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본드팬들이 셜리 배시(Shirley Bassey)가 '007 스펙터(SPECTRE)'의 주제곡을 불러야 한다는 인터넷 캠페인을 벌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영국인 본드팬 2명은 영국 여가수 셜리 배시가 '007 스펙터'의 주제곡을 부르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제작해 유투브에 올리면서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셜리 배시는 1964년작 '골드핑거(Goldfinger)',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79년작 '문레이커(Moonraker)' 등 세 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른 유명한 영국 여가수다.
우선 영국의 본드팬 팀 벤지(Tim Benzie)와 폴 조셉(Paul Joseph)이 유투브에 올린 'It's Got to be Bassey'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기로 하자.
웨일즈 온라인에 따르면, 셜리 배시의 여성 대변인은 아델(Adele)이 부른 '스카이폴(Skyfall)' 주제곡이 몇 년 동안은 기억에 남겠지만 50년간 기억될 것 같진 않다면서 50년이 넘도록 대표적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으로 불리는 셜리 배시의 '골드핑거'를 예찬하는 걸 잊지 않았다고 한다.
“Skyfall may be remembered for a few years, but I don’t think it will last for 50 years - Goldfinger has lasted for 50 years. It’s totally amazing - she’s 78.” - Wales Online
셜리 배시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목소리'로 불리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배시가 78세의 고령이지만 그녀에게 기회가 또 돌아간다면 변함없이 파워풀한 보컬의 주제곡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배시가 '007 스펙터'의 주제곡을 부를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스카이폴'을 불렀던 영국 여가수 아델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도 셜리 배시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돌아올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 007 제작진이 청소년 관객들과의 소통에 올인한 상태이므로 청소년들이 잘 모르는 셜리 배시에게 주제곡을 맡길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It's Got to be Bassey' 캠페인은 어디까지나 본드팬들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누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르나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곡이 별 볼 일 없으면 내노라 하는 셜리 배시가 부른다 하더라도 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베스트 007 시리즈 주제곡은 1985년 듀란 듀란(Duran Duran)이 부른 '뷰투어킬(A View to a Kill)'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듀란 듀란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을 때 고개를 갸웃거린 본드팬들이 많았다고 하며, 당시 007 시리즈 음악을 작곡했던 존 배리(John Barry)도 듀란 듀란 스타일의 락 밴드보다는 보컬 가수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존 배리와 듀란 듀란이 함께 만든 주제곡 '뷰투어킬'은 1985년 7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2주 연속으로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문제는 듀란 듀란이 부른 '뷰투어킬' 이후론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글래디스 나이트(Gladys Knight), 티나 터너(Tina Turner), 셰릴 크로우(Sheryl Crow), 가비지(Garbage), 마돈나(Madonna),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 잭 화이트(Jack White)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불렀으나 강한 인상을 남긴 곡을 선보이지 못했다.
2012년 아델이 부른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 '스카이폴'의 주제곡은 예상했던 대로 007 시리즈 역대 처음으로 아카데미 주제곡상을 받았다. 하지만 셜리 배시의 '골드핑거',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Live and Let Die',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Nobody Does It Better', 쉬나 이스턴(Sheena Easton)의 'For Your Eyes Only',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처럼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셜리 배시의 여성 대변인의 말처럼, 아델의 '스카이폴'은 몇 년간은 기억에 남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곡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주제곡 중 하나로 오랫동안 영화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를 뮤지션 0순위로 꼽혀왔던 아델도 별 수 없었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곡이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만든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한 티가 나는 곡이었기 때문에 곡이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아델의 다른 일반 곡처럼 만들었더라면 훨씬 듣기 편했을 테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처럼 들려야 한다', '메인 타이틀 씬과 어울리도록 장엄한 분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곡을 만든 게 오히려 화가 됐다. 아델의 '스카이폴'은 영화 주제곡이라기 보다 메인 타이틀 씬 배경음악에 가까웠다. 메인 타이틀 씬을 보면서 함께 들으면 나름 분위기가 날지 몰라도 곡만 따로 들으면 특별할 게 없었다.
