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없어 보일 정도로 진지한 톤의 영화가 판치는 요즘엔 단순한 액션 영화가 그리울 때가 있다. 진지한 톤의 영화도 좋지만 그런 성격의 액션 영화가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지치게 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이것 저것 복잡하게 여러가지를 생각할 것 없이 한쪽 뇌를 꺼내놓고 다른 한쪽은 마비시킨 상태에서 즐길 수 있는 순수한 '스트레스 버스터' 용도의 액션 영화가 생각날 때가 많아졌다.
이럴 때 알맞은 영화가 있다: 바로 유니버설의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and Furious)' 시리즈다.
터무니 없는 자동차 스턴트 씬으로 유명한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7탄으로 돌아왔다. 힙합과 자동차를 좋아하고 격렬한 액션/무술 영화를 즐겨 보는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관객을 겨냥한 영화로 시작했다 지금은 유니버설의 플래그쉽 프랜챠이스로 성장한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의 7탄이 개봉했다.
제목은 '퓨리어스 7(Furious 7)'. 혼동을 피하기 위해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공식 제목은 '퓨리어스 7'이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DIVERSITY'다.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출연하는 영화 시리즈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마이너리티용 영화'로 꼽히던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유니버설의 대표적인 프랜챠이스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은 그동안 미국 사회가 얼마 만큼 다인종/다문화화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꼽히기도 한다.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소수계 배우들이 출연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주요 출연진을 소수계로 꾸린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유니버설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 중 하나가 되었으므로 비록 속도가 더딜지라도 헐리우드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소수계를 겨냥한 영화에서 모두를 겨냥한 영화로 발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힙합 컬쳐와 스트릿 레이싱, 격렬한 무술/액션 영화 등에 생소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유치하거나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영화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성인층을 겨냥한 영화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므로 유치하다는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썩 잘 만든 액션 영화 시리즈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는 가볍고 유치한 B급 청소년용 영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번 7탄에선 많은 진전이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또 하나의 'HERE-WE-GO-AGAIN' 영화였다.
예상했던대로 액션은 풍부했다. 하지만 스릴과 박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넌센스' 액션 씬만으로는 크게 부족했다. 박진감이 넘치는 액션 영화가 되려면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화려한 무대 쇼를 관람하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이런 류의 액션 영화에선 관객들의 흥미를 끌 정도의 간단한 줄거리만 준비하면 그만이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7' 제작진은 여기서 헛스윙을 했다. 아무리 줄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쟝르의 영화라고 해도 관객들의 흥미를 유도할 정도의 스토리라인은 있어야 하는데,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의 줄거리는 전혀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영화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의미한 씬들을 끼워맞춘 뮤직비디오처럼 보였다.
또한, 영화 시리즈의 정체성도 모호해졌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1탄은 스트릿 레이싱과 관련된 영화였으므로 자동차 스턴트 씬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자동차 레이싱과 점차 거리가 멀어졌고, 요새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와일드한 액션 씬으로 가득한 액션 영화로 바뀌었다. 자동차와 스트릿 레이싱을 중심으로 한 영화에서 벗어난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는 '오션스 11(Ocean's Eleven)'을 연상케 하는 하이스트(Heist) 영화를 거쳐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에선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을 연상케 하는 스파이 픽션 영화 쪽에 가까워졌다. CBS의 TV 시리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를 연상케 하는 컴퓨터 추적 시스템, '미션 임파서블' 패로디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부 다비 씬 등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그렇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빈 디젤(Vin Diesel) 주연의 스파이 픽션 영화 '트리플 엑스(xXx)' 쪽에 보다 더 가까워 보이는 영화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자동차 액션을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 시리즈가 스트릿 레이싱 컬쳐 쪽에서 멀어졌어도 자동차 액션 씬이 빠진 '패스트 앤 퓨리어스' 영화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불필요한 자동차 액션 씬을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넣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와일드한 액션과 자동차 스턴트를 접목시킨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의 자동차 액션 씬 대부분은 엉뚱해 보일 정도로 쓸데 없어 보였다. 자동차와 별 상관 없는 줄거리에 자동차 액션 씬을 억지로 넣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 바람에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자동차 영화 시리즈로 알려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스턴트 씬이 불필요해 보이는 영화가 됐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자동차 레이싱과 거리가 멀어지는데도 자동차 스턴트 씬을 포기할 수 없었던 데다 와일드하고 터무니 없어 보이는 스턴트 씬 연출에만 집착하다 보니 영화가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영화가 아무리 뒤죽박죽이 됐더라도 재미가 있었다면 큰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재미가 없었다. 와일드한 스턴트 씬은 더이상 흥미롭지 않았고, 격렬한 맨속격투 씬은 촌쓰러운 B무비 수준이었다. 루다크리스(Ludacris)와 타이리스 깁슨(Tyrese Gibson)의 전혀 웃기지 않은 유치한 헛발질 유머도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으로 계속되었으며, 제대로 된 유머를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액션, 유머, 스토리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한심한 영화였다.
