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엔 거의 모든 쇼핑몰에 선코스트(Suncoast)라는 영화 관련 체인점이 있었다. 선코스트는 VHS, DVD 뿐만 아니라 영화 관련 티셔츠, 매거진, 피겨린, 포스터 등 각종 콜렉티블도 판매했다. 영화를 좋아하거나 영화 관련 상품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들어가면 군침 돌 만한 상품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나는 지난 80년대 한국에서 영화관에 갔을 때 영화 프로그램, 인형(예: 그렘린) 등을 비롯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부스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냐, 아니면 기념품을 사러 가는 것이냐"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디에 가서 "뭣 좀 수집한다"고 떠벌릴 만한 수준은 아니었어도 어렸을 적부터 우표, 동전 등 이것저것들을 주섬주섬 수집하는 데 맛을 들였기 때문인지 값어치를 떠나서 '이것도 수집할 만 해 보인다'는 판단이 들면 사 모으는 습관이 있었다.
이러한 내겐 선코스트는 매우 섹시한 곳이었다.
내가 선코스트에서 산 것들은 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 특히 1995년 개봉했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주연의 '골든아이(GoldenEye)' 관련 콜렉티블들이다.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엔 선코스트에서 구입했던 '골든아이' 티셔츠, 오피셜 매거진, 전화카드, 007 시리즈 미니 피겨린 세트 등이 있다.
아래 이미지는 '골든아이' 전화카드.
그러나 선코스트는 지금 없어졌다. 누가 언제 인수해서 어찌 되었는지엔 관심 없지만, 대충 알아 보니 선코스트가 지금의 FYE가 되었다고 한다. FYE는 현재 미국의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음반, 영화 판매 체인점이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선 FYE가 유일한 쇼핑몰 음반 판매점이다.
물론 90년대엔 이렇지 않았다. 90년대엔 어지간한 쇼핑몰에 가면 적어도 2개에서 3개 이상의 음반 판매점이 있었다. 쇼핑몰 밖에 있는 타워 레코드(Tower Records) 체인점은 제외하고 쇼핑몰 내에 입점한 것만 따진 게 그 정도 됐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중 하나로 Sam Goody라는 데가 있었다. Sam Goody도 지금 없어졌다. 알아보니, Sam Goody도 FYE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Sam Goody의 음반 + 선코스트의 영화를 한데 합치면 FYE가 나오는 셈인 듯 하다.
이렇게 해서 그 많았던 쇼핑몰 내 음반, 영화 판매점들이 다 없어지고 FYE 하나만 남게 된 듯 하다.
타워 레코드도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90년대에만 해도 그렇게 잘 나가던 타워 레코드도 MP3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비디오 렌탈 체인점 헐리우드 비디오도 얼마 전에 뻗었다. 넷플릭스(Netflix), 아이튠스, 아마존 등 디지털 무비 스트리밍, 렌탈/판매 서비스에 밀린 것이다. "오늘 죽네, 내일 죽네" 하던 또다른 비디오 렌탈 체인 블록버스터 비디오는 사업 방식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면서 버티고 있다고 한다. 블록버스터는 문을 닫진 않았지만 과거처럼 흔히 볼 수 없어졌다. 예전엔 동네마다 촘촘하게 블록버스터 체인이 있었는데 요샌 대부분 문을 닫았는지 블록버스터 간판을 보기 힘들다.
몇 해 전에 세상을 뜬 또 하나의 스토어가 있다. 전자제품 판매 체인 서킷 시티(Circuit City)다. 베스트바이(Bustbuy)에 이은 미국의 넘버2 전자제품 체인이었는데 문을 닫았다.
서킷 시티도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문을 닫는다니 무언가 추억할 만한 기념품을 사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거진 살다 시피 했던 타워 레코드가 문을 닫았을 때 마지막으로 찾아가지 못하고 깜빡했다는 게 걸려서 였는지 이번엔 서킷 시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워 레코드에 비하면 서킷 시티는 나와 별 인연이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뭐...ㅋ
점포정리 세일을 한다니까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사야 좋을 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만만한 게 DVD였다. DVD나 블루레이의 경우 특정 스토어 익스클루시브 패키지가 간혹 나오곤 하기 때문이다.
그 때 눈에 띈 것은 워너 브러더스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서킷 시티 익스클루시브 2 디스크 DVD 세트였다. 서킷 시티 세트엔 2개의 디스크와 함께 저널(일기장)이 함께 들어있었다. 몇 개가 남아있나 봤더니 2개가 있길래 2개 모두 집었다.
