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1일 월요일

[NFL17:W14]달라스 카우보이스, 큰 점수차로 이겼으나 운 덕분일 뿐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디비젼 라이벌,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와의 원정경기에서 30대10으로 승리했다.

파이널 스코어만 보면 카우보이스의 일방적인 경기였던 것처럼 보인다.

카우보이스 쿼터백 댁 프레스콧(Dak Prescott)이 300야드 이상 던지고 터치다운 패스를 3개 기록한 것을 봐도 카우보이스의 일방적인 경기였던 것처럼 보인다.

30점 이상을 내는 데 성공했고, 쿼터백 댁 프레스콧이 인터셉션 없이 300 야드 이상을 던지고 터치다운 3개를 만들었으며, 2명의 러닝백이 100야드 이상을 합작했으면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좋은 날을 보낸 것처럼 보인다.

디펜스도 10점밖에 내주지 않았으며, 인터셉션 2개에 펌블 리커버리 1개 등 여러 개의 턴오버도 만들었다.

"경기 기록", 즉 "숫자"만 놓고 보면 제법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절대로 카우보이스의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었다.

마지막 4쿼터가 시작할 때까지 양팀 스코어가 10대10 동점이었다.

뉴욕 자이언츠는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무더기로 빠진 데다 GM과 헤드코치까지 교체되며 어수선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디비젼 라이벌 팀과의 경기였으므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매우 무기력해 보였다. 실낱같은 플레이오프 희망을 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팀의 모습이 아니었다.

물론 쿼터백 댁 프레스콧이 300야드 이상을 던지고, 터치다운 패스를 3개 만든 건 사실이다. 2017년 시즌 들어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 제이슨 위튼(Jason Witten) 모두 자이언츠전에 터치다운을 각각 1개씩 기록했으며, 데즈 브라이언트(50야드), 콜 비즐리(56야드), 로드 스미스(81야드)는 50야드 이상의 장거리 리셉션도 기록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의 패스 공격이 활력을 되찾은 것은 아니었다. 데즈 브라이언트는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패스를 드롭하며 여러 차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브라이언트는 50야드 리씨빙 터치다운을 하면서 플레이메이커 능력을 보여줬으나 경기 내내 3개의 패스를 받는 데 그쳤다. 2016년 시즌 프레스콧의 단골 타겟 중 하나였던 제이슨 위튼도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달랑 1개의 패스를 받는 데 그쳤다. 역시 2016년 시즌 프레스콧의 단골 타겟이었으나 기대에 못미치는 2017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콜 비즐리(Cole Beasely) 역시 56야드 캐치를 제외하곤 3개의 패스를 받는 데 그쳤다.