그렇다면 '스펙터'의 주제곡은 누가 불러야 할까?
누가 '스펙터'의 주제곡을 부를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주제곡을 부를 가수는 항상 제일 마지막에 발표되곤 했으므로 머지 않아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공식발표가 없었다.
문제는 누가 부르나 보다 누가 작곡하나다.
셜리 배시와 듀란 듀란은 존 배리라는 007 시리즈 베테랑 작곡가가 있었다. 'Nobody Does It Better'를 부른 칼리 사이먼은 마빔 햄리쉬(Marvin Hamlisch), 'For Your Eyes Only'를 부른 쉬나 이스턴은 빌 콘티(Bill Conti)가 있었다. 존 배리, 마빈 햄리쉬, 빌 콘티 등 베테랑 영화음악가들이 주제곡 작곡도 맡았던 것이다. 최고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으로 꼽히는 곡들은 유명 영화음악가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요새는 존 배리 만큼 007 시리즈 음악을 잘 이해하는 영화음악가가 없으며, 마빈 햄리쉬, 빌 콘티처럼 멋진 주제곡을 작곡할 만한 소질이 있는 음악가도 007 시리즈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과거처럼 베테랑 영화음악가가 주제곡 작곡에도 영향을 줘야 곡 자체만으로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 영화와도 멋진 조화를 이루는 주제곡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1997년작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부터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까지 다섯 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스코어를 맡았던 영국 뮤지션 데이빗 아놀드(David Arnold)는 "많은 노력을 했지만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고, '스카이폴'과 '스펙터'의 음악을 맡은 미국 뮤지션 토마스 뉴맨(Thomas Newman)은 "드라마 쟝르 영화음악을 하다 스릴러 쟝르로 옮겨와 어색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만들던 영화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가 007 시리즈 연출을 맡는 판이므로 크게 놀라운 평은 아니다.
존 배리와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훌륭한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곡이 나오려면 유행을 따르면서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어울리는 주제곡을 작곡할 만한 소질이 있는 뮤지션이 맡아야 한다. 듀란 듀란의 신드팝 스타일의 날카로운 키보드 사운드와 존 배리의 007 시리즈 스타일 금관악기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뷰투어킬'을 들어보면 왜 이 곡이 음악팬과 본드팬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영화음악가와 주제곡을 맡은 뮤지션 간의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빗 아놀드가 가비지, 크리스 코넬 등과 함께 주제곡을 공동 제작한 바 있지만, 아놀드는 존 배리 만큼 007 시리즈 음악을 훤히 꿰뚫어보는 음악가가 아니었으며 마빈 햄리쉬, 빌 콘티 레벨의 베테랑 영화음악가도 아니었다.
이러니까 오래 기억될 만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다.
제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에게 주제곡을 맡기더라도 곡 자체가 훌륭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만약 아델이 '스펙터'의 주제곡을 부른다면?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아델이 '스펙터' 주제곡을 또 부르게 된다면 지난 '스카이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아델은 평상시 하던 대로 그녀의 스타일을 잘 살린 곡을 만들면 된다. 지금까지 최고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기억되는 곡들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칼리 사이먼이 부른 'Nobody Does It Better'나 쉬나 이스턴이 부른 'For Your Eyes Only'를 듣고 있으면 제임스 본드 주제곡이 아니라 로맨스 영화 주제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007 시리즈와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들려도 곡 자체가 좋으면 모든 게 다 용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델과 같은 경우도 일단 노래가 되는 가수인 만큼 '007스러운 곡'을 선보이려 일부러 노력할 필요 없이 '최고의 싱글'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어야 한다. 아델은 그녀의 음악 스타일부터 007 시리즈에 잘 어울릴 만한 가수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므로 지나칠 정도로 007 시리즈와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의 곡만 피하면 되지 일부러 '007스러운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칼리 사이먼과 쉬나 이스턴이 '러브송'으로 최고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에 올랐고 듀란 듀란은 80년대 유행하던 신드팝/뉴 웨이브 스타일 음악으로 성공했듯이 21세기에 인기를 얻고 있는 아델은 그녀의 스타일을 살린 곡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난 '스카이폴'처럼 주제곡이 아니라 메인 타이틀 씬 배경음악을 만드는 실수를 반복하면 곤란하다.
