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8일 금요일

헐리우드, 디지털 영화 클라우드 서비스로 홈비디오 되살릴 수 있을까

최근 미국에서 DVD 판매가  저조하다. 2000년대 초-중반에만 해도 DVD가 잘 팔렸는데 아이튠스, 아마존 등이 다운로드 버전 디지털 카피를 판매, 대여하고 넷플릭스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DVD, 블루레이 등 디스크 버전 하드카피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MP3와 아이튠스의 등장과 함께 CD 음반 판매량이 뚝 떨어진 것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자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침체된 홈비디오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디지털 영화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시했다. 울트라바이올렛(Ultraviolet)이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는 DVD/블루레이 디스크에 포함되던 디지털 카피를 울트라바이올렛 사이트에 저장해놓고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여러 기기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무료 클라우드 서비스다. 디스크 버전 하드카피를 구입하면 디스크 뿐만 아니라 디지털 카피를 울트라바이올렛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해두고 영화재생이 가능한 여러 다른 기기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 중순부터 시작한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는 워너 브러더스, 소니 픽쳐스,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 등 메이저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이용할 예정이지만, 현재는 서비스 초기라서 아직은 달랑 두 편의 영화가 전부다. 그 중 하나가 10월 중순 북미지역에서 출시된 워너 브러더스의 코메디 '호러블 보스(Horrible Bosses)'다.

울트라바이올렛이 어떠한 서비스인지 구경하기 위해서 '호러블 보스' 블루레이를 하나 집어왔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블루레이 케이스 앞면 하단에 붙어있는 울트라 바이올렛 스티커였다.


'호러블 보스' 디지털 카피는 워너 브러더스가 소유한 영화 사이트 flixster.com을 통해 스트리밍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Flixster.com에서 '호러블 보스'를 다운받자 울트라바이올렛 사이트에도 자동으로 가입이 됐다.

그러나 울트라바이올렛 사이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호러블 보스' 영화가 울트라바이올렛 사이트 라이브러리에 포함된 것을 제외하곤 아직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디지털 카피를 다운 받아보려 했으나 'Available Dec. 20'라고 되어있었고,  OUR APPS & DEVICES도 'COMING SOON'이었다. 서비스가 막 시작한 직후라서 인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알고 보면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는 아무 것도 아니다. 울트라바이올렛이라는 사이트에 디지털 카피를 저장해두고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 보다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것으로 하드카피 판매 부진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킬 수 있을까?

일단 애플의 아이튠스에서 디지털 버전 영화를 다운로드로 구입하는 것보다는 하드카피를 구입한 다음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카피까지 사용하는 것이 훨씬 나은 옵션인 것만은 분명하다. 디스크를 구입하면 짐이 불어난다는 단점이 따르긴 하지만, 구입한 영화를 디스크로 안전하게 보관함과 동시에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울트라바이올렛에 저장된 디지털 카피는 항상 그곳에 안전하게 있을 것이므로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가 날아가더라도 디지털 카피를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하자면, 디스크는 디스크대로 디지털 버전은 그것대로 모두 안전하게 보관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이튠스엔 아직 영화 관련 클라우드 서비스가 없다. 음악, 앱, 전자책, TV 시리즈 등은 아이튠스의 'Purchased'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영화는 빠져있다.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음악, TV 시리즈, 앱 등은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백업되지만 영화는 아직 아닌 것이다.

여러 소식들에 의하면, 애플도 아이튠스에서 판매하는 영화들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포함시키기 위해 헐리우드 스튜디오들과 협상중이라고 하므로 머지않아 소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 아주 중요한 것이 하나 빠져있다 - '사람들이 디지털 렌탈을 즐겨 하는 이유'다.

이 문제를 조금 생각해 보면 디스크든 디지털이든 간에 판매를 늘리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렌탈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 DVD와 블루레이로 나오는 영화들을 닥치는대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영화 평론가들은 새로 개봉한 영화를 리뷰하면서 영화가 별로 재미없었던 경우엔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지 말고 나중에 비디오로 나오면 대여해서 보라"는 글로 마무리짓곤 했다. 극장에서 볼 가치가 없으니 얼마 지나서 블록버스터(Blockbuster)와 같은 비디오 렌탈점에 비디오가 나오면 싸고 편하게 빌려서 보라는 얘기였다. 영화 뿐만 아니라 비디오게임 리뷰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의 비디오게임 리뷰어들은 구입 가치가 낮은 게임들을 리뷰하면서 "이 게임은 구입하지 말고 빌려서 하라"고 썼다. 리뷰어가 게임을 먼저 해보고 구입 가치를 짚어주곤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구입은 어떤 것을 하냐고?

영화의 경우엔 소비자가 소장하고 싶은 영화들을 주로 구입한다. 또는 극장에서 보고싶었는데 시기를 놓친 영화들을 홈비디오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극장에서 본 영화를 홈비디오로 또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소장하고 싶은 영화'로 분류해야 한다.

그럼 나머지 영화들은?

