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왠지 이번에도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리오'의 레이팅이었다. PG만 해도 어린이/패밀리 영화 레이팅으로 분류되는데, '리오'는 이 보다도 한 단계 더 낮은 G였다. 간단히 말해, '리오'는 완전한 유아용 영화라는 얘기였다.
물론 G 레이팅을 받은 3D 애니메이션 중에도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다. 하지만 성인들이 보기엔 PG 레이팅을 받은 애니메이션이 더 볼 만하다. G나 PG나 거기서 거기라지만 액션이나 유머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느껴질 때가 많다.
그렇다면 '리오'는 볼 만한 G 레이팅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을까?
아니었다. '리오'는 지극히 평범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용이므로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라 해서 문제될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개중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만한 스토리와 액션, 유머 등이 풍부한 애니메이션도 많다. 하지만 '리오'에선 이러한 것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리오'는 유아들의 눈높이에 맞춘 티가 났다. 어린이 시간대에 방송되는 TV 애니메이션 수준이 전부였다.
스토리도 새로울 게 없었다. 어렸을 때 브라질에서 미국 미네소타로 팔려온 앵무새, 블루(제시 아이젠버그)가 같은 종과 짝짓기를 위해 브라질의 리오로 여행을 갔다가 사건에 휘말린다는 줄거리였는데, 날 줄도 모를 정도로 야생성을 잃은 블루가 얼떨결에 야생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드림웍스(Dreamworks)의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Madagascar)'와 바로 겹쳐졌다. 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 캐릭터, 음악 스타일, 댄스파티 씬 등에서도 '마다가스카'와 비슷해 보이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앵무새 버전 마다가스카'라고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닐 듯 싶다.
'리오'에서 가장 실망했던 건 유머가 유아용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재능있는 코메디언 조지 로페즈(George Lopez)가 출연한 만큼 만만치 않은 유머를 기대했었는데, TV 유치원 수준 유머에 그쳤을 뿐 별 게 없었다. 조지 로페즈는 '마다가스카'에서 사샤 바론 코헨(Sacha Baron Cohen)이 맡았던 킹 줄리언과 비슷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했던 만큼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장점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은 건 아니다.
우선 메인 캐릭터 앵무새 블루의 음성을 맡은 제시 아이젠버그(Jesse Eisenberg)와 암컷 앵무새 주얼을 맡은 앤 해더웨이(Anne Hathaway)의 훌륭한 목소리 연기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앤 해더웨이는 어느 정도 끼가 있는 만큼 걱정을 덜 했으므로 놀라울 게 없었지만 제시 아이젠버그의 목소리 연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만약 아카데미에 목소리 연기 부문이 있다면 둘 다 노미네이트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아카데미상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새는 3D 애니메이션이 헐리우드의 메이저 쟝르 중 하나가 되었으니 성우 부문도 새로 추가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 사용된 곡들 또한 화려했다. 댄스그룹으로 변신한 브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의 멤버 Will.I.Am은 라틴-삼바풍의 하우스 곡을 선보였고 (노래도 새들이 벌이는 댄스파티 씬에 나온다), 타이오 크루즈(Taio Cruz)가 부른 'Telling the World'도 듣기에 좋았다. 틴-팝, 틴-댄스 등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일부러 들을 일 없으니 이럴 때나 한 번 듣는 거지' 하고 넘어가려니까 듣기에 나쁘지 않았다.
사운드트랙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사실 '리오'는 거진 뮤지컬 수준이었다. 너무 아동틱해 보이는 부분들을 음악으로 메꾸려 한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음악에 올인하고 있으므로 새삼스러운 얘긴 아니지만, '리오'에서 유아용 유머와 음악을 빼면 남는 게 뭐가 있겠는지 궁금해진다.
그렇다. '리오'는 그렇고 그런 수준의 평범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었다. 그럭저럭 볼 만은 했지만 평균 수준 이상은 아니었다. G 레이팅을 받은 유아용 3D 애니메이션 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딱 그런 수준이라고 할까? 활기가 넘치는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를 배경으로 한 유쾌하고 코믹한 어드벤쳐이길 기대했었는데 거기까진 아니었다.
물론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 다들 거기서 거기이므로 적당한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던데...
아무튼, 마지막으로 타이오 크루즈가 부른 'Telling the World'를 들어보자.
배경음악은 좋은데요... ㅎㅎㅎ
답글삭제성우들의 연기가 훌륭했다니, 그걸로라도 만족을 대신해야 할 것 같네요...
제 생각에도 노래는 좋은 것 같습니다.
답글삭제애니메이션 사운드트랙 = 아카데미 주제곡 후보니까 좀 신경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