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6일 월요일

'언더독', 날아라! 수퍼 멍멍이ㅠㅠ



평범하던 개가 갑자기 말을 하고 날아다닌다?

그것도 모자라 범죄자를 무찌르는 '영웅'이 된다?

그다지 나쁜 내용이라곤 할 수 없다. '수퍼맨'과 같은 수퍼 액션 히어로 시리즈가 한 두개가 아니며, 이들 모두 인기가 대단하니 이번엔 개가 한번 해보겠다는 게 전부다. 뿐만 아니라, '언더독(Underdog)'은 60년대 미국 TV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니 역사도 만만치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언더독'은 상당히 난감한 영화다.

워낙 아이들용 영화이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생긴 비글(Beagle)이 망토를 두르고 수퍼 액션 히어로 시늉을 한다는 것 자체는 웃기다. 아, 잠깐! 실제로 수퍼 액션 히어로가 맞긴 맞으니 '시늉'하는 건 아닌지도...

아무튼, 개가 사람과 말을 하고 망토를 두르고 날아다니는 건 꽤 웃기다. 애니메이션이었다면 덜 웃겼겠지만 '언더독'은 실사영화다보니 실제 개가 망토 두르고 날아다닌다는 게 상당히 코믹하다. 하지만, 이것 빼곤 웃을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다.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심하게 아이들을 겨냥한 영화인 줄은 몰랐다. 성인들도 적당히 즐길 수 있을만한 정도의 유머는 그래도 있을 줄 알았는데 거의 없었다. 그나마 웃음이 나올까 말까 했던 장면은 두 세개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 그 이외론 어처구니 없는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미치광이 과학자가 만든 약을 먹고 '수퍼 멍멍이'가 탄생했다는 것까진 O.K인데 워낙 애들영화 수준에 맞추다보니 성인이 보기엔 상당히 후달리는 데가 많다.



그 대신 웃음이 사라지게 만드는 장면이 있다.

영화 중간에 잠깐 나오는 '핫도그'씬이 바로 그것.

개가 주인공인 영화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개는 음식이 아니라는 메세지를 전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핫도그'에 개를 갖다붙인 게 전부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인들이 개를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이해하고 넘어가지만 개를 먹는 나라가 분명히 있고, 그런 나라에도 이 영화를 수출할 생각이 있다면 '개를 먹는다'는 테마는 아예 비켜가는 게 옳지 않았냐는 게 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여지껏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먹을 일이 없을 것이며, 개를 먹는 걸 그다지 좋게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나서서 먹어라 마라 하는 것도 좋게 보지 않는다. 영화 제작진은 별 생각 안하고 넣은 장면인 것 같은데 개를 먹어본 적도 없는 녀석이 과민반응 보인 것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자.

'언더독'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짐 벨루시가 나온다는 것. 'K-9'으로 유명한 '개 영화 수퍼스타' 아닌가! 그러나, '언더독'에선 별다른 활약을 하지 않는다. 사람 중에서 주인공을 뽑으라면 짐 벨루시의 아들로 나오는 Alex Neuberger가 되지 벨루시가 아니다. '언더독'이 아이들 영화인만큼 주인공도 Alex Neuberger인 것. 차라리 주인공이 짐 벨루시였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끈거리지만 어쩌랴!

'언더독'은 상당히 짧은 영화지만 너무 아동틱하고 유치하다보니 도중에 지치게 된다. 러닝타임이 90분이 안되는데도 도중에 힘들어지더라. '라타투이'처럼 3D 애니메이션이라면 그려려니 하지만 어린이용 실사영화에 제대로 걸리면 상당히 괴로워진다. 애니메이션보다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게 어린이용 실사영화다.

'언더독'이 이 정도로 아이들 영화인줄 알았다면 건드리지 않았을텐데 이번엔 속았다. 아이들 영화더라도 개가 수퍼맨 흉내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성인들도 웃을 수 있을만한 것들이 꽤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형적인 애들영화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한마디로 개가 '개폼' 잡는 것 하나 빼곤 웃긴 게 없는 영화였다.



'언더독'은 애들영화로써는 그다지 나쁜 영화가 아닐 것이다. 다 좋은데 너무 지나치게 '뽀뽀뽀' 스타일이 된 게 문제일지는 몰라도. 어떻게 보면 차라리 애니메이션으로 리메이크했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개가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맛이 날아가므로 실사 아이디어 자체가 아주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

어찌됐든, 성인들은 되도록이면 이 영화를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보게 된다면 몰라도 성인들이 일부러 찾아가서 볼만한 영화는 못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개의 감동적인 이야기에 대한 어린이용 영화라면 혹시 모르지만 '언더독'은 수퍼파워를 갖게 된 개가 수퍼맨처럼 하늘을 날면서 범죄를 소탕한다는 얘기다. 이런 영화가 너무 아동틱해지면 기댈 수 있는 데가 많지 않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망토를 휘날리며 하늘을 나는 '수퍼 멍멍이'를 보며 웃는 것도 잠시일 것이다. 개가 수퍼 히어로가 된다는 게 코믹할 것 같지만 영화가 너무 아동스러운 덕분에 그것도 잠시일 뿐이다. 한마디로 말해, 개에 속지말란 얘기다.

'언더독' 주제곡 분위기를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아동스러운지 감이 잡힐 것이다. 딱 어린이 방송시간에 나올 법한 뮤직비디오를 한번 보시라:



Beware of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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