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27일 수요일

FOX TV의 '휴먼 타겟', 스파이 드라마에 잘 어울렸다

FOX가 1월 중순부터 새로운 액션 TV 시리즈, '휴먼 타겟(Human Target)'을 시작했다. 사설탐정 겸 보디가드인 크리스토퍼 챈스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액션 어드벤쳐 시리즈다.

스타트는 그리 좋지 않았다. 주인공, 크리스토퍼 챈스가 여러모로 제임스 본드와 비슷한 캐릭터라는 것까지는 알 수 있었지만, 에피소드1은 부족한 데가 많았다. 액션과 유머가 풍부하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후하게 점수를 준다 해도 평균 정도에 그쳤다. 파일럿 에피소드치곤 매우 평범해 보일 뿐이었다. 파일럿 에피소드였던 만큼 무언가 눈에 번쩍 띌 만한 게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저 밋밋할 뿐이었다. 물론 FOX가 어떠한 시리즈를 만들고자 하는지 알아차릴 수는 있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식으로는 롱런하기 힘들어 보였다.

에피소드2는 약간 나아지긴 했다. 그러나 에피소드1에 기차가 나온 데 이어 에피소드2엔 비행기가 나온 바람에 '휴먼 타겟 = 탈 것에서 탈출하는 것에 대한 시리즈'처럼 보였다. 썰렁한 줄거리를 플래시백 등을 이용해 나름 흥미진진해 보이도록 만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여전히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에피소드3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말해 완전히 007 영화였다.

러시아 대사관에 있는 스파이 이야기가 불법 무기거래를 시도한다는 플롯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크리스토퍼 챈스(마크 밸리)가 턱시도까지 입고 나왔다.



물론 이게 전부가 아니다.

본드걸도 있다. FBI 에이전트, 에마로 등장한 이마뉴엘 버지에(Emmanuelle Vaugier)가 바로 그녀다.



그녀가 맡은 역할이 FBI 에이전트였기 때문인지, 버지에는 '휴먼 타겟' 에피소드3에서 발차기 실력도 보여줬다.

물론 시선은 다른 데로 쏠렸지만...



에마(이마뉴엘 버지에)가 크리스토퍼 챈스(마크 밸리)의 위에 올라타는 씬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았다.

그렇다. '카지노 로얄'에서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유부녀, 솔랜지(카테리나 무리노)와 흥미진진한 시간을 갖는 장면을 거의 그대로 옮겨다 놨다.


▲휴먼 타겟


▲카지노 로얄

크리스토퍼 챈스와 에마가 러시아 대사관에서 심문을 받는 장면도 제임스 본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엔 어떤 영화일까?

1995년작 '골든아이(GoldenEye)'다. 이번엔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난)와 나탈랴(이자벨라 스커럽코)가 러시아 장관에게 심문을 받는 장면을 그대로 옮겨놨다.

에피소드3를 본 사람들은 '골든아이'와의 공통점이 단지 심문 하나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있을 것이다.


▲휴먼 타겟


▲골든아이

뿐만 아니라, 크리스토퍼와 에마가 함께 수갑을 찬 채 러시아 경호원들의 추격을 피해 도주한다는 설정도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따온 것이다.

이번엔 어떤 영화일까?

1997년작 '투모로 네버 다이스(Tomorrow Never Dies)'에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난)와 와이린(양자경)이 함께 수갑을 찬 채 도주하는 씬이 나온다.


▲휴먼 타겟


▲투모로 네버 다이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크리스토퍼와 에마는 수갑을 미처 풀지 못한 상태에서 모터싸이클을 타고 도주를 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빌려온 아이디어다.

이번에도 '투모로 네버 다이스'다.


▲휴먼 타겟


▲투모로 네버 다이스

수갑을 찬 남녀 캐릭터가 함께 모터싸이클을 타고 도주한다는 설정이 제임스 본드 영화 '투모로 네버 다이스'와 워낙 비슷했기 때문인지, 바이크 스턴트 씬도 007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휴먼 타겟


▲투모로 네버 다이스

잠깐!

지금 007 시리즈에서 차용해온 것들을 열거하면서 '휴먼 타겟'을 물고늘어지는 것이냐고?

절대 그렇지 않다.

'휴맨 타겟'은 진지하게 보는 드라마가 아닌 데다 첫 에피소드서부터 제임스 본드 스타일을 흉내내려 했으므로 007 시리즈를 슬쩍 베꼈다 해서 전혀 놀라울 것도, 문제될 것도 없다. 본드팬들이 '휴먼 타겟'에 관심을 보인다는 걸 제작진이 알고있는 만큼 까놓고 007 시리즈를 베끼면서 같이 웃고 즐기자는 건데 문제될 게 있을 리 없다. 오히려 계속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만약 '휴먼 타겟'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에이전트 역할에 어울리지 않았다면 007 시리즈를 베낀 데 거부감이 생겼을 것이다. 죽었다 깨도 에이전트로 보이지 않는 친구가 터프한 척 육갑떠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챈스 역을 맡은 마크 밸리는 제임스 본드와 비슷한 에이전트 역할에 아주 잘 어울리는 배우였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웨스트포인트를 마치고 걸프전에 참전했던 군인 출신 배우라는 점이다. 그래서 인지 총기를 다루는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제임스 본드와 같은 장교출신 에이전트 역할로 왔다로 보였다. 드라마가 기초로 삼았다는 동명 코믹북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원작의 캐릭터가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마크 밸리가 연기하는 크리스토퍼 챈스는 사설탐정 겸 보디가드보다 장교출신 시크릿 에이전트쪽에 보다 잘 어울려 보였다.

Smert Shpionam baby!



그렇다. 지금까지 본 세 편의 '휴먼 타겟' 에피소드 중에서 에피소드3가 가장 맘에 들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것 같았다. 별 흥미없는 보디가드 이야기에서 벗어나 스파이 어드벤쳐쪽에 보다 가까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보디가드 얘기를 집어치우고 스파이 어드벤쳐쪽으로 가는 건 어떨까? 크리스토퍼 챈스가 미국 국방장관과도 잘 아는 사이로 나왔으니 제작진이 원하기만 한다면 사설 보디가드가 아닌 정부 일을 하는 에이전트로 바꾸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결국 그쪽으로 가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번 한 번이 전부인지 앞으로 두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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