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8일 토요일

'원티드' - 안젤리나 졸리가 살렸다!

사무실에서 컴퓨터나 두드리던 평범한 녀석이 갑자기 액션히어로로 둔갑한다고?

웨슬리 깁슨(제임스 매커보이)이 바로 그 녀석이다.

느닷없이 삶에 끼어든 섹시한 킬러, 폭스(안젤리나 졸리)가 살해당한 웨슬리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The Fraternity'라 불리는 비밀 암살자 조직으로 그를 끌어들인다.

'The Fraternity'라는 조직의 리더, 슬로언(모건 프리맨)과 폭스는 어리버리한 웨슬리를 그의 아버지에 버금가는 킬러로 만들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 한마디로 X나게 패는 것이다.

얼떨결에 프로페셔널 킬러가 된 웨슬리는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다는 크로스(Thomas Kretchmann)를 찾아나서는데...

다 좋은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매트릭X'?

왠지 네오, 트리니티, 모피어스가 떠오른다고? 그렇고 보니 피부색까지 매치가 되는구만...

킬러가 된 주인공이 아버지의 복수를 한다는 줄거리에 모건 프리맨까지 나오니까 'Lucky # Slevin'과도 비슷해 보인다고?

미스테리한 아버지로부터 스페셜한 능력을 물려받은 녀석이 나온다니까 '스타워즈'도 생각난나고? 그렇다고 웨슬리가 '제다이'라는 건 아니지만 대사 중에 'I'm your father'라고 하는 데도 나오니 충분히 이해가 가오.

말도 안되는 코믹북 스타일의 스타일리쉬한 액션씬을 보면 클라이브 오웬 주연의 'Shoot 'em Up'이 생각난다고?

제임스 매커보이,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원티드(Wanted)'도 코믹북 원작의 영화인 만큼 스타일리쉬한 액션영화다. 총알을 커브로 쏘고, 날아오는 총알을 총알로 맞춰 떨구는 등 말이 안 되는 것도 가능한 영화다.

뿐만 아니라 폭력수위도 제법 높은 편이다.


▲러시아 버전 트레일러 캡쳐

이런 스크린샷을 붙인 이유가 뭐냐고?

'원티드'는 머리에 구멍나는 씬이 자주 나오는 것 빼곤 기억에 남는 게 많지 않은 영화기 때문이다. 머리에 구멍이 나는 것으로 시작하더니 마지막에 끝날 때도 역시 머리에 구멍이 나면서 끝난다.

보아하니 제법 잔인한 액션영화를 만들고자 한 것 같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머리에 구멍나고 찌르고 베고 하는 것으로 영화관객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요즘엔 아무리 폭력수위가 높다 하더라도 꿈쩍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로테스크한 그래픽 테러에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상태기 때문에 어지간히 스릴이 넘치지 않는 이상 관객들의 반응은 '무덤덤'이다. 저런 액션씬을 보면서 '화끈해서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오히려 지루해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액션 자체가 리얼해야지 피만 튄다고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패트리어츠 미사일로 상대의 미사일을 격추시키 듯 날아오는 총알을 총알로 명중시켜 떨구는 황당한 영화에서 피가 좀 튄다고 얼마나 리얼하고 잔인하게 보이겠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썰렁한 건 제임스 매커보이다. 웨슬리역으로 도대체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액션히어로 타잎이 아닌 배우를 캐스팅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웨슬리역에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평범하게 보이던 녀석이 수퍼 프로페셔널 킬러로 변신한다는 줄거리만 놓고 보면 제임스 매커보이가 웨슬리역에 제법 어울려 보이지만 킬러로 변신한 이후 뿐만 아니라 어리버리하던 시절의 모습도 모두 어색해 보였다. '크로니클 오브 나니아', '페넬로피', '비커밍 제인', '어톤먼트'와 같은 차분한 영화에서만 보던 매커보이가 터무니 없어 보이는 액션영화에 나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매커보이는 매번 '어톤먼트'와 같은 영화에만 나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액션 스릴러를 찍지 말란 법은 없다. 다만, '원티드'는 너무 심하게 점프한 것 같았다는 게 전부다.



