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촬영 중인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영화의 줄거리가 본드가 어렸을 때 알고 지냈던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 '스카이폴(Skyfall)'에서도 본드가 어렸을 적 생활했다는 스코틀랜드의 저택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본드의 과거사를 조명하더니 '스펙터'에서도 또다시 같은 루트를 반복한 것이다. 007 시리즈가 어쩌다 본드의 과거사를 더듬는 영화가 됐는지 알 수 없지만, 샘 멘데스(Sam Mendes)와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가 함께 만든 두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 모두 본드의 어렸을 적 과거와 얽힌 영화가 되는 듯 하다.
물론 007 제작진이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기 어렵다.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의 개인사에 포커스를 맞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이 제임스 본드의 내면 등을 묘사하는 데 지나치게 비중을 둔 나머지 본드의 과거사를 뒤적이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방향이 크게 잘못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본드의 내면을 묘사하려 해도 본드의 사적인 면에 대한 자료가 크게 부족하다보니 본드가 태어나서 성장했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제대로 된 007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토리'가 먼저이고 '캐릭터 내면 묘사'는 나중이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이 순서를 자꾸 뒤집고 있다. 캐릭터가 우선이고 스토리를 나중으로 밀어내고 있다.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순서인 데도 007 제작진이 본드의 어렸을 적 과거 이야기나 뒤적이고 있다는 게 한심스럽게 보인다. 플롯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본드의 내면 타령만 반복하는 007 제작진이 굉장히 의심스럽게 보였는데, '스펙터'도 지난 '스카이폴'처럼 흐지부지한 스토리를 억지로 부풀려놓은 캐릭터로 메꾸는 영화가 되는 듯 하다.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다니엘 크레이그에 어울릴 만한 스파이 스토리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그에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스토리는 제쳐두고 캐릭터에만 매달리고 있다. 본드의 내면 묘사는 영화 중간중간에 스쳐지나가듯 묘사하면 될 문제이지만, 007 제작진은 '스펙터'를 제임스 본드의 개인사에 관한 영화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숏 스토리에 등장했던 캐릭터, 오버하우서를 '스펙터'에 등장시키는 아이디어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오버하우서가 마블 코믹스의 '토르(Thor)'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키(Loki)를 연상케 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스펙터'의 오버하우서(크리스토프 발츠)에 대한 정보는 본드를 친아들처럼 키웠던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인데, 본드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질투심에 성격이 삐뚤어진 캐릭터라고 한다. 이처럼 마블 코믹스의 '토르' 시리즈에나 나옴직한 캐릭터 관계가 007 시리즈에 등장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아닌 다른 시리즈에선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007 시리즈에선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007 시리즈는 이처럼 스케일이 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007 스펙터' 스크립트를 훑어보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 또한 오버하우서 파트였다. 이미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했듯 소니 픽쳐스와 MGM의 경영진이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 역시도 오버하우서 파트다. 지난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MGM 경영진의 이메일을 보면 1막과 2막은 맘에 들지만 3막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돼있다. '스펙터'의 1막과 2막은 악당이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 벌어지는 파트로, 주로 액션 씬으로 채워졌다. 오버하우서는 3막에 등장한다. 따라서, 액션 파트는 그럴싸한데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007 제작진은 오버하우서라는 또다른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인 듯 했지만, 캐릭터만 그럴싸했을 뿐 결말을 비롯한 스토리가 시원찮았다. 스토리보다 캐릭터를 우선시하다 보니 등장 캐릭터의 요란스러운(?) 과거 이야기를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줄거리가 돼버린 것이다. 007 제작진은 이후에 마지막 파트를 수정,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영화가 개봉해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007 스펙터'의 3막을 훑어보면서 떠올랐던 또 하나는 CBS의 TV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0)'였다. 본드와 오버하우서의 관계가 '하와이 파이브-오'의 스티브 맥개렛(알렉스 올러플린)과 워 팻(마크 다카스코스)처럼 보였던 것이다.
