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9일 목요일

'뜨거운 녀석들', 조연들만 뜨겁다!



'미스터 본드'가 나온다고 해서 극장서 보려고 했는데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하지 않아 DVD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 영화다. 일부러 상영하는 극장을 찾아나설 수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무리해가면서(?) 볼만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깐! '미스터 본드'가 나온다고?



티모시 달튼(Timothy Dalton)이 수퍼마켓 주인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이 사실 덕분에 '뜨거운 녀석들'이란 영화가 나온다는 걸 알게됐다. 많은 사람들은 거꾸로일 수도 있지만 나처럼 골수 본드팬들은 '미스터 본드'부터 시작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뜨거운 녀석들(Hot Fuzz)'이란 영화를 가만히 보면 주연보다 조연이 더 볼만하다. 까놓고 말해 영화 자체보다 조연들이 더 흥미진진하다. 티모시 달튼 이외로도 '낯익은 얼굴', '반가운 얼굴'이 꽤 나오기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가 런던에서 조용한 시골마을로 옮겨간 경찰, 니콜라스 앤젤(사이먼 페그)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휩쓸린다는 것인데,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괴짜다. 이 괴짜 마을 주민들로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나온다. '미스터 본드'도 이중 하나다.

'레이더스'에서 인디아나 존스의 라이벌, 벨락으로 나왔던 영국배우 폴 프리맨(Paul Freeman)도 '뜨거운 조연들' 중 하나.



TV 시리즈 '이퀄라이저(Equalizer)' 등으로 친숙한 영국배우 에드워드 우드워드(Edward Woodward)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의 '제임스 본드처럼 보이던 모습'에만 익숙했기 때문에 '뜨거운 녀석들'에서의 우드워드를 한번에 알아보진 못했다.



'Before & Now' 코너로 만들고 싶진 않으니 여기서 그만합시다.

문제는 영화 자체가 뜨겁지 않다는 것이다. 조연들은 저 정도면 훌륭하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하나도 뜨겁지 않다. 나름대로 줄거리도 있고, 의외로 잔인한 장면들도 꽤 많이 나오며, 유머와 액션도 어느 정도 있다지만 어느 것 하나도 만족스러운 게 없다. '뜨거운 녀석들'은 잔인한 장면과 욕설만 없애버리면 영락없는 아이들 영화가 될 것이다.

잔인한 장면과 욕설 덕분에 성인을 겨냥한 영화처럼 보이지만 '뜨거운 녀석들'은 애들영화다. 초등학생이 가짜 콧수염 붙였다고 30대인 것으로 속을 사람 많지 않듯 '뜨거운 녀석들'도 살짝 위장을 한 게 전부일 뿐 본질은 애들영화라는 게 금새 들여다보인다. 여기에서 오는 허무함을 어느 정도 극복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싱거운 녀석들'로 보일 것이다.

코메디 영화니까 유치한 건 어느 정도 감수해야겠지만 매번 바보스러운 짓으로 웃기려고 하니 영화가 한심하게 보인다. 이런 영화에서 줄거리에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Point Break' 오마쥬도 유치한데다 액션이란 것도 두 주인공들이 한껏 폼만 잡으면서 뻥뻥 갈겨대는 게 전부다보니 볼거리가 없다. 차라리 다른 성인용 코메디 영화처럼 섹시한 여배우들이라도 데려와 눈이라도 즐겁게 해줬다면 불만이 덜했을지 모르지만 '뜨거운 녀석들'에 '뜨거운 미녀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영화에 제대로 빠져들지 못하고 낯익은 조연들 구경하는 재미밖에 남는 게 없게 됐다. 아직도 변함없는 티모시 달튼의 카리스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선뜻 떠오르지 않았던 폴 프리맨,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의 에드워드 우드워드 등을 쫓으며 '뜨거운 조연들'을 구경하는 게 전부였을 뿐이다. 그것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인 사이몬 페그와 닉 프로스트는 오케이다. 이 친구들이 영화를 말아먹은 주범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재능있는 친구들인 건 맞지만 아쉽게도 '뜨거운 녀석들'을 뜨겁게 만들진 못했다. 이들 혼자선 불가능했다. 티모시 달튼, 폴 프리맨, 에드워드 우드워드 등 쟁쟁한 배우들이 도움을 줬다지만 여전히 불가능했다. 코메디 영화에 샤프한 유머가 없고, 액션영화에 화끈한 액션이 없다면 배우가 누구든 상관없다. '뜨거운 녀석들'의 가장 뜨거운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런 영화에서 뭘 더 기대할 수 있냐'고 할 수 있지만 이것보단 나은 걸 원했다. 괜찮은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정도밖에 안됐다는 데 실망이 크다. 좀 더 세련되고 깔끔한 액션/코메디를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Better luck nex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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