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 27일 월요일

아이그마니나... 달라스 카우보이스 시즌 첫 승!

2010년 시즌 들어 비실대던 '소자식들'이 드디어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스테이트 라이벌 휴스턴 텍산스(Houston Texans)와의 원정경기에서 27대13으로 승리했다.

카우보이스가 텍산스에 질 줄 알았는데 의외라고?

아니다. 카우보이스가 이길 줄 알았다. 0-2로 불안하게 시즌을 스타트한 카우보이스가 0-3로 쉽게 주저앉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향친구' 텍산스가 카우보이스에 한 번 대줄 줄 알았다.

라스베가스 라인만 봐도 카우보이스 승리를 예상할 수 있었다. 첫 두 경기에선 카우보이스가 페이버릿(Favorite)이었지만 텍산스전에선 카우보이스가 언더독(+3)이었다. 레드스킨스 홈에서 벌어졌던 시즌 오프너도 카우보이스가 페이버릿이었고, 2째 주 카우보이스 홈 오프너에선 시카고 베어스(Chicago Bears)에 6점 이상을 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즌 첫 주엔 디비젼 라이벌인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와의 경기였던 만큼 질 수도 있었다지만, 시카고 베어스와의 홈경기는 쉽게 이기지 않겠냐는 식으로 유혹하는(?) 포인트 스프레드였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카우보이스 패.

카우보이스가 이전 두 경기에서 죽을 쑤자 3째 주 텍산스전에선 언더독 신세까지 되었다. 카우보이스가 예상과 달리 2010년 시즌에 비실거리는 데다, 프리시즌 매치에서도 카우보이스가 텍산스에 꼼짝 못했던 바 있으므로 '언더독 카우보이스'가 설득력 있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그 반대로 나올 때가 많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오펜스, 디펜스, 스페셜팀 모두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오펜스는 패싱-러싱공격 모두 순조롭게 풀렸고, 디펜스는 쿼터백 쌕(Sack)과 턴오버(펌블, 인터셉션)를 만들었다.

카우보이스의 수퍼스타 루키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는 눈부신 활약을 보이진 않았어도 '클 놈'인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달라스 카우보이스 와이드리씨버로써 가장 영예로운 넘버인 88번을 입을 만한 녀석인 듯 했다. 하지만 너무 욕심부리다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까 불안한 건 여전했다.



하지만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데즈 브라언트의 성장을 조급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어 보였다. 작년시즌 부진에 허덕였던 로이 윌리암스(Roy Williams)가 금년시즌 들어 서서히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년엔 왠지 로이 윌리암스가 한 몫 해줄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텍산스를 상대로 2개의 리씨빙 터치다운을 성공시켰다.

이는 쿼터백 토니 로모(Tony Romo)와 로이 윌리암스가 호흡이 맞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쿼터백과 와이드리씨버는 서로 눈치와 손발이 척척 맞아야 하는데, 작년시즌 토니 로모와 로이 윌리암스는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2010년 시즌엔 약간 다른 스토리가 될 듯 하다.

또 그래야만 한다. 로이 윌리암스는 여차하면 와이드리씨버 마일스 어스틴(Miles Austin)과 루키 데즈 브라이언트에 밀려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마일스 어스틴은 이미 로모와 카우보이스에서 여러 해 동안 호흡을 맞췄던 선수이고, 데즈 브라이언트는 앞으로 카우보이스의 얼굴이 될 선수로 촉망받는 루키이므로 윌리암스가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아진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게 바로 로이 윌리암스 본인일 것이다. 윌리암스는 2010년 시즌을 자신이 폭탄이 아니었음을 증명하는 해로 삼아야 한다.

현재까지 그는 잘하고 있다. 로이 윌리암스, 마일스 어스틴, 데즈 브라이언트, 여기에 타잇엔드 제이슨 위튼(Jason Whitten)까지 모두 이름값을 하기 시작하면 카우보이스 패싱어택이 얼마나 무시무시해질 지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2010년 시즌 들어 카우보이스의 러싱어택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패싱공격이 원활하게 풀리면 러싱공격까지 셋업해줄 수 있다. 대개의 경우 러싱공격이 플레이 액션 패스 등으로 이어지면서 패싱공격을 셋업해준다고 하지만, 그 반대가 될 때도 많다.



여기에 늘 속을 썩여왔던 스페셜팀까지 힘을 보탰다.

그렇다. 항상 불안했던 킥커 데이빗 뷜러(David Buehler)가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49야드 필드골까지 성공시켰다. 바이(Bye)위크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베테랑 킥커 영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뷜러가 49야드 필드골을 가뿐하게 성공시켰다.

Are you fucking kidding me?!