이는 단지 아델에게만 해당되는 충고가 아니다. 누가 '스펙터' 주제곡을 부르든 간에 지나치게 '007스러운 곡'을 만들려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과거엔 007 시리즈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007 시리즈 베테랑 음악가 존 배리가 맡았으나 요즘엔 이런 걸 올바로 잡아줄 만한 음악가가 없으므로 주제곡을 맡은 뮤지션 혼자서 오버하다 자칫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신유행을 따르면서 007 시리즈의 분위기까지 살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뮤지션이라면 큰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007스러운 곡'을 만드는 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최고의 싱글'을 내놓는 쪽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셜리 배시는 1964년작 '골드핑거(Goldfinger)', '1971년작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79년작 '문레이커(Moonraker)' 등 세 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른 유명한 영국 여가수다.
우선 영국의 본드팬 팀 벤지(Tim Benzie)와 폴 조셉(Paul Joseph)이 유투브에 올린 'It's Got to be Bassey'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기로 하자.
웨일즈 온라인에 따르면, 셜리 배시의 여성 대변인은 아델(Adele)이 부른 '스카이폴(Skyfall)' 주제곡이 몇 년 동안은 기억에 남겠지만 50년간 기억될 것 같진 않다면서 50년이 넘도록 대표적인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으로 불리는 셜리 배시의 '골드핑거'를 예찬하는 걸 잊지 않았다고 한다.
“Skyfall may be remembered for a few years, but I don’t think it will last for 50 years - Goldfinger has lasted for 50 years. It’s totally amazing - she’s 78.” - Wales Online
셜리 배시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의 목소리'로 불리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배시가 78세의 고령이지만 그녀에게 기회가 또 돌아간다면 변함없이 파워풀한 보컬의 주제곡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배시가 '007 스펙터'의 주제곡을 부를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난 '스카이폴'을 불렀던 영국 여가수 아델이 돌아올 가능성은 높아도 셜리 배시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로 돌아올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 007 제작진이 청소년 관객들과의 소통에 올인한 상태이므로 청소년들이 잘 모르는 셜리 배시에게 주제곡을 맡길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It's Got to be Bassey' 캠페인은 어디까지나 본드팬들의 희망사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누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르나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곡이 별 볼 일 없으면 내노라 하는 셜리 배시가 부른다 하더라도 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베스트 007 시리즈 주제곡은 1985년 듀란 듀란(Duran Duran)이 부른 '뷰투어킬(A View to a Kill)' 이후 나오지 않고 있다. 듀란 듀란이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을 때 고개를 갸웃거린 본드팬들이 많았다고 하며, 당시 007 시리즈 음악을 작곡했던 존 배리(John Barry)도 듀란 듀란 스타일의 락 밴드보다는 보컬 가수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존 배리와 듀란 듀란이 함께 만든 주제곡 '뷰투어킬'은 1985년 7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2주 연속으로 오르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문제는 듀란 듀란이 부른 '뷰투어킬' 이후론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글래디스 나이트(Gladys Knight), 티나 터너(Tina Turner), 셰릴 크로우(Sheryl Crow), 가비지(Garbage), 마돈나(Madonna), 크리스 코넬(Chris Cornell), 잭 화이트(Jack White)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들이 007 시리즈 주제곡을 불렀으나 강한 인상을 남긴 곡을 선보이지 못했다.