'원티드'와 같은 액션영화의 리딩 캐릭터로 약간 불안해 보이는 제임스 매커보이를 받쳐준 것은 다름아닌 안젤리나 졸리다.

안젤리나 졸리 이 양반이 총 들고 설치면 일단 어느 정도 흥행은 보장된 셈이다.

이 친구가 총을 들고 떡 하니 서 있으면 졸리 멋있잖수?

그런데...

얘는 또 왜 이렇게 된 거냐!


▲졸리 무섭다. 무슨 납량특집도 아니고...


▲누가 우리 졸리 공책 좀 사줘라!

그리고 얘네들도...


▲나이키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 광고

차라리 안젤리나 졸리가 주인공이었다면 더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툼 레이더' 시리즈에서 처럼 안젤리나 졸리가 쌍권총 들고 '₣uck 'em All' 하는 액션영화였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지 않수?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제임스 본드를 여자가 맡는다면 안젤리나 졸리를 후보 0순위로 꼽겠다. 물론, 영국배우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지만 여배우가 제임스 본드역을 맡을 일이 없는데 그런 것까지 따질 필요 있을려나? 영국 여배우 중에서 꼽자면 아무래로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크로니클'의 리나 히디(Lena Heady)도 있지만 한쪽 눈썹을 슬쩍 치켜세우는 로저 무어 스타일 제임스 본드엔 안젤리나 졸리가 왔다다.

그나저나 여자가 제임스 본드를 맡으면 이름을 뭘로 바꿔야 하려나? 이니셜 J.B는 유지하는 게 좋을 테니 제인 본드?

제인 본드가 나오면 '본드보이'들이 나와야 겠지? 허긴 '툼 레이더'에서 '라라보이'로 출연했던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가 되는 판인데 불가능할 게 뭐 있겠수?

걍 내가 하나 만들어 버려?



그런데 왜 이렇게 안젤리나 졸리 타령만 하냐고?

안젤리나 졸리마저 나오지 않았다면 졸리 큰일 날 뻔한 영화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그럭저럭 패스할 수 있는 수준이라지만 쿨하고 스타일리쉬하게 보이기 위해 지나치게 오버한 티가 나는 액션씬, 유치한 유머,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제임스 매커보이를 모두 커버한 수퍼히어로는 바로 안젤리나 졸리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커보이는 없어도 되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빠지면 대책이 안 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원티드'는 코믹북을 기초로 한 다른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들과 비슷한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높은 폭력수위로 눈길을 끌고, 나머지는 안젤리나 졸리로 커버하려 한 티가 심하게 나는 영화다. 잔인한 장면들로 관객들을 '와우'케 하려고 한 것도 영화를 유치하고 싸구려틱 하게 보이도록 만들었을 뿐 하드코어 액션영화답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미가 아주 없었다는 건 아니다. 겉으로만 요란한 게 전부인 간지러운 수준의 액션영화일 뿐이지만 아주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Something Special'은 절대 아니다. 나름 화끈하고 시원한 액션씬이 나오며 영화 도중에 지루하거나 산만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다만, 이 정도로는 액션팬들로부터 만족스럽다는 평을 듣기 힘들 것 같다. '씬시티(Sin City)'처럼 분위기가 아주 독특하거나 'Shoot 'em Up'처럼 엉뚱하고 코믹한 맛이라도 있었다면 또 다른 얘기겠지만 '원티드'는 뭔가 특별하다고 할 만한 게 없었다. 안젤리나 졸리 빼고...

마지막으로, 러시안 감독이 만든 화끈한 하드코어 액션영화를 미국인들에게 보여주겠다고 말하던 러시안들이 생각난다.

Well?

솔직히 난 잘 모르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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