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블로그 개설 초기엔 썰렁했겠다고?
그렇지 않았다.
'궁극의 힘'이라는 분이 꼬박꼬박 댓글을 달아주시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궁극의 힘'님은 내 블로그 단골손님 제 1호 였다.
이 분은 미국코믹스, 그래픽 노블을 아주 좋아하는 분이었다. 그의 블로그도 미국코믹스 소개에 대한 것이었다. 난 미국에 수십년 살았으면서도 미국만화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지식밖에 없는데, 이 분은 전문가였다.
이 분과 한참 왕래가 잦았을 때엔(2008년초) 이 분이 직접 내 블로그 배너를 만들어 주셨던 적도 있다. 당시 내가 사용했던 구글 블로그 스킨이 푸른색이었기 때문에 내 블로그 배너도 푸른색으로 만들어 '궁극의 힘' 블로그 포스트와 포스트 사이에 넣어주셨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왕래가 뜸해졌다. 그렇다고 인연을 완전히 끊었던 건 아니다. 나는 얼마 전까지 'MY BLOG LIST'에 '궁극의 힘'을 추가하고 내 블로그에서 그곳의 업데이트 상황을 체크하곤 했다. 이것을 통해 몇 달간의 공백을 깨고 올해 초 '궁극의 힘 2.0'을 새로 오픈하는 것도 지켜봤다.
그러나 서로 댓글을 남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9월초 '하와이 파이브-0'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문득 '궁극의 힘' 블로그가 생각났다. '하와이 파이브-0' 예고편에 나온 'You know their names, you know the number'와 제임스 본드 영화 '골든아이(GoldenEye)'의 포스터에 적힌 캐치프레이즈를 비교하다가 지난 2008년 ''You know the name, you know the number'에 얽혔던 글에 '궁극의 힘'님이 댓글을 달아주셨던 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궁극의 힘' 블로그를 찾았다. 그런데 최신글이 지난 7월 포스팅이었다. 2개월이 되도록 새 글이 올라오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또 잠수를 타는 모양이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블로그를 자세히 둘러보지 않고 그냥 떠났다.
그러다가 오늘 미국만화에 대해 궁금한 게 한가지 있어 '궁극의 힘' 블로그를 다시 찾았다. 오랜만에 인사도 하고 안부도 묻고 질문도 할 겸 해서 찾아간 것이었다.
역시 최신글은 지난 7월 포스팅 그대로 였다.
아무래도 댓글론 안 되겠다 싶어서 'FORUM'으로 갔다. 포스팅과는 무관한 질문을 해야 했던 만큼 여러모로 'FORUM'이 적합해 보였다.
그런데 'FORUM'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처음엔 '궁극의 힘' 블로그가 폐쇄된다는 의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계속 읽어내려가니 왠지 그게 아닌 듯 했다.
'혹시나' 싶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이 분이 지난 8월 갑작스레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20대라고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계속 뒤져봤다. 직접 확실하게 확인해 볼 방법이 없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여러 블로거들의 포스팅을 종합해 본 결과 아무래도 사실인 것 같았다.
구글에서 블로깅 막 시작했을 때 인터넷상에서 잠시나마 친분을 나눴던 분인데 갑자기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자주 연락은 못했어도 올드 프렌드처럼 친근감이 느껴지던 분이었는데 이렇게 떠나셨다니 섭섭하다.
한달이 넘도록 모르고 앉아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우연히나마 '궁극의 힘' 블로그가 생각이 났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다면 끝내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하여튼 참...
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고.. 젊은 나이에.. 안타깝네요..
답글삭제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러게요.
답글삭제좋은 분 같았는데...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