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리암 니슨)은 틴에이져 딸, 킴(매기 그레이스)을 둔 전직 에이전트다. 하지만, 이혼을 하면서 딸마저 전 부인 레노어('본드걸' 팜키 얜슨)가 키우게 되어 혼자서 생활하는 신세의 외로운 사나이다. 뿐만 아니라, 브라이언은 그 흔해 빠진 디지털 카메라 하나 없이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아날로그 사나이'다.
그런데 킴이 그녀의 친구와 함께 프랑스로 놀러 가겠다며 브라이언의 허락을 받으러 온다. 신중한 성격의 브라이언은 틴에이져 여자아이 둘이서 유럽여행을 떠난다는 것을 탐탁치 않아 하지만 마지못해 허락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실수였다.
두 여자아이들이 프랑스에 도착하자마자 괴한들에게 납치되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열받은 아버지가 직접 구출에 나서야 겠지?
그렇다. 영화 '테이큰(Taken)'은 절대로 신선한 내용의 영화가 아니다. 납치당한 가족의 구출에 직접 나선 전직 군인 또는 에이전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는 한 둘이 아니다.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코만도(Commando)', 진 해크먼, 맷 딜런 주연의 스파이 스릴러 '타켓(Target)' 등이 그 중의 일부다.
이중에서 '테이큰'과 가장 비슷한 영화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아무래도 '타겟'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납치된 딸을 찾아나선다는 설정은 '코만도'와 비슷하지만 전직 에이전트가 프랑스에서 납치당한 가족을 찾아나선다는 것은 '타겟'과 거의 똑같다. 스파이 영화 분위기가 살짝 풍기는 것도 '타겟'과 겹치는 부분 중 하나다.
뿐만 아니라 로저 무어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 '뷰투어킬(A View To A KIll)'과 비슷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고, 다리 위에서 지나 가는 배로 뛰어내리는 씬은 누가 뭐래도 제임스 본드 였다.
어떻게 보면 '테이큰'은 80년대 액션영화 포뮬라에서 벗어나지 못한 영화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은 별 볼 일 없는 영화라는 것이냐고?
아니다. 별 볼 일 없을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리암 니슨 덕분일 것이다. 제임스 본드 후보로도 거론되었던 리암 니슨은 납치된 딸의 구출에 나선 전직 에이전트역에 아주 잘 어울렸다. 겉으로는 점잖고 순해 보이다가도 일단 눈이 돌아가면 보이는 것이 없어지는 쿨한 캐릭터에 제격이었다.
만약 리암 니슨이 아니었다면 어땠을지 그다지 생각해 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리암 니슨 혼자서 별 볼 일 없는 영화를 별 볼 일 있는 영화로 바꿀 수는 없지 않냐고?
그렇다. 전직 에이전트이자 브라이언의 옛 동료인 샘으로 나온 릴랜드 오서(Liland Orser), 브라이언의 프랑스인 친구, 장-클러드로 나온 올리비에 라보딘(Olivier Rabourdin)을 비롯한 조연들이 제 역할을 다 하지 않았더라면 힘들었을 것이다.
브라이언의 전 부인, 레노어로 나온 팸키 얜슨(Famke Janssen)도 빼놓을 수 없다. 1995년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에서 허벅지 조르기를 좋아하던 본드걸, 제니아 오너톱으로 나왔던 그녀가 틴에이져 딸을 둔 어머니역으로 나올 때가 벌써 되었다는 것에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반가운 얼굴'이었다. ABC의 TV 시리즈 '로스트(Lost)'로 유명해진 매기 그레이스를 킴으로 캐스팅한 것은 약간 아리송한 부분이지만 그런대로 역할에 어울려 보였다.
액션과 서스펜스도 적당했다.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코만도', 브루스 윌리스의 '다이 하드'와 같은 화끈한 액션은 없지만 영화의 쟝르와 분위기에 어울릴 만큼의 액션과 서스펜스는 나온다. 액션 시퀀스를 스타일리쉬하고 드라마틱하게 표현하려다 ' LOGIC'이라는 것을 잊는 실수를 범하지도 않았다. 뇌 한쪽을 빼 놓고 보는 게 액션영화라지만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왜 저렇게 힘들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어이없는 액션 시퀀스가 덜 했다. 5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제임스 본드 시리즈 최신작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에서도 '따지고 들지 마',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액션씬이 신경에 거슬렸는데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선 '테이큰'이 보다 깔끔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물불 가리지 않고 납치당한 딸을 찾아다니는 'TOUGH DADDY'의 어드벤쳐라는 진부한 스토리 때문이었는지 첫인상이 좋은 영화는 아니었다. '리암 니슨이 영 아닌 영화에 얼굴마담으로 출연한 영화'처럼 보였다. 트레일러부터 약간 수상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볼 만 했다. 아주 잘 만든 액션 스릴러라고 하긴 힘들겠지만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리암 니슨을 빼면 건질 게 하나도 없는 영화로 생각했었는데 'NOT-TOO-BAD'이었다. 큰 기대를 했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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