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7일 목요일

비디오게임 '그랜 터리스모'와 The Cardigans의 'My Favourite Game'

만약 누군가 내게 "가장 재미있게 한 자동차 비디오게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그랜 터리스모(Gran Turismo)'라고 답할 것이다. 비디오게임, 특히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난 90년대 소니 CEI가 PS용으로 선보였던 유명한 드라이빙 게임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레이싱 게임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던 나를 레이싱 게임 매니아로 바꿔놓은 주범이 바로 이 게임이다.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라고?

아니다. 나도 차를 좋아했다. 요새는 자동차를 개조하고 자시고 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지만, 한 때는 퍼포먼스 파트를 파는 샵에 자주 들락거리곤 했었다.

개조같은 데 관심이 많았다 보니 프리웨이에서 무모하게 밟는 짓도 종종 했다. 덕분에 시속 100마일 이상 밟았을 때 핸들의 흔들림, 사운드, 그리고 스피드 등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다. 60마일로 달리는 다른 자동차들이 마치 서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들 사이를 헤집고 달리는 스릴이 일품이었다. 앞의 차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 예측하면서 언제 치고 들어가고 언제 브레이크를 밟을 지 계산하는 게 재미있었다. 비디오게임이 아니라 실제상황이었으므로 만약 충돌사고가 발생하면 죽을 수도 있었지만, 죽고 살고 하는 데 별 신경을 안 썼다.

또, 네 바퀴가 모두 공중에 떴을 때 기분이 어떤 지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바쁜 아침시간에 자동차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신나게 밟다가 앞차를 피하기 위해 콘크리트 블록을 밟고 튀어오른 적이 있어서다. 충돌 대신 '공중부양'을 택한 덕분에 사고는 면했지만, 4~50마일 속도로 달리다 제법 높은 블록을 올라타면서 튀어오르니까 바퀴 네 개가 거진 앞차 지붕 근처 높이까지 떴다. 앞차 운전자가 내 친구였는데, 이 녀석왈 "미친 듯한 속도로 다가오다 갑자기 백미러에서 사라지더니 옆창문으로 바퀴가 휭 지나가더라"고...

그런데 왜 레이싱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냐고?

스피드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피드가 제대로 느껴지지 않자 스릴도 없었고, 익사이팅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차를 운전하는 기분이 제대로 나는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아는 동생녀석이 '그랜 터리스모'를 내게 추천했다. 내가 레이싱 게임 안 좋아하는 것 알지만, 이 게임은 분명히 좋아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게임 디스크를 플레이스테이션에 넣었다.

그리곤, 거기에 계속 머물렀다. 디스크를 꺼낼 일이 없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계속 했으니까...

게이머들마다 '그랜 터리스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다양할 것이다. 일부는 매우 리얼한 게임 플레이를 꼽을 것이고, 빌어먹을(?) 라이센스를 따기 위해 밤새도록 같은 트랙을 돌고 또 돌고 했던 게 제일 먼저 생각난다는 게이머들도 있을 것이다. 마치 실제처럼 자동차를 개조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는 게이머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랜 터리스모'를 한 게이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엄청나게 잘 만든 게임"이라는 것이다.

아래 이미지는 지난 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발매되었던 '그랜 터리스모' 일본판(위)과 북미판(아래).



다음 이미지는 '그랜 터리스모 2' 일본판(위)과 북미판(아래).




'그랜 터리스모' 시리즈를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 또 한가지는 음악이다. 첫 번째 게임엔 친숙한 음악이 없었으나 '그랜 터리스모 2'는 달랐다. 소니 CEA는 The Cardigans가 부른 'My Favourite Games'라는 곡을 '그랜 터리스모 2(Gran Turismo 2)' 메인 타이틀 곡으로 사용했다.

아래 동영상은 'My Favourite Games'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그랜 터리스모 2' 북미판 오프닝 동영상이다.


북미지역에선 '그랜 터리스모 2'사운드트랙(GT2: Music at the Speed of Sound - The Album). 'My Favourite Game'도 발매되었다. 일본판 오리지날 사운드트랙과는 달리 이 앨범엔 게임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유명 뮤지션들의 곡만 수록되었다.

디스크 수는 2장이었는데, 그 중 하나만 오디오 디스크였고 나머지 하나는 데모버전 게임 등이 드어있는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 디스크 였다.



'My Favourite Game'도 물론 수록되었다.

