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1일 월요일

3연승 달라스 카우보이스, NFC 동부 1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불안정한 롤러 코스터 시즌을 보내던 달라스 카우보이스(Dallas Cowboys)가 또 이겼다. 벌써 3연승째다. 카우보이스는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Washington Redskins)와의 원정경기에서 오버타임까지 가는 접전 끝에 27대24로 힘든 승리를 거두며 W를 낚았다.

예상대로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와의 경기는 쉽지 않았다. 초반에 데즈 브라이언트(Dez Bryant)의 리씨빙 터치다운과 필드골로 10대0으로 앞서나가며 기선을 잡은 듯 했던 카우보이스는 공격이 지난 주처럼 매끄럽게 풀리지 않았으며,  침체의 늪에 빠졌던 레드스킨스 오펜스가 오히려 활기를 띄며 터치다운 2개를 내리 성공시켰다. 카우보이스 스페셜팀도 흔들렸다. 펀트 실축으로 레드스킨스에게 득점기회를 내줬던 카우보이스 스페셜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레드스킨스에 펀트리턴 터치다운을 내줄 뻔 하는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터치다운을 내주진 않았으나 상당한 리턴 야드를 내준 카우보이스는 이것 때문에 또 실점을 허용했다.

이렇게 해서 전반 스코어는 레드스킨스 14, 카우보이스 10.

그러나 후반에도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활력을 되찾은 듯한 레드스킨스 오펜스에 밀리며 또다시 필드골을 내주면서 후반이 시작하기 무섭게 17대10으로 점수차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계속 제자리 걸음만 했고 디펜스는 레드스킨스 오펜스에 자꾸 밀리면서 또 필드골 기회를 내줬다.

그러나 레드스킨스는 49야드 필드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카우보이스 오펜스에 시동이 걸린 건 이 때 부터.

추가 실점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하고 추격에 나선 카우보이스 오펜스가 서드다운 컨버젼에 실패하자 카우보이스 헤드코치 제이슨 개렛(Jason Garrett)은 4th and 1 상황에 밀어부치기로 했다. 필드골을 시도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고 또 펀트를 차 공격권을 레드스킨스에 넘겨주기엔 아쉬운 상황이 되자 조금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4th and 1 밀어부치기 도박을 해서 기선을 다시 잡으려 했던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타 러닝백으로 떠오르고 있는 카우보이스 루키 러닝백 디마코 머레이(DeMarco Murray)가 가뿐하게 4th 다운 컨버젼을 성공시킨 것.



머레이의 컨버젼 성공으로 계속 공격권을 유지하게 된 카우보이스는 토니 로모(Tony Romo)의 터치다운 패스로 드라이브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해서 17대17 동점.

카우보이스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토니 로모와 타잇 엔드 제이슨 위튼(Jason Witten)이 59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합작했다.

제이슨 위튼의 추가 터치다운으로 카우보이스는 24대17로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레드스킨스는 끈질겼다. 레드스킨스 오펜스는 5연패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플레이오프 희망은 희박한 상황이었으나 다섯 경기에서 연속으로 패한 만큼 이번엔 어떻게서든 이기려 했다.

레드스킨스의 노력은 경기 종료를 10여초 남겨두고 동점 터치다운을 성공시키면서 결실을 맺었다. 카우보이스 디펜스는 마지막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레드스킨스에 동점 터치다운을 내주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카우보이스와 레드스킨스는 24대24 동점으로 전후반을 모두 마치고 오버타임에 돌입했다.

막판에 동점 터치다운을 내주며 오버타임에 가게 된 데다 설상가상으로 오버타임 코인토스까지 레드스킨스가 이기며 선제공격권을 가져가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카우보이스가 이기기 힘들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레드스킨스 오펜스는 맥이 빠진 듯한 카우보이스 디펜스를 몰아붙이며 꾸역꾸역 전진하더니 필드골 존까지 진입했다. NFL 정규시즌 오버타임 룰은 필드골이든 터치다운이든 득점을 먼저 하는 팀이 무조건 이기게 돼있는 만큼 선제공격을 한 레드스킨스가 필드골을 차 넣으면 바로 그 순간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레드스킨스 킥커 그레이햄 가노(Graham Gano)가 또 필드골을 미스했다. 지난 번에 실패했던 49야드보다는 긴 53야드 필드골이었지만, 그는 이번에도 골 포스트 오른쪽으로 실축했다.

