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건 2천만 루피에 도전하는 것.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고 고아로 자란 자말이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갈 수 있었을까?
속임수를 쓴 것일까? 운이 좋은 것일까? 숨겨진 천재인 것일까? 아니면 숙명인 것일까?
잠깐!
그래봤자 TV 게임쇼가 전부 아니냐고? 그것도 인도판 TV쇼인데 이걸 무슨 재미로 보냐고?
JUST SHUT UP AND GO SEE THE MOVIE!
나는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를 10분 이상 시청한 적이 없다. 이런 쇼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타잎이 아니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를 일찌감치 보지 않고 이제 와서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골든 글로브에서 '슬럼덕 밀리어네어'가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하는 것을 보면서 궁금증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때만 해도 '인도판 TV 게임쇼 영화에 왜 이렇게 난리일까' 싶었다. 인도배우들이 나오는 인도에 대한 영화니까 괜시리 후한 점수를 주는 가식적인 제스쳐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아카데미상에서도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이 중 감독상(대니 보일)은 수상이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늦게나마 보기로 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냐!
한가지 확실한 건 이 영화에 나온 배우 중에서 낯익은 얼굴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알고있는 인도배우, 또는 인도계 배우가 한 손에 꼽힐 정도이니 말 다했겠지?
그렇다면 언어는?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궁금해 하는 것은 '슬럼덕 밀리어네어'가 어떤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인가 일 것이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대사가 대부분 영어로 되어있지만 그렇다고 100% 영어로 만든 영화는 아니다. 영어 뿐만 아니라 힌두어로 대화를 나누는 부분도 나온다.
오우, 그렇다면 자막과 씨름해야 하는 거냐고?
미국의 극장에선 영어로 된 영화들만 주로 상영하기 때문인지 화면 하단에 뜨는 자막이 스크린 밖으로 벗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 때문에, 자막을 필요로 한다는 건 결코 플러스가 아니다. 그러나 걱정할 건 없다. 자막이 항상 화면하단에 뜨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막이 뜨는 위치가 항상 변하는 것. 어떻게 보면 더 정신없지 않냐는 생각도 들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막읽기가 더 쉬웠다. 자막이 나올 때마다 같은 장소를 노려볼 필요 없이 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자막을 읽을 수 있었다. 자막을 읽어야 하는 영화를 꺼려왔는데 자막이 매번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큰 불편 없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그렇다고 자막밖에 기억나는 게 없다는 건 아니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취조실/TV쇼 세트와 자말이 지난 일을 회상하는 '플래시백'을 오가면서 그가 어떻게 퀴즈쇼의 정답을 모두 맞출 수 있었는지 차례로 짚어간다. 처음에는 자말이 게임쇼에서 속임수를 썼는지를 가려내는 게 전부인 것 처럼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게 포인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에 빠져들게 되는 건 이 때 부터다.
흉폭한 앵벌이 집단과 갱스터들이 활개를 치는 뭄바이의 빈민촌에서 태어난 자말, 살림, 라티카 '삼총사'가 전하는 살아있는 인도 이야기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가 시작한 이후에도 게임쇼, 인도 등 비관심 분야를 모아놓은 영화라서 끝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걱정이 가시지 않았지만 빈민촌에서 태어난 천진난만한 인도 어린이들의 동화같은 이야기에 빠져든 이후에는 언제 그런 걱정을 했었나 싶었다.
물론, 영화의 패턴을 금새 눈치챌 수 있으며, 짜맞춘 티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플래시백을 통해 전개되는 자말, 살림, 라티카 '삼총사'의 이야기 중에서도 형제간의 갈등과 로맨스 파트는 그다지 새로울 게 없었다.
BUT SO WHAT?
영화를 보고나니까 왜 이 영화가 메이저 영화 시상식에서 유력 수상작으로 꼽혀 왔는지 이해가 되었다. 그렇다.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굵직한 상을 받을만 한 자격이 충분히 있는 영화다.
그러나,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대중성이 높은 영화라고 하기 힘들다. 인도에 대한 영화인데다 낯익은 헐리우드 배우가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여차했으면 북미지역에서 극장상영을 못하고 DVD로 바로 출시될 뻔 했다고 한다.
하지만, '슬럼덕 밀리어네어'는 최근에 본 영화들 중에서 안 봤으면 후회할 뻔 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유일한 영화다. 게임쇼, 인도 이야기, 낯선 출연배우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관람을 미뤄왔는데 막상 영화를 보고나니 지금까지 뜸을 들인 게 바보같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주제곡상에 노미네이트 된 '재호(?)'를 들어봅시다.
▲'슬럼덕 밀리어네어' OST 'JAI 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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