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3일 일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 시즌 오프너를 이기긴 했는데...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탬파베이 버캐니어스(Tampa Bay Buccaneers)와의 2009년 시즌 오프너를 승리로 장식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항상 시즌 초반에는 잘 나가다가 막판에 가서 죽을 쑤는 만큼 탬파베이를 가뿐하게 물리쳤을 게 뻔하다고?

파이널 스코어(34대21)만 보면 달라스가 쉽게 이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처음엔 그렇지 않았다.

리씨버들이 제 위치를 못 찾아 우왕좌왕하는 등 초반엔 경기가 영 풀리지 않았다.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와 팀의 새로운 넘버1 리씨버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가 작년에 비해 제법 호흡이 맞는 것 같았지만 '빅 플레이'나 '터치다운'은 나오지 않았다.

달라스 공격팀이 필드골 2개(토탈 6점)를 성공시키는 데 그치는 동안 수비팀도 헤매고 있었다. 러닝백에게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무릎부상을 극복하고 NFL로 돌아온 탬파베이의 러닝백 캐딜락 윌리암스(Carnell 'Cadillac' Williams)에 속수무책이었다. 런 디펜스 뿐만 아니라 패스 디펜스까지 수비가 아주 불안해 보였다.

이 동안 카우보이스는 탬파베이에 6대7로 리드를 내주기도 했다.

오펜스는 우왕좌왕하고, 수비는 속수무책인 것을 보며 한 10년은 늙은 것 같다. 작년 12월 신나게 헤매던 때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금년엔 시즌초부터 삽질을 하면서 시작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2쿼터 막판에 토니 로모가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에게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며 13대7로 역전에 성공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리드를 지켰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탬파베이와 점수차를 벌리기 시작한 건 3쿼터부터다. 카우보이스의 오펜스도 토니 로모가 로이 윌리암스에게 66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면서부터 제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토니 로모가 로이 윌리암스에게 66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켰다고?

그렇다. 터렐 오웬스(Terrell Owens)를 내보낸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T.O 없이도 예전처럼 빅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토니 로모와 로이 윌리암스가 제대로 하나를 보여줬다.

T.O가 카우보이스를 떠나 버팔로 빌스(Buffalo Bills)로 팀을 옮기면서 그의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처지가 된 로이 윌리암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많은 달라스 카우보이스 팬들과 NFL 애널리스트, 심지어 전 달라스 카우보이스 선수였던 에밋 스미스(Emmitt Smith)에게까지도 넘버1 리씨버로써 제 역할을 할 지 의심스럽다는 평을 받았다. T.O가 팀내 불화를 일으키는 말썽꾼이었던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가 엄청난 선수였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로이 윌리암스가 T.O를 대신해 빅 플레이 메이킹 리씨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토니 로모와 로이 윌리암스는 T.O 없이도 빅 플레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T.O 없는 토니 로모는 거품이다", "로이 윌리암스는 절대로 넘버1 리씨버 역할을 못한다", "로이 윌리암스는 리씨버 중 하나일 뿐 토니 로모의 고-투-리씨버(Go-To-Receiver)'가 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던 팬들과 애널리스트들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던 것이다.

물론 탬파베이 버캐니어스와의 시즌 오프너 한 경기만으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로이 윌리암스가 넘버1 리씨버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T.O가 빠진 달라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점수를 많이 내는 화끈한 오펜스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건, 토니 로모와 로이 윌리암스가 서로에게 많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로이 윌리암스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대책없어 보였던 작년시즌과는 달리 쿼터백 토니 로모와 타이밍이 제법 잘 맞는 듯 했다. 그가 왕년에 보여줬던 서커스 캐치들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닌 수준에 불과했지만 패스를 받아내는 그의 손놀림이 예술수준이라는 것을 살짝 과시하기도 했다. 로이 윌리암스가 제 2의 T.O가 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카우보이스의 래리 피츠제럴드(Larry Fitzgerald)'가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였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 탬파베이와의 시즌 오프너 경기에서 토니 로모의 터치다운 패스를 받은 3명 모두 와이드리씨버들이라는 점이다. 터렐 오웬스가 떠난 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수퍼스타 리씨버를 영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씨버진이 달라스 카우보이스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했었는데 탬바베이 경기에서 리씨빙 터치다운을 기록한 마일스 어스틴, 로이 윌리암스, 패트릭 크레이튼(Patrick Crayton) 모두 와이드리씨버들이었다.

그럼 와이드리씨버에 별 문제 없는 건가?

공격은 그렇다 쳐도 수비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시즌 오프너라서 여기저기 실수가 많았다고 할 수 있지만 작년시즌까지 주전 수비수였던 선수들이 팀을 옮긴 것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 등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팀들과 같은 디비젼에 속했는데 이런 수비로는 어림없어 보였다.

당장 다음 주 상대가 디비젼 라이벌 뉴욕 자이언츠다. 카우보이스의 새로운 스테디움에서 열리는 첫 번째 정규시즌 경기이기도 하다. 새로운 스테디움에서 갖는 첫 번째 정규시즌 경기인 만큼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걸렸더라면 좋았을지 모르지만 강팀으로 꼽히는 자이언츠가 걸렸다.

다음 주가 되면 2009년 달라스 카우보이스 팀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알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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