특히 미국서 얼마 전 방영됐던 시즌 5 에피소드 7 'Ina Paha'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007 스펙터' 스크립트 초안엔 대사까지 위의 '하와이 파이브-오' 씬과 똑같은 파트가 나온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에선 볼 수 없을 전망이다. 007 제작진이 본드와 오버하우서의 마지막 대결 파트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소니 픽쳐스 경영진 중 하나가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씬은 007 시리즈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에 구멍이 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스펙터'의 본드와 오버하우서가 '하와이 파이브-오'의 맥개렛과 워 팻의 관계와 이 정도로 흡사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007 스펙터'엔 본드의 가족과 형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본드걸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두(Lea Seydoux)가 맡은 본드걸 캐릭터, 매들린 스완도 본드팬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의 딸이다. 매들린 스완의 아버지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악당으로 출연했던 캐릭터다.
힌트?
매들린 스완의 '스완'이 힌트다. 스펠링은 'SWANN'으로 돼있지만 백조, 즉 'SWAN'처럼 발음된다.
자, 그럼 백조는 무슨 색깔?
이쯤 됐으면 굳이 이름을 대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007 스펙터'는 아들과 딸, 아버지와 형제에 관한 '패밀리 비스니스' 영화다. 007 시리즈에 이처럼 많은 패밀리 멤버들이 등장한 게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다음엔 또 누가 누구의 자녀가 될지 궁금하다.
이렇다 보니 '007 스펙터' 스크립트를 훑어보면서 마치 구약성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가족 관계를 따지는 스토리는 007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의 내면을 묘사하는 것도 중요하고 여지껏 보여주지 않았던 제임스 본드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지만 본드의 어릴적 이야기나 여러 가족 관계가 얽힌 이야기는 007 시리즈에 적합한 소재가 아니다. 007 시리즈는 사적인 개인사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에 필요한 건 적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는가이지, 누가 누구의 자녀인가는 007 시리즈의 세계에선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본드의 과거사와 등장 캐릭터의 가족 관계였고, 정작 가장 중요해야 할 적과 음모 파트는 부실해 보였다.
007 제작진이 007 시리즈를 충분하게 이해하는 '적임자'에게 일을 맡기고 있는가에 대해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영화 시리즈가 산으로 가게 돼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와 스크린라이터 존 로갠(John Logan)은 007 시리즈의 적임자가 아니다. 색다른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겠다는 미명 하에 007 시리즈를 스케일이 작은 TV 연속극처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는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가 아니다. 007 시리즈 뿐만 아니라 원작 소설도 마찬가지다. 악당과 음모, 그리고 어드벤쳐에 포커스를 맞춘 시리즈이지 제임스 본드에게만 포커스를 맞춘 캐릭터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샘 멘데스와 존 로갠은 계속해서 007 시리즈를 캐릭터 드라마 쪽으로 끌고가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번 영화 '스펙터'엔 007 시리즈에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유명한 범죄조직 스펙터와 두목 블로펠드까지 등장하는데도 여전히 캐릭터 드라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21세기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알맞는 스파이 스릴러 스토리를 준비할 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다. 21세기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적합할 만한 스파이 스릴러 플롯을 준비할 소질이 있다면 시시콜콜하게 가족사, 과거사 이야기를 징징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007 제작진이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데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기 어렵다. 007 시리즈는 제임스 본드의 개인사에 포커스를 맞춘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007 제작진이 제임스 본드의 내면 등을 묘사하는 데 지나치게 비중을 둔 나머지 본드의 과거사를 뒤적이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방향이 크게 잘못됐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본드의 내면을 묘사하려 해도 본드의 사적인 면에 대한 자료가 크게 부족하다보니 본드가 태어나서 성장했던 어렸을 적 이야기를 붙들고 늘어지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제대로 된 007 시리즈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토리'가 먼저이고 '캐릭터 내면 묘사'는 나중이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이 순서를 자꾸 뒤집고 있다. 캐릭터가 우선이고 스토리를 나중으로 밀어내고 있다. 007 시리즈에 어울리는 스토리를 먼저 준비하는 것이 순서인 데도 007 제작진이 본드의 어렸을 적 과거 이야기나 뒤적이고 있다는 게 한심스럽게 보인다. 플롯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본드의 내면 타령만 반복하는 007 제작진이 굉장히 의심스럽게 보였는데, '스펙터'도 지난 '스카이폴'처럼 흐지부지한 스토리를 억지로 부풀려놓은 캐릭터로 메꾸는 영화가 되는 듯 하다.