만약 영화가 짧았다면 사정이 약간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런타임이 2시간 20분에 육박하는 절대로 짧지 않은 영화였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는 런타임이 2시간을 넘기면 안 되는 시리즈다. 2시간이 넘도록 보여줄 게 풍부한 영화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도 넌센스 액션 씬을 빼곤 보여줄 것이 없는 영화였다. 그런데도 런타임이 2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영화가 지나치게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루함이 밀려올 정도는 아니었으나 '영화가 좀 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중에 집중이 풀렸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에서 맘에 들었던 유일한 씬은 엔딩이다. 주연배우 중 하나인 폴 워커(Paul Walker)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시리즈를 떠나게 됐는데, 영화 제작진이 이 부분 하나 만큼은 올바르게 마무리한 것 같았다. 영화가 온통 넌센스 투성이였지만 엔딩 씬은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했다.
이처럼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영화를 즐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을 보고 나서 "바로 이런 액션 영화를 기다려왔다"고 쓰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맘처럼 되지 않았다. 한쪽 뇌를 빼고 다른 한쪽은 마비를 시켰는데도 잘 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수준의 양보는 준비하고 있었으나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너무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영화였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는 파라마운트의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시리즈다. 2007년 첫 번째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영화가 개봉했을 때 거대한 CGI 로봇들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CGI 로봇 액션 씬 하나만으로는 매번 만족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됐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스타일리쉬한 액션 씬 하나만으로 승부하려는 시리즈가 되면서 피로감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와일드하고 터무니 없는 액션 씬이 아무리 멋지고 쿨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앞으로 꾸준히 만족시킬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다. 좀 더 노력을 기울여서 전반적인 완성도를 좀 더 높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 알맞은 영화가 있다: 바로 유니버설의 '패스트 앤 퓨리어스(Fast and Furious)' 시리즈다.
터무니 없는 자동차 스턴트 씬으로 유명한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7탄으로 돌아왔다. 힙합과 자동차를 좋아하고 격렬한 액션/무술 영화를 즐겨 보는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관객을 겨냥한 영화로 시작했다 지금은 유니버설의 플래그쉽 프랜챠이스로 성장한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의 7탄이 개봉했다.
제목은 '퓨리어스 7(Furious 7)'. 혼동을 피하기 위해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공식 제목은 '퓨리어스 7'이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DIVERSITY'다. 백인,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이 출연하는 영화 시리즈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마이너리티용 영화'로 꼽히던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유니버설의 대표적인 프랜챠이스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은 그동안 미국 사회가 얼마 만큼 다인종/다문화화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로 꼽히기도 한다. 흑인, 아시안, 히스패닉 등 소수계 배우들이 출연하는 헐리우드 영화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주요 출연진을 소수계로 꾸린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유니버설의 대표적인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 중 하나가 되었으므로 비록 속도가 더딜지라도 헐리우드가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소수계를 겨냥한 영화에서 모두를 겨냥한 영화로 발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힙합 컬쳐와 스트릿 레이싱, 격렬한 무술/액션 영화 등에 생소하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겐 여전히 유치하거나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영화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성인층을 겨냥한 영화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므로 유치하다는 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가 썩 잘 만든 액션 영화 시리즈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는 가볍고 유치한 B급 청소년용 영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연 이번 7탄에선 많은 진전이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또 하나의 'HERE-WE-GO-AGAIN' 영화였다.
예상했던대로 액션은 풍부했다. 하지만 스릴과 박진감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다.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스타일리쉬한 '넌센스' 액션 씬만으로는 크게 부족했다. 박진감이 넘치는 액션 영화가 되려면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야 하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화려한 무대 쇼를 관람하는 느낌이 들 뿐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영화에 몰입하기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이런 류의 액션 영화에선 관객들의 흥미를 끌 정도의 간단한 줄거리만 준비하면 그만이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7' 제작진은 여기서 헛스윙을 했다. 아무리 줄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쟝르의 영화라고 해도 관객들의 흥미를 유도할 정도의 스토리라인은 있어야 하는데,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의 줄거리는 전혀 흥미가 끌리지 않았다. 영화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무의미한 씬들을 끼워맞춘 뮤직비디오처럼 보였다.
