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8일 토요일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전편을 능가하는 뛰어난 액션 어드벤쳐

지난 90년대 중반 톰 쿠르즈(Tom Cruise) 주연의 첫 번째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영화가 개봉했을 때에는 이 영화가 시리즈로 장수할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

2탄과 3탄이 개봉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큰 이유는 영화 시리즈를 통해서 새롭게 소개된 메인 캐릭터, 이든 헌트(Ethan Hunt)를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든 헌트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이유는 영화가 기초로 삼은 동명의 클래식 TV 시리즈에서는 메인 캐릭터가 짐 펠프스였기 때문이다. 미국 배우 피터 그레이브스(Peter Graves)가 시즌 2부터 마지막 시즌까지 짐 펠프스로 오랫동안 출연하면서 "피터 그레이브스 = 짐 펠프스 = 미션 임파서블"로 굳어버렸던 것이다.

이렇다 보니 90년대 중반에 영화 시리즈와 함께 새로 등장한 이든 헌트를 '미션 임파서블' 캐릭터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 007 시리즈의 주인공이 제임스 본드인 것과 마찬가지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주인공은 짐 펠프스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영화 시리즈에서 갑자기 주인공이 이든 헌트로 바뀌니까 혼란스러워졌던 것이다.

톰 크루즈를 주연으로 세운 건 문제될 게 없었어도, 메인 캐릭터를 짐 펠프스에서 이든 헌트로 바꾼 건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맘에 들지 않았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한가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이든 헌트를 '미션 임파서블' 캐릭터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가 20년이 넘도록 꾸준히 계속된 덕이다.

그렇다. 첫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첫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공개된 지 22년이 지난 2018년 여름, 여섯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가 개봉했다.

그렇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벌써 여섯 편이나 나왔다.

2018년 여름 공개된 여섯 번째 영화의 제목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Mission Impossible: Fallout)'.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연출과 스크린플레이는 크리스토퍼 매쿼리(Christopher McQuarrie)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Mission Impossible: Rogue Nation)'에 이어 2회 연속으로 맡았다. 톰 크루즈는 변함없이 제작과 주연을 맡았으며, 전편에 IMF 팀 멤버로 출연했던 사이먼 페그(Simon Pegg), 빙 레임스(Ving Rhames)도 6탄으로 돌아왔다. '미션 임파서블' 4탄과 5탄에 출연했던 제레미 레너(Jeremy Renner)가 6탄에 빠졌으나, 5탄에 출연했던 스웨덴 여배우 리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이 돌아왔다. 이밖으로 헨리 카빌(Henry Cavill), 숀 해리스(Sean Harris), 바네사 커비(Vanessa Kirby), 알렉 발드윈(Alec Baldwin), 앤젤라 배셋(Angela Bassett) 등이 출연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2015년 공개된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과 줄거리가 바로 이어지는 속편으로, 레인(션 해리스)이 체포된 이후 '신디케이트' 조직 멤버들이 '어포슬(The Apostles)'이라는 새로운 테러조직을 결성해 핵무기를 제작하려는 음모를 꾸민다는 줄거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전편을 능가하는 매우 뛰어난 액션 어드벤쳐 영화였다. 전편을 능가하는 속편이 흔치 않은 편이지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시리즈가 계속 이어질수록 기대치를 낮게 잡게 되는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보기 드문 예외다.

액션 씬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맨손격투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 카슈미르 설원에서 벌어지는 헬리콥터 공중전 등 주요 액션 씬 모두 익사이팅했다. 클래식 007 시리즈에서 빌려온 몇몇 장면들이 눈에 띈 것도 재미있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007 시리즈 오마쥬가 풍부한 편이었다. 007 제작진이 '스카이폴(Skyfall)'과 '스펙터(SPECTRE)'를 클래식 007 시리즈 오마쥬 범벅으로 만든 것을 보더니 '미션 임파서블' 제작진도 따라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그러나 액션 퀄리티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한 수 위였다. 최근 들어서 007 시리즈는 요란스럽기만 할 뿐 볼 것도 없고 스타일도 부족한 액션 씬을 자주 선보였으나, '미션 임파서블' 제작진은 액션과 스턴트 씬을 어떻게 하면 더욱 인텐스하고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지 이해하는 듯 했다. 유머와 스타일을 곁들인 클래식 007 시리즈 스타일 액션 씬까지 가미했더라면 더욱 훌륭했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하고 남았다.

"뿌리"를 잊지 않은 것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 자동 파괴되는 테이프를 통해서 미션 브리핑을 받고, 미리 준비한 세트를 이용해 상대를 깜쪽같이 속여서 정보를 빼내는 등 클래식 TV 시리즈를 바로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매우 맘에 들었다. '미션 임파서블 3'가 공개됐을 때에는 영화 시리즈가 클래식 TV 시리즈와 거리가 너무 멀어지면서 메인 테마곡을 제외하곤 완전히 별개로 보인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4탄부터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하더니 이번 6탄에서도 클래식 TV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씬을 빼놓지 않았다. 변화도 중요하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것도 좋지만, 정체성을 크게 잃어버리면서 제목을 확인하지 않고는 무슨 영화인지 알아보기 어려워지기 시작하면 시리즈가 표류하면서 좌초될 수 있다는 점을 '미션 임파서블' 제작진이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는 듯 했다.

