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9일 월요일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 주인공 불확실한 수퍼히어로 패싸움 영화

여름철 시즌이 시작하면 코믹북 수퍼히어로들이 변함없이 돌아온다. 금년도 예외가 아니다. 금년 여름철 시즌 오프너 역시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맡았다.

2016년 여름철 시즌 오프너는 마블 코믹스의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 시리즈 3탄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 2015년 여름철 시즌 오프너였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얼트론(Avengers: Age of Ultron)'과 줄거리가 이어지는 마블 코믹스 시리즈 속편이 2016년 여름철 시즌 오프너를 맡았다.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엔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 스칼렛 조핸슨(Scarlet Johansson),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 폴 베타니(Paul Bettany), 엘리자베스 올슨(Elizabeth Olsen) 등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얼트론' 출연진과 세바스챤 스탠(Sebastian Stan), 앤토니 매키(Anthony Mackie), 돈 치들(Don Cheadle), 폴 러드(Paul Rudd) 등 마블 유니버스의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출연했다. 또한, 다니엘 브륄(Daniel Bruhl), 톰 홀랜드(Tom Holland), 채드윅 보스맨(Chadwick Boseman) 등 새로운 얼굴들도 출연했다. 다니엘 브륄은 어벤져스를 분열시키려는 음모를 꾸미는 헬무트 지모 역을 맡았고, 톰 홀랜드는 스파이더맨, 채드윅 보스맨은 블랙 팬더 역으로 출연했다.

연출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The Winter Soldier)'의 연출을 맡았던 앤토니 루소(Anthony Russo)와 조셉 루소(Joseph Russo) 형제가 맡았다.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는 어벤져스 팀이 U.N 감독 하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 어벤져스 멤버 사이에 분열이 일어난 동안 '윈터 솔저'로 불리는 버키 반스가 폭탄 테러로 아프리카의 와칸다 국왕을 살해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버키 반스 처리 문제를 놓고 어벤져스 멤버들이 또 두 편으로 갈라지게 된다는 줄거리다. '씨빌 워'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영화는 어벤져스 멤버들끼리의 분열과 충돌을 그린 영화다.

첫 번째 '캡틴 아메리카'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맘에 들었다. 그러나 두 번째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세 번째 영화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는 어땠을까?


세 번째 영화도 썩 맘에 들지 않았다.

가장 맘에 들지 않은 건 스토리였다.

어벤져스를 분열시켜 서로 싸우게 만든다는 플롯은 흥미로운 편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억지로 어벤져스가 서로 싸우도록 만든 것처럼 보였다. 제작진은 수퍼히어로들의 패싸움을 최대한 드라마틱하게 보이도록 만들려 했으나 반대로 진지하게 스토리를 즐기는 데 바로 한계가 느껴졌다. 앞서 개봉한 '배트맨 v  수퍼맨(Batman v  Superman)'에 비하면 어벤져스가 두 편으로 갈라져 서로 대립하게 된 동기와 과정이 나름대로 잘 설명되었다고 할 수 있지만, 상황을 지나치게 드라마틱하게 만들려 한 흔적이 눈에 띄었다.

어벤져스 조직의 미래를 놓고 멤버들이 서로 의견을 달리 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헬무드 지모(다니엘 브륄)가 꾸미는 음모와 얽히면서 뒤죽박죽이 됐다. 어벤져스 조직의 미래를 놓고 분열 조짐을 보이던 어벤져스 멤버들의 관계를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패싸움 단계로 악화시키기 위해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저 스토리를 갖다 붙인 것처럼 보였을 뿐 서로 매끄럽게 연결되어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윈터 솔저와 아이언 맨의 관계까지 가세하고 캡틴 아메리카가 그 가운데에 끼도록 한 설정도 드라마틱하다기 보다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수퍼히어로들끼리 계속 싸우도록 만들기 위해 스토리를 일부러 끼워맞춘 것처럼 보였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는 '미니 어벤져스' 영화처럼 보였을 뿐 '캡틴 아메리카' 영화로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여러 어벤져스 멤버들이 캐릭터별 스탠드얼론 영화에 등장하는 것이 나쁘지 않아 보였으나,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블 코믹스 영화 시리즈가 공유하는 '마블 씨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도 좋다지만, 2015년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얼트론'에 등장했던 마블 코믹스 캐릭터 거의 전원이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에 다시 나오는 바람에 이 영화가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인지 아니면 '어벤져스 2.5'인지 헷갈릴 정도가 됐다. '캡틴 아메리카' 스탠드얼론 시리즈라면 캡틴 아메리카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가 돼야 하는데, 다른 어벤져스 멤버들이 여럿 등장하면서 캡틴 아메리카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어벤져스에 대한 영화가 됐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주인공이 누구인지도 불확실한 영화가 됐다. 영화 제목엔 분명히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가 있으나 영화상에선 캡틴 아메리카는 등장하는 여러 어벤져스 멤버 중 하나일 뿐이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이 아니라 아이언 맨이 주인공으로 보일 정도였다. 캡틴 아메리카 중심의 '캡틴 아메리카' 영화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면 차라리 DC 코믹스 영화 '배트맨 v 수퍼맨'처럼 영화 제목을 '아이언 맨 vs 캡틴 아메리카'로 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는 생각도 들었다.

이젠 '마블 씨네마틱 유니버스'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보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크로스오버도 적당히 해야지, 이런 식으로 계속 가단 마블 코믹스 시리즈 전체가 뒤죽박죽 잡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액션과 유머, 드라마틱한 요소 등이 균형있게 조화를 이룬 가볍게 즐길 만한 여름철 블록버스터로썬 큰 문제는 없었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고,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적당한 균형을 맞춘 오락영화로써는 괜찮은 편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둡고 무거운 톤의 영화는 유머를 잊어버리고 밝고 가벼운 톤의 영화는 바보스러워지는 등 균형을 제대로 잡은 영화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는데,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는 다소 무겁고 드라마틱한 줄거리에 풍부한 액션과 유머를 가미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지 않고 균형을 잘 잡은 영화였다.

따라서 '캡틴 아메리카' 씨빌 워'는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는 데는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이 정도의 선에서 만족할 수 있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2시간 반에 육박하는 상영시간을 마지막까지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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