이렇게 해서 다 죽었던 달라스 카우보이스에 다시 한 번 기회가 돌아갔다.

그러나 카우보이스 오펜스는 계속해서 공격을 매끄럽게 풀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3rd and 10 상황에 오펜시브 파울을 범하며 3rd and 15이라는 멍멍이같은 시츄에이션에 놓였다. 3rd and 10도 힘든데 파울까지 하는 바람에 15야드를 전진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만약 여기서 카우보이스가 15야드 이상을 전진하지 못하면 레드스킨스에 공격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NFL 정규시즌 오버타임에선 어느 팀이든 간에 먼저 득점하는 팀이 이기며, 득점 순간 경기가 바로 끝나기 때문에 '세컨드 챈스'라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므로 레드스킨스의 필드골 미스로 운좋게 잡은 기회를 카우보이스가 살리지 못하고 공격권을 다시 내놓는다면 '세컨드 챈스'를 잡을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정적인 순간 2명의 카우보이스 오펜시브 스타 플레이어가 멋진 플레이를 만들어냈다. 그 주인공은 쿼터백 토니 로모와 와이드리씨버 데즈 브라이언트다.

왼쪽에 라인업했던 데즈 브라이언트는 플레이가 시작하자 안쪽(오른쪽)으로 꺾어져 달려가는 슬랜트 루트를 뛰었다. 그런데 필드 중앙을 향해 오른쪽으로 달리던 브라이언트가 돌연 멈추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꿔 정 반대 방향(왼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쿼터백 토니 로모가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데즈 브라이언트 역시 왼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오른쪽으로 달리던 브라이언트가 갑자기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꾸자 브라이언트를 수비하던 레드스킨스 코너백 디앤젤로 할(DeAngelo Hall)도 브라이언트를 따라 방향을 바꾸려 했으나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할이 비틀거리는 사이 수비수를 따돌린 브라이언트는 토니 로모의 패스를 받아 퍼스트 다운을 만들었다.

▲플레이가 시작하자 오른쪽으로 달리는 데즈 브라이언트(흰 유니폼)

▲이 때 쿼터백 토니 로모(#9)가 왼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토니 로모가 왼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본 데즈 브라이언트가 오른쪽으로 뛰다가 갑자기 멈춘다

▲그러더니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달리는 브라이언트. 디앤젤로 할(#23)은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여유있게 패스를 받는 데즈 브라이언트

물론 쿼터백과 와이드리씨버 사이의 평범한 커뮤니케이션의 결과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저 캐치 덕분에 카우보이스가 이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3and 15이라는 쉽지 않은 서드다운 컨버젼을 성공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경기에서 카우보이스 리씨버들에게 여러 차례 뚫렸던 레드스킨스 코너백 디앤젤로 할은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도 데즈 브라이언트를 놓쳤다. 할도 자신의 플레이에 실망이 컸는지, 그는 경기가 끝난 직후 "나는 팀에서 쫓겨날 만 하다"며 자신에게 가혹한 평을 내렸다.

하지만 오버타임에서 나온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캐치는 수비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으므로 디앤젤로 할 혼자만의 책임은 아닌 듯 하다. 운이 나빴다.

브라이언트의 퍼스트 다운 캐치로 필드골 챈스를 잡은 카우보이스는 39야드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이것으로 게임오버. 파이널 스코어는 카우보이스 27, 레드스킨스 24.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였지만 카우보이스는 레드스킨스를 잡고 3연승을 이어나가며 시즌 전적 6승4패가 되었고, 레드스킨스는 6연패에 빠지며 3승7패로 주저앉았다.

그렇다. 이젠 오피셜이다.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데드스킨스(Deadskins)'로의 변신을 완료했다.