2012년 아델이 부른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 '스카이폴'의 주제곡은 예상했던 대로 007 시리즈 역대 처음으로 아카데미 주제곡상을 받았다. 하지만 셜리 배시의 '골드핑거',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의 'Live and Let Die', 칼리 사이먼(Carly Simon)의 'Nobody Does It Better', 쉬나 이스턴(Sheena Easton)의 'For Your Eyes Only',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처럼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셜리 배시의 여성 대변인의 말처럼, 아델의 '스카이폴'은 몇 년간은 기억에 남을지 몰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곡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007 시리즈를 대표하는 주제곡 중 하나로 오랫동안 영화팬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부를 뮤지션 0순위로 꼽혀왔던 아델도 별 수 없었다.
그 원인은 간단하다. 곡이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을 만든다는 사실을 지나치게 의식한 티가 나는 곡이었기 때문에 곡이 전반적으로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아델의 다른 일반 곡처럼 만들었더라면 훨씬 듣기 편했을 테지만,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처럼 들려야 한다', '메인 타이틀 씬과 어울리도록 장엄한 분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등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곡을 만든 게 오히려 화가 됐다. 아델의 '스카이폴'은 영화 주제곡이라기 보다 메인 타이틀 씬 배경음악에 가까웠다. 메인 타이틀 씬을 보면서 함께 들으면 나름 분위기가 날지 몰라도 곡만 따로 들으면 특별할 게 없었다.
그렇다면 '스펙터'의 주제곡은 누가 불러야 할까?
누가 '스펙터'의 주제곡을 부를 것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주제곡을 부를 가수는 항상 제일 마지막에 발표되곤 했으므로 머지 않아 발표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은 공식발표가 없었다.
문제는 누가 부르나 보다 누가 작곡하나다.
셜리 배시와 듀란 듀란은 존 배리라는 007 시리즈 베테랑 작곡가가 있었다. 'Nobody Does It Better'를 부른 칼리 사이먼은 마빔 햄리쉬(Marvin Hamlisch), 'For Your Eyes Only'를 부른 쉬나 이스턴은 빌 콘티(Bill Conti)가 있었다. 존 배리, 마빈 햄리쉬, 빌 콘티 등 베테랑 영화음악가들이 주제곡 작곡도 맡았던 것이다. 최고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으로 꼽히는 곡들은 유명 영화음악가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요새는 존 배리 만큼 007 시리즈 음악을 잘 이해하는 영화음악가가 없으며, 마빈 햄리쉬, 빌 콘티처럼 멋진 주제곡을 작곡할 만한 소질이 있는 음악가도 007 시리즈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과거처럼 베테랑 영화음악가가 주제곡 작곡에도 영향을 줘야 곡 자체만으로도 훌륭할 뿐만 아니라 제임스 본드 영화와도 멋진 조화를 이루는 주제곡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 요즘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 1997년작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부터 2008년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까지 다섯 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스코어를 맡았던 영국 뮤지션 데이빗 아놀드(David Arnold)는 "많은 노력을 했지만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고, '스카이폴'과 '스펙터'의 음악을 맡은 미국 뮤지션 토마스 뉴맨(Thomas Newman)은 "드라마 쟝르 영화음악을 하다 스릴러 쟝르로 옮겨와 어색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만들던 영화감독 샘 멘데스(Sam Mendes)가 007 시리즈 연출을 맡는 판이므로 크게 놀라운 평은 아니다.
존 배리와 듀란 듀란의 '뷰투어킬'처럼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훌륭한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곡이 나오려면 유행을 따르면서도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 어울리는 주제곡을 작곡할 만한 소질이 있는 뮤지션이 맡아야 한다. 듀란 듀란의 신드팝 스타일의 날카로운 키보드 사운드와 존 배리의 007 시리즈 스타일 금관악기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뷰투어킬'을 들어보면 왜 이 곡이 음악팬과 본드팬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영화음악가와 주제곡을 맡은 뮤지션 간의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빗 아놀드가 가비지, 크리스 코넬 등과 함께 주제곡을 공동 제작한 바 있지만, 아놀드는 존 배리 만큼 007 시리즈 음악을 훤히 꿰뚫어보는 음악가가 아니었으며 마빈 햄리쉬, 빌 콘티 레벨의 베테랑 영화음악가도 아니었다.
