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5일 월요일

'아이언 맨' - 날아라 수퍼 깡통 로보트!

2008년 여름시즌 블록버스터 1호가 개봉했다.

2008년 여름방학 시즌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1호는 마블 코믹스의 그래픽 노블을 영화로 옮긴 파라마운트사의 액션/SF '아이언맨(Iron Man)'이다.

그렇다. 금년 여름방학 시즌에도 어김없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개봉했다. 언제부터인가 코믹북을 기초로 한 영화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매년마다 빠지지 않고 나올 정도다.



우선, 스토리부터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영화는 무기 제조회사 Stark Industries의 CEO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되면서 시작한다. 테러리스트의 강요에 못이겨 그들이 요구한 무기를 만들어 주기로 약속한 토니 스타크는 자신이 직접 입을 수 있는 쇠로 만는 갑옷을 만든다. 테러리스트들이 요구한 무기가 아닌 엉뚱한 것을 만든 것.

이렇게 해서 아이언 맨이 탄생했다.

테러리스트에게 잡혀있는 상태에서 급하게 만든 덕분인지 깡통 로보트를 연상케 하는 거진 개그 수준의 갑옷이지만 바로 이것이 첫 번째 아이언 맨 갑옷이다.


▲깡통 로보트 출현!

그런데, '아이언 맨'이라는 수퍼히어로의 탄생과정이 생각보다 흥미롭지 않았다.

테러리스트에 잡혔을 때 처음으로 아이언 수트를 만드는 데 까지는 흥미진진 했는데 미국으로 돌아온 스타크가 말리부 저택에서 '업그레이드 버전' 수트를 개발하는 데서 부터 맥이 빠지기 시작했다. Obadiah(제프 브리지스)와 Stark Industries가 얽힌 스토리도 관심밖으로 밀렸다. 결국은 아프간에서 돌아온 스타크가 새로운 아이언 수트를 개발해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얘기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영화는 '볼거리 우선, 스토리 넥스트'다. 특수효과 등의 볼거리로 영화관객들의 눈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주면 이것으로 임무완수 거진 다 한 거나 다름없다. 때문에 스토리를 놓고 길게 왈가왈부하는 건 시간낭비에 가깝다.

하지만, 왠지 피터 '스파이더맨' 파커, 브루스 '배트맨' 웨인 등의 다른 수퍼히어로 캐릭터보다 배경 이야기가 별 볼일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면 볼거리로는 무엇이 있냐고?

액션, 특수효과, 그리고 Tongue-In-Cheek 스타일 유머를 꼽을 수 있다.

사실 액션과 특수효과는 작년에 개봉한 '트랜스포머스(Transformers)' 스케일에 미치지 못한다. 아머드 수트를 입은 모습이 로보트를 연상시키는 덕분에 '트랜스포머스'를 떠올리게 하지만 아이언 맨은 토니 스타크가 갑옷을 입은 게 전부일 뿐 로보트가 아닐 뿐더러 거대한 로보트들이 대도시를 뒤집어 놓던 '트랜스포머스'에 비해 박진감도 덜하다.

그렇다고 '아이언 맨'의 액션이 볼 게 없다는 건 아니다. '트랜스포머스'는 2명의 어리버리한 고등학생들이 외계에서 온 거대한 로보트들과 함께 지구를 지킨다(?)는 줄거리의 스케일이 큰 영화였지만 '아이언 맨'은 캐릭터 중심의 수퍼히어로 영화인 만큼 이에 걸맞는 쿨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선보였다.



'쿨'하고 '스타일리쉬'하고 다 좋다.

그런데...

영화가 조금 얼렁뚱땅이기 때문일까?

아이언 맨을 수퍼히어로 캐릭터로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높은 퀄리티의 CGI 기술로 만들었다지만 아무리 봐도 싸구려 장난감이 걸어다니는 것으로 보일 뿐 전혀 쿨하게 보이지 않았다. 여기까진 넘어간다 하더라도 '갑옷을 입고 하늘을 난다'는 설정 자체부터 너무 엉뚱하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아이언 맨이 쿨하고 스타일리쉬하게 폼을 열심히 잡고 다녀도 '멋지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아이언 맨이 로보트인지 아니면 아머드 수트를 입은 사람인지 헷갈리기도 했다. 완전무장한 아이언 맨이 영락없는 로보트처럼 보이다 보니 첨단 갑옷을 입은 토니 스타크라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는 것. '아이언 맨'이 '배트맨' 스토리에 '트랜스포머스' 특수효과를 합성한 영화처럼 보이는 이유도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이 사진만 보면 자꾸 웃음이...ㅋㅋ

그렇다. '아이언 맨'은 처음 얼마 간을 제외하곤 약간 밋밋하게 보이기도 한다. 워낙 스타일리쉬한 쪽에만 신경썼다보니 약간 유치해보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Tongue-In-Cheek 스타일이라서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그렇다. '아이언 맨'은 생각보다 유머가 풍부한 영화였다. 몇 몇 씬에선 패러니 코메디 저리가라 할 정도로 보이기도 했다.

