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MI6(aka SIS) 국장의 코드네임은 M이 아니라 C 아니냐고?
C가 맞다. 그러나 007 시리즈의 세계에선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의 원작소설에서부터 국장 코드네임은 M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나오는 허구의 MI6 국장 이니셜에 M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성이 SIS 국장이 된 적이 없지 않냐고?
없다. 현재까지 SIS 국장은 모두 남성이 맡아왔다.
그러나 MI5 국장 중엔 여성이 있다. MI6 국장은 전부 남성이지만 MI5 국장 중엔 여성이 있다는 것이다. 90년대 초에 MI5 국장을 지난 스텔라 리밍튼(Stella Rimington)이 바로 그녀다. 007 제작진은 리밍튼이 최초의 MI5 여성 국장이 된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영화 시리즈에서도 여성 M을 탄생시켰다. 그러므로 주디 덴치의 여성 M도 영화 제작진이 만들어낸 완전한 허구라고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문제는 007 제작진이 M을 굳이 여성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냐는 데 있었다. 플레밍의 원작소설에 등장하는 M은 남성이었으며, 영화 시리즈에서도 80년대까지 계속해서 남자 배우가 M 역을 맡아왔는데 느닷없이 이걸 바꿀 필요가 있었냐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에서 변화를 주고자 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M stands for Mommy", "나중엔 제임스 본드도 여자로 바꿀 것이냐"는 등의 비판도 적지 않았다. 여성 M에 적응하지 못한 본드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야 여성이 총리를 하든 대통령을 하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007 시리즈의 세계에 여성 M이 등장하면서 본드와 M의 관계가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 팬들이 많았다. 그냥 놔둬도 될 부분을 쓸데 없이 건드려 되레 이상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덴치가 지금까지 모두 여섯 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여성 M으로 출연하는 동안 어색함과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아직도 변함없이 오리지날 남성 M을 원하는 팬들도 많지만 주디 덴치의 여성 M을 이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팬들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녀가 오는 2012년 개봉하는 '본드23'에서도 M으로 돌아올 모양이다.
물론 덴치가 '본드23'로 돌아온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젠 M을 교체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조금 늦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면서 M도 그 때 다른 배우로 교체되었어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디 덴치의 M이 맘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시절의 흔적을 가능한한 모두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와 새로운 스타일에 새로운 M까지 보태졌더라면 더욱 좋았을 지도 모른다.
혹시 새로운 M 역으로 생각해두고 있는 배우라도 있냐고?
있다. 바로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이다.
80년대 제임스 본드였던 티모시 달튼을 말하는 거냐고?
그렇다. 바로 그 티모시 '미스터 본드' 달튼이다.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배우에게 M을 맡긴다는 게 말이 되냐고?
아니 그럼,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있수?
M의 오피스에서 티모시 달튼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서로 마주 앉아있으면 제임스 본드가 2명으로 불어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달튼/M이 "나도 한 때 00 에이전트였다"고 말하는 대사 한줄만 넣으면 어색함을 한방에 날리며 관객들을 웃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달튼이 두 편의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맡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의 속셈을 훤히 들여다 보면서 본드가 거짓말을 하거나 잔머리를 굴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또한, 우스꽝스럽게는 여자문제서부터 미션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나도 겪어봐서 다 안다"며 '이해심 깊은 선배' 노릇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이를 통해 때로는 웃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본드와 M의 관계를 보다 흥미롭게 만드는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새 달튼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달튼은 NBC의 스파이 코메디 시리즈 '척(Chuck)'에 출연했으며, 최근에 개봉했던 쟈니 뎁(Johnny Depp),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주연의 로맨틱 스틸러 '투어리스트(The Tourist)'에도 출연했다. 특히 '투어리스트'에선 007 시리즈의 M을 연상케 하는 보스 역을 맡았었다.
아래 이미지는TV 시리즈 '척(위)'과 영화 '투어리스트(아래)'에 출연한 티모시 달튼의 최근 모습.
하지만 달튼도 이제 적지 않은 나이가 아니냐고?
달튼이 1946년생이므로 60대다. 007 시리즈에서 M을 맞기에 적당한 나이다. 문제는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몇 년 이후가 되면 M을 맡기에 너무 많은 나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007 시리즈는 TV 시리즈처럼 매주마다, 또는 매년마다 계속 이어서 나오는 영화가 아니라 2~3년마다 한 편씩 나온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그래도 만약 달튼이 '본드23'부터 M 역을 맡는다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만약 '본드24'로 넘어가면 조금 빡빡해질 수도 있어 보인다. '본드24'가 언제 개봉할 지 아무도 모르지만 '본드23'가 개봉한 지 2년 뒤인 2014년에 개봉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달튼의 나이는 67~68세가 된다. M을 맡기에 너무 많은 나이는 여전히 아니지만, 여러 편에 계속해서 출연하기엔 조금 부담스러운 나이다. 그래도 70대 중반이 될 때까지 서 너편을 더 찍을 수 있겠지만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예외없이 매번 2년 주기로 나온다는 보장은 아무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미 주디 덴치가 '본드23'에 M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알려졌으니 티모시 달튼 카드를 포기할 때가 된 것이냐고?
그래도 한 번 밀어부쳐봤으면 좋겠다. 냉철한 스파이매스터의 모습부터 이해심 깊은 '에이전트 프렌들리' M의 모습까지 두루 갖춘 듯 해서다. 왠지 달튼이 007 시리즈의 M 역에 아주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티모시 달튼 얼굴은 그대로네요.
답글삭제한 번 바뀔지 기대해 봅니다. ㅎㅎㅎ
달튼 최근 모습 보니까 많이 변하지 않았더라구요.
답글삭제그래서 더욱 잘 어울려 보이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달튼 삼촌 나와주신다면, 정말 멋지겠는데요.
답글삭제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데임 덴치 할머니도 처음에 어색했지만, 확실히 연기파답게 역활을 잘 하고 계신것 같습니다만...
속직히 저는 달튼 삼촌 나와주신다면 더 좋겠습니다.^^
오늘은 집에 가서 오랜만에 달튼 삼촌 최고 걸작인 (그래봐야 달랑 2편중 하나지만) LTK 나 봐야겠네요.ㅋ
본인도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요??ㅎㅎ
답글삭제스파이에서 꾸준히 진급하여 간부가 된 티모시 달튼!
스파이의 어려움도 이해해 주고..^^;;
이미지도 잘 맞고..멋있을 것 같네요.
저도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답글삭제이게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되었으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저도 주디 덴치의 여성 M에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별 문제가 없지만요.
그래도 전 오리지날 해군 정보부 출신들 이야기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말씀 듣고 나니... LTK가 땡기는데요?^^
만약 제작진이 달튼한테 M 역을 제의하면 아마 거절하기 힘들 겁니다...^^
답글삭제저도 달튼이 M에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본드의 기를 죽이다가도,
때로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대화를 나누는...
근데 007 제작진이 제 말을 안 듣는 것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