별로 관심이 없거나 흥미가 끌리지 않는 SO-SO 영화들은 구입이 아닌 대여로 해결해왔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DVD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고 대중화되면서 판매량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는 영화는 빌려서 보곤 했다. 비디오를 빌릴 곳도 블록버스터 비디오, 헐리우드 비디오 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비디오 렌탈점 등 참 많았다. 그러므로 그다지 끌리지 않는 영화를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집에서 영화를 보려면 영화를 반드시 구입해야만 하는 게 아니었으므로 꼭 구입하고 싶은 영화들만 구입하고 나머지는 대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또한 굳이 홈비디오를 구입까지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구입 자체를 즐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빌려서 한 번 봤으면 됐지 짐이 되게 두고두고 간직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한다. 이들도 영화를 좋아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좋아하는 영화를 모두 다 소장해야만 한다는 법이 어디에 있냐고 한다.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저런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죽어서도 그것 다 가지고 갈 것이냐"고 하면 할 말이 많지 않다.

이런 사람들이 지금은 넷플릭스, 아마존, 아이튠스 등에서 디지털 버전을 대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 버전이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이전엔 디스크를 구입 또는 대여하는 방법밖에 없었으나 이젠 디지털 버전으로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여까지 가능하게 되면서 디지털 렌탈로 때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더군다나 디지털 렌탈은 대여점에 직접 찾아갈 필요도 없이 컴퓨터 앞에서 클릭 몇 번으로 싼 값에 간편하게 빌려볼 수 있다. 가뜩이나 비디오 렌탈 소비자 수가 많은 판에 집에 앉아서 싸고 간편하게 스트리밍으로 대여할 수 있는 방법이 새로 생겼으니 사실상 게임오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의 마음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바꿀 수 있을까?

아무래도 '글쎄올시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은 날로 늘어나는 스마트폰, 태블릿 유저들을 겨냥한 듯 하지만, 이것만으로 구입 대신 대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바꾸긴 힘들 듯 하다. 하드카피를 구입하면 디스크 뿐만 아니라 울트라바이올렛 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나름 섹시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과연 이것이 하드카피 판매 부스트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2~3달러이면 원하는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간편하고 부담없이 대여해 볼 수 있는데,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가 이러한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겠는지 모르겠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소비자들에게 디스크 버전 홈비디오를 구입할 가치를 높혀주려 하는 것은 올바른 움직임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방법이 의심스럽다.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 뉴스를 접하고 '하드카피를 구입할 가치가 의미있을 만큼 높아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려는지 모르겠다.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등으로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들에겐 솔깃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휴대용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영화 디스크를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하기만 한다면 가능케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세상에 컴맹 중에도 아주 심각한 컴맹이 아닌 이상 DVD/블루레이 영화를 아이폰/아이팟에서 사용 가능한 파일로 전환하는 방법을 다들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방법은?

워너 브러더스의 북(Book) 시리즈처럼 디스크 한장 달랑 들어가던 시절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는 게 좋은 방법 중 하나인 듯 하다. 물론 "영화만 잘 나오면 됐지 화보 같은 게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머지않아 "뭐하러 디스크를 사나. 스트리밍으로 대여해 보기만 하면 되지"라고 할 사람들로 보면 된다. 싸고 간편하게 '알맹이'만 즐기려 하는 게 똑같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를 디스크로 구입할 생각을 더이상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컬러화보 등을 곁들이면서 약간의 수집가치를 보태면 혹시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헐리우드가 바라는 대로 울트라바이올렛 서비스가 부진한 디스크 판매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는 그리 기대되지 않는다. 그래도 울트라바이올렛 클라우드 서비스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아가는지 지켜볼 생각이다. 앞으로 나올 새로운 영화 뿐만 아니라 소장하고 있는 DVD/블루레이 영화들까지 울트라바이올렛에 디지털 파일로 저장할 수 있게 된다면 사용 가치가 있어보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카피가 나오기 이전에 출시된 오래된 DVD 영화들은 'Proof of Purchase' 등을 이용해 확인 절차를 받은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을 허락한다면 영화를 디지털 버전으로 백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댓글 4개 :

  1. 그저... 블루레이 시장이 더 커지고, 화질과 음질이
    더 업그레이드되면, 영화팬으로선 고마울 따름이죠.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2. 금년 상반기에도 디스크 판매가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지금처럼 디스크-온리로 나가다간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 같습니다.
    영화만 달랑 보는 게 목적이라면 굳이 블루레이로 근사하게 볼 필요가 없다고 나오고 있으니까요.
    디지털 렌탈은 2~3불인데 블루레이 구입은 20~30불이 들어가니 경쟁이 안 되죠.
    이러니 20~30불짜리 패키지에 디스크 하나 달랑 들어가 있으면 사람들이 안 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헐리우드가 하드카피를 다시 팔고 싶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짜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디지털 카피로 장난치는 울트라바이올렛엔 솔직히 별로 안 끌리거든요...

    답글삭제
  3. 갈수록 저조해진다고 봐야겠죠.
    뭐, 얼마 남진 않았지만요. ㅎㅎ

    답글삭제
  4. 폭스뉴스 등 미국 주요언론들도 디스크 시대는 저물었다고 하더군요.
    2000년대 초에 음반점을 하던 분이 MP3가 노래냐며 핏대를 올리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이젠 영화 판매하던 분들이 MP4가 영화냐고 하겠군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