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20일 토요일

美 수영선수 거나 벤츠 성명 읽으면서 생긴 의문: 진짜로 돈 뺏겼나

미국 수영팀이 리오 올림픽에서 메달만 무더기로 건져올린 게 아니다. 금메달리스트, 라이언 락티(Ryan Lochte)를 포함한 4명의 미국 수영선수들이 이른 새벽에 리오의 길거리에서 무장 강도한테 걸려 돈을 빼앗겼다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해프닝은 "경찰관 차림의 무장 강도에게 돈을 빼았겼다"에서 "강도 사건은 없었다"로 결론나고 공식 사과를 하면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조지아 대학 웹사이트에 게재된 미국으로 돌아온 수영 선수 거나 벤츠(Gunnar Bentz)의 성명을 읽어 보면 돈을 빼앗긴 건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다시 들게 된다.

일단 라이언 락티가 최초에 설명한 강도사건 진술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은 건 사실이다. 경찰 복장을 한 무장 강도가 주행 중이던 택시를 세우고 돈을 요구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선수촌으로 돌아가던 도중 소변을 보기 위해 주유소에 들렸다 그곳의 무장 경비들과 실랑이가 붙었다. 경찰이 달리던 택시를 세우고 돈을 빼앗은 게 아니라 택시가 주유소에 정차해 있는 상태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락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브라질 수사 결과에 따르면, 술에 취한 미국 수영선수들이 주유소 화장실을 파손하자 무장 경비들이 달려가 배상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무장 경비들이 미국 수영선수들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총을 겨눈 건 사실로 밝혀졌으나, 미국 수영선수들이 도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여기서부터 약간 이상한 냄새가 났다. 술취한 수영선수들이 화장실을 파손하면서 경비들과 실랑이가 붙었다는 것까진 충분히 납득이 됐지만, 경비들이 수영선수들에게 총을 겨누고 배상을 요구했다는 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술취한 수영선수들이 화장실을 파손하며 난동을 부리면 경찰을 부르는 게 순서이지 무장 경비들이 직접 나서서 배상을 요구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장 경비들이 실제로 손해 배상을 요구했던 건지, 아니면 기물을 파손했으니 물어내라면서 "용돈"을 벌고자 했던 것인지 쉽게 판단이 서지 않았다. 술취한 미국선수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까진 사실이라고 해도 총을 들이대며 손해 배상을 요구한 무장 경비들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이번 해프닝이 생각 밖으로 확대되면서 무장 경비들도 손해를 보지 않았나 싶다. "용돈"을 날리게 됐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어찌됐든 브라질 측의 수사 결과는 정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라이언 락티가 거짓말을 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미국 측이 사과하고 끝내는 쪽으로 마무리하는 게 옳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도사건'에 연루됐던 수영선수 중 하나인 거나 벤츠가 그가 재학 중인 조지아 대학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읽어 보니 브라질 측의 수사 결과 발표에도 의문점이 있었다.

거나 벤츠에 따르면, 술에 취한 수영선수들은 편의점의 화장실을 파손하지 않았다고 한다. 벤츠는 편의점에 화장실이 없어서 건물 뒷쪽 수풀에서 볼일을 해결했다고 썼다.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벤츠는 건물에 잠겨있는 문이 있었지만 수영선수들이 그 문을 파손하는 걸 보지 못했으며, 락티가 벽에 느슨하게 고정된 철제 광고물을 떨어지게 한 것은 봤다고 했다.

따라서 벤츠의 주장은 술취한 수영선수들이 화장실을 파손했다는 브라질 측 수사 결과와 배치된다.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았고 잠겨진 문을 파손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고 했으므로 파손된 화장실은 그들과 관련 없다는 게 된다.

그 다음은 무장 경비들과 실랑이 파트다.

벤츠에 따르면, 수영선수들이 택시로 돌아왔을 때 경비들이 나타나 차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2명의 무장 경비들은 처음엔 총을 꺼내지 않았으나 곧 총을 꺼내 수영선수들을 겨누며 인도에 앉을 것을 명령했다고 한다. 이 때 락티가 일어나 무장 경비들과 거친 말다툼을 벌였다고 한다. 포르투갈어를 하지 못하는 미국 수영선수들은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모두 하는 편의점 손님에게 통역을 부탁했다고 한다. 통역을 맡은 손님은 경비 중 하나가 "떠나려면 돈을 내야한다"고 말했다고 통역해줬다고 한다. 경비들이 돈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안 수영선수들은 각자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건넸다고 한다. 벤츠는 지갑에 20달러밖에 없었던 것을 줬고, 또다른 수영선수 지미 피겐(Jimmy Feigen)은 100 레알(미화 50달러)을 건넸다고 한다. 돈을 건네받자 경비들은 겨눴던 총을 내렸고, 벤츠가 "이제 가도 돼냐"는 제스쳐를 하자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무장 경비들로부터 풀려난(?) 수영선수들은 다른 택시를 새로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갔다고 한다.