이미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다니엘 크레이그에 어울릴 만한 스파이 스토리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그에 어울리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007 제작진은 "제임스 본드라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스토리는 제쳐두고 캐릭터에만 매달리고 있다. 본드의 내면 묘사는 영화 중간중간에 스쳐지나가듯 묘사하면 될 문제이지만, 007 제작진은 '스펙터'를 제임스 본드의 개인사에 관한 영화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숏 스토리에 등장했던 캐릭터, 오버하우서를 '스펙터'에 등장시키는 아이디어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문제는 오버하우서가 마블 코믹스의 '토르(Thor)'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키(Loki)를 연상케 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스펙터'의 오버하우서(크리스토프 발츠)에 대한 정보는 본드를 친아들처럼 키웠던 한스 오버하우서의 아들인데, 본드가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자 질투심에 성격이 삐뚤어진 캐릭터라고 한다. 이처럼 마블 코믹스의 '토르' 시리즈에나 나옴직한 캐릭터 관계가 007 시리즈에 등장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아닌 다른 시리즈에선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007 시리즈에선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007 시리즈는 이처럼 스케일이 작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007 스펙터' 스크립트를 훑어보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 또한 오버하우서 파트였다. 이미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했듯 소니 픽쳐스와 MGM의 경영진이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 역시도 오버하우서 파트다. 지난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MGM 경영진의 이메일을 보면 1막과 2막은 맘에 들지만 3막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돼있다. '스펙터'의 1막과 2막은 악당이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 벌어지는 파트로, 주로 액션 씬으로 채워졌다. 오버하우서는 3막에 등장한다. 따라서, 액션 파트는 그럴싸한데 결말이 맘에 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007 제작진은 오버하우서라는 또다른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데 많은 공을 들인 듯 했지만, 캐릭터만 그럴싸했을 뿐 결말을 비롯한 스토리가 시원찮았다. 스토리보다 캐릭터를 우선시하다 보니 등장 캐릭터의 요란스러운(?) 과거 이야기를 걷어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줄거리가 돼버린 것이다. 007 제작진은 이후에 마지막 파트를 수정,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영화가 개봉해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007 스펙터'의 3막을 훑어보면서 떠올랐던 또 하나는 CBS의 TV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오(Hawaii Five-0)'였다. 본드와 오버하우서의 관계가 '하와이 파이브-오'의 스티브 맥개렛(알렉스 올러플린)과 워 팻(마크 다카스코스)처럼 보였던 것이다.
특히 미국서 얼마 전 방영됐던 시즌 5 에피소드 7 'Ina Paha'와 놀라울 정도로 흡사했다.
'007 스펙터' 스크립트 초안엔 대사까지 위의 '하와이 파이브-오' 씬과 똑같은 파트가 나온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에선 볼 수 없을 전망이다. 007 제작진이 본드와 오버하우서의 마지막 대결 파트를 수정했기 때문이다. 소니 픽쳐스 해킹으로 유출된 이메일 내용에 따르면, 소니 픽쳐스 경영진 중 하나가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씬은 007 시리즈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에 구멍이 나느냐 마느냐를 떠나서 '스펙터'의 본드와 오버하우서가 '하와이 파이브-오'의 맥개렛과 워 팻의 관계와 이 정도로 흡사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007 스펙터'엔 본드의 가족과 형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본드걸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여배우 레아 세두(Lea Seydoux)가 맡은 본드걸 캐릭터, 매들린 스완도 본드팬들에게 친숙한 캐릭터의 딸이다. 매들린 스완의 아버지는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악당으로 출연했던 캐릭터다.
힌트?
매들린 스완의 '스완'이 힌트다. 스펠링은 'SWANN'으로 돼있지만 백조, 즉 'SWAN'처럼 발음된다.
