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0일 월요일

2패로 스타트한 달라스 카우보이스, 수퍼보울 희망 살아있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2010년 시즌을 0승2패로 시작했다. 카우보이스는 지난 주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와의 시즌 오프너에서 13대7로 패하더니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벌어진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와의 홈 오프너에서도 27대20으로 패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많은 NFL 애널리스트들이 금년 시즌 수퍼보울 후보로 꼽았던 팀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카우보이스의 성적은 0승2패로 NFC East 디비젼 최하위다. 다른 디비젼 라이벌 팀들은 지금까지 적어도 1승이나마 챙겼으나 카우보이스만 유일하게 승이 없다.

도대체 카우보이스가 2010년 시즌을 부진하게 스타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수 때문이다. 실수에 실수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레드스킨스와의 시즌 오프너에서 무모한 공격시도로 인한 펌블, 결정적인 순간의 홀링 파울 등 굵직한 실수를 범하며 자폭했다. 레드스킨스가 카우보이스를 물리친 게 아니라 카우보이스 스스로 자신을 쏜 것이다.

둘 째주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2010년 둘 째주 경기에서도 실수에 실수를 반복하는 데 바빴다.

일이 안 풀리려니 중계방송 상태부터 않았다. 시카고 베어스와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경기를 중계방송한 FOX가 프리게임 쇼까지는 HD로 방송하더니 경기가 시작하자 SD로 바뀌었다. 굳이 경기 중계방송을 SD로 할 이유가 없어 보였지만 워싱턴 D.C 로컬 FOX는 첫 번째 쿼터가 거의 끝나갈 때까지 경기를 SD로 방송했다.

아래 동영상은 SD에서 HD로 정상화되는 순간이다.


중계방송을 맡은 FOX부터 실수를 하는 게 아무래도 분위기가 안 좋아 보였다. 다른 팀 경기도 아니고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는 달라스 카우보이스 경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게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카우보이스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의 패스가 인터셉트당하면서 시카고 베어스가 필드골로 선취점을 올렸다. 인터셉션의 책임이 전적으로 로모에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운이 없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자, 다함께 삽질합시다" 경기로 가려는 조짐으로 보였다.

이렇게 다운되었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카우보이스의 루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였다. 펀트 리터너로 나선 데즈 브라이언트가 62야드 펀트리턴 터치다운을 한 것이다.

베어스와의 경기 1쿼터에 나온 펀트리턴 터치다운은 브라이언트의 NFL 첫 번째 터치다운이 됐다. 2010년 시즌 들어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기대에 못 미치자 브라이언트는 리씨빙 터치다운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펀트리턴으로 그의 NFL 1호 터치다운을 기록했다.

데즈 브라이언트의 제 1호 NFL 터치다운 순간을 다시 한 번 보자.


수비가 베어스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데다, 데즈 브라이언트의 62야드 펀트리턴 터치다운까지 터지면서 전세가 카우보이스에 유리해지는 듯 했다. 킥리턴이나 펀트리턴 터치다운이 모멘텀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하는 만큼 브라이언트의 터치다운으로 사기 오른 카우보이스가 기선을 잡은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카우보이스가 이해가 안 되는 푸치킥(Pooch Kick)으로 킥오프를 하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브라이언트의 터치다운으로 사기가 올랐더라도 정상적으로 길게 킥오프를 한 다음 베어스의 공격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코치진은 온사이드킥도 아닌 단거리 푸치킥을 지시했다.

아래 동영상은 카우보이스 킥커 데이빗 뷜러(David Buehler)가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황당한 푸치킥을 시도하는 장면이다.


코치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저 상황에 저런 어이없는 킥을 시도한 것일까?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웨이드 필립스(Wade Phillips)는 계획했던 것보다 킥이 짧았다고 해명했다. 킥리터너가 아닌 베어스의 스페셜팀 선수를 겨냥해 찬다는 것을 너무 짧게 찬 바람에 비거리 28야드의 터무니 없이 짧은 킥오프가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좋다. 킥커가 잘못 찼다고 치자. 그래도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다.

카우보이스가 작년에 데이빗 뷜러를 드래프트한 이유는 그의 강한 다리 때문이었다. 필드골 정확도, 온사이드킥 등 기술적인 면에서 우수해서가 아니라 장거리 킥오프에 매우 능하다는 점을 들어 '킥오프 전담'으로 그를 드래프트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카우보이스는 2009년 시즌 2명의 킥커를 두고 필드골은 닉 펄크(Nick Folk), 킥오프는 데이빗 뷜러에 맡겼었다.