아래 이미지는 서킷 시티 봉지에 들어있는 '다크 나이트' DVD(위)와 '다크 나이트' 서킷 시티 익스클루시브 DVD 세트(아래).
그런데 최근에 또 하나의 스토어가 뻗었다. 이번엔 미국의 넘버2 서점 체인 보더스(BORDERS)의 차례였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킨들, 애플 아이북 등 전자책 스토어에 밀려 종이책을 팔던 서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음반, 비디오 대여점과 마찬가지로 서점도 인터넷과 전자책에 밀려 사라지는 운명인 듯 하다.
책은 종이에 인쇄된 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며 버티는 데 까지 버텼던 나도 얼마 전부터는 아마존 킨들로 옮겨탔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책이 무척 많은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므로 책장에 책들이 빈틈없이 꽂혀있는 건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책이 짐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종이책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 CD, 영화 DVD/블루레이, 비디오게임 디스크, 기타등등 기타등등 오만잡것들이 주위에 많이 널려있다 보니 어느 한순간 책장에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게 촌스럽고 시대에 뒤처진 풍경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심플하고 편리하고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게 됐다. 책, CD, DVD와 가구들을 다 내다 버려야 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실제로 엄청난 양의 음악 CD와 책들을 버렸다. 멀쩡한 것들이었지만 그냥 쓰레기 봉투에 넣어 내던졌다. TV도 내다 버리거나 기부를 하려고 알아보는 중이며, DVD도 내다 버리거나 처분하기 위해 비닐 봉지에 담아놓은 상태다. 비디오게임 디스크들은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답이 안 나와서 박스에 처넣어뒀다.
이렇다 보니 종이책도 많이 사지 않게 됐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책들만 할 수 없이 종이책으로 구입하는 식이지 예전처럼 모든 걸 종이책으로 구입하던 데서 달라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라이프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 동안 애용했던 보더스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데 추억할 만한 기, 기념품을 사야할 것 같...ㅡㅡ;
이것도 병이다, 병!
자, 그럼 뭐가 좋을까?
되도록이면 책은 사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세일 중이라지만 쓸데 없는 책을 쓸어담고 싶진 않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바로 제임스 본드 포스터였다. 포스터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한 것 같지만, 정확하게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숀 코네리(Sean Connery)의 "My name is Bond, James Bond..." 사진의 사이즈는 아래 이미지를 보면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그러고 보니 12인치들도 내다 버려야 겠구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쪽으로 눈이 쏠린 김에 계속해서 그쪽 관련 상품들을 뒤졌다. 그랬더니 본드걸들을 모아놓은 책이 눈에 띄었다. 사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었지만, 노란색 보더스 가격 스티커가 붙어있었으므로 '기분이다' 치고 집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똑같은 책이 2권으로 불었지만, 나는 똑같은 물건을 7~8개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으므로 2개 쯤이야 가뿐하다...ㅡㅡ; (그러니까 짐이 많은 거겠지...)
나의 그 다음 타겟은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였다. 이미 DVD 버전으로 대 여섯개, 블루레이로 두 세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서의 미션은 영화가 아니라 보더스 스티커이므로 '콴텀 오브 솔래스' 블루레이 2개를 또 집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수집(?)을 할 때 항상 혼잣말로 하는 말이 있다 - "Never count!"
내친 김에 미스테리/스릴러 소설 섹션으로 이동해 '콴텀 오브 솔래스' 숏스토리 콜렉션을 집었다. 이것도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었지만, you know the rest... eh?
아래 이미지는 '콴텀 오브 솔래스' 보더스 스티커 블루레이 2개와 숏 스토리 콜렉션 책.
내용물 뿐만 아니라 봉지도 콜렉티블 중 하나다. 보더스가 문을 닫으면 보더스 가격 스티커가 붙은 상품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더스 로고가 인쇄된 비밀 봉지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서킷 시티 로고가 인쇄된 봉지까지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더스도 예외가 아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9월에 접어들자 보더스 로고가 인쇄된 비닐 봉지가 다 떨어진 듯 'THANK YOU'가 인쇄된 일반 비밀 봉지에 물건들을 담아주더라.
저 봉지 안에 들어있는 건 뭐냐고?
