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3일 금요일

CBS의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가장 기대되는 새 시리즈

인기 TV 시리즈 '로스트(Lost)'의 프로듀서 J.J. 에이브람스(Abrams)와 '로스트'에서 벤자민 라이너스 역을 맡았던 마이클 이머슨(Michael Emerson)이 새로운 TV 시리즈에서 다시 뭉쳤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로 유명한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의 동생 조나단 놀란도 프로듀서 겸 작가로 참여했다.

도대체 무슨 TV 시리즈가 이렇게 섹시하게 들리냐고?

바로 CBS의 새로운 액션-미스테리-스릴러 시리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다.

우선 줄거리부터 살짝 훑어보기로 하자.

존 리스(짐 캐비젤)는 에이전시를 떠나 뉴욕시에서 술주정뱅이 노숙자 생활을 하는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전직 CIA 에이전트다. 그에게 미스터 핀치(마이클 이머슨)라 불리는 부유해 보이는 사나이가 접근한다. 핀치는 존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함께 하지 않겠냐고 제의한다. 핀치는 감시 카메라, 전화도청, 이메일 해킹 등의 방법을 동원해 미국내에 잠입한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하기 위한 시큐리티 시스템, '머신'을 개발한 장본인이다.

핀치의 설명에 의하면, 그가 개발한 '머신'은 모든 시민들을 비밀리에 모니터링하면서 그 중 대량살상 테러와 관련있는 범죄 정보만 추려내곤 했다고 한다. 테러 위협만 골라서 NSA, FBI 등에 보고하고 나머지 일반 범죄 위협은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프로그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핀치는 이후에 생각이 바뀌어 '머신'이 수집한 일반 범죄 위협 리스트를 몰래 빼돌려 직접 범죄 예방을 하기 시작했다. 일반 범죄 위협을 자동 삭제하던 데서 도울 수 있는 데 까지 돕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핀치의 목표는 누구에게 범죄의 위험이 닥치고 있다는 것을 모니터링을 통해 이미 알고 있으므로 사건이 터지기 전에 범죄 발생을 미리 막는 것이다.

그러나 핀치가 '머신'으로부터 비밀리에 빼돌리는 범죄 위협 리스트는 구체적인 정보가 아니라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소셜 시큐리티 넘버가 전부다.


도대체 미스터 핀치는 왜 마음을 바꾼 것일까? 그가 개발한 '머신'은 9-11과 같은 대량살상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사소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함이 아니었는데, 왜 그는 비밀리에 이러한 일을 하기 시작한 것일까?

존 리스 뿐만 아니라 미스터 핀치에게도 사연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데다 과거 '로스트'에서처럼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씬이 나온 것을 보니 아마도 미스터 핀치의 동기 등은 앞으로 차차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로스트'에서 했던 것처럼 플래시백으로 심하게 시간끌기를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서도 플래시백이 종종 나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미스터 핀치의 정체는?

그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CONCERNED 3rd PARTY." 정부기관에서 일하지 않는 제 3자라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미스터 핀치와 존 리스의 범죄예방 팀이 탄생한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에서 느낀 첫인상은 '로스트'와 '배트맨' 시리즈를 합쳐놓은 것 같았다는 것이다.

마이클 이머슨이 맡은 미스터 핀치는 '로스트' 시리즈에서 그가 맡았던 벤자민 라이너스가 섬을 탈출해 뉴욕으로 튀어나온 듯 보였다. 뛰어난 정보력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감시 카메라 등을 이용해 사람들을 관찰한다는 점 등 '로스트'의 벤 라이너스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미스터 핀치가 새로 리쿠르트한 캐릭터의 이름이 존(John)이라는 점도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 핀치(마이클 이머슨)가 존(마이클 캐비젤)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로스트'에서 벤 라이너스(마이클 이머슨)가 존 로크(테리 오퀸)와 대화를 나누던 장면과 겹쳐지곤 했다. 마이클 이머슨의 입에서 '존'이라는 이름이 나오면 거의 자동으로 '로스트'의 존 로크가 떠오르니까.

또한 '컴퓨터'와 '번호'가 나온다는 점도 '로스트'와 비슷해 보였다. '로스트'를 시청한 사람들이라면 고물 컴퓨터에 넘버를 계속 입력해야만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선 '머신'이라 불리는 시큐리티 시스템(컴퓨터)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소셜 시큐리티 넘버(번호)를 뽑아내는 것으로 나온다. 약간 차이가 있긴 해도 '컴퓨터'와 '번호'가 등장하는 건 공통점이다.

'배트맨' 시리즈와 비슷한 점들도 눈에 띄었다. 미스터 핀치와 존 리스가 힘을 합해 뉴욕시의 범죄를 소탕한다는 스토리는 '배트맨'의 그것과 매우 흡사해 보였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캐릭터와 도시 이름을 바꾸면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와 매우 비슷해 진다. 존 리스는 사실상 범죄와 싸우는 수퍼히어로나 다름없는 캐릭터이므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뉴욕시에 나타난 유니폼 벗은 배트맨의 이야기'라고 해도 크게 틀린 표현이 아닐 듯 하다. 코믹북 수퍼히어로 스토리에서 판타지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리얼한 범죄 드라마로 만들면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가 나올 테니까.

