기위해 남의 영화를 대놓고 모방해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해야겠죠.
      또 흥행수익을 말씀하시는데, 60년대 극장수, 인구수, 신흥시장, 아이맥스 등도 고려해야죠.
      60년대 한국에 개봉관이 몇 곳이나 됐겠습니까? 중국에선 아예 개봉도 못했을 테고...
      이런 조건에 맞춰 박스오피스-프렌들리로 작심하고 내놓은 영화가 스카이폴 아닙니까?
      007 시리즈 자체가 얄팍하지만 과거엔 007 시리즈만의 맛과 개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샌 그게 없습니다. 그 맛에 얄팍함을 참고 봤는데 말입니다.
      마초가이? 다니엘 크레이그가 어울리지 않는 근육질의 마초가이 시늉을 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수퍼히어로마냥 마초-터프가이 시늉내지 말고 리얼한 스파이를 연기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숀 코네리가 바디빌더 몸 때문에 퇴짜맞을 뻔 했다는 부분은 빼시는군요.
      이 바람에 테렌스 영이 숀 코네리를 말쑥한 신사를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죠.
      코네리 캐스팅 소식에 플레밍과 테렌스 영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숀 코네리는 제임스 본드가 아닙니다. 그는 처음으로 영화에서 본드 역을 맡은 배우입니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는 원작으로 거슬러 올라가 논해야 합니다.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를 바디빌더의 근육남으로 묘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말쑥한 제임스 본드는 흑역사가 아니라 원작에 충실한 것으로 봐야 옳다고 봅니다.
      아무리 영화는 영화고 원작은 원작이라 해도 원작이 있는 영화는 비교를 피할 수 없겠죠.
      다니엘 크레이그 영화도 콴텀...까지 원작에 가깝다는 점을 크게 홍보했었죠.
      원작을 계속 울궈먹으려고 콴텀 줄거리를 카지노 로얄과 연결시킨 것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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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워워 불편햇던 007을 그나마 자세히 섬세하게 분석하셨던데
    007이 몸으로 떼우는걸 보고 싶으면 차라리 제임스 본을 보면 더 사실적 격투술을 볼수잇고 또 요즘은 세고 센게 이런거라 ㅋㅋ
    007은 첩보물 특수 무기로 중무장한 특수 스파이를 보고 잡은건 사실이제
    수륙양용차를 타고 다녔던 예전의 007을 생각해보셈..그게 007임
    브래드 피터가 007을 하면 우떨까 ㅎㅎ 이런 생각도 해보네요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하고는 사실 안어울린다는건 맞는것 같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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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레이그가 007에 안 어울린다기 보단 그에 어울리는 007을 못 찾는 것 같습니다.
      카지노 로얄 모델 본드로 밀고가려다 콴텀에서 삐걱이니까 이젠 수퍼히어로 흉내를 내고...
      아무리 변화를 줬다 해도 '그래도 여전히 007 영화다'라는 걸 분명히 보여줘야 하는데,
      크레이그의 영화에선 이게 잘 안 보입니다. 되레 의도적으로 그런 걸 지우려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도 수륙양용차는 조금 심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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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음 개인적으로 글쓴이님이 하신 카지노 로얄과 퀀텀에 관한 이야기는 공감이 되는 바입니다. 그리고 전 스카이폴을 매우 만족하면서 보았고 명작이라고 생각하지만 007 골수팬 사이에서도 그 이질감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라는것도 압니다. 그리고 글쓴이님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모두가 만족할수는 없지요. 하지만 약 일년내내 계속 스카이폴 및 다니엘 크레이그에 대한 깎아내리는 글을 보니 비록 여긴 글쓴이님의 개인적인 블로그이고 자신의 의견을 마음껏 피력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계속 보니까 지치네요;; 제말이나 타 의견에 너무 마음 상하지 마시고 그냥 넋두리겸 이야기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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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난 콴텀 개봉 이후 맘에 들지 않았던 점들을 모아 연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이러한 건 맘에 들지 않았으니 다음 영화엔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걸 쓴 것입니다.
      지금은 스카이폴 개봉 이후 이 영화에서 맘에 들지 않았던 것들을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전에 하던 것을 똑같이 하는 것입니다.
      지난 번보다 좀 더 비판 수위가 높아진 이유는 본드24에서도 개선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치셨다면 유감이지만 본드24의 구체적인 윤곽이 잡힐 때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원래 하드코어 팬은 만족이란 걸 잘 모릅니다...^^ 이런 점도 이해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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