그런데 왜 뷜러에게 숏 킥오프를 지시한 것일까? 장거리 킥오프에 능한 뷜러에게 왜 숏킥을 지시했냐는 것이다. 계속 해오던 대로 있는 힘껏 차서 터치백을 시키라고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문제의 푸치킥 때문에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이냐고?

그렇다. 숏 킥오프로 베어스 42야드라인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한 시카고 베어스는 단 3개의 플레이 만에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바보같은 숏 킥오프 덕분에 카우보이스 엔드존까지의 거리가 짧아지자 베어스가 바로 이를 득점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아래 동영상은 시카고 베어스 쿼터백 제이 커틀러(Jay Cutler)가 타잇 엔드 그레그 올슨(Greg Olsen)에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키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카우보이스 코치진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난 주엔 전반 종료를 몇 초 앞두고 무모한 공격을 지시하는 바람에 3점차로 전반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을 10점차로 벌려놓은 바 있다. 전반이 종료하기 전까지 시간내에 득점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할 것 같으면 닐 다운(Kneel Down)을 하는 게 상식이지만, 카우보이스 코치진은 무모한 미련을 부렸고, 이는 결국 재앙이 되어 레드스킨스의 터치다운으로 이어졌다.

그러더니 그 다음 주엔 쓸 데 없을 때 푸치킥을 지시해 베어스가 재역전 터치다운을 하는 걸 도와주고 말았다.

그러므로 카우보이스 코치진에 문제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2010년 프리시즌에 카우보이스 1군 오펜스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지우기 위해 카우보이스 코치진이 자꾸 무리수를 두는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이게 자꾸 제발등 찍기가 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웨이드 필립스를 비롯한 카우보이스 코치진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진해서 자신들의 목을 철로 위에 올려놓으려 하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카우보이스의 결정적인 패인 중 하나는 바로 저 엉터리 같았던 푸치킥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이후부터 베어스의 공격이 살아났고, 선방하던 카우보이스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쿼터 들어서 카우보이스가 터치다운을 하며 역전에 다시 한 번 성공했으나, 이미 소프트해진 카우보이스 수비는 시카고 베어스에게 재역전 터치다운을 내줬다.

그런데 이것은 걸작이었다. 킥리터너로 유명한 베어스의 데빈 헤스터(Devin Hester)가 기가 막힌 터치다운 캐치를 했기 때문이다.

이 장면도 한 번 보자.


카우보이스의 실수는 후반으로 이어졌다. 킥커 데이빗 뷜러는 지난 경기에 이어 이번에도 필드골을 또 실축했다. 쿼터백 토니 로모는 또 한차례 인터셉션을 당했고, 와이드리씨버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내에 득점을 2번 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펌블을 했다.

토니 로모는 경기내내 패스 정확도가 예전만 못했고, 러닝공격도 막강한 베어스 수비에 막혀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타잇엔드 제이슨 위튼(Jason Whitten)마저 뇌진탕으로 벤치에 앉아버렸다. 위튼은 경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애원(?)했지만 카우보이스는 그의 안전을 위해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주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가 뇌진탕으로 오락가락하던 선수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경기에 투입했다 비난을 샀던 점을 의식한 듯 했다.



하지만 부상 없이도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선수가 있다. 엉뚱한 푸치킥에 필드골까지 미스한 킥커 데이빗 뷜러다. 그런데 그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4쿼터에 마지막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점수차를 7점으로 줄였다.

그러나 카우보이스의 콧물겨운 추격은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이렇게 해서 파이널 스코어는 시카고 베어스 27, 카우보이스 20.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시즌 오프너에 이어 둘 째주 홈 오프너에서까지 패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이렇게 해서 2010년 시즌을 0승2패로 시작하게 됐다.

이래서야 무슨 수퍼보울 후보감이라고 할 수 있냐고?

선수들이 제대로 하면 코치가 실수를 하고, 코치가 제대로 하면 선수가 실수하기를 반복하는 카우보이스가 도대체 어떻게 수퍼보울까지 갈 수 있겠는지 모르겠다. 첫 주엔 2명의 주전 오펜시브 라인맨이 부상으로 뛰지 못한 게 결정타였다고 할 수 있지만, 둘 째주엔 이들 모두가 스타팅 라인업으로 돌아왔으므로 카우보이스의 부진에 대한 핑계거리도 이젠 얼마 남아있지 않다. 이런 식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2010년 카우보이스는 수퍼보울은 고사하고 9승, 10승 하기도 벅차 보인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팬들이 수퍼보울의 희망을 접기엔 아직 이르다. 1993년 시즌에도 카우보이스가 0승2패로 시작했다가 수퍼보울 챔피언까지 차지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카우보이스의 1993년 시즌 오프너 상대가 워싱턴 레드스킨스였다는 사실. 2010년 시즌과 마찬가지로 1993년에도 워싱턴 레드스킨스 홈경기였다. 지금은 페덱스 필드(FedEx Field)가 레드스킨스의 홈구장이지만, 당시엔 RFK(Robert F. Kennedy) 스테디움이었다.