바로 '번 노티스(Burn Notice)' 소설이다. USA 채널에서 하는 스파이/코메디 TV 시리즈인데, 책으로까지 읽고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완전히 껌값이기에 구입했다. 정가 $6.99에서 7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
되도록이면 짐이 되는 책은 안 사려고 손이 책 쪽으로 향하면 손가락을 깨물곤 했지만, 그래도 몇 권 사게 됐다.
그 중 하나는 미국 숏트랙 국가대표 선수 아폴로 오노(Apollo Ohno)의 책 'Zero Regrets: Be Greater than Yesterday'다. 오노의 싸인이 있는 'Autograph Copy'도 있길래 기왕 사는 김에 그것을 골랐다.
그러나 언제 읽게 될 지는 모르겠고, 친필 싸인이 있는 책이라 해서 나중에 값어치가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세일 말기라 책들이 얼마 남지 않아 친숙한 타이틀의 책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녀석의 낯익은 얼굴이 보이길래 그냥 샀다.
아래 이미지는 'Zero Regrets' 겉표지.
아래 이미지는 아폴로 오노의 싸인.
마지막으로 집어든 건 보더스 로고가 새겨진 검정색 수첩. 보더스 로고가 박혀있는 보더스 제품이므로 기념품으로 왔다인 듯 해서 집었다.
마지막은 보더스 리워드 카드. 오래 전에 만들어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카드다. 보더스에서 자주 책을 구입했더니 마일리지 크레딧이 쌓여 가끔 큰 할인 혜택을 받곤 했다.
아래 이지미에서 왼쪽에 있는 것은 지갑에 넣는 카드형 리워드 카드이고, 오른쪽에 있는 작은 것은 열쇠고리용이다.
점포정리 세일이 한창이던 어느날 한 손님이 리워드 카드를 꺼내면서 점원에게 아직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점원은 더이상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카드를 주면 대신 없애 주겠다고 했다. 못 쓰는 카드이니까 버리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손님은 "그냥 기념으로 갖고 있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애용하던 보더스가 문을 닫는다니 기분이 다들 비슷비슷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값어치도 안 나가는 것들을 뭐하러 모으냐고?
나는 수집할 때 값어치만 따지지 않는다. 값어치 때문이 아니라 추억을 수집하는 재미에서 하는 거거든...
나는 지난 80년대 한국에서 영화관에 갔을 때 영화 프로그램, 인형(예: 그렘린) 등을 비롯한 기념품을 판매하는 부스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이냐, 아니면 기념품을 사러 가는 것이냐"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어디에 가서 "뭣 좀 수집한다"고 떠벌릴 만한 수준은 아니었어도 어렸을 적부터 우표, 동전 등 이것저것들을 주섬주섬 수집하는 데 맛을 들였기 때문인지 값어치를 떠나서 '이것도 수집할 만 해 보인다'는 판단이 들면 사 모으는 습관이 있었다.
이러한 내겐 선코스트는 매우 섹시한 곳이었다.
내가 선코스트에서 산 것들은 주로 제임스 본드 시리즈, 특히 1995년 개봉했던 피어스 브로스난(Pierce Brosnan) 주연의 '골든아이(GoldenEye)' 관련 콜렉티블들이다.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엔 선코스트에서 구입했던 '골든아이' 티셔츠, 오피셜 매거진, 전화카드, 007 시리즈 미니 피겨린 세트 등이 있다.
아래 이미지는 '골든아이' 전화카드.
그러나 선코스트는 지금 없어졌다. 누가 언제 인수해서 어찌 되었는지엔 관심 없지만, 대충 알아 보니 선코스트가 지금의 FYE가 되었다고 한다. FYE는 현재 미국의 쇼핑몰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음반, 영화 판매 체인점이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선 FYE가 유일한 쇼핑몰 음반 판매점이다.
물론 90년대엔 이렇지 않았다. 90년대엔 어지간한 쇼핑몰에 가면 적어도 2개에서 3개 이상의 음반 판매점이 있었다. 쇼핑몰 밖에 있는 타워 레코드(Tower Records) 체인점은 제외하고 쇼핑몰 내에 입점한 것만 따진 게 그 정도 됐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중 하나로 Sam Goody라는 데가 있었다. Sam Goody도 지금 없어졌다. 알아보니, Sam Goody도 FYE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 Sam Goody의 음반 + 선코스트의 영화를 한데 합치면 FYE가 나오는 셈인 듯 하다.
이렇게 해서 그 많았던 쇼핑몰 내 음반, 영화 판매점들이 다 없어지고 FYE 하나만 남게 된 듯 하다.
