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는 다시 CIA로 복귀한 전직 에이전트 사만다(구루 엠바다-로)와 스티븐 블룸(보리스 코조)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스파이-액션-코메디 시리즈다. 그렇다. '언더커버'는 "Why so serious?"가 아니라 밝고, 화려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Tongue-in-cheek" 스타일이다. 스타일리쉬한 부부 스파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온 로버트 와그너(Robert Wagner) 주연의 70년대 인기 TV 시리즈 '부부탐정(Hart to Hart)', 아놀드 슈왈츠네거(Arnold Schwarzenegger) 주연의 90년대 액션 코메디 영화 '트루 라이스(True Lies)', 브래드 핏(Brad Pitt),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주연의 'Mr & Mrs 스미스(Mr & Mrs Smith)' 등과 비슷한 시리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스파이 부부들이 나오는 영화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씬이 하나 있다. 바로 볼룸(Ballroom) 댄스 씬이다.
아니나 다를까, '언더커버'에도 발룸 댄스 씬이 빠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언더커버'도 거기서 거기일 뿐인 신선도 떨어지는 시리즈라는 얘기냐고?
까놓고 말해서, 이미 과거에 수 백만 번은 본 듯 하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 새롭다고 할 만한 건 없었다. 처음 몇 분만 보더라도 시리즈의 성격과 방향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아주 색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부부 스파이 역을 맡은 2명의 메인 캐릭터들이 모두 흑인이라는 점이다. 사만다 역의 구구 엠바타-로(Gugu Mbatha-Raw), 스티븐 역의 보리스 코조(Boris Kodjoe) 모두 흑인이다.
이렇게 해서 마이너리티 배우가 주연을 맡은 보기 드문 프라임타임 드라마가 하나 탄생했다.
그러나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전형적인 스파이 시리즈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더커버'는 포뮬라는 그대로 놔두고 메인 캐릭터만 백인에서 흑인으로 바꿔치기한 게 전부였다. 주인공이 흑인이라는 게 유일하게 눈에 띄는 특징이었을 뿐 드라마 자체는 클리셰 천지였다.
그래서 인지, 혹시 흑인 주인공을 이용해 별 것 없는 드라마를 색다르게 보이도록 위장하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까지 백인이었다면 새롭다고 할 만한 게 진짜로 하나도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첫 에피소드는 그런대로 볼 만했다. 코믹터치 스파이-액션물에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것을 60분 동안 잘 보여줬다. 주인공은 남녀 모두 멋졌고, 유머도 예상했던 대로 풍부했다. 미국, 스페인, 프랑스, 러시아 등 60분 동안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닌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제작진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모르는 게 아니었으므로 눈감아 줄 수 있었다. 22편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대사를 다 외우기 직전까지 본 내가 스파이물에 세계여행이 빠질 수 없다는 걸 모를 것 같수?
하지만 '언더커버'는 극장용 영화가 아닌 TV 시리즈인 만큼 한 에피소드에 너무 많은 곳을 오락가락 하는 건 좋지 않아 보인다. 극장용 스파이 영화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고자 하는 것은 좋아도, TV 시리즈에선 그저 유럽의 경치 좋은 곳 한군데에서 촬영하는 정도로 충분하고 남는다. 분위기 살린다고 지나치게 오락가락하면서 '60분간의 세계일주'를 만들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스파이 영화에 세계 여러 곳이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무작정 휘젓고 다니는 게 포인트는 아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걱정되는 건 시리즈의 미래다. 이제서야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 한 편 본 게 전부이지만 이미 볼 것 다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벌써부터 드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래서 인지, 왠지 금세 질릴 것 같은 시리즈로 보인다. 얼마 동안은 멋진 로케이션과 화려한 액션 덕분에 그럭저럭 볼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꾸준히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 지 모르겠다.
앞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언더커버'를 장수 시리즈로 만들기 위해선 제작진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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