물론 거나 벤츠의 성명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두고볼 문제다. 벤츠의 성명도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만약 벤츠의 성명이 모두 사실이라면, 수영선수들이 브라질의 무장 경비들에게 돈을 빼앗긴 게 사실일 수도 있다. 건물 뒷쪽에 있는 수풀에 소변을 본 것과 느슨하게 고정된 철제 광고판을 떼어낸 게 전부라서 큰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던 수영선수들이 느닷없이 다가온 무장 경비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돈을 뜯겼을 개연성이 있다. 그들이 파손한 것을 배상하는 의미에서 돈을 냈다는 사실을 당시 수영선수들이 알고있었는지도 불확실하다. 벤츠의 성명엔 경비들이 돈을 요구했다고만 했지 배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비가 배상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수영선수들이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화장실을 파손하지 않았다고 했으므로 무엇에 대한 배상인지도 불분명해진다. 노상방뇨와 광고물 파손에 대한 벌금 또는 배상일 수도 있지만, 이걸 주유소 경비에게 내야할 이유가 없다. 만약 수영선수들이 경찰에 연행돼 노상방뇨와 광고물 파손에 대한 벌금형을 받았다면 이해가 되도, 주유소 경비에게 돈을 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벤츠의 성명을 읽으면서 얼마 전 멕시코에 여행갔던 친구가 고속도로에서 겪었던 일을 얘기해준 게 생각났다. 미국에서 멕시코로 자동차로 넘어오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멕시코 경찰이 고속도로에서 돈을 뜯는다는 것이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멕시코 경찰이 차를 길 옆에 세우라고 하더니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멕시코 경찰은 총을 꺼내들진 않았으나 허리춤에 있는 핸드건을 잡는 시늉을 수시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지갑에서 20달러 지폐를 꺼내 건네주자 바로 해결됐다고 한다. 멕시코를 다녀온 친구는 자동차로 멕시코 여행을 자주 하는 미국인들은 이런 해프닝에 익숙해져서 떠나기 전에 20달러, 50달러 지폐를 미리 준비한다고도 말했다.

미국 수영선수들도 리오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물론, 무장 강도에게 털린 것은 분명히 아니다. 이 부분은 명백한 거짓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수영선수들이 아무 이유 없이 돈을 뜯겼다고 생각했을 수는 있다. 강도를 당한 것까진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측이 사과를 했을 때만 해도 미국 수영선수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덮기위해 없었던 강도 사건을 만들어낸 것으로 생각했다. 전적으로 미국 수영선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러나 벤츠의 성명을 읽고 나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뒤집힐지 알 수 없으므로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

다음은 수영선수 거나 벤츠가 조지아 대학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 전문:

Statement by University of Georgia Swimmer Gunnar Bentz

"I want to offer a sincere apology to the United States Olympic Committee, USA Swimming, the extraordinary women and men of Team USA, and the University of Georgia. Being a member of the Olympic Swimming Team was an honor and a dream come true. The accomplishments of my teammates were awe-inspiring and I'm so pleased I got to see them up close. I regret this situation has drawn attention away from the Olympics, which have been hosted so incredibly well by Brazil and its citizens.

"While I am anxious to put this matter behind me and rejoin my Georgia teammates in classes, practices and competitions, I feel compelled to stress several key points.

1. I was never a suspect in the case from the beginning (Brazilian law enforcement officials saw me only as a witness).
2. I never made a false statement to anyone at any time.

"I also want to be forthright about the details of what transpired last Sunday. What follows is consistent with the account I gave to the Brazilian authorities when I was interviewed for the first and only time on Thursday in Rio de Janeiro:

"After attending an event with several swimmers from different nations, I left in a taxicab along with U.S. swimmers Jack Conger, Jimmy Feigen and Ryan Lochte around 6 a.m. On the way back to the Olympic Village, we pulled into a convenience store to use the restroom. There was no restroom inside, so we foolishly relieved ourselves on the backside of the building behind some bushes. There was a locked door out back and I did not witness anyone breaking it open. I am unsure why, but while we were in that area, Ryan pulled to the ground a framed metal advertisement that was loosely anchored to the brick wall. I then suggested to everyone that we needed to leave the area and we returned to the taxi.

"Two men, whom I believe to have been security guards, then instructed us to exit the vehicle. No guns were drawn during this exchange, but we did see a gun tucked into one of the guard's waistband. As Jimmy and Jack were walking away from the vehicle, the first security guard held up a badge to me and drew his handgun. I yelled to them to come back toward us and they complied. Then the second guard drew his weapon and both guards pointed their guns at us and yelled at us to sit on a nearby sidewalk.

"Again, I cannot speak to his actions, but Ryan stood up and began to yell at the guards. After Jack and I both tugged at him in an attempt to get him to sit back down, Ryan and the security guards had a heated verbal exchange, but no physical contact was made.

"A man that I believe to be a customer approached us and offered to help as he spoke both English and Portuguese. Understandably, we were frightened and confused during this time. Through the interpreter, one of the guards said that we needed to pay them in order to leave. I gave them what I had in my wallet, which was a $20 bill, and Jimmy gave them 100 Reals, which is about $50 in total. They lowered the guns and I used hand gestures to ask if it was okay to leave and they said yes. We walked about a block down the street and hailed another taxi to return to the Village.

"Videos of this situation have been emerging the last several days. However, I am confident that some video angles have not been shown that would further substantiate my account. I also believe some scenes have been skipped over. Additionally, I would like to stress that our original taxi was not pulled over; the only occupants of the taxi were the four of us and the driver; and to my knowledge, there was no damage done to the door or the inside of the restroom.

"I am so thankful for the love and support of my family, my friends and my teammates during this time. Without question, I am taking away a valuable life lesson from this situation. In everything I do, I am representing my family, my country and my school. I will not take that responsibility lightly."
-- Gunnar Bentz, Aug. 19, 2016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