자, 그럼 백조는 무슨 색깔?
이쯤 됐으면 굳이 이름을 대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007 스펙터'는 아들과 딸, 아버지와 형제에 관한 '패밀리 비스니스' 영화다. 007 시리즈에 이처럼 많은 패밀리 멤버들이 등장한 게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다음엔 또 누가 누구의 자녀가 될지 궁금하다.
이렇다 보니 '007 스펙터' 스크립트를 훑어보면서 마치 구약성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가족 관계를 따지는 스토리는 007 시리즈에 어울리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의 내면을 묘사하는 것도 중요하고 여지껏 보여주지 않았던 제임스 본드의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지만 본드의 어릴적 이야기나 여러 가족 관계가 얽힌 이야기는 007 시리즈에 적합한 소재가 아니다. 007 시리즈는 사적인 개인사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에 필요한 건 적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떤 음모를 꾸미는가이지, 누가 누구의 자녀인가는 007 시리즈의 세계에선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본드의 과거사와 등장 캐릭터의 가족 관계였고, 정작 가장 중요해야 할 적과 음모 파트는 부실해 보였다.
007 제작진이 007 시리즈를 충분하게 이해하는 '적임자'에게 일을 맡기고 있는가에 대해 여러 차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영화 시리즈가 산으로 가게 돼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와 스크린라이터 존 로갠(John Logan)은 007 시리즈의 적임자가 아니다. 색다른 제임스 본드 영화를 만들겠다는 미명 하에 007 시리즈를 스케일이 작은 TV 연속극처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는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가 아니다. 007 시리즈 뿐만 아니라 원작 소설도 마찬가지다. 악당과 음모, 그리고 어드벤쳐에 포커스를 맞춘 시리즈이지 제임스 본드에게만 포커스를 맞춘 캐릭터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샘 멘데스와 존 로갠은 계속해서 007 시리즈를 캐릭터 드라마 쪽으로 끌고가는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번 영화 '스펙터'엔 007 시리즈에서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유명한 범죄조직 스펙터와 두목 블로펠드까지 등장하는데도 여전히 캐릭터 드라마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이야기가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21세기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알맞는 스파이 스릴러 스토리를 준비할 능력이 없음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 없다. 21세기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적합할 만한 스파이 스릴러 플롯을 준비할 소질이 있다면 시시콜콜하게 가족사, 과거사 이야기를 징징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헉 장문으로 쓰고 난다음 게시누르니 다날아가버리고
답글삭제또 장문으로 써서 게시누르니 구글계정로그인 하라고 하길래 로그인 했더니 또 글 날아갔네요ㅜㅜ
아 진짜 폰으로 쓴다고 손가락 부러지겠구만 ㅎㄷㄷ
초 간단히 씁니다
007시리즈가 배트맨다크나이트처럼 그런스타일을 그대로 답습하는듯 하네요
그리고 스카이폴 스토리에서도 아주미미하지만 하비에르 바르뎀(악역)이 일부러 잡혀가서 갇히는 부분은 다크나이트 조커와 비슷한 부분도 볼수가 있었습니다
암튼 요즘 시리즈물 주인공의 과거사를 들춰내는게 대세인가봅니다
007 시리즈는 원래 미션이 먼저고 캐릭터는 나중인데, 스카이폴부턴 순서가 바뀐 것 같습니다.
삭제만약 스카이폴이나 스펙터 스크립트로 TV 미니시리즈를 만든다면 흥미로울 듯 하지만,
007 영화 시리즈를 그런 식으로 만드는 건 옳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여성주부용 드라마도 아니고 본드의 과거 비밀을 왜 들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코믹북 수퍼히어로물의 '비긴스', '오리진스' 유행 영향인 듯 합니다만,
007 시리즈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007 시리즈를 제대로 제작하려면 쓸만한 스파이 스토리부터 만들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게 안 되니까 본드의 과거사 들추는 진부한 드라마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입력됐군요
답글삭제아까전엔 나름 분석한글 썼는데 지워져버려서 ㅜㅜ
휴
그게 가끔 날아갈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삭제저도 몇 번 당한 기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