프레스콧은 자이언츠전에서도 장거리 패스를 시도하지 않았다. 자이언츠전에서 브라이언트, 비즐리, 스미스가 각각 50, 56, 81야드 리셉션을 기록했으나, 이 모두 "런-애프터-캐치"가 빅 플레이로 이어진 것이지 프레스콧이 롱 패스를 성공시킨 것이 아니었다. 프레스콧이 주전 쿼터백을 맡은 이후부터 장거리 패스 공격 횟수가 크게 줄어들고 "런-애프터-캐치"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프레스콧이 300야드 이상을 던졌으나 한손에 꼽히는 몇몇 빅 플레이 덕분이었지 꾸준히 안정적으로 패스 공격을 진행한 결과가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내용"이 "숫자"만큼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지킬 엘리엇(Ezekiel Elliott)이 있을 땐 프레스콧의 단조로운 패스 공격을 엘리엇으로 상쇄할 수 있었다. 엘리엇은 폭발적인 돌파력을 자랑할 뿐 아니라 훌륭한 리씨버이기도 하므로 런과 패스 공격 모두 엘리엇에 의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엘리엇을 봉쇄하고 프레스콧의 숏패스 주요 타겟인 제이슨 위튼과 콜 비즐리를 차단하면 흔들리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엘리엇이 NFL 징계로 빠지니까 단조로운 패턴만으로 공격을 순조롭게 풀어가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다. 상대 팀 디펜스는 프레스콧의 단골 숏패스 타겟들을 모두 꽁꽁 묶어놓고 프레스콧이 빠른 발을 이용해 포켓을 빠져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프레스콧이 패스 능력이 우수한 베테랑 쿼터백이 아니라는 약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이기고 싶으면 포켓 쿼터백이 되어 화끈한 패스 공격을 펼치라"는 것이다. NFL 경험이 짧은 쿼터백을 무너뜨리는 전략이다. 현재의 프레스콧에겐 극복하기 어려운 태스크로 보인다. 2017년 시즌 들어서 데즈 브라이언트, 제이슨 위튼, 콜 비즐리 등 리씨버들의 기록이 작년보다 떨어진 책임이 전적으로 리씨버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위안삼을 수 있는 건 "플레이메이커"들이 빅 플레이를 만들기 시작했고, 전반엔 잘 하다 후반들어서 무너지는 나쁜 습관을 고친 것 같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을 제외하고 나면 카우보이스가 자이언츠를 30대10이라는 큰 점수차로 이겼다고 해서 기뻐할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한손에 꼽히는 빅 플레이 몇 개 덕분에 이긴 것이 전부지 카우보이스가 자이언츠보다 더 나은 팀이라서 이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현재 카우보이스는 가능성이 희박해도 아직까지는 플레이오프 희망이 살아있긴 하다. 남은 경기를 모두 다 이기며 10승6패를 달성한다고 해도 자력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므로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희미하게나마 기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2017년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플레이오프 팀으로 보이지 않는다. 작년 시즌에도 꾸역꾸역 이기기만 할 뿐 진정한 강팀으로 도무지 보이지 않았는데, 금년 시즌엔 더욱 분명해졌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다음 주 일요일 캘리포니아로 이동해 오클랜드 레이더스(Oakland Raiders)와 경기를 갖는다. 

댓글 2개 :

  1. 약팀에게 헤매다 그래도 이기기는 했네요.
    숀 리가 있으니 그나마 좀 된거 같습니만 프레스콧은 이게 한계인가요?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없는거 같은데..
    나름 인기구단에서 키울려고 한다면 좀 더 제대로 해서
    위협적인 QB로 성장했으면 좋을텐데 말이죠.
    자력으론 힘들어도 플옵에가기만 한다면, 혹시 괴력을 발휘할지 모르니까 끝까지 응원합니다.
    설사 떨어지더라도 플옵에서의 경험은 엄청날테니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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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레스콧이 전통적인 카우보이스 오펜스 스타일과 일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NFL 주전 쿼터백 확보가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서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입니다.
      1라운드 픽 쿼터백들이 NFL에 와서 전부 다 성공한 게 아니라 실패한 선수도 많거든요.
      드래프트 당시엔 완벽한 픽이었단 평가를 받아도 1년 지나면 다른 얘기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건 단지 쿼터백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든 포지션의 드래프트픽들이 다 해당됩니다.
      이래서 빌 파셀스는 1 라운드 픽 쿼터백들의 실패 가능성을 항상 강조했었습니다.
      지난 90년대 초 파셀스가 1 라운드에 드래프트한 드류 블레소가 잘해주긴 했지만,
      블레소와 같은 해에 1 라운드에 드래프트된 릭 마이어는 실패작으로 꼽히죠.
      여기에다 무명 쿼터백이 혜성처럼 나타나 수퍼보울 MVP가 되는 트렌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90년대 말 램스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끌었던 커트 워너,
      요샌 긴 설명이 필요없는 톰 브래디도 초창기엔 6라운드 픽의 사실상 무명이었죠.
      이런 트렌드가 토니 로모 발굴로 이어졌고, 프레스콧도 마찬가지 케이스라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래프트도 불안하게 하면서 숨은 진주 발굴을 매번 기대하면 욕심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레스콧이 성공하면 좋지만 아직까진 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쿼터백 드래프트 얘기가 안 나올 듯 하니 지켜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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