이러니까 오래 기억될 만한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이 더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다.
제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수에게 주제곡을 맡기더라도 곡 자체가 훌륭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만약 아델이 '스펙터'의 주제곡을 부른다면?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아델이 '스펙터' 주제곡을 또 부르게 된다면 지난 '스카이폴'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아델은 평상시 하던 대로 그녀의 스타일을 잘 살린 곡을 만들면 된다. 지금까지 최고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기억되는 곡들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칼리 사이먼이 부른 'Nobody Does It Better'나 쉬나 이스턴이 부른 'For Your Eyes Only'를 듣고 있으면 제임스 본드 주제곡이 아니라 로맨스 영화 주제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제임스 본드 주제곡으로 기억되고 있다. 007 시리즈와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들려도 곡 자체가 좋으면 모든 게 다 용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델과 같은 경우도 일단 노래가 되는 가수인 만큼 '007스러운 곡'을 선보이려 일부러 노력할 필요 없이 '최고의 싱글'을 선보이겠다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어야 한다. 아델은 그녀의 음악 스타일부터 007 시리즈에 잘 어울릴 만한 가수로 인정받아왔다. 그러므로 지나칠 정도로 007 시리즈와 어울리지 않는 스타일의 곡만 피하면 되지 일부러 '007스러운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칼리 사이먼과 쉬나 이스턴이 '러브송'으로 최고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주제곡에 올랐고 듀란 듀란은 80년대 유행하던 신드팝/뉴 웨이브 스타일 음악으로 성공했듯이 21세기에 인기를 얻고 있는 아델은 그녀의 스타일을 살린 곡으로 승부해야 한다. 지난 '스카이폴'처럼 주제곡이 아니라 메인 타이틀 씬 배경음악을 만드는 실수를 반복하면 곤란하다.
이는 단지 아델에게만 해당되는 충고가 아니다. 누가 '스펙터' 주제곡을 부르든 간에 지나치게 '007스러운 곡'을 만들려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과거엔 007 시리즈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007 시리즈 베테랑 음악가 존 배리가 맡았으나 요즘엔 이런 걸 올바로 잡아줄 만한 음악가가 없으므로 주제곡을 맡은 뮤지션 혼자서 오버하다 자칫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신유행을 따르면서 007 시리즈의 분위기까지 살리는 방법을 알고 있는 뮤지션이라면 큰 걱정할 필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007스러운 곡'을 만드는 데 너무 무리하지 말고 '최고의 싱글'을 내놓는 쪽에 집중하는 게 더 좋을 것이다.
음악 까지도 .. 도대체 모르시는게 있나요 비판일색의 팬이라...
답글삭제높은 스탠다드를 요구하지 않는 별 관심 없는 사람이 보기엔 비판일색으로 보일지도 모르겠군요.
삭제007 영화음악에 대해 너무나도 자세한 리뷰를 제공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저는 피어스 브로스넌 세대라 그런지 토머스 휴먼의 트랙들은 너무 정갈하게 느껴지더라구요.. 데이빗 아놀드에 비교하면 서로 장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토마스 뉴맨 스타일이 다운튼 애비 쪽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삭제데이빗 아놀드는 방향은 비슷하게 맞는 것 같은데 좀 평범했던 것 같습니다.
투모로 네버 다이스에서 아놀드 스코어에 열광했다가 금세 질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인 듯 합니다.
존 배리의 007 시리즈 사운드트랙을 들으면 그 곡이 나온 영화 씬이 바로 떠오르곤 하는데,
요샌 그런 경험을 할 수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배경음악이 전부...
제가 방문했던 007관련 리뷰어분들 중 가장 다양하고 집중적으로 자료를 작성하시는 것 같아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어여. 간단한 노래글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주 들를게요. 감사합니다^^
답글삭제에고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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