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닷컴으로부터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이 299불'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살까말까 벼르던 녀석이었는데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사를 다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책이 엄청난 짐이 된다. 그렇다고 안 읽기도 뭐하고, 다 읽고나서 버리기도 뭐하기 때문에 천상 들고다녀야 하는데, 책의 수가 갈수록 불어나기 시작하면 참 난감해진다.
그래서 인지, 내게는 킨들이 참으로 섹시한 녀석처럼 보인다. 불어나는 짐의 공포에서 벗어나도록 해줄 녀석같기 때문이다. 아이튠스 등 디지털 뮤직 스토어를 사용하기 이전 불어나는 CD에 생매장당할 뻔 했던 당시를 생각하면 하루라도 빨리 킨들을 구입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망설이는 이유가 있다.
아니다. 가격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건 아니다.
문제는, 저 킨들이라는 것으로 책을 읽는 '맛'이 제대로 날 지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책을 들고 페이지를 직접 넘겨야 책을 읽는 맛이 나는데 킨들로는 문자 그대로 읽는 것 하나가 전부일 것 같아서다.
책이 먹는 것도 아닌데 읽을 수만 있으면 됐지 맛까지 따질 필요가 있냐고?
문제는, 나는 종이를 쥐어야 집중이 되는 타잎이라는 것.
컴퓨터로 이것저것 하면서 튜토리얼 같은 것을 다운받아도 컴퓨터 화면으로 읽으면 집중이 잘 안되고 산만해져서 무조건 프린트해서 읽는 버릇이 있다.
또, 나는 책을 읽는 도중에 어디까지 읽었나, 얼마나 남았나 수시로 체크하는 버릇이 있다.
이것 때문에 이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한 싱거운 녀석이 내가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얼마나 더 읽어야 하는지 확인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는지 이런 소리를 하더라.
"일반 사람들은 책을 이렇게 읽는데...
너는 왜 책을 다르게 읽는 거냐?"
하지만, 킨들로는 '다르게' 읽을 방법이 없다.
이런 내가 과연 책받침처럼 생긴 걸 들고 독서에 집중할 수 있을까?
킨들이 나름 편리한 점도 많고, 경제적이기도 하며, 계속 불어나는 책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 줄 것으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하드카피 체질인 것 같아서 자꾸만 망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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