물론, 고개를 젓게 만들 정도로 유치한 유머도 자주 눈에 띄었지만 이 영화는 뇌 한쪽 빼 놓고 바보처럼 헤헤거리며 보라고 만든 영화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오락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관객들 중에도 Tongue-In-Cheek 스타일의 실없어 보이는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락영화를 보러 가면서도 집에 뇌 한쪽을 빼 놓고 가는 걸 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는 '오락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은 Tongue-In-Cheek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더라도 영화가 헬렐레하고 싱거우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겠다: '아이언 맨' 보러 가기 전에 뇌 한쪽 빼는 거 잊지 마! 이거 잊으면 큰일 나!!


▲뇌 한쪽을 빼고 봤을 때


▲뇌 한쪽을 빼지 않고 봤을 때

영화가 건들거리게 된 이유는 톰 스타크라는 캐릭터가 꽤 재미있는 친구인 덕분이다.

무기회사 CEO에 천재일 뿐만 아니라 돈도 무지하게 많으며 플레이보이 기질까지 있다. 톰 스타크로 캐스팅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사진을 보면서 '무슨 수퍼히어로가 이러냐' 싶었는데 알고보니 꽤 코믹한 캐릭터였다.

토니 스타크가 돈 많은 플레이보이 CEO라는 것까지는 아스톤 마틴을 끌고다니며 캐비어 요리와 미녀를 즐기는 제임스 본드에 익숙한 만큼 별 문제 없었다. 말리부의 호화 저택에서 새로운 아이언 수트를 만드는 것도 브루스 '배트맨' 웨인에 익숙한 만큼 별 문제 없었다. 다만, 아머드(Armored) 수트를 입고 하늘을 나는 아이언 맨에는 왠지 정이 안 가더라.

하지만, 로버트 '아이언 맨' 다우니 주니어만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유명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Gwyneth Paltrow)도 여주인공격인 페퍼(Pepper)로 나온다. 하지만, 왠지 영화에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영화 전체가 덜렁거리다 보니 여자 캐릭터 하나라도 차분하게 보이도록 한 것 같지만 효과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반면, 토니 스타크에겐 도움을, 영화관객들에겐 웃음을 준 짐 로즈(Jim Rhodes)역의 테렌스 하워드는 한마디로 죽여줬다. 진지한 영화에서 차분한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던 테렌스 하워드가 '아이언 맨'에선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테렌스 하워드의 뒷통수를 때리는 코믹연기가 없었다면 '아이언 맨'이 이처럼 유쾌한 영화가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이번 기회를 빌어 테렌스 하워드에게 한마디: 쿠바 구딩 주니어와 자꾸 헷갈려서 미안하우!


▲테렌스 하워드(왼쪽), 기네스 펠트로(오른쪽)

사실 나는 '아이언 맨'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엑스맨', '배트맨' 등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들이 빅히트를 기록한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너도 나도 비슷비슷한 영화들을 내놓는 바람에 CGI로 도배한 영화와 비디오게임의 중간 쯤 되는 영화에 식상한 지 오래다.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시리즈가 인기를 끌자 너도 나도 판타지 영화를 내놨지만 요샌 어지간한 타이틀이 아닌 이상 '판타지 영화는 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망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영화는 아직 이 정도는 아니지만 결국엔 판타지 영화처럼 되는 게 아니냔 생각도 든다.

물론, 마블(Marvel), DC코믹스의 유명 프랜챠이스들 중엔 3~40년대에 탄생한 역사깊은 시리즈들도 많고(배트맨, 수퍼맨, 캡틴 아메리카 등), 이 모두 미국산이라는 잇점이 있기 때문에 헐리우드 영화의 최대시장인 미국에선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까지 가능할까?

당장 '아이언 맨'부터 의심스럽게 보였다.

영화 혼자서 우지끈지끈 하다가 끝나는 영화 따로 관객 따로 노는 웃기는 영화처럼 보였다.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도 '참 너무 하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보단 볼만했다. 아이언 맨이 배트맨, 스파이더맨 등 다른 수퍼히어로보다 더욱 매력있는 캐릭터로는 보이지 않았고 특수효과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씬도 '트랜스포머스'만 못했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즐길만한 영화였다. 유치하고 싱겁기 그지없는 영화였지만 '안 볼 걸 그랬다'는 후회는 절대 들지 않았다. 여전히 'My Type Movie'는 아니었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재미있게 봤다'는 만족감이 들었으니 이것으로 됐다고 본다.

그리고, 왠지 조만간 아이언 맨을 또 만나게 될 것 같다.

사무엘 L. 잭슨이 애꾸눈의 닉 퓨리(Nick Fury)라는 사나이로 나오면서 속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사실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번 영화는 토니 스타크가 아이언 맨이 되는 과정에만 촛점을 맞춘 '아이언 맨' 시리즈 1탄이라는 게 뻔히 보였다. 코믹북을 기초로 한 수퍼히어로 영화가 1편의 영화로 끝날 리 없기 때문이다.

헐리우드가 선호하는 블록버스터 프랜챠이스가 또 하나 탄생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Black Sabbath의 'Iron Man' 뮤직비디오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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