또한, 영화 시리즈의 정체성도 모호해졌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1탄은 스트릿 레이싱과 관련된 영화였으므로 자동차 스턴트 씬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서 자동차 레이싱과 점차 거리가 멀어졌고, 요새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와일드한 액션 씬으로 가득한 액션 영화로 바뀌었다. 자동차와 스트릿 레이싱을 중심으로 한 영화에서 벗어난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는 '오션스 11(Ocean's Eleven)'을 연상케 하는 하이스트(Heist) 영화를 거쳐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에선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을 연상케 하는 스파이 픽션 영화 쪽에 가까워졌다. CBS의 TV 시리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를 연상케 하는 컴퓨터 추적 시스템, '미션 임파서블' 패로디로밖에 보이지 않는 아부 다비 씬 등을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그렇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빈 디젤(Vin Diesel) 주연의 스파이 픽션 영화 '트리플 엑스(xXx)' 쪽에 보다 더 가까워 보이는 영화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자동차 액션을 포기하지 않았다. 영화 시리즈가 스트릿 레이싱 컬쳐 쪽에서 멀어졌어도 자동차 액션 씬이 빠진 '패스트 앤 퓨리어스' 영화는 곤란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불필요한 자동차 액션 씬을 하는 수 없이 억지로 넣은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와일드한 액션과 자동차 스턴트를 접목시킨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의 자동차 액션 씬 대부분은 엉뚱해 보일 정도로 쓸데 없어 보였다. 자동차와 별 상관 없는 줄거리에 자동차 액션 씬을 억지로 넣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이 바람에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자동차 영화 시리즈로 알려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스턴트 씬이 불필요해 보이는 영화가 됐다.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자동차 레이싱과 거리가 멀어지는데도 자동차 스턴트 씬을 포기할 수 없었던 데다 와일드하고 터무니 없어 보이는 스턴트 씬 연출에만 집착하다 보니 영화가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영화가 아무리 뒤죽박죽이 됐더라도 재미가 있었다면 큰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재미가 없었다. 와일드한 스턴트 씬은 더이상 흥미롭지 않았고, 격렬한 맨속격투 씬은 촌쓰러운 B무비 수준이었다. 루다크리스(Ludacris)와 타이리스 깁슨(Tyrese Gibson)의 전혀 웃기지 않은 유치한 헛발질 유머도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으로 계속되었으며, 제대로 된 유머를 단 한 차례도 보여주지 못했다. 한마디로,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액션, 유머, 스토리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한심한 영화였다.
만약 영화가 짧았다면 사정이 약간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런타임이 2시간 20분에 육박하는 절대로 짧지 않은 영화였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는 런타임이 2시간을 넘기면 안 되는 시리즈다. 2시간이 넘도록 보여줄 게 풍부한 영화 시리즈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도 넌센스 액션 씬을 빼곤 보여줄 것이 없는 영화였다. 그런데도 런타임이 2시간을 넘기는 바람에 영화가 지나치게 길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루함이 밀려올 정도는 아니었으나 '영화가 좀 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중에 집중이 풀렸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에서 맘에 들었던 유일한 씬은 엔딩이다. 주연배우 중 하나인 폴 워커(Paul Walker)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면서 시리즈를 떠나게 됐는데, 영화 제작진이 이 부분 하나 만큼은 올바르게 마무리한 것 같았다. 영화가 온통 넌센스 투성이였지만 엔딩 씬은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했다.
이처럼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영화를 즐기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을 보고 나서 "바로 이런 액션 영화를 기다려왔다"고 쓰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맘처럼 되지 않았다. 한쪽 뇌를 빼고 다른 한쪽은 마비를 시켰는데도 잘 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수준의 양보는 준비하고 있었으나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은 너무 많은 양보를 요구하는 영화였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7'을 보면서 떠오른 영화는 파라마운트의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시리즈다. 2007년 첫 번째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영화가 개봉했을 때 거대한 CGI 로봇들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CGI 로봇 액션 씬 하나만으로는 매번 만족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패스트 앤 퓨리어스' 시리즈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됐다.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스타일리쉬한 액션 씬 하나만으로 승부하려는 시리즈가 되면서 피로감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와일드하고 터무니 없는 액션 씬이 아무리 멋지고 쿨하더라도 그것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앞으로 꾸준히 만족시킬 수 있겠는지 의심스럽다. 좀 더 노력을 기울여서 전반적인 완성도를 좀 더 높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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