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런던에 NFL 팀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NFL 정규시즌 경기가 또 영국의 런던에서 열린다. 2010년 시즌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즈(San Francisco 49ers)와 덴버 브롱코스(Denver Broncos)가 런던에서 정규시즌 경기를 갖게 됐다. 미 서부지역에 연고를 둔 두 팀이 대륙을 횡단하고 대서양까지 건너 런던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

누구의 말마따나 NFL 경기는 'MY TOWN vs YOUR TOWN'의 성격을 띈다. 각 팀들마다 연고지가 뚜렷하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자신의 '홈'을 떠나 다른 곳, 그것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의 도시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밖으로 들린다.

정규시즌이 아닌 프리시즌(시범경기)이라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이전에도 유럽, 일본, 멕시코 등지에서 프리시즌 경기를 가진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시즌은 다른 얘기다. 야구나 농구처럼 한 시즌에 갖는 경기 수가 많다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 NFL은 한 시즌에 달랑 16개 정규시즌 매치가 전부다. 그런데 그 중 하나를 엉뚱한 유럽에서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

그런데 NFL 정규시즌 경기가 해외에서 벌어지는 게 금년이 처음도 아니고 벌써 네번 째다.

NFL이 미식축구의 세계화를 노린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식축구 팬으로써 도울 수 있다면 돕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NFL 정규시즌 경기를 홈팬들과 멀리 떨어진 외국에서 열리도록 하는 것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 미식축구의 세계화도 중요하다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미국내 풋볼팬들이기 때문이다. NFL은 미국내 프로 스포츠 리그 중 하나일 뿐이므로 미국내 팬들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홈팬들을 버리고 정규시즌 경기를 외국으로 옮기는 건 잘못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NFL 커미셔너 로저 구델(Roger Goodell)은 유럽에서 갖는 NFL 정규시즌 경기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커미셔너 구델은 앞서 런던에서 열렸던 NFL 정규시즌 경기 입장표가 모두 매진되는 등 성황이었다면서, 앞으로 유럽에서 갖는 NFL 정규시즌 경기 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델은 유럽에서 열리는 NFL 경기들이 모두 성황을 이룬다면 유럽 도시에 NFL 팀을 창설하는 것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구델이 말한 '유럽의 NFL 팀'은 지금은 없어진 NFL 유럽 리그를 다시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의 NFL 리그에서 함께 경쟁을 벌일 정규리그 NFL 팀을 의미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에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라는 팀이 있는 것 처럼 영국 런던을 연고로 하는 NFL 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NFL의 궁극의 목표는 유럽 도시에 NFL 팀을 창설하는 것이란 얘기다.



아무래도 립서비스 차원의 멘트가 아니었나 싶다.

미식축구가 농구, 야구에 비해 해외에서 인기가 낮은 스포츠라는 점을 NFL이 바꿔보고자 노력하는 것 까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축구에 죽고 사는 유럽인들이 미식축구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 지 의심스럽다. 유럽에서 열렸던 NFL 경기가 성황이었던 이유도 경기가 스페셜 이벤트였으니 얼떨결에 가서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인 듯 한데, 이것만으로 유럽 도시에서의 미식축구 열기를 가늠할 할 수 있는 지도 의심스럽다. 1년에 한 번 NFL 정규시즌 경기를 보고 미식축구 팬이 되었다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물론 NFL이 인터내셔널 스포츠 리그로 확대된다면 상당히 멋질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 NFL 팀을 만든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현실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 아닌가 싶다. 당장 이동거리만 놓고 생각해 봐도 그렇다. 런던에 NFL 팀이 생기면 한 시즌 동안 수도 없이 대서양을 횡단해야만 한다. 나머지 NFL 팀들이 전부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런던 팀과 같은 디비젼에 속한 팀들도 낭패스럽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NFL 스케쥴이 디비젼 라이벌과 한 시즌에 두 차례 경기를 갖도록 되어있으므로 싫든 좋든 한 번은 반드시 런던에 가서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동부팀이 서부에 가서 경기를 하거나, 그 반대로 서부팀이 동부에 가서 경기를 하는 경우에도 "장거리 여행이 경기에 영향을 준다"는 말이 나오는 판인데, 이들은 장거리 정도가 아니라 국제여행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비행시간을 한 번 알아보자. 미국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동서로 대륙횡단 비행하는 데 대략 5시간 반이 걸리고, 뉴욕에서 영국 런던까지는 대략 8시간이 소요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런던까지는 대략 13시간 이상을 각오해야 한다.

미국도 땅덩어리가 큰 나라라서 장시간 여행을 피할 수 없는데, 국제여행까지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럴 만한 보람은 또 있는 것일까?

유럽까지 날아갈 생각을 하느니 가까운 캐나다의 CFL과 통합하는 게 차라리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캐나다는 고사하고 미국에도 NFL 팀이 없는 도시들이 많다. 90년대에만 해도 2개의 NFL 팀이 있었던 L.A가 대표적이다. 레이더스(Raiders)는 다시 오클랜드(Oakland)로 올라갔고, 램스(Rams)는 세인트 루이스(St. Louis)로 팀을 옮겼다. 그래도 여전히 캘리포니아 주에만 NFL 팀이 3개(오클랜드,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씩이나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L.A가 그다지 인기있는 도시가 아니라고 해도 NFL 팀 1개 정도는 갖고있을 만한 도시다.

그래도 L.A엔 MLB, NBA, NHL 팀이 있다. NFL만 없을 뿐 다른 프로 스포츠 리그 팀은 다 있다는 것이다. 반면, '메인랜드' 혹은 '콘티넨탈 U.S.A'에 속하지 않는 알래스카와 하와이 주엔 프로 스포츠 리그 팀이 하나도 없다. 칼리지 스포츠만 있을 뿐 프로 스포츠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메인랜드' 내에도 프로 스포츠 팀이 없는 주가 있으므로 알래스카와 하와이만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홈팬들을 뒤로 하고 정규시즌 경기를 옮기면서까지 쉽지 않아 보이는 유럽시장을 뚫으려는 것 보다 아직 NFL 팀이 없는 미국내 도시들이나 신경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 없음 :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