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8일 월요일

'리오', 평범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었을 뿐...

20세기 폭스의 3D 애니메이션 '리오(Rio)'가 전세계적으로 흥행성공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미국보다 앞서 개봉한 나라에서 반응이 모두 좋았다는 내용이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만큼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볼 만한 영화가 없었는데 간만에 물건이 하나 나왔나 보다 싶었다. 그래서 '리오'가 북미지역에서 개봉하는 주말 직접 보기로 했다.

그런데 왠지 이번에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리오'의 레이팅이었다. PG만 해도 어린이/패밀리 영화 레이팅으로 분류되는데, '리오'는 이 보다도 한 단계 더 낮은 G였다. 간단히 말해, '리오'는 완전한 유아용 영화라는 얘기였다.

물론 G 레이팅을 받은 3D 애니메이션 중에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다. 하지만 성인들이 보기엔 PG 레이팅을 받은 애니메이션이 더 볼 만하다. G나 PG나 거기서 거기라지만 액션이나 유머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다면 '리오'는 볼 만한 G 레이팅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을까?



아니었다. '리오'는 지극히 평범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용이므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 해서 문제될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개중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스토리와 액션, 유머 등이 풍부한 애니메이션도 많다. 하지만 '리오'에선 이러한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리오'는 유아들의 눈높이에 맞춘 티가 났다. 어린이 시간대에 방송되는 TV 애니메이션 수준이 전부였다.

스토리도 새로울 게 없었다. 어렸을 때 브라질에서 미국 미네소타로 팔려온 앵무새, 블루(제시 아이젠버그)가 같은 종과 짝짓기를 위해 브라질의 리오로 여행을 갔다가 사건에 휘말린다는 줄거리였는데, 날 줄도 모를 정도로 야생성을 잃은 블루가 얼떨결에 야생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드림웍스(Dreamworks)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Madagascar)'와 바로 겹쳐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 캐릭터, 음악 스타일, 댄스파티 씬 등에서도 '마다가스카'와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앵무새 버전 마다가스카'라고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닐 듯 싶다.

'리오'에서 가장 실망했던 건 유머가 유아용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재능있는 코메디언 조지 로페즈(George Lopez)가 출연한 만큼 만만치 않은 유머를 기대했었는데, TV 유치원 수준 유머에 그쳤을 뿐 별 게 없었다. 조지 로페즈는 '마다가스카'에서 사샤 바론 코헨(Sacha Baron Cohen)이 맡았던 킹 줄리언과 비슷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했던 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장점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은 건 아니다.

우선 메인 캐릭터 앵무새 블루의 음성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Jesse Eisenberg)와 암컷 앵무새 주얼을 맡은 앤 해더웨이(Anne Hathaway)의 훌륭한 목소리 연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앤 해더웨이는 어느 정도 끼가 있는 만큼 걱정을 덜 했으므로 놀라울 게 없었지만 제시 아이젠버그의 목소리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만약 아카데미에 목소리 연기 부문이 있다면 둘 다 노미네이트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아카데미상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새는 3D 애니메이션이 헐리우드의 메이저 쟝르 중 하나가 되었으니 성우 부문도 새로 추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 사용된 곡들 또한 화려했다. 댄스그룹으로 변신한 브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멤버 Will.I.Am은 라틴-삼바풍의 하우스 곡을 선보였고 (노래도 새들이 벌이는 댄스파티 씬에 나온다), 타이오 크루즈(Taio Cruz)가 부른 'Telling the World'도 듣기에 좋았다. 틴-팝, 틴-댄스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러 들을 일 없으니 이럴 때나 한 번 듣는 거지' 하고 넘어가려니까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사운드트랙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리오'는 거진 뮤지컬 수준이었다. 너무 아동틱해 보이는 부분들을 음악으로 메꾸려 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음악에 올인하고 있으므로 새삼스러운 얘긴 아니지만, '리오'에서 유아용 유머와 음악을 빼면 남는 게 뭐가 있겠는지 궁금해진다.

그렇다. '리오'는 그렇고 그런 수준의 평범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럭저럭 볼 만은 했지만 평균 수준 이상은 아니었다. G 레이팅을 받은 유아용 3D 애니메이션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딱 그런 수준이라고 할까? 활기가 넘치는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를 배경으로 한 유쾌하고 코믹한 어드벤쳐이길 기대했었는데 거기까진 아니었다.

물론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다들 거기서 거기이므로 적당한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던데...

아무튼, 마지막으로 타이오 크루즈가 부른 'Telling the World'를 들어보자.



댓글 2개 :

  1. 배경음악은 좋은데요... ㅎㅎㅎ
    성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니, 그걸로라도 만족을 대신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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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 생각에도 노래는 좋은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 = 아카데미 주제곡 후보니까 좀 신경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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