더욱 재미있는 건, 1993년 카우보이스 시즌 오프너도 프라임타임 야간경기였다는 사실. 1993년 카우보이스 시즌 오프너는 ABC의 먼데이 나잇 풋볼이었다. 지금은 ESPN으로 옮겼지만 당시엔 ABC가 먼데이 나잇 풋볼을 방송했다. 카우보이스는 2010년엔 NBC의 썬데이 나잇 풋볼로 시즌을 시작했다.

또 한가지 공통점을 찾아보자면, 카우보이스의 1993년과 2010년 시즌 오프너 중계방송 모두 유명한 스포츠캐스터 알 마이클스(Al Michaels)가 맡았다는 사실이다. 알 마이클스는 오랫동안 ABC에서 먼데이 나잇 풋볼 중계방송을 하다 몇 년 전 NBC의 썬데이 나잇 풋볼로 자리를 옮겼다.

1993년 시즌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시즌 둘째 주 경기 상대는 버팔로 빌즈(Buffalo Bills) 였다. 빌스는 1992년 시즌 수퍼보울에서 카우보이스에 졌고, 1993년 수퍼보울에서도 카우보이스에 또 패한 당시 AFC의 강호였다. 시즌 오프너에서 워싱턴 레드스킨스에 패한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버팔로 빌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수퍼보울 리매치를 가졌지만, 이번엔 카우보이스가 패했다.

그렇다. 1993년 카우보이스의 시즌 2째 주 경기도 2010년과 마찬가지로 카우보이스 홈경기였다. 그리고, 경기결과가 W가 아닌 L이었다는 점도 똑같다. 또한, 미국 북부에서 온 팀과 경기를 가졌다는 점도 공통점 중 하나다. 1993년엔 버팔로였고 2010년엔 시카고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간추려 보자면, 1993년 카우보이스와 2010년 카우보이스는 원정 시즌 오프너에서 레드스킨스에 지고, 둘 째주엔 북부에서 온 팀과의 홈경기에서 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2010년 달라스 카우보이스 시즌의 패턴이 1993년 당시와 비슷한 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세째 주는 어떠냐고?

2010년 시즌 카우보이스의 세 번째 경기는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와의 원정경기다.

1993년엔 시즌 카우보이스의 세 번째 경기는 피닉스 카디날스(Phoenix Cardinals. 지금의 아니조나 카디날스)와의 원정경기였다.

그렇다. 세 째주엔 미국 남부 팀과의 원정경기라는 공통점이 눈에 띈다. 또 한가지 공통점으로 라이벌 팀과의 대결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1993년 당시 피닉스 카디날스는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같은 NFC East 디비젼에 속한 디비젼 라이벌이었다. 2010년의 휴스턴 텍산스는 디비젼 라이벌은 아니지만 그 대신 스테이트(State) 라이벌이다.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휴스턴 텍산스 모두 텍사스 주의 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993년 달라스 카우보이스의 시즌 세째 주 결과는?

카우보이스가 이겼다. 첫 두 경기에서 내리 패했지만 카우보이스는 세 번째 경기서부터 연승을 달리기 시작했고, 12승4패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그리고, 1993년 시즌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다.

그렇다. 1993년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0승2패로 비틀거리며 시작했으나 12승4패로 시즌을 마감했을 뿐만 아니라 수퍼보울 챔피언에까지 올랐다.

그렇다면 2010년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얘기냐고?

그렇다고 한 적 없다.

90년대 당시의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 에밋 스미스(Emmitt Smith), 마이클 얼빈(Michael Irvin), 그리고 헤드코치 지미 존슨(Jimmy Johnson)이 2010년 카우보이스에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2010년 달라스 카우보이스에도 '물건'들은 상당히 많지만 1993년 카우보이스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010년 카우보이스가 못한다는 법도 없다. 2010년 팀도 노력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삽질은 할 만큼 했으니 지금부터 정신을 차린다면 2010년 팀도 1993년 팀에 못지 않은 성적을 낼 수도 있다. 아직 희망은 있다는 것이다.

과연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다음 주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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