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살짝 설명을 하자면,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가 나오는 영화이지만 호러영화와는 거리가 먼 로맨틱 판타지 영화다. 애리조나주에서 워싱턴주로 이사온 여고생,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수십년간 17세 고등학생 노릇(?)을 하고있는 핸썸한 뱀파이어,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러브스토리가 메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니, 어쩌다가 하이스쿨 로맨스 영화를 보게 됐냐고?
얼떨결에 책으로 2권까지 읽었다 보니 영화도 보게 됐다오.
아니, 어쩌다가 틴에이져 로맨스 소설을 읽게 됐냐고?
가끔가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고 싶을 때가 있듯이 살다보면 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겠수?
솔직하게 까 밝히자면, 서점에서 '트와일라잇' 소설을 살 때만 해도 판타지 어드벤쳐 소설인 줄 알았다. 영 어덜트(Young Adult) 섹션에서 찾은 만큼 틴에이져용 책이라는 것까지는 알고있었지만 벨라와 에드워드의 로맨틱 스토리가 우선이고 어드벤쳐는 나중인 소설인 줄은 몰랐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인기있다는 것만 알았을 뿐 리서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덕분이다.
원작이 이러한 만큼 영화도 로맨스가 우선이고 어드벤쳐는 나중이다. 뱀파이어가 나온다고 해서 호러영화를 생각해서도 안되고, 판타지 영화라고 해서 화려한 특수효과를 기대해서도 안된다. 영화도 소설과 마찬가지로 인간과 뱀파이어의 러브스토리가 메인이고 액션과 어드벤쳐는 있는 둥 마는 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제작진은 영화 제작에 많은 돈을 들이지 않았다. '트와일라잇' 자체가 화끈한 액션과 화려한 특수효과와는 거리가 있으며, 반드시 거액을 투자해야만 멋진 영화가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트와일라잇'을 보고있으면 값 싸게 만든 영화라는 티가 난다.
그러나, 영화 '트와일라잇'을 싸구려틱하게 보이도록 만든 주범은 제작비용이나 특수효과가 아니라 출연배우들의 어설픈 연기였다.
주인공, 벨라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주 멋졌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에드워드역의 로버트 패틴슨부터 삐걱이기 시작했다. 창백하고 핸썸한 틴에이져 뱀파이어역에 제법 잘 어울려 보였지만 아쉽게도 외모만 매치되는 게 전부였다.
무엇보다도 유치했던 것은 뱀파이어들의 썰렁한 연기다. 캐스팅은 나쁘지 않았고, 기본적인 연기엔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았지만 대부분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배우들이었고, 피부색만 창백할 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뱀파이어 연기도 영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원작소설을 쓴 스테파니 마이어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진 뱀파이어'로 묘사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에 에드워드를 포함한 컬렌 패밀리와 악당 뱀파이어, 제임스와 빅토리아까지 모두 송곳니 없는 뱀파이어를 연기해야만 했다. 에드워드가 '모든 것을 다 갖춘 10대 소녀들의 드림보이'다 보니 송곳니를 가진 몬스터 뱀파이어는 곤란했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화가 났거나 사냥을 할 때에도 송곳니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바람에 싸움을 하거나 상대방을 위협할 때에도 창백한 얼굴 하나로 밀어부칠 수밖에 없다 보니 엉거주춤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한 뱀파이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송곳니마저 없다보니 뱀파이어 같지도, 위협적이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뱀파이어가 되고 만 것이다.
이런 식이다 보니 어린이용 TV 시리즈와 다를 게 도대체 뭐냐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썰렁함'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그런대로 넘어갈만 하다. 여기저기 문제가 꽤 많았지만 영화 스토리도 원작에 비교적 충실한 편이었고, 2시간 동안 도저히 못 보겠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다. 완성도만 놓고 따지면 절대로 높게 평가할 수 없겠지만 머리를 쥐어 뜯고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영화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만 해도 '중간을 못 넘기고 비비 틀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했었는데 막상 보고나니 그런대로 볼만 했다. 초기 스틸사진 몇장과 티져 트레일러만 봤을 때는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썰렁하고, 액션과 특수효과는 빈곤하고, '뱀파이어와 인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간지러운 멜로드라마틱한 러브스토리도 흥미롭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CUTE'한 데가 있었다.
소설을 미리 읽어뒀기 때문에 영화와 책의 스토리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가 한심하고 썰렁해도 소설을 영화로 어떻게 옮겼는지 궁금해서 영화내내 지루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다. '트와일라잇'을 보기 위해 극장앞으로 돌격하는 10대 소녀들 대부분이 이미 책을 읽었을 테니까.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