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12월에 이길 때가 있다

토니 로모(Tony Romo)가 웃었다. 12월은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죽을 쑤는 달이라서 웃을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렇다.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13승무패를 달리던 무시무시한 뉴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를 뉴올리언스 홈에서 24대17로 이겼다.

이로써 카우보이스는 시즌 전적 9승5패로 플레이오프 희망을 살리게 됐다. 그러나 세인츠는 캋우보이스에게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16승무패 퍼펙트 시즌의 꿈을 날렸다. 앞서 지난 목요일 경기를 가졌던 또다른 13승무패 팀 인디아나폴리스 콜츠(Indianapolis Colts)는 잭슨빌 재규어(Jacksonville Jaguars)를 꺾고 14연승 달성에 성공했으나, 세인츠는 카우보이스에 덜미를 잡히며 13연승에서 멈췄다.

금년 들어 한가지 분명하게 달라진 것은 12월만 되면 정신을 못차리던 토니 로모가 금년엔 거의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로모는 세인츠와의 경기에서도 턴오버 등 실책을 전혀 범하지 않았으며, 300야드를 넘는 패싱에 터치다운 1개를 기록했다.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경기초반부터 화끈했다. 첫 번째 드라이브를 와이드 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의 49야드 리씨빙 터치다운으로 마무리한 뒤 두 번째 드라이브도 러닝백 매리언 바버(Marion Barber)의 러싱 터치다운으로 끝내며 눈 깜짝할 사이에 14대0으로 세인츠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첫 번째와 두 번째 드라이브에서 연달아 터치다운을 성공시킨 게 얼마만일까?



▲마일스 어스틴의 1쿼터 첫 번째 터치다운

▲매리언 바버의 1쿼터 두 번째 터치다운

뿐만 아니라 필드골 킥커 닉 펄크(Nick Folk)까지 44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40~49야드 필드골을 자주 실축했던 펄크가 세인츠 전에서는 44야드 필드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금년시즌 들어 필드골을 가장 많이 실축한(9개) 킥커인 닉 펄크도 제정신이 돌아온 것일까?



▲금년시즌 필드골을 가장 많이 실축한 킥커라는 닉 펄크...

▲그래도 2쿼터에 44야드 필드골을 성공시키는데...

이제 닉 펄크도 정신을 차린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4쿼터에 24대17로 앞서고 있을 때 얻은 필드골 기회를 어이없이 날렸기 때문이다.

40야드 이상의 중거리 필드골이었다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닉 펄크가 실축한 건 24야드 필드골이었다. 24야드 필드골이라면 거진 엔드존 코앞까지 다 가서 차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카우보이스의 헛발질 킥커, 펄크는 골포스트를 맞히며 24야드 필드골을 미스했다.

만약 펄크가 24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면 경기종료 2분 정도를 남겨두고 27대17로 도망가면서 세인츠가 동점을 만들려면 두 차례 득점을 해야만 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펄크가 필드골을 미스하면서 세인츠는 단 한 개의 터치다운(7점)만으로 동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였는데...

▲골포스트를 맞히고 마는 카우보이스의 헛발질 킥커

잠깐!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스토리 같다고?

그렇다. 몇 주 전에 있었던 뉴올리언스 세인츠와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의 경기와 비슷해지는 듯 했다. 레드스킨스는 경기종료 2분여를 남겨두고 필드골을 차 33대23, 10점차로 달아날 수 있었던 기회를 필드골 실패로 날리며 공격권을 세인츠에 넘겨줬고, 세인츠는 바로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세인츠가 33대30으로 이겼다.

혹시 데자뷰?

이번엔 아니었다. 지난 주 샌디에고 차저스(San Diego Chargers)와의 경기에서 목부상으로 실려나갔던 카우보이스의 디펜시브 플레이메이커, 디마커스 웨어(DeMarcus Ware)가 부상을 털고 경기에 출전해 매우 중요한 순간 결정적인 쿼터백 쌕(Sack)을 성공시켰다.

그것도 단순한 쌕이 아니었다. 세인츠 쿼터백 드류 브리스(Drew Brees)가 펌블까지 했기 때문이다.



▲디마커스 웨어에 쌕을 당하며 공을 놓치는 드류 브리스

카우보이스와 세인츠와의 경기는 드류 브리스가 쌕을 당하며 놓친 공을 카우보이스 수비수 제이 래틀리프(Jay Ratliff)가 리커버하면서 끝났다.



▲펌블을 리커버하는 제이 래틀리프

디마커스 웨어는 지난 주 경기에서 실려나갔던 선수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활발한 플레이를 보이면서 쌕 2개, 펌블 2개를 만들어냈다. 웨어가 쌕을 했을 때마다 세인츠 쿼터백 드류 브리스가 펌블을 하면서 쌕과 함께 턴오버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중요한 건 그의 두 번째 쌕이다. 만약 디마커스 웨어가 경기종료 수 초를 남겨두고 한 쌕+펌블을 만들지 못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예측하기 힘들다. 토니 로모만 정신을 차린다고 12월의 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지난 2주간 보여줘 온 카우보이스는 디마커스 웨어와 카우보이스 디펜스의 선방이 없었다면 세인츠 전도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카우보이스와 세인츠의 경기를 중계방송한 NFL 네트워크는 포스트게임쇼에 디마커스 웨어를 부스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승리로 인해 카우보이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이 밝아진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 남은 두 경기다. 하필이면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레드스킨스는 금년시즌을 내놓은 상태이므로 어렵지 않게 W를 챙길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러나 디비젼 라이벌이라는 점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몇 주 전 클리블랜드 브라운스(Cleveland Browns)가 피츠버그 스틸러스(Pittsburgh Steelers)의 플레이오프 희망을 암울하게 만들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레드스킨스가 '함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할 동반자'로 카우보이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레드스킨스가 카우보이스를 곱게 보내주지 않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워싱턴 D.C 홈경기다. 결코 쉽지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2009년 시즌 피날레 상대는 '또' 필라델피아 이글스라는 것도 골치아픈 부분이다. 만약 카우보이스가 레드스킨스와의 경기에서 이긴다면 이글스와의 마지막 경기를큰 부담없이 치룰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또' 이글스와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 작년시즌이 그랬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이글스와의 시즌 피날레 경기에서 대패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됐다. 그런데 잘못하다간 금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게 됐다.

비록 13연승을 달리며 NFL 최고의 팀 중 하나로 꼽히는 뉴올리언스 세인츠를 이겼다지만, 카우보이스 팬들은 아직 기뻐할 단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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