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11일 목요일

아직 풀리지 않은 '콴텀 오브 솔래스' 미스테리

22번째 제임스 본드 영화 '콴텀 오브 솔래스'의 새로운 트레일러가 떴다. 투박한 햇내기 00 에이전트의 막가파식 액션이 전부인 듯 했던 이전 티져 트레일러와는 달리 새로 공개된 풀버전 트레일러에선 007영화다운 분위기가 제법 묻어났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미스테리가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불확실한 데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 티져 포스터

콴텀=스펙터?

'카지노 로얄'과 줄거리가 이어지도록 한 것은 아주 싸구려 아이디어다. 본드가 베스퍼에 대한 복수를 하도록 만들면서 스펙터(SPECTRE) 비스무리한 범죄조직, 콴텀(Quantum)을 슬쩍 등장시키려 한 것이 전부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언 플레밍의 소설 'You Only Live Twice'에서 본드가 그의 아내 트레이시를 죽인 스펙터의 두목 블로펠드를 찾아가 복수한다는 '분노'와 '복수'의 코드를 '카지노 로얄' 스토리에 어정쩡하게 붙이면서 영화 '라이센스 투 킬(1989)'에서 사용했던 '로그 에이전트(Rogue Agent)' 아이디어까지 끌어붙인 게 전부가 아니냔 생각도 든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트레일러 마지막 부분에 잠깐 나오는 본드와 그린의 격투씬도 왠지 모르게 소설 'You Only Live Twice'의 본드와 블로펠드의 격투를 연상케 한다.


▲본드와 그린의 격투씬

본드는 아직도 햇내기?

'콴텀 오브 솔래스'의 줄거리가 전작 '카지노 로얄'과 이어지는 바람에 제임스 본드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햇내기 에이전트다. '콴텀 오브 솔래스'가 '카지노 로얄' 엔딩의 불과 몇 분 이후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노련한 에이전트의 모습을 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영화관객들이 '햇내기 본드' 캐릭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있냐는 것이다.

노련한 베테랑 에이전트에 익숙해진 영화관객들이 두 번 내리 나오는 '햇내기 본드 시리즈'를 긍정적으로 볼까?

007 제작진이 '햇내기 본드'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꼭 이런 식으로 차별화를 해야지만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난의 제임스 본드 캐릭터와 다르게 보인다고 판단한 것일까?

제임스 본드는 햇내기 시절에만 얻어터지고 싸움질 하고 다녔고 노련해진 이후부턴 가젯사용을 했다는 것일까?

제임스 본드는 햇내기 시절에만 실수를 했을 뿐 노련해진 이후부턴 '미스터 퍼펙트'가 됐다는 것일까?

만약 '콴텀 오브 솔래스'에서도 지난 '카지노 로얄'에서처럼 설익고 어설프고 거칠기만 한 제임스 본드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면 영화가 아주 유치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식의 차별화는 '카지노 로얄' 로 이미 끝났는데 계속해서 구질구질하게 붙들고 늘어지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좀 노련해졌을까?

유머는 어느 정도?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임스 본드가 되면서 사라진 것은 일명 'One-Liner'라 불리는 조크다. 진지한 스타일의 크레이그에게 이러한 가벼운 농담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사실 이것은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다. 제임스 본드 캐릭터를 쓸 데 없이 가볍고 천하게 보이지 않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가 진지한 캐릭터로 변했다고 해서 유머 자체를 소홀히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딱딱하게 짖누르기만 하면 영화가 자칫 불편해질 수도 있다.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의 '무뚜뚝한 한마디'로 웃음을 자아내던 것도 괜찮았다. 크레이그에겐 실없이 촐랑거리는 것보다 점잖고 무게있어 보이는 '한마디'가 잘 어울리는 만큼 이번에도 이러한 '크레이그 스타일 조크/유머'가 돋보이길 기대해 본다.

본드걸, 젬마 아터튼의 역할도 눈여겨 볼만 하다. 또다른 본드걸, 올가 쿠리렌코가 진지한 스타일인 것에 비해 젬마 아터튼의 본드걸 캐릭터는 코믹 릴리프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살짝 푼수끼가 엿보이는 젬마 아터튼이 코믹 릴리프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지켜봐야 할 듯.


▲나를 웃겨다오~!

'카지노 로얄' 트릴로지?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건 '본드23'의 줄거리가 또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콴텀 오브 솔래스'를 '카지노 로얄'과 이어지도록 했으니 그 다음 번 영화까지 줄거리가 이어지도록 하면서 '카지노 로얄 트릴로지'를 완성하려는 게 아니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카지노 로얄', '콴텀 오브 솔래스' 등 무려 2편의 영화를 통해 스펙터를 연상시키는 미스테리한 범죄조직 '콴텀'을 소개한 만큼 한번 더 울궈먹으려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든다. 반드시 줄거리를 이어야만 '콴텀'이란 범죄조직을 영화에 사용할 수 있는 건 물론 아니지만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를 이어붙인 것처럼 '본드23'까지 이어버릴 생각을 할 지도 모른다. '본드21-22-23'를 '트릴로지 세트'로 묶으려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다니엘 크레이그도 인간이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2010~2011년 개봉예정으로 알려진 '본드23'에서는 '카지노 로얄의 몇 분 이후의 모습'이라고 우기기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콴텀'이라는 테러조직이 또 등장할 수는 있을 지 몰라도 '카지노 로얄'과 '콴텀 오브 솔래스'를 연결한 것처럼 바로 이어지게 하긴 힘들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007 제작진은 제임스 본드를 우주로 내보내 우주정거장에서 광선총을 쏘도록 만든 적이 있는 사람들이다.

댓글 2개 :

  1. 본드 형님께선 우주에 두번이나 다녀 오셨죠.... ㅡㅡ;

    왠지 달이나 화성에도 한번쯤 가실 타이밍이 되지 않았을까 하네요.....ㅡㅡ;;

    처음엔 그냥 우주선, 그 다음엔 우주왕복선과 우주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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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첨엔 나갈뻔만 하셨죠...ㅡㅡ;

    그러다가 결국엔 나가시더군요...ㅡㅡ;

    다, 달은 '다이아몬드는 영원히'에서 훈련용 시설에서 뛰어다니신 적이 있죠...ㅡㅡ;

    화, 화성은 바로 요오오기니까 좀 더 멀리...ㅡㅡ;

    보, 본드걸은 E.T로...ㅡㅡ;

    본드: (본드걸과 손가락을 마주치며) 손이 참 이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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