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3일 월요일

'겟 스마트', 생각보다 볼만 하네...

60년대 TV 시리즈라고 하면 '미션 임파시블(Mission Impossible)', '나폴레옹 솔로(Man from U.N.C.L.E)', 'I Spy' 등 스파이 테마의 시리즈가 여럿 떠오른다. 코메디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돈 애덤스(Don Adams) 주연의 '겟 스마트(Get Smart)'도 이 때 나온 미국의 스파이 테마 TV 시리즈 중 하나다.

바로 이 시리즈가 2008년 여름 스티브 카렐 주연의 극장용 코메디 영화로 나왔다. '미션 임파시블', 'I Spy' 등에 이어 '겟 스마트'도 극장용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코메디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파이 테마인데 스파이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수?

그래서 '어스틴 파워'로 유명한 마이클 마이어스의 신작 '러브 그루(Love Guru)' 대신 '겟 스마트'를 보기로 했다.



'겟 스마트'의 스토리는 CONTROL이라 불리는 미국 스파이 에이전시 소속 애널리스트 맥스웰 스마트가 졸지에 필드 에이전트가 되어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테러조직 KAOS의 음모를 분쇄한다는 어마어마한(?) 내용이다. 스파이 테마 코메디 영화의 스토리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수?

그런데, 생각보다 액션의 비중이 높았다. 그렇다고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스파이-코메디 영화 '트루 라이스'에 버금가는 수준이란 건 아니지만 바보스로운 유머가 전부인 영화로 생각했던 것과 달리 액션영화 분위기가 제법 풍겼다.

그렇다고 유머에 소홀했다는 것은 아니다. 넘어지고 자빠지면서 'Missed by that much' 하는 식의 올드스쿨 유머부터 시작해 피식 웃을만한 수준의 유머는 풍부한 편이었다. 한동안 배꼽을 잡고 웃을 정도의 코믹한 씬이나 대화, 또는 설정이 없었던 게 아쉽긴 하지만 성인 테마의 코메디 영화가 아닌 패밀리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머가 부족했다고 하긴 힘들 것 같다.

출연배우들도 화려하다. 주인공 스티브 카렐과 앤 해더웨이(에이전트99) 뿐만 아니라 드웨인'The Rock' 존슨, NBC의 TV 시리즈 '히어로(Hero)'로 잘 알려진 일본 배우 마시 오카, 나무 속에 숨어있는 '언더커버 에이전트'로 카메오 출연한 빌 머레이 등 낯익은 배우들이 여럿 나온다. 영화가 심하게 유치해 보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로 코믹연기가 되는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다는 것을 꼽아햐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 물론 제임스 본드 패로디도 빼놓을 수 없다. 스파이 테마의 코메디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 패로디가 빠질 리 있겠수?

아무래도 제일 먼저 꼽아야 할 건 턱시도를 입은 맥스 스마트다. 댄스파티에 턱시도를 입고 참석한다는 설정이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트루 라이스'와 비슷해 보였지만 둘 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패로디한 것이니 따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어찌됐든 턱시도가 제임스 본드의 오피셜 수퍼히어로 유니폼이란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겠지?


▲왠지 '카지노 로얄' 분위기도...?

거한의 악당 Dalip으로 나온 Dalip Singh도 제임스 본드 팬들에겐 낯설지 않아 보였다.

그렇다. 죠스(Jaws)가 나타났다!

스필버그의 '물고기 죠스'가 아니라 '나를 사랑한 스파이'와 '문레이커'에 강철이빨을 끼고 나왔던 '거인 죠스(리처드 킬)'다.

Dalip Singh를 애덤 샌들러의 풋볼 코메디 영화 'The Longest Yard'에서 처음 보자마자 '007 시리즈가 70년대 스타일로 되돌아 간다면 죠스를 대신할 배우로 딱'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임스 본드 시리즈가 아닌 '겟 스마트'에서 죠스를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맡았다.

특히 낙하산씬은 참 '문레이커'스럽다.

Dalip과 함께 테리 크루스, 빌 로마노우스키 등 'The Longest Yard'에 출연했던 '교도소 풋볼팀' 선수들도 컴백했다. 'The Longest Yard'와 무슨 커넥션이 있나 했더니 '겟 스마트' 감독이 피터 시걸이더라.



가젯들도 빼놓을 수 없다.

스파이 테마의 코메디 영화에 해괴한 가젯들이 안나올 리 없겠지?

이번 영화에도 맥스웰 스마트의 대표적인 가젯인 '구두 전화'가 컴백한 것은 물론이고 요란스런 기능을 갖춘 만능(?) 포켓 나이프도 나온다. 하지만, 요새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007이 심각하게(?) 가젯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와도 극장에서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시대이기 때문에 구두 전화까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지만 억지로 웃기려고 마련한 가젯들은 유치하게 보였다.

007 영화에서 보던 것 보다 훨씬 더 신출귀몰한 가젯들을 실제로 갖고 다니는 'NO COUNTRY FOR OLD GADGET 시대'가 된 만큼 이런 것들로 관객들을 '와우'케 하던 시절은 지나간 것 같다. 다니엘 크레이그 버전 미스터 본드가 열나게 맞고 다니는 이유도 있지 않겠수?



또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은 자동차다.

그렇다. '본드카'만 있는 게 아니라 '스마트카'도 있었다.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닥터노(Dr. No)'에 나왔던 선빔 알파인(Sunbeam Alpine Roadster)의 사촌뻘인 선빔 타이거(Sunbeam Tiger)가 나오는 것.

하지만, 단순한 본드카 오마주는 아닌 듯 하다. 빨간색 선빔 타이거는 60년대 방영됐던 '겟 스마트' 오리지날 TV 시리즈에도 나왔던 차라고 하더라.



그렇다. '겟 스마트'는 클래식 TV 시리즈 오마주와 제임스 본드 패로디를 찾아보는 재미가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코메디 영화다. 60년대 클래식 TV 시리즈를 리메이크 한 데다 '어스틴 파워', '스파이 하드' 스타일의 그렇고 그런 스파이 코메디 영화다 보니 오리지날 시리즈 오마주와 제임스 본드 패로디가 전부인 게 당연한 결과인지도...

그래서일까? 이상하게도 영화내내 편안했다. 클래식 '겟 스마트'를 제대로 본 기억이 없는 데도 왠지 모르게 낯익어 보이고 푸근하게 느껴졌다. 아주 재미있었다고 하기엔 살짝 곤란하지만 심하게 아동틱 하거나 유치하게 느껴지진 않고 제법 볼만 했다. 트레일러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눈을 가린 채 손가락 사이로 봐야 할 정도로 아주 유치한 코메디인 것으로 알았는데 막상 보고나니 생각처럼 심하지 않았다.

'겟 스마트'는 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실사영화 중 패밀리용 코메디 영화로 가장 무난해 보이는 영화이기도 하다. '꿈틀대는 왕자G', '할머니들과의 섹스' 등 가족용으로 보기엔 약간 난감한 부분이 나오는 애덤 샌들러의 '조한(You Don't Mess With the Zohan)', 주인공은 어린이들이지만 영화는 은근히 거친 영국 코메디 영화 '썬 오브 램보우(Son of Rambow)'처럼 패밀리용으론 곤란해 보이는 다른 PG-13 코메디 영화들과 달리 '겟 스마트'는 온가족이 함께 봐도 무방할만한 영화였다.

60년대 스파이 테마 코메디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영화가 이 정도면 됐지 뭘 더 바랄 게 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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