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CEI가 새로운 PSP(PlayStation Portable)를 E3에서 발표했다.
새로운 소니 CEI의 휴대용 게임기 명칭은 PSP Go.
PSP Go는 북미,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오는 10월1일 발매되며, 일본에서는 타지역보다 한달 늦은 11월1일 발매된다. PSP Go는 피아노 블랙, 펄 화이트 두 색상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미화 249달러, 249유로, 26800엔이다.
PSP Go는 기존의 UMD 드라이브를 16GB 내장 플래시 메모리로 대신했으며, 화면 양옆에 위치했던 버튼들을 슬라이딩 패널로 옮겨 화면 아래쪽에 숨겼다. 게임을 할 때엔 슬라이딩 패널 콘트롤러를 꺼내고, 게임을 하지 않고 비디오 또는 음악을 들을 때엔 패널을 닫은 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화면 좌우에 있던 버튼들을 슬라이딩 패널로 옮긴 것은 현명한 아이디어다. PSP의 스크린이 너무 와이드한 데다 양옆에 버튼들까지 있는 바람에 휴대용 게임기치고는 덩치가 큰 편이라는 문제점을 반드시 시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소니 CEI는 슬라이딩 패널을 이용해 PSP Go의 가로 길이를 128mm로 줄일 수 있었다. iPod 터치는 가로가 110mm인 만큼 여전히 아이팟보다는 약간 크지만 기존 PSP의 170mm보다는 훨씬 작아졌다. 두께만 얇아졌을 뿐 휴대하기엔 여전히 컸던 PSP 슬림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다.
하지만, 신선한 디자인이라는 평은 듣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을 포함해 슬라이딩 패널을 사용하는 휴대용 기기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소니의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 마일로(Mylo)와 디자인이 거의 똑같다. 마일로에서 눈에 거슬리는 주황색 버튼을 빼고, 슬라이딩 패널의 키패드를 게임 콘트롤 버튼들로 대신하면 PSP Go가 된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기존의 PSP가 변형한 것인지, 아니면 마일로가 PSP Go로 옷을 갈아입은 것인지 헷갈린다.
UMD를 16GB 플래시 메모리로 대신한 것은 아무래도 아이팟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아이팟 터치와 아이폰으로 휴대용 게임시장까지 넘보자 소니도 아이튠스(iTunes)의 앱 스토어(App Store)처럼 게임을 다운로드 판매하려는 듯 하다.
아이튠스에서 많은 게임들을 판매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는 아직 게임용도로 편리하게 사용할 만한 단계의 시스템이 아니다. 애플이 게임기능을 염두에 둔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지 말라는 법은 없으나 소니 CEI가 PSP의 크기를 아이폰, 아이팟 터치 수준으로 소형화했으며, 슬라이딩 패널 콘트롤러 이용해 게임을 편리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또한, 소니 CEI는 게임 전문회사인 만큼 게이머들에게 친숙한 소프트웨어들을 준비할 것이다. 소니가 PSP용으로 발표한 '그랜 터리스모(Gran Turismo)'가 좋은 예다.
PSP Go의 또 한가지 장점은 메모리스틱 마이크로(M2) 슬롯이 있다는 것이다. PSP Go는 16GB 내장 플래시 메모리와 별개로 2GB, 4GB 메모리스틱 마이크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4GB까지가 전부라면 약간 아쉽겠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나을 듯 하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온라인 스토어다. PSP Go는 소니의 'iPod Wannabe'이고, 소니 역시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웍이라는 스토어가 있다. 하지만, 게임을 제외한 영화, 음악, TV 시리즈에서 아이튠스 스토어를 제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소니가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스에 도전한 게 이번이 처음인 것도 아니다. 소니가 선보였던 온라인 뮤직 스토어, 커넥트는 아이튠스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결국 문을 닫았다. 소니는 PSP Go와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웍을 앞세워 디지털 영화, 음악, 게임을 판매하면서 다시 한 번 아이튠스에 도전할 생각인 듯 하지만 과연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애플도 가만히 있을 것 같지 않다. 얼마 전부터 '애플이 64GB 아이팟 터치를 만든다', '32GB 아이폰이 곧 나온다'는 루머가 나돌았고, 게임분야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발표한다면 어찌될 지도 궁금하다. 게임기능이 향상된 새로운 아이팟이 그 유명한 아이튠스 스토어와 만나게 된다면?
아이팟의 한 가지 흠은 비싸다는 것이다. 16GB 아이팟 터치가 299불, 32GB이 399불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32GB 아이팟 터치의 가격을 299불로 낮추기만 해도 또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16GB+메모리스틱의 PSP Go를 249불에 사느니 32GB 아이팟 터치를 사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기능에서는 아무래도 PSP Go가 앞서겠지만 게임 센트릭의 유저들이 아니라면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
게다가, 디자인도 아이팟 터치가 심플하면서도 훨씬 섹시하다. 완구도 아니고, 미디어 플레이어도 아닌 엉거주춤한 디자인의 PSP Go보다 한 수 위다.
만약 애플이 여러 부분을 보강한 새로운 아이팟을 발표한다면?
두 말 할 필요없이 새로운 아이팟을 기다리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아이팟, 아이튠스를 사용해 왔으니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번거롭게 갈아타는 것보다 새로운 아이팟으로 이사하는 게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번거롭더라도 갈아탈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면 또다른 문제다. 하지만, PSP Go에서는 아직 이러한 점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기존 PSP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는 것까지가 현재로써는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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