사운드트랙 앨범 수록곡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01. APOLLO 440 - COLD ROCK THE MIC
02. THE CARDIGANS - MY FAVOURITE GAME
03. THE CRYSTAL METHOD - NOW IS THE TIME (NEW MILLENNIUM MIX)
04. HOLE - USE ONCE AND DESTROY
05. CREED - UNFORGIVEN
06. MOBY - BODYROCK (B&H'S BODYROB MIX)
07. ROB ZOMBIE - DRACULA (HOT ROD HERMAN MIX)
08. FEAR FACTORY & GARY NUMAN - CARS
09. GARBAGE - I THINK I'M PARANOID
10. BOOM BOOM SATELLITES - PUSH EJECT
11. FILTER - HEY MAN NICE SHOT
12. SOUT COUGHING - SUPER BON BON

혹시 The Cardigans의 오리지날 앨범버전과 사운드트랙 버전 사이에 무슨 차이라도 있냐고?

사운드트랙 버전이 오리지날 앨범버전보다 6초 길다. 노래가 다 끝나고 자동차 엔진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노래는 차이가 없다.



자, 그렇다면 The Cardigans의 'My Favourite Game'을 한 번 들어보자.


그런데 이 노래가 최근에 핸스 업 스타일의 댄스곡으로 리믹스되었다. 바로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Miradey의 'My Favourite Game' OverDrive Division Remix가 바로 그것이다.

아쉽게도 'My Farourite Hands Up'은 아니다. 뭐니뭐니해도 오리지날이 최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중에 OverDrive Division 리믹스가 제일 나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나도 비디오게임을 많이 하던 때가 있었다.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게임에 흥미를 많이 잃었지만, 그 이전엔 '꽤' 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한참 전의 일처럼 느껴진다. 잠깐씩 게임을 한 적은 있어도 엔딩을 볼 때까지 꾸준히 붙잡고 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마지막으로 끝장을 본 게임이 뭐였는지도 가물가물...

댓글 6개 :

  1. 오랜만입니다. 데몬킹님.
    저역시 레이싱게임 해본지가 꽤 되었습니다.
    한국은 주로 PC위주이므로,
    니드포스피드3에서 람보르기니 카운타크를 몰았지요.
    아케이드 타입 게임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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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에고 오셨군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니드 포 스피드 저도 해봤습니다.
    요새도 계속 나오는 것 같던데요.
    몇 년전만 해도 게임 참 많이 했는데 요샌 안 합니다.
    넘버1 취미생활로 게임을 꼽곤 했는데,
    그 사이에 흥미가 이렇게 싹 가실 수도 있는지...
    그, 그런데요... 여기선 데몬킹이 아닌데...^^
    한동안 안 보던 거라 생소해 보입니다...^^
    아 그리고, 혹시 다음뷰나 믹시 같은 데 블로그 등록하셨나요?
    혹시 가입하셨으면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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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첫사랑에 목매는 타입이므로.. 하하
    여전히 조선블로그에 주력하고 있답니다.
    알라딘은 가끔 책 주문하므로 블로그를 열어두고 있지요.
    알라딘의 노는 물이 좌파성향이므로 가끔 반대쪽 자극을
    주고 있습니다. 일종의 'Salt'역할이지요.
    아주 약간 영향을 미치는 듯합니다.

    다음뷰, 믹시에는 블로그가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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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근데 거기는 로그인을 해야만 댓글을 달 수 있게 바꾼 게 불편합니다.
    아직도 거긴 로그인 해야만 하죠?
    그것만 바꿔도 좀 편할텐데 아쉽습니다.
    아, 그리고 다음뷰, 믹시는 블로그가 아니라,
    지금 운영중이신 블로그를 등록만 하시면 그걸로 끝입니다.
    저 위에 있는 손가락이 다음뷰(v.daum.net)이구요,
    그 아래있는 초록색 박스가 믹시(mixsh.com)거든요.
    저거 다시면 제가 추천 열심히 해드릴텐데...
    저도 이런 거 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요,
    추천하는 건 아주 잘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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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오, 그렇군요..
    다음뷰에 조선 블로그 포스트들을
    노출시키지 않고 있답니다.

    경험해보니, 인터넷 상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원활한 대화가 가능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물론 그런 것이 '반드시'는 아닙니다만..
    쓸데없는 시비가 귀찮을 만큼 나이들어서인지
    얼마간 한계를 그어두고 있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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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저도 쓸 데 없는 시비는 싫어합니다...^^
    장점이 있다면, 다른 분들의 글을 쉽게 체크할 수 있다는 건데요.
    구독하는 블로거 글 리스트가 한데 죽 뜨니까 편합니다.
    조선 블로그도 개별적으로는 등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몇 분 뵌 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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