타워 레코드도 몇 년 전 문을 닫았다. 90년대에만 해도 그렇게 잘 나가던 타워 레코드도 MP3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비디오 렌탈 체인점 헐리우드 비디오도 얼마 전에 뻗었다. 넷플릭스(Netflix), 아이튠스, 아마존 등 디지털 무비 스트리밍, 렌탈/판매 서비스에 밀린 것이다. "오늘 죽네, 내일 죽네" 하던 또다른 비디오 렌탈 체인 블록버스터 비디오는 사업 방식을 바꾸는 등 변화를 주면서 버티고 있다고 한다. 블록버스터는 문을 닫진 않았지만 과거처럼 흔히 볼 수 없어졌다. 예전엔 동네마다 촘촘하게 블록버스터 체인이 있었는데 요샌 대부분 문을 닫았는지 블록버스터 간판을 보기 힘들다.
몇 해 전에 세상을 뜬 또 하나의 스토어가 있다. 전자제품 판매 체인 서킷 시티(Circuit City)다. 베스트바이(Bustbuy)에 이은 미국의 넘버2 전자제품 체인이었는데 문을 닫았다.
서킷 시티도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문을 닫는다니 무언가 추억할 만한 기념품을 사둬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거진 살다 시피 했던 타워 레코드가 문을 닫았을 때 마지막으로 찾아가지 못하고 깜빡했다는 게 걸려서 였는지 이번엔 서킷 시티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타워 레코드에 비하면 서킷 시티는 나와 별 인연이 없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뭐...ㅋ
점포정리 세일을 한다니까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사야 좋을 지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만만한 게 DVD였다. DVD나 블루레이의 경우 특정 스토어 익스클루시브 패키지가 간혹 나오곤 하기 때문이다.
그 때 눈에 띈 것은 워너 브러더스의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 서킷 시티 익스클루시브 2 디스크 DVD 세트였다. 서킷 시티 세트엔 2개의 디스크와 함께 저널(일기장)이 함께 들어있었다. 몇 개가 남아있나 봤더니 2개가 있길래 2개 모두 집었다.
아래 이미지는 서킷 시티 봉지에 들어있는 '다크 나이트' DVD(위)와 '다크 나이트' 서킷 시티 익스클루시브 DVD 세트(아래).
그런데 최근에 또 하나의 스토어가 뻗었다. 이번엔 미국의 넘버2 서점 체인 보더스(BORDERS)의 차례였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 킨들, 애플 아이북 등 전자책 스토어에 밀려 종이책을 팔던 서점이 문을 닫은 것이다. 음반, 비디오 대여점과 마찬가지로 서점도 인터넷과 전자책에 밀려 사라지는 운명인 듯 하다.
책은 종이에 인쇄된 책으로 읽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며 버티는 데 까지 버텼던 나도 얼마 전부터는 아마존 킨들로 옮겨탔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책이 무척 많은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므로 책장에 책들이 빈틈없이 꽂혀있는 건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어느 한순간 책이 짐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종이책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 CD, 영화 DVD/블루레이, 비디오게임 디스크, 기타등등 기타등등 오만잡것들이 주위에 많이 널려있다 보니 어느 한순간 책장에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게 촌스럽고 시대에 뒤처진 풍경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심플하고 편리하고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게 됐다. 책, CD, DVD와 가구들을 다 내다 버려야 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실제로 엄청난 양의 음악 CD와 책들을 버렸다. 멀쩡한 것들이었지만 그냥 쓰레기 봉투에 넣어 내던졌다. TV도 내다 버리거나 기부를 하려고 알아보는 중이며, DVD도 내다 버리거나 처분하기 위해 비닐 봉지에 담아놓은 상태다. 비디오게임 디스크들은 도대체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답이 안 나와서 박스에 처넣어뒀다.
이렇다 보니 종이책도 많이 사지 않게 됐다.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은 책들만 할 수 없이 종이책으로 구입하는 식이지 예전처럼 모든 걸 종이책으로 구입하던 데서 달라진 것이다.
이렇게 나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라이프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오랫 동안 애용했던 보더스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데 추억할 만한 기, 기념품을 사야할 것 같...ㅡㅡ;
이것도 병이다, 병!
자, 그럼 뭐가 좋을까?
되도록이면 책은 사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세일 중이라지만 쓸데 없는 책을 쓸어담고 싶진 않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건 바로 제임스 본드 포스터였다. 포스터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한 것 같지만, 정확하게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숀 코네리(Sean Connery)의 "My name is Bond, James Bond..." 사진의 사이즈는 아래 이미지를 보면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그러고 보니 12인치들도 내다 버려야 겠구나!!)