카우보이스 오너, 제리 존스(Jerry Jones)가 얼마 전 인터뷰에서 "조금 두고 보면 잘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는데, 그의 직감이 맞는지 틀리는지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만 할 것 같다. 뷜러가 앞으로 엘리트 킥커가 돼 준다면 이보다 더 반가운 일이 없겠지만, 문제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는 것이다. 2009년 시즌부터 내려온 필드골 미스 → 상대 팀 터치다운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앞으로 계속 반복된다면 2010년 시즌에도 챔피언쉽 팀이 되긴 틀렸다고 봐야 한다.

텍산스와의 경기에서 뷜러가 잘 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카우보이스는 그래도 베테랑 프리에이전트 킥커를 하나 영입하는 게 좋다고 본다. 킥커를 2명씩 데리고 있을 필요가 있냐는 생각도 들지만, 작년에도 그렇게 했다. 경쟁도 붙일 겸, 또 헛발질 하면 바로 갈아치울 백업으로 괜찮은 베테랑 킥커 하나를 데려오는 게 좋을 것 같다.

Matt Stover, anyone?

자, 그렇다면 카우보이스의 다음 주 상대는 누구일까?

정답은 '없다' 이다.

카우보이스는 네째 주가 경기를 하지 않는 바이(Bye)위크다.

많은 팀들은 시즌초에 바이위크를 갖는 걸 원치 않는다. 미드시즌에 바이위크를 갖고 한숨 돌리기를 원하지 시즌 시작하자마자 쉬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러.나...

카우보이스에겐 지금이 최적기다. 1승2패로 비틀거리며 시즌을 시작한 만큼 빨리 한숨 돌리고 제 위치를 찾는데 바이위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9월 한달동안 신나게 삽질을 한 만큼 한 주 쉬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야 필요성도 있다.

재미있는 건, 카우보이스가 0승2패로 시즌을 시작해 수퍼보울 챔피언에 올랐던 1993년 시즌에도 4째 주가 바이위크였다. 0승2패로 시즌을 시작한 2010년 카우보이스도 시즌 4째 주가 바이위크다. 현재로써는 '달라스 카우보이스를 수퍼보울 콘텐더로 꼽은 놈이 도대체 누구냐'는 소리가 나오기 일보직전이므로 수퍼보울 얘기는 조크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그런데도 1993년과 2010년 달라스 카우보이스 스케쥴의 공통점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카우보이스의 시즌 5째 주 상대는?

AFC South의 테네시 타이탄스(Tennessee Titans)가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을 찾는다. 바이위크에서 돌아온 5째 주 경기는 카우보이스 홈경기다.

그렇다면 1993년 시즌엔...?

지금은 NFC North이지만 당시엔 NFC Central 디비젼에 속했던 그린 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가 텍사스 스테디움을 찾았다. 그렇다. 1993년에도 바이위크 바로 다음 경기가 카우보이스 홈경기였다. 1993년 카우보이스와 2010년 카우보이스의 또하나의 공통점이다.

그런데 지난 1993년 브렛 파브(Brett Favre)와 트로이 에익맨(Troy Aikman)의 대결에서 누가 이겼냐고?

물론 카우보이스의 승리였다. 파이널 스코어는 36대14.

90년대 달라스 카우보이스는 그린 베이 패커스와 홈에서 가진 경기에서 항상 10점차 이상으로 이겼다. 패커스 홈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패커스가 카우보이스 홈으로 오면 항상 10점차 이상으로 카우보이스가 이겼다. 그린 베이 패커스가 수퍼보울을 우승했던 1996년 시즌에도 패커스가 텍사스 스테디움을 찾았는데, 이 때엔 카우보이스가 터치다운 없이 필드골만으로 10점차 이상으로 승리했다. 당시 카우보이스 킥커였던 크리스 보니올(Chris Boniol)이 패커스를 상대로 당시 NFL 기록이었던 7개의 필드골을 성공켰기 때문이다. 보니올이 경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7번 째 필드골을 성공시켰는데, 당시 패커스 디펜시브 라인맨이던 레지 화이트(Reggie White)가 경기종료 직후 이에 격분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물론 2010년 상대는 그린 베이 패커스가 아닌 테네시 타이탄스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겠지만, 테네시 타이탄스는 구 휴스턴 오일러스(Houston Oilers)다. 휴스턴에서 테네시로 도시를 옮겨 처음엔 테네시 오일러스로 불리다 나중에 '타이탄스'라는 새이름으로 바꿨다.

그렇다. 어찌된 게 카우보이스는 두 경기 연속으로 휴스턴과 관련있는 팀들을 상대하게 됐다.

하지만 중요한 건 '휴스턴 커넥션'이 아니다. 최대 관심사는 2010년 달라스 카우보이스도 1993년 카우보이스가 했던 것처럼 바이위크 직후에 갖는 5째 주 경기를 승리로 장식할 것이냐는 점이다.

과연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바이위크를 보내고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올 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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