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0일 목요일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 톰 하디

본드팬들의 공통된 습관 중 하나는 틈이 나는 대로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감을 찾는 일이다. 때가 되면 새로운 영화배우로 제임스 본드가 교체되기 때문에 다음 번 제임스 본드 후보로 어떤 배우들이 있는지 미리 미리 점검해보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숀 코네리(Sean Connery)부터 지금의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 역은 스코틀랜드, 호주, 잉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잉글랜드 출신의 배우들이 맡았다. 따라서 브리튼 제도(British Isles)와 호주 출신 배우들이 새로운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항상 오르내리곤 한다.

영화배우의 출생지역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키, 체격, 머리색 등이다. 제임스 본드를 창조한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이 제임스 본드의 키, 체격, 머리색, 눈동자색 등을 소설에서 자세하게 묘사했기 때문에 본드팬들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을 영화배우를 물색할 때 이언 플레밍이 소설에서 묘사한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언 플레밍이 1957년 출간된 제임스 본드 소설 '프롬 러시아 위드 러브(From Russia with Love)'에서 밝힌 제임스 본드 관련 주요 사항은 다음과 같다:

Height: 183 cm
Weight: 76 kg; Slim build
Eyes: Blue
Hair: Black
Scar down right cheek & on left shoulder

플레밍은 제임스 본드가 미국 뮤지션 호기 카마이클(Hoagy Carmichael)을 연상케 하는 미남이라고 소개했다.

◀호기 카마이클

따라서 제임스 본드는 키 183 cm에 몸무게 76 kg의 마른 체형이며, 눈은 파란색이고 머리는 검정색인 깔끔한 미남형 사나이다. 오른쪽 뺨에 흉터가 있는 것으로 돼있지만 이건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원작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저렇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갈색이나 검정색 머리에 키가 6피트 이상인 마른 체형의 깔끔한 미남형 얼굴의 영화배우들이 007 영화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아왔다.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 2000년대 중반 007 제작진이 다니엘 크레이그를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표하자 일부 본드팬들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언론과 인터넷 등지에서 소동이 벌어졌었는데, 그 이유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머리색이 갈색이나 검정색이 아닌 금발/블론드였으며 키도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5피트 10인치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블론드 머리에 키가 6피트가 채 되지 않는 영화배우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건 다니엘 크레이그가 처음이었다.


외모 조건 다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건 나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을 참고하면, 제임스 본드의 나이는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정도가 알맞다.

문제는 007 시리즈가 매년마다 새로운 영화가 나오는 시리즈가 아니라는 데 있다. 60년대 초창기엔 매년마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개봉했지만 그 이후부터 2년마다로 바뀌었으며, 요새는 3년 간격도 흔해졌다. 특히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더욱 불규칙해졌다. 007 시리즈 23탄 '스카이폴(Skyfall)'은 007 시리즈 22탄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가 개봉한지 4년 뒤에 개봉했으며,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는 '스카이폴'이 개봉한지 3년이 지난 2015년 11월 개봉한다. 2006년 제임스 본드가 된 다니엘 크레이그가 2015년 현재 4개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하는 데 그친 이유는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고 불규칙해졌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운 007 시리즈가 2년마다 꼬박꼬박 공개되었다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제임스 본드 영화 수는 모두 5개가 됐을 것이다.

일부 본드팬들은 "양보다 질"을 강조한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영화가 공개되는 주기가 길어지거나 불규칙해지면 제임스 본드 역을 맡게 될 영화배우의 나이에 더욱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50대를 쑥 넘긴 제임스 본드가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본드팬들은 '50대 제임스 본드'의 탄생을 반기지 않는다. 50대 후반까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로저 무어(Roger Moore) 시대의 학습효과 덕분이다. 50대를 넘긴 영화배우는 제임스 본드를 맡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는 게 중론이다. 50대 초까지는 크게 문제될 게 없지만, 로저 무어의 80년대 제임스 본드 영화를 기억하는 본드팬들 중엔 '50'이라는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본드팬들도 많다.

현재는 50대를 넘겨서까지 제임스 본드로 출연한 배우는 로저 무어 하나가 유일하다. 피어스 브로스난은 40대 후반에 007 시리즈를 떠났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현재 47세이다.

(참고: 숀 코네리가 출연한 1983년 제임스 본드 영화 '네버 세이 네버 어게인(Never Say Never Again)'은 EON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오피셜' 007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는 영화이므로 50대 제임스 본드 리스트에서 제외시켰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드25'까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007 시리즈 프로듀서는 2015년 초 가진 인터뷰에서 'OPEN-ENDED CONTRACT'라고 밝혔다.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고 '본드25'가 앞으로 3년 뒤인 2018년 개봉한다고 가정하면, 크레이그가 만으로 50세가 되는 해에 '본드25'가 개봉하는 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저 무어에 이어 두 번째로 50대 제임스 본드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2018년 개봉 예정(추정)인 '본드25'에 출연하기 적당한 나이의 새로운 영화배우를 찾아나서야 한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 영화가 3년마다 개봉한다는 점까지 계산해서 50대를 쑥 넘기기 전에 최소한 3~4편의 제임스 본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는 나이의 배우를 골라야 한다. '본드28'이 개봉할 2027년에 나이가 50대를 넘기지 않을 배우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다. 또한, '본드25'가 2018년이 아닌 2017년에 개봉하고 그 이후부터는 2년마다 꼬박꼬박 새로운 영화를 공개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따져봐야 가장 이상적인 후보를 고를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차기 제임스 본드 후보의 조건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대충 마무리 짓기로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뒤를 이를 제임스 본드 후보로 누가 있을까?

