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0일 수요일

미국 대형 서점 보더스 문 닫는다

타워 레코드? GONE! 헐리우드 비디오? GONE!! 그 뒤를 이어 이번엔 미국 전역에 매장을 둔 대형 서점체인 보더스(Borders)가 문을 닫는다. 보더스는 지난 2월 파산보호 신청을 한 뒤 매장들을 폐쇄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남아있던 399 곳까지 모두 문을 닫게 됐다.

보더스는 이번 주말부터 리퀴데이션 세일을 시작하며, 오는 9월 말까지 모든 매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더스는 서적 뿐만 아니라 음반과 비디오도 함께 판매한다. 음반과 비디오는 아이튠스 등과 같은 디지털 스토어에 내주고, 책은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서점과 전자책에 밀리는 판에 보더스는 하드카피 CD 음반, DVD/블루레이 영화, 종이책을 팔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보더스는 영화, 음악, 서적 모두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커피숍까지 갖춘 큰 규모의 상점이었다. 하지만 최근에 와선 한물 지난 유행의 집합소가 되고 말았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보더스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는 듯 하다.

미국 미시건 주 앤 아버에 본사를 둔 40년 역사의 보더스 서점은 재고가 정리되는 대로 문을 닫는다.



보더스가 없어지더라도 또다른 대형 서점체인 반스 앤 노블(Barns & Noble)이 아직 건재하므로 동네에서 서점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서점에서 책들을 뒤적이던 것도 옛날얘기가 될 듯 하다. 타워 레코드에서 CD 앨범들을 뒤적이고, 헐리우드 비디오에서 DVD를 빌려 보던 게 옛 추억이 되었듯이 말이다.

물론 음악은 MP3로 듣고, 영화는 디지털 버전으로 구입 또는 대여를 하고, 책도 전자책으로 읽는 게 편리한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로 갈아타면 날이 갈수록 불어나는 책, CD, DVD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별 생각없이 CD, DVD 서적 등을 마구 사들였던 게 차곡차곡 쌓이면서 짐이 되기 시작하니까 싫든 좋든 디지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더라.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뒤적이며 물건을 고르던 재미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음악은 듣고, 영화는 보고, 책은 읽을 수만 있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뒤적이는 재미도 만만치 않은데, 가면 갈수록 컴퓨터 앞에서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는 쪽으로 빠르게 기우는 것 같다.

그저 듣고, 보고, 읽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음반, 비디오, 서적 콜렉터들에겐 갈수록 재미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인 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져다 놓았나', 아니면 '무슨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음반, 비디오 스토어, 서점 등을 직접 찾아가던 재미를 더이상 맛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원하고자 하는 물건 대부분을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오프라인에서 구할 수 없는 것도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일이 뒤적일 필요없이 간단하게 검색만 하면 원하는 물건을 바로 찾을 수 있어 시간도 덜 걸리고 편리하기도 하다. 하지만 CD, DVD, 또는 서적이 빼곡하게 진열되어있는 매장에 들어섰을 때의 짜릿함과 설레임 같은 '느낌'을 온라인에선 느끼기 힘들다. 다리가 아프고 힘들더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것저것 뒤적이는 오프라인 스토어의 그 맛과 재미도 온라인엔 없다.

그렇다면 나는 재미가 없어도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면 불편해도 재미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일까?

아무튼 생각이 난 김에, 지금은 사라진 과거의 스토어들을 살짝 추억해 보기로 하자.

첫 번째는 타워 레코드. RIP...




다음은 헐리우드 비디오. RIP...(2)



마지막으로, 보더스. RIP...(3)

그러고 보니, 제프리 디버(Jeffery Deaver)의 제임스 본드 소설 '카르트 블랑슈(Carte Blanche)'는 내가 아마존 킨들로 읽은 첫 번째 제임스 본드 소설이자 보더스 서점에서 마지막으로 구입한 하드커버 제임스 본드 소설이 될 듯 하다.



이렇게 오프라인 음반, 비디오 스토어, 서점이 온라인 스토어와 디지털 스토어에 밀려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럼 앞으론 누가 더 망할까?

비디오게임 스토어? 게임 디스크를 구입할 필요없이 모든 게임을 다운로드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면 게임스탑(Gamestop)과 같은 게임 전문 스토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아이폰, 아이튠스는 게임 리테일러들에겐 위협적인 존재일 것이다. 물론 모든 콘솔, PC게임이 디지털 카피로 나오기 시작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듯 하지만, 이것도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다.

그 다음엔 또 망할 임자 없수?

아, 영화관이 있었구나. 물론 영화관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본다는 특수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관객 수는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고 영화관은 팝콘과 콜라를 바가지 가격에 팔아서 돈을 버는 판인 것을 보니 왠지 이것도 오래 갈 것 같지 않다. 새 영화가 TV와 인터넷으로 개봉하는 때가 머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Whatever...

댓글 6개 :

  1. 대형 서점들 때문에 중소 서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는데,온라인몰들 때문에미국에서는 대형서점들이..;;
    온라인몰에서 사는것도 편하긴하지만 서점에서 책고르는 재미또한...
    앞으로 한국의 대형 서점들도 준비 단단히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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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국도 이미 동네 책방은 다 문닫았고,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큰 서점들만 거의 남았습니다.
    사실 서점에서 보다 인터넷을 사는게 책값이 훨씬 싸니 구경은 책방에서 하고 주문은 인터넷으로 하게 되네요.

    레코드 가게는 거의 다 없어졌다고 보면 되구요.

    시대의 흐름이지만 옛것이 사라지는데 대한 아쉬움이 좀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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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뻘쭘곰:
    온라인 몰보다 더 무서운 건 전자책인데요,
    전자책까지 늘어나면 한국 대형서점들도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샌 핸드폰, 태블릿, 일반 컴퓨터로도 전자책을 볼 수 있으니...
    머지 않아 종이책이 CD 꼴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직접 가서 고르는 재미가 없어진다는 게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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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CJ:
    오프라인 매장들이 요새 온라인 때문에 장사가 많이 안 되는 듯 합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세금 문제로 아마존닷컴을 압박하려 한다는 기사도 본 적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시대의 흐름이겠지만, 많이 섭섭합니다.
    사실 전 MP3를 컴퓨터 파일로 보지 노래로 안 보거든요.
    뭐 편하긴 해도 디지털 카피는 하드카피만큼 정이 안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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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시대가 변하니만큼 오프라인도 시대에 따라서 죽는 것 같아요.
    방식과 방법들이 다양해지면서, 매출이 없으면 죽기 마땅한 거겠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구요.
    엉엉 우아앙 우어엉 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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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타워레코드, 보더스는 고사하고 동네 쇼핑몰도 바뀌었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쇼핑몰에 레코드샵, 무비샵, 서점이 못해도 각각 1개씩은 있었거든요.
    90년대엔 레코드샵만 서너 곳, 무비샵, 서점도 두어곳 이상 되는 몰도 있었죠.
    요샌 서점은 찾아볼 수 없고, 레코드+무비샵은 한 곳 있을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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