그러나 카우보이스는 여전히 플레이오프 희망이 불투명하다. 현재로써는 NFC 동부 1위를 해야만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자이언츠는 지난 주까지 카우보이스에 1경기 차로 앞서 있었다. 이번 주에 카우보이스가 이기고 자이언츠가 져야 6승4패로 공동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일단 카우보이스는 이겼으니 이제 남은 건 자이언츠였다. 자이언츠도 카우보이스-레드스킨스와 마찬가지로 디비젼 라이벌인 필라델피아 이글스(Philadelphia Eagles)와 경기를 가졌다.

과연 이글스가 자이언츠를 잡을 수 있었을까?

잡았다. 이글스는 뉴욕에서 열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17대10으로 승리하며 시즌 4승재를 챙겼다. 오프시즌에만 해도 '드림팀'으로 불렸던 이글스는 3승6패 시즌을 보내며 플레이오프 희망이 사실상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그러나 백업 쿼터백 빈스 영(Vince Young)이 이끄는 이글스 오펜스는 10대10 동점이던 4쿼터에 거진 9분을 소비하며 꾸역꾸역 전진해 터치다운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자이언츠도 반격에 나섰다. 경기종료까지 2분여 남아있었으므로 역전할 시간은 없더라도 동점을 만들 시간은 충분하도고 남았다. 실제로 자이언츠 오펜스는 동점 터치다운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이글스 디펜스가 결정적인 플레이를 만들었다. 자이언츠 쿼터백 일라이 매닝(Eli Manning)을 쌕하면서 펌블을 유도한 것이다. 매닝이 흘린 공은 이글스 디펜스가 리커버했고, 이것으로 사실상 승부가 결정났다.



파이널 스코어는 이글스 17, 자이언츠 10.

이글스가 자이언츠를 잡아주는 덕분에 카우보이스는 자이언츠와 함께 6승4패로 NFC 동부 공동 1위에 오르게 됐다. 카우보이스가 직접 승리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글스의 도움까지 얻은 결과다.

그렇다면 카우보이스가 뉴욕 자이언츠를 제치고 NFC 동부 1위 굳히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카우보이스가 며칠 쉬지도 못하고 오는 목요일 마이애미 돌핀스(Miami Dolphins)와 추수감사절 스페셜 경기를 가져야 한다는 게 걸리는 부분이다. 레드스킨스와 오버타임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을 벌인 뒤 제대로 휴식할 틈도 없이 목요일 경기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카우보이스가 추수감사절 스페셜 경기를 갖는 것이 오랜 전통 중 하나이므로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레드스킨스 전이 예상했던 것보다 진을 빼놓는 경기였다는 점이 걸린다.

하지만 뉴욕 자이언츠도 스케쥴이 만만치 않다. 자이언츠는 다음 주에 뉴 올리언스 세인츠(New Orleans Saints)와 원정경기를 가진 뒤 그 다음 주엔 그린베이 패커스(Green Bay Packers)가 자이언츠 홈을 방문한다. 그 다음엔 달라스 카우보이스가 카우보이스 스테디움에서 자이언츠를 기다리고 있다. 자이언츠의 힘든 스케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우보이스 경기 이후엔 또다른 디비젼 라이벌 워싱턴 레드스킨스와 경기를 갖게 되며, 이어 뉴욕 제츠(New York Jets), 달라스 카우보이스와의 2차전이 기다리고 있다.

뉴욕 자이언츠에 비하면 달라스 카우보이스 스케쥴은 소프트한 편이다. 카우보이스는 이번 목요일 마이애미 돌핀스를 홈에서 상대하고, 다음 주엔 아리조나 카디날스(Arizona Cardinals)와의 원정경기, 뉴욕 자이언츠와의 홈경기, 탬파베이 버캐니어스(Tampa Bay Buccaneers)와의 원정경기, 필라델피아 이글스와의 홈경기, 뉴욕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2012년 1월1일 벌어지는 달라스 카우보이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시즌 피날레에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격돌하게 되는 것일까?

과연 어느 팀이 NFC 동부에서 살아남아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거머쥐는지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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