또한 카터 형사(타라지 헨슨)도 '배트맨'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캐릭터로 보였다. 카터 형사는 'Man in Suit'으로만 알려진 미스테리한 사나이(존 리스)에 강한 흥미를 느끼는 캐릭터다. 카터 형사는 '배트맨' 시리즈의 제임스 고든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눈길을 끈 건 미스터 핀치가 개발한 '머신'의 정보수집 방법이었다. 감시 카메라, 전화도청, 이메일 해킹 등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어 보이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NSA가 테러리스트 색출을 위해 도청권한을 확대시켜 논란이 생긴 바 있다. 물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테러리스트를 때려잡아야 한다는 점엔 절대적으로 동의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사생활 침해를 어디까지 감내해야 하는가 고민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윤리 교과서를 손에 쥐고 "이것도 하면 안 되고, 저것도 하면 안 된다"면서 가만히 있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세상이 험악해졌으면 국민들도 예전에 없었던 불편과 사생활 침해 등을 감내할 각오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어디까지냐"다. 그러나 만약 일반 국민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비밀리에 모니터링을 한다면 별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자신들이 모니터링 당하는 것을 모르므로 항의 또는 고발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미스터 핀치가 개발했다는 '머신'이라는 게 바로 이러한 일을 하는 시스템이다.


그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니터링 씬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위치추적을 하고 대화를 엿듣는 것.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와 이동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씬에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같았기 때문이다. 불과 몇 달 전에 아이폰 위치 기록 해프닝이 있었기 때문인지 남의 얘기 같지 않았다.

상대방의 스마트폰을 해킹해 모든 대화를 엿듣는 휴대폰을 이용한 도청 씬도 흥미진진했다. 휴대폰이라는 게 말 그대로 휴대를 하는 전화이기 때문에 항상 사용자와 붙어다니게 돼있으므로 사용자 몰래 휴대폰을 켜놓으면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휴대폰을 통해 대화를 모두 엿들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상대방이 통화를 끝낸 뒤 전화를 끄는 것을 잊거나 주머니 속에 있던 전화가 실수로 눌리면서 사용자 모르게 전화를 걸어오면서 상대방의 대화를 본의 아니게 엿들은 적이 있다. 이 때 핸드폰에 조금만 손을 대면 기막힌 도청장치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휴대폰을 해킹해서 상대방 핸드폰의 마이크를 이용해 대화를 엿들을 수 있는 완벽하게 위장한 버그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바로 이러한 도청 씬이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에 등장한다. 상대방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다음 대화 내용을 모두 엿듣는 씬이다.

역시 스마트폰은 스파이폰인 것일까?



이처럼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는 기대했던 대로 매우 흥미진진했다. 2011년 가을에 새로 시작하는 시리즈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드라마였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제작진, 출연진 모두 블록버스터 급이었으며, 모두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메인 캐릭터들 은 아주 신선하다고 하긴 힘들어도 모두 흥미를 끌 만한 캐릭터들이었고, 마이클 이머슨, 짐 캐비젤을 비롯한 출연진의 연기도 훌륭했다. 40대의 캐비젤을 존 리스 역으로 캐스팅하면서 무게감을 준 것도 맘에 들었다. 미스터 핀치 역의 마이클 이머슨은 그렇다 쳐도 존 리스 역은 30대의 젊은 배우를 캐스팅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았지만 40대의 캐비젤을 택하면서 중년배우들로 무게감을 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가벼운 톤의 코믹북 스타일의 하이테크 스릴러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한 듯 했다.

문제는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는 점이다. 스타트는 아주 좋았지만 쉽게 피로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존의 과거 이야기, 핀처의 과거 이야기 등 여러 사이드 플롯들로 시청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 것으로 보이며, 결국 그들의 과거와 얽힌 미스테리 등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리미어 에피소드를 보니 한 덩어리의 긴 스토리를 여러 에피소드와 시즌으로 나눈 시리얼 포맷은 아닌 듯 했다. 그러므로 자칫하다간 매주마다 '머신'을 이용해 여러 가지 정보수집을 하면서 범죄 예방을 하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또한 시청자들이 J.J. 에이브람스와 조나단 놀란의 '로스트'와 '배트맨' 시리즈 울궈먹기에 식상할 수도 있다. 시리즈 프리미어 에피소드가 아주 볼 만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로스트'와 '배트맨' 시리즈에서 보았던 반가운 것들이 주로 눈에 띈 게 전부였던 것은 사실이다. '로스트'와 '배트맨'의 흔적을 제외하고 나면 특별히 대단하다고 할 만 점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므로 앞으로 시리즈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에피소드 몇 개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 하다.

그런데 왠지 매주마다 꼬박꼬박 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매주 목요일 저녁 9시(미국 동부시간) CBS에서 방송된다.

댓글 4개 :

  1. 액션, 미스테리~
    저도 이런 장르 참 흥미롭게 본답니다!
    한국 드라마도 잘 안 챙겨봐서 외국 드라마는 더더욱 잘 안 보게 되는데 내용 설명을 듣고 보니 흥미가 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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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지금 방송중이죠?
    음... 전 어떻게 볼 수 없을까요?
    ㅋㅋㅋ ㅠ_-)
    구미가 땡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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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솔브:
    저도 원래 TV는 거의 안 보는 편입니다...^^ 특히 드라마는 더더욱...
    그런데 이런 몇몇 시리즈엔 눈길이 가더라구요.
    앞으로 어찌될 지 모르겠지만 첫 에피소드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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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KEN:
    지금 막 시작한 새 시리즈죠.
    왠지 괜찮을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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