톰 크루즈도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CRUISE CONTROL"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톰 크루즈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힐 수 있겠는지, 계속해서 장수 시리즈로 남을 수 있겠는지 의심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얘기가 크게 달라졌다. 여섯 번째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 출연한 톰 크루즈는 어느덧 프랜챠이스의 대표적인 얼굴이 되었을 뿐 아니라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션 임파서블'의 세계에 완전하게 익숙해져 있었다. 톰 크루즈를 볼 때마다 안정감이 느껴졌고,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톰 크루즈의 영화라는 데 더이상 이견이 생기지 않았다. "이든 헌트"라는 이름의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으나, 이제는 그런 고민도 끝났다.

그렇다고 단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스토리다. 여름철 액션영화에서 스토리를 지나치게 따질 필요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흥미가 끌리는 스토리가 아니었다.

출발은 산뜻했다. 그러나 핵무기 플롯과 복수 플롯이 서로 만나면서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잘 나가던 핵무기 플롯에 복수가 끼어들게 된 이유는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 전편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과 줄거리가 바로 연결되는 속편이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이든 헌트의 IMF에 붙잡혔던 레인(숀 해리스)이 개인적인 복수심에서 보복을 계획하면서 복수 플롯이 끼어든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불필요해 보였다. 전적으로 5탄과 줄거리를 이어가기 위한 목적에서 복수 플롯을 끼워넣은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5탄에서 체포된 레인(숀 해리스)이 6탄에서 이든 헌트를 겨냥한 복수전을 계획한다는 싱거운 스토리는 완성됐으나, 6탄으로 돌아온 메인 빌런 레인(숀 해리스)의 존재감이 전편에 비해 빈약해졌다. 지난 5탄에서 이어지는 복수 플롯을 짜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집어넣은 캐릭터에 불과해 보였다. 복수 플롯 자체가 불필요하게 보인 데다 메인 빌런까지 그 영향을 받아 미지근해진 것이다.

레인 뿐 아니라 일사(리베카 퍼거슨)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에선 시선을 집중시키는 캐릭터였으나 이번 6탄에선 레인과 마찬가지로 5탄과 줄거리가 이어진 덕분에 묻어나온 캐릭터 정도로 보였다. 레인의 복수 플롯과 마찬가지로 일사와 관련된 플롯 역시 5탄의 줄거리를 6탄에서 넘겨받아 이어가기 위해 억지로 우겨넣은 것 같았다.

이렇다 보니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과 줄거리가 바로 이어지는 속편으로 만들어서 얻은 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얻은 것 보다 잃은 게 더 많은 것 같았다.

또 한가지 눈에 띈 것은 007 시리즈와 겹치는 면적이 상당히 넓어졌다는 점이다.

2015년 공개된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이 007 시리즈 24탄 '스펙터(SPECTRE)'와 플롯과 등장 캐릭터 등 여러 부분에서 공통점이 많은 영화였기 때문일까? 2018년 공개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의 속편인지 '스펙터'의 속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만약 007 제작진이 '스펙터'와 줄거리가 바로 이어지는 속편 제작을 준비 중이었다면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스크립트를 그대로 가져다 사용해도 될 뻔 했을 정도다.

그렇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도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정도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액션영화로는 부족함이 없는 훌륭한 오락영화였다. 4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Mission Impossible: Ghost Protocol)' 만큼 강한 인상이 남진 않았으나 5탄 '미션 임파서블: 로그 네이션'보다는 나은 아주 잘 만든 '미션 임파서블' 영화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댓글 4개 :

  1. 걍 짐 펠프스 젊었을때를 톰크루즈로 하고 리부트시리즈였으면 됐을텐데.. 아마 브라이언드 팔마는 이렇게 시리즈가 될줄 몰랐고 단발성 시리즈라고 생각해서 짐펠프스를 악역으로 넣었겠죠? ㅋㅋㅋ

    톰크루즈가 직접 액션 힘들어지면 걍 짐펠프스 JR. 라도 넣어서 시리즈 명맥을 이었으면 싶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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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톰 크루즈가 액션이 힘들어지면 이든 헌트를 짐 펠프스처럼 만드는 건 가능할 듯 합니다.
      하지만 짐 펠프스가 이제 와서 돌아오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주니어가 나오면 또 악당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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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크레이그 본드보다 훨씬 제임스 본드에 가깝다고 봅니다.
    이번 편도 역시 실망스럽지 않았습니다.
    2010년대 스파이 물 시리즈 중엔 최고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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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007 시리즈는 엉뚱한 남의 영화 따라하는 동안 미션 임파서블이 007 시리즈가 된 듯 합니다.
      영국 언론들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007 시리즈보다 낫다고 평하더군요.
      007 시리즈는 유행 쫓아서 돈은 벌었지만 정체성을 잃고 이쪽 쟝르에서 밀리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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