영국 배우 톰 하디(Tom Hardy)가 있다.



톰 하디는 '인셉션(Inception)',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Tinker Tailor Soldier Spy)', '다크 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디스 민스 워(This Means War)',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매드 맥스: 퓨리 로드(Mad Max: Fury Road)', '레브넌트(Revenant)' 등 여러 편의 액션 스릴러 쟝르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다.

  • 출생지: 영국
  • 생년월일: 1977년 9월15일
  • 키: 5피트 9인치
  • 머리: 짙은 갈색
  • 눈동자: 파랑

1977년 영국 태생, 짙은 갈색 머리에 파란색 눈동자라는 점까지는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키다. 키가 5피트 9인치에 불과하다. 제임스 본드가 되려면 키가 적어도 6피트는 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원작 소설부터 본드의 키가 6피트로 되어있는 데다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에 이르기까지 제임스 본드를 연기한 다섯 명의 배우들의 키가 모두 6피트 이상이었다. 제임스 본드를 연기할 배우의 키가 6피트가 되지 못하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가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아주 잘 알고 있다. 키가 5피트10인치인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 6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자 성난 본드팬들로부터 "난장이가 007이 됐다"는 비난이 쏟아진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5피트 10인치가 '난장이'로 불릴 정도로 작은 키는 아니지만 제임스 본드를 맡기엔 작다는 뜻이다.

따라서 키가 5피트 9인치인 톰 하디가 제임스 본드로 발탁되면 비슷한 해프닝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디는 키가 작은 대신 체격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짧고 굵은 바디 타잎은 제임스 본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제임스 본드는 정 반대로 길고 얇은 바디 타잎이기 때문이다. 플레밍은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를 6피트의 키에 슬림형 체형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따라서 톰 하디는 이상적인 제임스 본드 후보감이 아니다. 인터넷에선 톰 하디를 유력한 차기 본드 후보 중 하나로 꼽고 있지만, 하디는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다. 톰 하디가 어느 정도 알려진 얼굴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여러 가지 조건 등을 차근차근 따져보기 시작하면 깊이 들어갈 것도 없이 키와 체격에서 바로 문제점이 발견된다. 키가 6피트 이상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배우들이 많은데, 굵고 짧은 바디 타잎의 톰 하디를 제임스 본드로 굳이 선택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하디는 세련된 이미지가 풍기지 않는다. 땀냄새 풍기는 우직한 마초가이 쪽에 가깝지 세련되고 고습스러운 이미지가 부족하다. 그의 걸걸한 목소리도 제임스 본드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와 같이 톰 하디는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기 위해 태어난 배우는 아니다. "톰 하디"와 "제임스 본드"라는 두 이름을 함께 논하는 것부터 어색하다.

그러나 007 시리즈를 격렬한 마초-액션 영화로 완전히 바꿔놓을 생각이라면 톰 하디가 나쁘지 않은 초이스일 수도 있다. 마초-액션스타 스타일과 거리가 먼 다니엘 크레이그가 몸으로 때우는 액션 위주의 우악스러운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면서 그의 '007 정체성'을 애매하게 만든 바 있는데, 만약 톰 하디가 007이 되면 크레이그가 시도했던 거칠고 우악스러운 제임스 본드 캐릭터에 딱 들어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본드팬들은 "이젠 더이상 007 시리즈에 뭘 기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한다.  007 시리즈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마저도 다니엘 크레이그 시대에 와서 무시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007 시리즈가 계속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머지 않아 "주인공 이름만 제임스 본드일 뿐인 액션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 톰 하디가 차기 제임스 본드로 지명되면 많은 본드팬들은 예측할 수 없는 007 시리즈의 세계가 계속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물론 톰 하디가 의외로 제임스 본드 역에 잘 어울릴 가능성은 열려있다. 그러나 제임스 본드를 연기하는 톰 하디의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건 사실이다. 일부 본드팬들이 톰 하디를 차기 본드 후보로 꼽기 시작한 지도 여러 해가 된 만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톰 하디가 제임스 본드로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톰 하디를 진지한 제임스 본드 후보감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1977년생인 톰 하디는 '본드25'가 아니면 제임스 본드에 도전할 기회를 잃게 된다. 만약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25'로 돌아온다면 톰 하디는 연령 초과로 제임스 본드 후보 리스트에서 바로 제외될 것이다. 1977년생은 '본드26'로 제임스 본드 데뷔를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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