제임스 본드 시리즈 쪽으로 눈이 쏠린 김에 계속해서 그쪽 관련 상품들을 뒤졌다. 그랬더니 본드걸들을 모아놓은 책이 눈에 띄었다. 사실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었지만, 노란색 보더스 가격 스티커가 붙어있었으므로 '기분이다' 치고 집어들었다.
이렇게 해서 똑같은 책이 2권으로 불었지만, 나는 똑같은 물건을 7~8개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으므로 2개 쯤이야 가뿐하다...ㅡㅡ; (그러니까 짐이 많은 거겠지...)
나의 그 다음 타겟은 '콴텀 오브 솔래스(Quantum of Solace)'였다. 이미 DVD 버전으로 대 여섯개, 블루레이로 두 세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서의 미션은 영화가 아니라 보더스 스티커이므로 '콴텀 오브 솔래스' 블루레이 2개를 또 집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수집(?)을 할 때 항상 혼잣말로 하는 말이 있다 - "Never count!"
내친 김에 미스테리/스릴러 소설 섹션으로 이동해 '콴텀 오브 솔래스' 숏스토리 콜렉션을 집었다. 이것도 이미 가지고 있는 책이었지만, you know the rest... eh?
아래 이미지는 '콴텀 오브 솔래스' 보더스 스티커 블루레이 2개와 숏 스토리 콜렉션 책.
내용물 뿐만 아니라 봉지도 콜렉티블 중 하나다. 보더스가 문을 닫으면 보더스 가격 스티커가 붙은 상품을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보더스 로고가 인쇄된 비밀 봉지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서킷 시티 로고가 인쇄된 봉지까지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그러므로 보더스도 예외가 아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9월에 접어들자 보더스 로고가 인쇄된 비닐 봉지가 다 떨어진 듯 'THANK YOU'가 인쇄된 일반 비밀 봉지에 물건들을 담아주더라.
저 봉지 안에 들어있는 건 뭐냐고?
바로 '번 노티스(Burn Notice)' 소설이다. USA 채널에서 하는 스파이/코메디 TV 시리즈인데, 책으로까지 읽고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시리즈는 아니지만 완전히 껌값이기에 구입했다. 정가 $6.99에서 70%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으니까.
되도록이면 짐이 되는 책은 안 사려고 손이 책 쪽으로 향하면 손가락을 깨물곤 했지만, 그래도 몇 권 사게 됐다.
그 중 하나는 미국 숏트랙 국가대표 선수 아폴로 오노(Apollo Ohno)의 책 'Zero Regrets: Be Greater than Yesterday'다. 오노의 싸인이 있는 'Autograph Copy'도 있길래 기왕 사는 김에 그것을 골랐다.
그러나 언제 읽게 될 지는 모르겠고, 친필 싸인이 있는 책이라 해서 나중에 값어치가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세일 말기라 책들이 얼마 남지 않아 친숙한 타이틀의 책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녀석의 낯익은 얼굴이 보이길래 그냥 샀다.
아래 이미지는 'Zero Regrets' 겉표지.
아래 이미지는 아폴로 오노의 싸인.
마지막으로 집어든 건 보더스 로고가 새겨진 검정색 수첩. 보더스 로고가 박혀있는 보더스 제품이므로 기념품으로 왔다인 듯 해서 집었다.
마지막은 보더스 리워드 카드. 오래 전에 만들어 아주 유용하게 사용했던 카드다. 보더스에서 자주 책을 구입했더니 마일리지 크레딧이 쌓여 가끔 큰 할인 혜택을 받곤 했다.
아래 이지미에서 왼쪽에 있는 것은 지갑에 넣는 카드형 리워드 카드이고, 오른쪽에 있는 작은 것은 열쇠고리용이다.
점포정리 세일이 한창이던 어느날 한 손님이 리워드 카드를 꺼내면서 점원에게 아직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점원은 더이상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카드를 주면 대신 없애 주겠다고 했다. 못 쓰는 카드이니까 버리고 가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손님은 "그냥 기념으로 갖고 있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애용하던 보더스가 문을 닫는다니 기분이 다들 비슷비슷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렇게 값어치도 안 나가는 것들을 뭐하러 모으냐고?
나는 수집할 때 값어치만 따지지 않는다. 값어치 때문이 아니라 추억을 수집하는 재미에서 하는 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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