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2일 금요일

007은 커브길을 좋아해!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 촬영중 잇다른 자동차 사고가 발생했다. 아스톤 마틴 직원인 엔지니어가 몰던 아스톤 마틴 DBS가 이탈리아의 가르다 호수로 다이빙을 하더니 자동차 추격씬 촬영중이던 알파 로메오가 사고를 당하면서 운전하던 스턴트맨이 머리를 크게 다치기도 했다.

아스톤 마틴 직원이 DBS와 함께 호수로 다이빙한 사건은 영화촬영과는 무관한 운전 부주의에 의한 사고였지만 스턴트맨이 크게 다친 알파 로메오 충돌사고는 촬영중에 발생했다.

대체 촬영하는 장소가 어떠한 곳이길래 닷새 사이에 굵직한 자동차 사고가 두 차례나 발생했을까?

007 제작팀이 자동차 추격씬을 촬영하던 가르다 호수 주변은 커브와 터널이 많은 경치가 일품인 곳이라고 한다.


▲호수에 빠진 아스톤 마틴 DBS

그런데 왠지 모르게 경치가 낯익어 보이지 않수?

그렇다. 미스터 본드는 가르다 호수 주변처럼 '좁은 길 - 커브 - 그리고 한쪽이 낭떠러지'라는 조건을 갖춘 장소에서 미친 듯이 운전한 적이 있다.

그것도 한 두번이 아니다.

당장 007 시리즈 제 1탄 '닥터노(Dr. No)'에서부터 위의 조건을 갖춘 곳에서 벌어지는 자동차 추격전이 나온다.

많은 사람들은 '최초의 본드카'라고 하면 '골드핑거(Goldfinger)'에 나온 아스톤 마틴 DB5(Aston Martin DB5)를 꼽는다.

특수장치가 된 최초의 본드카를 꼽으라면 아스톤 마틴 DB5가 맞다.

하지만, 자동차 액션씬에서 제임스 본드가 몰았던 첫 번째 '본드카'는 선빔 알파인(Sunbeam Alpine)이다. 영화 '닥터노(1962)'에서 제임스 본드가 미스 타로(Taro)의 집을 찾아갈 때 사용한 바로 그 자동차다.


▲첫 번째 본드카 Sunbeam Alpine

007 시리즈 첫 번째 자동차 추격씬을 촬영한 곳은 자메이카의 블루 마운틴스.

좁은 길과 커브, 낭떠러지 모두를 갖춘 장소였다.


▲비포장은 보너스!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추격자의 자동차

'골드핑거(Goldfinger)'에서 제임스 본드의 아스톤 마틴 DB5와 포드 머스탱이 레이스(?)를 벌인 스위스 알프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아스톤 마틴 DB5가 포드 머스탱을 뜯어놓는(?) 것을 제외하곤 이렇다할 자동차 액션씬은 없었다.


▲길 오른쪽으론 낭떠러지

▲차 2대가 지나가기 빡빡할 만큼 길이 좁다.

▲커브도 만만치 않다. (본드 소변 보는 중 아님)

'여왕폐하의 007(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에도 스위스 알프스가 나온다.

본드걸 겸 와이프, 트레이시가 운전하는 머큐리 쿠거(Cougar)와 본드를 추격하는 스펙터 일당과의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지는데 주변 환경이 007이 좋아하는 낭떠러지를 낀 좁은 커브길이었다.


▲본드걸도 역시 이런 길을 좋아했다!

▲하지만 눈 때문에 급경사진 낭떠러지는 제대로 안 보인다.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도로는 1977년 영화 '나를 사랑한 스파이(The Spy Who Loved Me)'에도 나온다.

제임스 본드가 운전하는 로터스 에스프릿 S1(Lotus Esprit S1)이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에서 스트롬버그의 부하들과 죠스(리처드 킬) 일당에게 쫓기는 장면에서다.


▲왼쪽은 낭떠러지인 사르디니아 커브길.

▲길도 좁다.

▲2대의 트럭 사이를 빠져나가는 본드의 로터스 에스프릿.

▲죠스 일당이 본드를 쫓아온다.

▲하지만 낭떠러지에서 점프!

드디어 '커브길 스턴트 지존', '유어 아이스 온리(For Your Eyes Only)'의 차례다.

우선 사진 한장 먼저 보자.


▲커브가 이쯤은 돼야...

'유어 아이스 온리'에서 제임스 본드가 멜리나(캐롤 부케)의 노란색 씨트로엥 2CV를 타고 곤잘레스의 저택에서 탈출하는 장면에 나온 자동차 추격씬이다.

그리스 Corfu에서 촬영한 이 자동차 추격씬은 007 시리즈 최고의 자동차 추격씬으로 꼽힌다. 숀 코네리 시절의 아스톤 마틴 DB5, 로저 무어의 로터스 에스프릿 등 특수장치들로 가득한 섹시한 본드카에 비하면 씨트로엥은 볼품 없지만 앞구르기, 뒷구르기를 하며 추격을 따돌리고 탈출하는 게 훨씬 더 익사이팅했기 때문이다.


▲곤잘레스의 부하들이 본드를 추격한다.

▲그런데, 길이 매우 좁고 커브가 많다.

▲그래서 미스터 본드는 길로 운전 안 한다.

1989년작 '라이센스 투 킬(License To Kill)'의 유조트럭 체이스씬에 나온 멕시코의 La Rumorosa 산길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번엔 Kenworth 유조트럭이다. 현재까지 007 시리즈에 등장한 본드카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차다.


▲역시 모든 걸 다 갖췄다.

▲길도 좁은데 거대한 Kenworth 유조트럭까지!

▲탱크를 떼어내 언덕 아래로 굴려버리지만...

▲그래봤자 가장 큰 본드카인 것엔 변함 없다.

커브가 많은 산길은 1995년작 '골든아이(GoldenEye)'에도 나온다.

제임스 본드의 30년된 골동품 아스톤 마틴 DB5와 제니아 오너탑의 페라리 355 GTS가 레이스를 벌인 프랑스의 Thorenc Grasse 산길이다.

레이스 자체는 유치하지만 여기서도 좁은 길, 커브, 낭떠러지, 터널 모두 다 나왔다.


▲좁고 구불거리고... 한 두번 본 풍경이 아니다.

▲터널까지...

▲그리고 한쪽은 낭떠러지.

숀 코네리부터 피어스 브로스난까지 5명의 배우 모두 저러한 장소에서 자동차 추격씬 또는 레이스씬을 찍었다.

그렇다면 다니엘 크레이그도 빠지면 안되겠지?

'콴텀 오브 솔래스' 제작팀은 이탈리아의 가르다 호수 주변에서 제임스 본드가 아스톤 마틴 DBS를 타고 도망가고 악당들이 알파 로메오 2대에 나눠타고 본드를 추격하는 씬을 찍었다. 물론, 이곳도 좁은 길과 커브, 터널, 낭떠러지 모두를 갖췄다고 한다.

비록 사고로 얼룩지긴 했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커브길 추격씬'은 얼마나 스릴넘칠 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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